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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시장에 취업 한파가 지속되면서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변호사 채용 경쟁률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법률구조공단은 13명을 모집하는 2011년도 신규 변호사 채용에 모두 184명이 지원해 약 14.2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11명 모집에 146명이 몰려 13.3 대 1을 기록한 역대 최고 경쟁률을 넘어선 것이다. 변호사 8명을 채용한 2008년만 해도 지원자는 24명에 불과했으나 최근 사법시험 합격자수가 늘고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지원자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 올해 지원자 중에는 사법연수원 수료생뿐 아니라 정부 부처나 법무법인(로펌)에서 근무한 경력 변호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률구조공단 관계자는 “일정 수준의 보수가 보장되고 어려운 사람을 돕는 보람도 있어 지원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생들까지 배출되면 경쟁률이 더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1960년대 말 ‘남조선 해방 전략당’ 사건에 연루돼 실형을 선고받았던 이일재 씨(84) 등 4명이 42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1부(부장판사 강형주)는 14일 “이 씨 등이 옛 중앙정보부에 장기간 구금된 상태에서 각종 고문과 가혹행위로 임의성 없는 자백을 하게 됐고 검찰에 송치된 이후에도 다시 중앙정보부로 불려가 고문을 당한다는 두려움에 허위 진술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씨 등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 씨와 고(故) 이강복 이형락 김봉규 씨 등 4명은 1960년대 말 반국가단체 ‘남조선 해방 전략당’을 만들어 활동한 혐의로 기소돼 1969년 징역 7년∼무기징역이 확정됐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이 가혹행위로 거짓 자백을 받아냈다는 사실을 밝혀내 진실 규명 결정을 내렸다. 이 씨와 유족들은 2009년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정연주 해임처분’ 항소심서도 무효 판결 서울고법 행정2부(부장판사 김병운)는 14일 정연주 전 KBS 사장이 이명박 대통령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 무효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해임처분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정 전 사장의 원래 임기 종료일은 2009년 11월 22일로 이미 지난 상황이어서 이번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복직이 불가능하며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만 가능하다. 재판부는 “해임 처분 내용을 정 전 사장에게 사전에 통지하거나 소명 기회 등을 주지 않아 적법한 사전 통지 절차를 어겼다”고 판단했다.}
황장엽 암살시도 北공작원 징역 10년 선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홍승면)는 14일 고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를 살해하라는 지령을 받고 위장 탈북해 입국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구속 기소된 북한 인민무력부 정찰총국 공작원 이동삼 씨(47)에게 징역 10년에 자격정지 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대한민국의 안보와 자유민주주의 질서에 커다란 위협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무겁다”며 “다만 북한의 대남공작원으로 활동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지령에 의해 범행을 저질렀으며 입국 과정에서 조기에 검거된 점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6부(부장판사 임범석)는 이강철 전 대통령시민사회수석비서관 등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 피해자 3명과 가족 등 31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약 71억 원을 지급하도록 12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가 지급하라고 판결한 배상액은 25억 원가량이지만 1974년부터 연간 5% 비율로 지급되는 지연이자가 46억 원에 달했다.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판사 최상열)는 이날 1981년 재일공작 지도원으로부터 지령을 받아 간첩활동을 벌인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기소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이헌치 씨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1981년 10월 국가·군사기밀을 탐지·누설한 혐의로 보안사령부에 불법 연행된 이 씨는 15년간 복역하다 감형됐으며 2007년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는 이 사건을 조작된 사건으로 규명했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과거 군사정권 시절 수사기관의 고문 등이 자행됐던 시국사건 피해자에게 지급할 손해배상금의 이자를 사건 발생 시점이 아니라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 항소심 변론이 끝난 시점부터 계산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그간 많게는 수백억 원에 이르렀던 과거사 사건의 배상금 지급 규모가 크게 줄어들게 됐다.○ 과거사 사건 배상금 크게 줄어 대법원 3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13일 일명 ‘아람회 사건’ 피해자와 유족 등 37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가 원고들에게 배상금과 이자를 합쳐 206억 원을 지급하도록 한 항소심을 깨고 총 지급액을 90억 원으로 대폭 낮췄다. 중학교 동창들인 아람회 회원 7명은 1980년 6월 5·18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알리는 내용의 유인물을 배포했다는 이유로 기소돼 징역 1년 6개월∼10년을 선고받고 복역했지만 2009년 재심에서 무죄 또는 면소 판결을 받았다. 이들은 고문과 투옥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 등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고 서울고법은 지난해 3월 배상금 86억 원과 이자 등 총 206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통상 지연손해금(이자)은 불법행위가 일어난 시점부터 발생한다고 봐야 하지만 불법행위가 일어난 이후 오랜 시간이 흘러 통화가치 등이 크게 변한 때에는 예외적으로 사실심(항소심) 변론이 종결된 날로부터 발생한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피해자 및 유족들이 입은 손해배상금을 현재의 통화가치를 기준으로 정해놓고서 이 금액에 대해 불법행위가 일어난 수십 년 전부터 계산한 이자를 보태 지급하는 것은 ‘배(배상금 원금)보다 배꼽(이자)이 더 큰’ 과잉배상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아람회 사건 피해자 및 유족들은 항소심 변론이 끝난 지난해 2월부터 계산한 11개월 치 이자 4억 원을 포함해 90억 원만 지급받게 됐다. 이날 대법원은 1961년 혁명재판소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처형당한 조용수 민족일보 사장 유족이 낸 소송 배상액은 99억 원에서 29억 원으로, 간첩 누명을 쓰고 복역한 납북어부 서창덕 씨 사건 배상액은 14억 원에서 6억 원으로 각각 낮췄다.○ 대법 “배상금 다시 계산할 필요 있어” 이날 판결로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다른 과거사 사건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가 피해자 및 유족들에게 지급해야 할 돈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에 따르면 이날 선고가 난 4건을 포함한 과거사 관련 손해배상 소송은 모두 54건으로 피해자 및 유족들의 청구금액은 3500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법원은 아직 1, 2심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들에 대해 이자 지급액이 줄어드는 것을 감안해 배상금의 원금을 높일 가능성도 있다. 대법원은 ‘아람회 사건’ 등의 판결문에서 “원심은 불법행위가 일어난 시점 이후의 이자가 가산될 것을 전제로 배상금을 산정한 만큼 이자 지급 대상 기간이 줄어들어 피해자 및 유족이 받을 돈이 크게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배상금 원금 자체를 증액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노무현 정부 시절엔 검찰이 상소(上訴)를 포기해 피해 발생 시점을 기준으로 거액의 배상액이 이미 확정된 사건들이 있어 형평성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수지 김’ 사건의 경우 2003년 9월 강금실 당시 법무부 장관은 유족에게 범죄 발생 시점을 기준으로 이자를 계산해 총 42억 원을 배상하도록 한 1심 판결에 대해 검찰에 항소 포기를 지시한 바 있다.전성철 기자 dawn@donga.com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검찰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9억 원 수수 의혹 사건 공판에서 한 전 총리가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3차례에 걸쳐 돈을 받았다는 시점이 모두 두 사람 사이에 사업 관련 청탁이 이루어진 때와 일치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공여자인 한 씨의 진술이 두 차례나 바뀌었다. 또 한 씨와 다른 증인들의 진술이 검찰의 주장과 일부 일치하지 않는 부분도 나타나고 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한 씨가 한 전 총리에게 처음 돈을 건넸다는 시점은 2007년 3월 30일이다. 검찰은 하루 전인 3월 29일 한 씨가 한 전 총리의 측근인 김문숙 씨를 통해 프라임그룹 백종헌 회장을 만났으며, 이 자리에서 프라임그룹이 추진하던 한류우드 사업에 참여하도록 해달라는 청탁을 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한 전 총리는 2006년 12월 20일 총리공관 만찬에 한 씨와 백 회장을 초청해 두 사람을 소개해준 적이 있다. 한 씨는 백 회장과 만난 직후 어음을 할인하는 등 급하게 돈을 마련해 3억 원을 한 전 총리에게 전달했다고 검찰은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20일 2차 공판에서 한 씨는 “김 씨에게 백 회장의 연락처를 물어 만난 적은 있으나 사업 관련 얘기는 없었다”고 진술했다. 백 회장을 만나기 전 회사 직원을 시켜 한류우드 테마파크 사업에 대해 조사했는데 참여하지 않는 게 낫다고 판단해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2007년 4월 30일 한 씨가 한 전 총리에게 두 번째로 현금과 달러 등 3억여 원을 건넨 것은 한 씨가 한 전 총리에게 100억 원 규모의 경기 파주시 H교회 신축공사 수주를 도와달라고 부탁한 일과 연관이 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한 전 총리는 H교회 류모 목사를 만나 식사를 했고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는 한 씨가 대기하고 있었다고 한다. 한 전 총리가 교회 신축공사 수주를 돕기 위해 류 목사를 한 씨에게 소개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그러나 한 씨와 류 목사의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다. 한 씨는 2차 공판에서 “‘한 전 총리가 류 목사와 식사를 하니 어떤 얘기가 나오면 알려주겠다’는 김 씨의 말을 ‘식사자리에 부를 테니 대기하고 있으라’고 오해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한 씨가 2007년 8월 28일 한 전 총리에게 세 번째로 3억여 원을 건넸다는 부분은 유홍준 당시 문화재청장과 H교회 장로 김모 씨와의 만남을 주선해준 것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H교회 신축 예정 용지에서 구석기시대 문화재가 발굴돼 공사에 차질이 예상되자 한 전 총리가 유 청장에게 부탁해 문화재 지표조사를 면제받을 수 있도록 도와줬고, 이는 한 전 총리와 한 씨가 매우 가까운 사이였음을 보여주는 정황증거라는 것이다. H교회 장로 김 씨는 4차 공판에서 이 부분을 자세히 진술했는데, 한 전 총리의 변호인들은 “김 씨의 증언은 공소사실과 아무 관계없는 내용”이라고 반박했다.전성철 기자 dawn@donga.com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9억 원 수수의혹 사건 1심 4차 공판에서 한 전 총리가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을 소개해 줘 한신건영이 수주를 추진하던 경기 파주시 H교회 신축 예정 용지의 문화재 지표조사 민원 해결을 유 전 청장과 상의했다는 이 교회 관계자의 증언이 나왔다. 한신건영은 한 전 총리에게 9억 원을 건넸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한만호 씨(복역 중)가 대표로 있었던 회사다.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우진) 심리로 열린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H교회 장로 김모 씨는 “2007년 7월 말, 8월 초 한 전 총리의 소개로 당시 유 청장을 만나 교회 신축 예정 용지의 문화재 지표조사 조기 해결을 부탁했고 그 이후 지표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檢조사 “한 前총리에 9억 전달” 2차공판 “金-朴씨에 성과급 5억 줘”4차공판 “5억 종착역 따로있다”김 씨는 “충남 대천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었는데 한 전 총리가 전화를 걸어와 유 청장의 수행비서 전화번호를 알려주면서 연락해보라고 했다”며 “다음 날 서울 중구 필동의 한식당에서 유 청장을 만나 지표조사 조기 해결을 요청했더니 유 청장이 면제신청을 빨리 접수시키라고 조언해줬다”고 말했다. 유 전 청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 전 총리를 통해서나 H교회에서 나와 접촉했던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이날 공판에서 한 씨는 김 씨와 한신건영 전 부사장 박모 씨에게 건넸다는 5억여 원의 성격에 대해 다시 말을 바꿨다. 한 씨는 “이 돈을 H교회 신축공사 수주 로비자금으로 쓰라며 두 사람에게 건넸다. 두 사람은 중간전달자였고 종착역은 따로 있다”고 진술했다. 당초 검찰 조사에서 한 전 총리에게 9억 원을 건넸다던 한 씨는 2차 공판에서는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주지 않았고, 9억 원 가운데 현금 2억 원과 27만∼32만 달러 등 5억 원가량을 박 씨와 김 씨에게 교회 신축공사 수주를 위한 사전 성과급으로 건넸다”고 진술한 바 있다.이날 법정에서는 증인으로 함께 출석한 한 씨와 박 씨, 김 씨가 대질신문 과정에서 고성을 지르며 말다툼을 벌였다. 한 씨가 박 씨와 김 씨에게 달러를 섞어 5억 원을 줬다고 말하자 박 씨는 “2007년 4월 18일 한 씨가 금고에서 꺼내 쇼핑백에 넣어준 현금 1억 원 이외에는 어떤 돈도 받지 않았다”며 “이 돈은 공사 수주를 담당하는 사업개발본부 직원의 급여와 활동비로 썼다”고 반박했다. 김 씨도 “한신건영 소유 건물에 소극장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영상·조명 설비비와 운영비로 2억2000만 원을 받았을 뿐 달러는 만져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두 사람이 받은 3억2000만 원은 계좌 입금과 현금으로 건네졌다”며 “달러와 현금으로 치밀하게 세탁된 9억 원과는 별개의 돈”이라고 주장했다.대질신문 과정에서 한 씨가 “내가 약 20만 달러를 로비자금으로 쓰라고 주지 않았냐”고 하자 박 씨는 “돈을 딴 데 갖다 주고 왜 나를 끌어들이나. 당신 천벌 받아!”라고 응수했다. 그러자 한 씨는 “검찰에서 (박 씨의) ‘간덩이’가 붓게 만들었구먼”이라고 소리를 질렀다. 증인석에 앞뒤로 앉은 두 사람이 충돌 직전까지 가자 법정 경위들이 황급히 두 사람을 갈라놓았다. 김 씨 역시 한 씨를 향해 “달러 구경도 못해본 사람에게 뒤집어씌우다니요. 딴 나라 갔다 오신 것 아니에요?”라고 반박했다.한편 한 씨의 비서실장으로 일한 또 다른 김모 씨는 이날 “한 씨와 함께 한 전 총리의 집을 한 번 방문한 것을 비롯해 한 씨를 한 전 총리 집 앞까지 모시고 가 차를 세워둔 게 다섯 차례 정도 된다”고 증언했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검사 안병익)는 7일 민주노동당에 가입하고 당비나 후원당비 등 정치자금을 불법으로 낸 혐의(국가공무원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된 정진후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홍승면) 심리로 열린 1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정 전 위원장과 함께 기소된 교사 80여 명에게 징역 1년∼벌금 100만 원을 각각 구형했다. 정 전 위원장 등은 정당 가입이 금지된 공무원 신분으로 민노당에 가입하고 2005년부터 최근까지 당비나 후원당비 명목으로 불법 정치자금을 낸 혐의로 지난해 5월 기소됐다. 검찰은 전날 손영태 전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에게 징역 1년을 구형하는 등 46명에게 벌금형이나 징역형을 구형했다.}
2007년 3월 서울 강남구에 있는 박모 씨의 의류 매장에 들른 임모 씨(54·여)는 자신을 “남편이 삼성가(家) 아들로 현재 타워팰리스 펜트하우스에 살고 있다”고 소개했다. 박 씨와 친분을 쌓은 임 씨는 “전 남편은 코오롱그룹 회장과 친분이 돈독하고 건설업을 하고 있다”며 “1억 원을 투자하면 6개월 후에 2억 원을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했다. 임 씨의 말을 믿은 박 씨는 흔쾌히 1억 원을 건넸다. “이전에 투자한 돈으로 일이 잘 진행되고 있어 조금만 더 투자를 하면 큰 이익을 볼 수 있다”고 말하는 임 씨에게 같은 해 7월과 9월 각각 2억6500만 원과 5000만 원을 추가로 투자했다. 박 씨를 감쪽같이 속이는 데 성공한 임 씨는 이렇게 받은 돈을 자신의 생활비로 쓰거나 빚을 갚는 데 썼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부(부장판사 성지호)는 “재벌가 며느리를 사칭하면서 피해자를 속여 건설업 투자금 명목으로 4억 원 이상의 거액을 편취한 것은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임 씨에게 1심과 같이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집행유예를 받은 같은 종류의 전과가 있다는 점, 피해회복이 거의 이뤄지지 않은 점, 피해자가 아직도 상당한 재산적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1심이 선고한 징역 2년은 부당하지 않다”고 덧붙였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5일 오전 2시 반까지 10여 시간에 걸쳐 진행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9억 원 수수 의혹 3차 공판에서 검찰과 한 전 총리 측은 난타전을 벌였다. 검찰 측은 한 전 총리 측 계좌에서 수상한 자금 흐름이 발견됐다는 점을 부각시켰고, 변호인 측은 “한 전 총리에게 돈을 건넸다”는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검찰 진술의 모순점을 파고들었다.○ 검찰 “자금 흐름 수상” 검찰은 그동안 한 전 총리의 계좌에서 드나든 자금 흐름을 추적한 결과를 내놓고 한 전 총리 측의 소명을 요구했다. 검찰이 제기한 의문점은 2009년 2월을 전후해 한 전 총리의 여동생의 계좌에서 발행된 수표 3장(8500만 원)에 관한 것이었다. 한 전 총리의 여동생은 1년 10개월 전인 2007년 4월 초 한 씨가 한 전 총리 측에 건넨 3억여 원 가운데 1억 원짜리 수표 1장을 아파트 전세금으로 썼다. 그런데 당시 여동생의 계좌에는 1억 원이 넘는 돈이 들어 있어서 굳이 이 수표를 빌려 쓸 필요가 없었다는 주장이다. 더욱이 여동생의 계좌에서 발행된 수표들은 2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은행에 지급 제시되지 않았다는 것. 검찰은 여동생을 통해 1억 원짜리 수표를 다른 돈으로 바꾸려 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5만 달러 수수 의혹’ 사건의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2009년 6월에 발행한 100만 원권 수표 10장이 한 전 총리에게 전달됐다는 것도 공개했다. 이 가운데 3장은 한 전 총리의 남동생에게 전해졌고, 1장은 한 전 총리와 가까운 야당 중진 정치인 A 씨의 계좌로 입금됐다. 이 수표 1장은 한 전 총리와 여동생 부부의 계좌에서 발행된 100만 원권 수표 4장과 함께 2009년 9월 A 씨에게 건네졌다. ‘5만 달러 수수 의혹’이 1심에서 무죄가 났지만, 곽 전 사장에게 또 다른 돈을 받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한 전 총리 측은 “검찰이 가족의 계좌까지 뒤진 것은 흠집내기식 수사이고, 공소사실과 무관한 것을 법정에서 공개까지 한 것은 심각한 명예훼손”이라고 반박했다. ○ 변호인 “한 씨 검찰 진술 모순” 한 전 총리 변호인 측은 한 씨의 검찰 진술을 무너뜨리는 데 집중했다. 한 씨가 법정에서 진술을 뒤집긴 했지만, “검찰에서 돈을 줬다고 진술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기 때문에 검찰 진술은 여전히 증거능력을 갖기 때문. 변호인 측은 한 씨가 검찰 조사에서 ‘한 전 총리가 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한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진술한 데 대해 “2007년 3월에는 ‘민주당’이라는 당이 아예 없었으며 당시 한 전 총리는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대통합민주신당이 탄생하기도 전”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 씨가 ‘한 전 총리의 휴대전화 번호를 2007년 3월에 알고 통화를 한 뒤 돈을 건넸다”고 검찰에서 진술했지만 한 전 총리의 전화번호를 휴대전화에 입력한 날짜는 2007년 8월 21일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한 씨가 돈을 전달하기 전에 한 전 총리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진술은 다 거짓이라는 것이다.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9억여 원 수수 의혹과 관련해 지난해 12월 20일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가 법정에서 진술을 뒤집은 데 대해 검찰이 4일 열린 3차 공판에서 한 씨의 교도소 접견 대화 내용이 담긴 녹취 CD 내용을 공개하는 등 반격에 나섰다. 그러나 한 전 총리 측이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고 수집된 CD는 증거 능력이 없다”고 거세게 반발해 1시간가량 휴정하는 등 5일 새벽까지 날선 공방이 이어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우진)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이 사건 수사에 착수하기 9개월 전쯤인 2009년 5, 6월 의정부교도소에 복역 중이던 한 씨가 어머니와 나눈 대화 내용이 녹취된 CD와 지인들에게 보낸 편지 사본 등을 증거로 채택해줄 것을 신청했다. 검찰은 “CD에는 2009년 5월 한 씨가 집이 경매에 넘어가는 등 경제적으로 어려워지자 한 전 총리에게 3억 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며 “‘한 전 총리의 측근 김문숙 씨에게 3억 원을 빌려줬다가 2억 원을 돌려받았을 뿐 그 외에 돈을 준 적이 없다’는 한 씨의 법정 진술은 위증”이라고 주장했다. 한 씨는 이미 2008년 2월에 2억 원을 돌려받았기 때문에 한 씨의 법정 진술대로라면 2009년 당시 반환을 요구할 수 있는 돈은 1억 원뿐인데 3억 원을 요구한 것은 한 씨가 최소 5억 원 이상을 건넸음을 뒷받침한다는 것. 검찰이 공개한 대화 내용에 따르면 2009년 5월 18일 한 씨 어머니는 한 씨를 접견하면서 “(한)명숙이가 미국 가 있대. 우리가 (이사)나갈 집도 없고 하니까 서로 돕는 방법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그랬더니 10여 일 후 명숙이 들어오면 상의해서 연락드리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또 2009년 6월 30일 한 씨는 어머니에게 “3억 얘기 했었거든, 3억이 적은 돈이 아니잖아요. 어떤 대답이 오긴 올 거예요”라고 했다. 이후 돈을 받지 못하자 한 씨 어머니가 욕설을 써가며 한 전 총리를 비난한 내용도 들어있었다. 이 사건 수사가 시작된 직후인 지난해 4월 17일엔 한 씨가 어머니에게 “다른 증거들이 다 나와 있어서 다른 방법이 없다. 못 빠져나간다”고 말했다. 이에 증인석에 있던 한 씨는 “구치소에 있는 동안 편지와 대화 내용이 다 스크린(검열)되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의식적으로 검찰이 불편해하지 않을 멘트를 써서 한 얘기”라며 “증거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한 전 총리의 변호인은 “증거로 채택되지도 않은 녹취 CD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재판부는 1시간가량 휴정을 한 뒤 검찰 측에 CD 내용을 법정에서 더 공개하지 않도록 하고, 증거 채택 여부는 나중에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또 검찰은 한 씨가 구치소에서 “검찰에서 사실대로 얘기했는데 바지사장이 회사 되찾는 것을 도와주지 않아 법정에서 뒤엎겠다. 법원이 위증죄를 무겁게 처벌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는 동료 수감자 김모 씨 등 6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에 대해서도 한 씨는 “김 씨가 나에게 그렇게 하라고 코치했다. 밀고자의 말을 믿을 필요 없다”고 반박했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2008년 1월 한 전 총리의 계좌에서 발행된 100만 원짜리 수표 30장 가운데 1장이 지인에게 전달됐고 22장이 아직 (은행에) 회수되지 않고 있다”며 법정 스크린에 상세한 계좌추적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자 한 전 총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돈을 받은 적이 없는 내가 이 재판에 연루되면서 나와 관계없는 사람들까지 계속 계좌추적을 당해 위축되고 공포심을 갖고 있다”고 항변했다. 한편 검찰 관계자는 “한 씨가 누군가로부터 경제적 대가를 받고 말을 바꿨다는 단서가 있어 위증교사 의혹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4차공판은 11일 오후 2시.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현대건설 매각을 둘러싼 현대그룹과 현대건설 주주협의회(채권단) 사이의 법정 분쟁에서 법원이 채권단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을 되찾겠다는 현대그룹의 꿈은 사실상 무산됐고 예비협상대상자인 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건설의 주인이 될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최성준)는 4일 현대그룹이 채권단을 상대로 낸 양해각서(MOU) 해지금지 가처분신청에서 “MOU를 해지한 것을 무효로 하거나 현대차그룹에 현대건설 주식을 매각하는 절차를 금지할 긴급한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현대그룹의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현대그룹이 MOU를 체결하면서 프랑스 나티시스은행의 예금잔고증명서(1조2000억 원)에 대해 제기된 의혹과 관련해 성실하게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약정했다”며 “그럼에도 작성 명의인의 권한이 객관적으로 의심되는 세 장의 대출확인서만 제출했을 뿐 채권단의 요청에 따른 충분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날 법원의 결정으로 2개월 가까이 끌어온 현대건설 매각 논란이 일단락됨에 따라 채권단은 후속 협상을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우선 현대차그룹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부여하는 안건을 5일 주주협의회에 상정해 7일까지 각 채권금융회사의 의견을 모으기로 했다. 이 안건은 의결권 기준으로 채권단의 75% 이상 동의를 얻으면 통과된다. 채권단 동의를 얻으면 현대차그룹은 14일까지 MOU를 맺고 약 한 달간의 실사를 거쳐 본계약 체결과 함께 이르면 3월 말경 인수대금을 납부하고 현대건설을 인수하게 된다. 현대차그룹은 “법과 입찰 규정에 따른 당연한 결론으로 현대건설과 국가경제를 고려한 사법부의 준엄한 심판”이라며 “현대차그룹 컨소시엄은 채권단과 후속 절차를 진행해 조속한 시일 안에 현대건설을 글로벌 초일류기업으로 도약시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현대그룹 측은 “채권단의 주장과 논리가 법원에 의해 여과 없이 받아들여졌다는 점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항고를 통해 진실을 밝히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며 추가적인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소모적인 논란과 법적 분쟁을 중단한다면 이행보증금(2755억 원) 반환 문제와 함께 현대상선 경영권을 보장해주는 채권단의 중재안에 대해서도 현대그룹 측과 합법적인 범위 안에서 적극 협의할 뜻이 있다”고 말했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최근 대법원에서 위헌판결을 받은 대통령 긴급조치 1호(1974년 선포)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았다가 재심에서 면소(免訴) 판결을 받은 사람에게 국가가 형사보상을 해야 한다는 법원의 첫 결정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수석부장판사 박홍우)는 긴급조치 1호 위반으로 구금됐다가 재심에서 면소 판결을 받은 황모 씨(59) 등 6명에게 모두 3억1000여만 원을 지급하도록 형사보상 결정을 내렸다고 3일 밝혔다. 또 내란음모 및 긴급조치 1호 위반으로 기소돼 지난해 무죄 및 면소판결을 받은 김모 씨(63) 등 2명에게는 1억500여만 원을 지급하도록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지난해 12월 16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긴급조치 1호는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해 위헌’이라고 판단해 긴급조치 1호 위반 재심사건에서 면소가 아닌 무죄판결을 선고한 데 따른 것이다. 그동안 형사보상금은 무죄 판결이 났을 때 억울하게 구금된 기간에 대해 주어졌고, 재심 과정에서 적용 법률이 이미 폐지되는 바람에 유무죄 판단을 받지 못하고 면소 판결을 받은 경우에는 형사보상을 받지 못했다. 이에 따라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여부를 심사 중인 긴급조치 2·9호에 대해서도 위헌 판단이 내려질 때에는 긴급조치 위반자 가운데 형사보상 대상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유신헌법에 기초해 발동된 긴급조치 위반으로 처벌받은 사람은 모두 589명이다. 재판부는 “황 씨 등은 유죄 판결이 확정된 뒤 2009, 2010년 재심에서 면소 판결을 받았는데 긴급조치 1호가 최근 대법원에서 위헌판결을 받아 무효가 됐으므로 이를 적용해 기소한 사건은 면소 판결을 내리지 않았더라면 무죄를 받을 만한 사유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형사보상법은 면소를 받은 자가 면소가 아니었다면 무죄를 받을 명백한 이유가 있을 때 구금과 형의 집행에 대해 보상하도록 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재심에서 면소 판결을 받은 2009, 2010년 기준 최저임금의 5배에 해당하는 하루 16만 원과 16만4400원을 구금일수에 곱해 1인당 약 5160만∼5340만 원을 지급받는다. 이는 형사보상법 시행령이 정하고 있는 법정 상한액을 적용한 것이다. 황 씨는 경북대에 재학 중이던 1974년 유신헌법에 반대하거나 긴급조치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결의하고 선전문을 배포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323일간 구금됐으며, 2009년 12월 재심에서 면소 판결을 받았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헌법재판소가 인터넷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을 통한 허위사실 유포행위를 처벌토록 한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에 위헌 결정을 내림에 따라 검찰이 연평도 포격도발 및 천안함 폭침 사건 관련 유언비어 유포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들에 대해 일괄적으로 공소취소서를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 김영대)는 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사건 당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예비군동원령을 유포하는 등의 혐의로 기소된 28명과 천안함 폭침 사건 당시 유언비어를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3명 등 현재 1심 공판이 진행 중인 31명에 대한 공소취소서를 서울중앙지법의 각 재판부에 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해 3월 천안함 폭침 사건 당시 국방부를 사칭해 징집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청와대를 사칭해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됐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 혐의(전기통신기본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돼 4일 선고공판이 예정돼 있는 김모 씨와 채모 씨에게 헌재의 위헌 결정 이후 첫 공소기각 판결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또 연평도 포격도발 사건 당시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긴급 동원령 등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돼 4일 첫 공판이 예정돼 있는 강모 씨도 검찰의 공소취소에 따라 공소기각 판결이 예상된다.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1980년대의 대표적 공안 사건이었던 이른바 ‘학림(學林)사건’으로 유죄를 선고받았던 이태복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민병두 전 국회의원, 신철영 전 국민고충처리위원장, 엄주웅 방송통신심의위 상임위원 등 24명이 28년 만에 법원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안영진)는 30일 전국민주학생연맹(전민학련), 전국민주노동자연맹(전민노련)을 조직해 민중봉기를 일으켜 사회혼란을 조성하려 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 등)로 기소됐던 이 전 장관 등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에 대해선 면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본질은 신군부 세력이 자신들의 권력기반의 안정을 위해 국가보안법을 악용해 정당한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을 고문, 협박 등 불법적인 수단을 사용해 반국가단체로 조작하고 좌익용공세력으로 둔갑시킨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원심과 항소심은 특별한 증거조사도 하지 않은 채 수사기관에서의 허위 자백을 기초로 무기징역 등의 중형을 선고했다”며 “권위주의 시대에 국가가 범한 과오와 피고인들의 작은 신음에 귀 기울여야 할 책무를 다하지 못한 과거 재판부의 과오에 용서를 구한다”고 덧붙였다. 전민학련과 전민노련은 1979년 신군부 세력이 12·12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하자 민주화 운동을 모색하던 과정에서 결성된 운동권 단체였다. 당시 치안본부 대공분실은 이 전 장관 등 모임을 주도한 이들을 영장 없이 불법 감금한 상태에서 수사하고 전기고문이나 발바닥 고문 등으로 공산주의자라는 자백을 강요했다. 이들은 “사회주의 혁명을 위해 학생단체를 조직하거나 폭력 혁명으로 정권을 붕괴시키려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1982년 법원은 이 전 장관에게 무기징역, 민 전 의원에게 징역 2년 등 유죄를 선고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지난해 7월 국가가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사과하고 재심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학림(學林)사건 ::‘학림사건’이라는 명칭은 전민학련 첫 모임을 서울 대학로 학림다방에서 가진 데 착안해 ‘숲(林)’처럼 무성한 학생운동 조직을 일망타진했다는 뜻으로 당시 경찰이 붙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야 법조계의 수장인 대한변호사협회장(임기 2년) 선거가 내년 2월 28일 치러진다. 출마 후보는 신영무 변호사(66·사법시험 9회)와 하창우 변호사(56·사법시험 25회). 31일 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열전(熱戰)에 돌입하는 이번 선거는 여느 때보다 변호사들의 관심이 뜨겁다. ‘변호사 1만 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경쟁이 격화되고 법률시장 개방으로 외국 대형 로펌의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두 후보의 컬러도 크게 대비된다. ○ 60대 로펌 대표 출신 vs 50대 개인 변호사 신 변호사는 판사 출신이자 미국 뉴욕 주 변호사로 법무법인 세종 대표를 지냈다. 반면 하 변호사는 판검사 경력 없이 20여 년간 개인 변호사로만 활동해왔다. 60대인 신 변호사가 로펌 대표 출신으로서 경륜을 강조하는 데 비해 50대인 하 변호사는 서울지방변호사회와 대한변협에서 활동한 실무 경험과 젊은 패기를 부각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로펌 대표 출신의 이례적인 출마 선언을 변호사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 변호사는 “미국이나 일본에선 로펌 대표들이 변호사단체 회장을 맡는 사례가 많다”며 “작은 법률사무소로 시작한 세종을 대형 로펌으로 키워낸 경영 능력을 변협 운영에서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하 변호사는 “대형 로펌의 독식에 개인 변호사들의 반감이 심하다”며 “법률시장 개방으로 업계의 지각변동을 앞둔 상황에서 중소 로펌이나 개인 변호사들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실질적인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 ‘변호사 일자리 확대’에는 한목소리 변호사가 급증하면서 전반적인 수익이 낮아지고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빚어지는 상황에서 변호사들의 일자리를 확대해야 한다는 점에 두 변호사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신 변호사는 “청년 변호사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특별 기구를 대통령직속 기구로 설치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하 변호사는 “정부 등 공공기관이나 기업에 법률 자문역을 해줄 변호사가 많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국회에 법무보좌관제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법무담당관제를 신설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후보가 ‘변호사 일자리 확대’를 경쟁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은 젊은 변호사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서다. 현재 경력 10년차 미만 변호사는 전체 회원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어 선거전을 좌우하는 최대 표밭이다. 차기 변협 회장은 내년 2월 28일 변협 정기총회에서 대의원 투표로 선출되지만 그에 앞서 1월 27, 28일 치러지는 서울지방변호사회의 ‘변협회장 후보’ 선출 투표에서 사실상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변호사회는 변협 대의원 가운데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최근 들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간의 미묘한 물밑 신경전이 잦아지고 있다. 겉으로까지 파열음이 일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두 기관의 권한 문제와 관련된 사안에서 사사건건 충돌이 벌어지고 있는 것. ‘최고사법기관’을 자임하고 있는 두 기관 내에서는 권한 문제에 있어서는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다는 자존심 대결의 분위기까지 느껴진다.○ 헌재 “인터넷 허위글 처벌규정 위헌” vs 법원 “전기통신기본법,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아” 헌재는 28일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인터넷, 휴대전화 등을 통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사람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에 대해 “‘공익’의 개념이 추상적이고 불명확하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낸 ‘미네르바’ 박대성 씨는 이에 앞서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냈다가 기각당한 바 있다. 당시 법원은 “‘공익을 해할 목적’은 사회전체의 이익을 해칠 목적이라는 의미로 명확성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법원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시위 관련사범 등 이 조항으로 기소된 이들 가운데 일부에 대해 유죄확정 판결을 내린 상태였다. 그런 점에서 보면 헌재의 위헌 결정은 사실상 이 같은 법원의 기존 판단을 일거에 뒤엎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법원 내부에서는 헌재의 위헌 결정에 대해 “유명세를 탄 ‘미네르바’ 박대성 씨가 헌법소원을 내지 않았다면 결론이 달라지지 않았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헌재가 또다시 여론에 민감한 정치적 사법기관임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 “긴급조치 1호는 위헌” vs 헌재 “긴급조치는 법률에 해당돼 헌재가 심사했어야” 법원행정처의 한 간부는 박일환 법원행정처장이 9일 법조 출입기자들과 가진 송년모임에서 “다음 주에 재미있는 판결이 나올 테니 기다려 보라”고 귀띔했다. 그로부터 1주일 후인 16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유신정권 시절 내려진 긴급조치 1호를 위헌으로 판단해 긴급조치 위반으로 유죄판결을 받고 재심을 청구한 오모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헌재는 이에 공식 반응을 내지는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대법원이 헌법과 법률의 중간적 성격을 띠는 대통령 긴급조치의 위헌 여부를 직접 판단한 데 대해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헌재 고위관계자는 “똑같은 사건이 2월 헌재에 접수돼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대법원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했어야 매끄럽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긴급조치가 국회에서 통과된 법률이 아니라는 형식논리를 내세워 직접 위헌 판단을 한 데는 뭔가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헌재가 갖고 있는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권을 대법원이 침해했다는 얘기다. 헌재는 최근 서울고법이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가 국민권익위원회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국가기관은 행정소송의 당사자가 될 수 없다’던 그동안의 판례를 깬 데 대해서도 불편해하는 기색이다.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등 간의 권한쟁의 심판은 헌재의 권한인데 이를 법원이 침범하려 했다는 이유에서다. 헌재의 한 연구관은 “대법원의 긴급조치 위헌 판결에 이어 또다시 이렇게 무리한 판결이 나온 것은 이미 최고사법기관의 위상을 빼앗겼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법원의 ‘튀는’ 판결에 헌재 소장 “현대판 원님재판” 비판 대법원과 헌재의 신경전은 이뿐이 아니다. 올 상반기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의 국회폭력 무죄판결 등 ‘튀는 판결’ 논란이 일었을 때 이강국 헌재소장이 직접 나서 “법관이 특별한 이념적·정치적 성향에 따라 재판한다면 현대판 원님 재판이 나설 것이다”라며 견제구를 던졌다. 보수적인 헌재의 성향을 감안할 때 이례적인 일이었다. 두 사법기관의 이런 신경전은 내년 상반기에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는 개헌 논의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올 들어 법원 내부에서는 “헌법과 법률 해석의 통일성을 기하기 위해 대법원이 헌재를 흡수하는 방식의 통합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얘기가 많이 흘러나왔다. 반면 헌재는 “헌법재판기관이 일반재판기관과 달리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며, 1987년 민주화운동의 결실인 헌재야말로 최고사법기관으로서의 위상을 확실히 굳혔다”고 맞서고 있다.전성철 기자 dawn@donga.com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고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수양딸이자 법적상속인인 김숙향 씨(68)가 황 전 비서의 재산 9억 원을 돌려 달라는 소송을 냈다. 28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김 씨는 “사실상 아버지 소유인 토지와 건물 구입비를 반환하라”며 황 전 비서가 망명한 직후 그를 돌봤던 엄모 씨(49·여)를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냈다. 김 씨는 소장에서 “엄 씨는 2001년 황 전 비서로부터 9억 원을 건네받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일대 토지와 건물을 구입했다”며 “이 부동산의 명의자는 엄 씨로 돼 있지만 실제 소유자는 아버지인 황 전 비서가 맞다”고 주장했다. 황 전 비서는 올해 10월 9일 서울 강남구 논현1동 안전가옥 내 침실 욕조에서 반신욕 도중 심장질환으로 숨졌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노동조합이나 이익단체 등 각종 단체가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한 정치자금법 12조 2항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이번 결정으로 검찰의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입법 로비 의혹 수사에 반발해 기업이나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정치자금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합헌 판정을 받은 법 조항을 정치권이 뜯어고치려 하는 것은 ‘위헌적 입법’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헌재는 28일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 등이 정치자금법의 이 조항이 헌법상 정치활동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5(합헌) 대 3(헌법불합치) 대 1(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단체의 정치적 의사표현이나 정치자금 기부를 통한 정치활동은 정당 및 정치인이나 유권자의 선거권 행사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그 방법을 제한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며 “이 조항의 정치자금 기부 금지는 정당한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이라고 밝혔다. 이어 “금권정치와 정경유착의 차단 등 기부금지 조항에 의해 달성되는 공익은 대의민주제를 채택하고 있는 민주국가에서 매우 크고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관 9명 가운데 4명이 헌법불합치와 위헌 의견을 내 이 조항을 보완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조대현 목영준 송두환 재판관은 “정치자금 기부의 한도를 정하거나 공개적 재원으로 기부하는 것을 허용하는 등 기본권 제한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있는데도 전면 금지하는 것은 단체의 정치적 활동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며 헌법불합치 의견을 냈다. 김희옥 재판관은 “‘단체’와 ‘단체와 관련된 자금’은 의미가 불명확하다”며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돼 위헌”이라는 의견을 냈다. 한편 여야는 헌재 결정에도 불구하고 정치자금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나라당 배은희 대변인은 “위헌이 되지 않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고, 민주당 이춘석 대변인은 “국회가 정치자금법 개정에 나서는 것은 헌재 결정과 무관한 입법권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최우열 기자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