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채은

전채은 기자

동아일보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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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전채은 기자입니다.

chan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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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7~2024-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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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87년 민주화항쟁때 ‘이한열 열사 영결식 한풀이 춤’ 이애주씨 별세

    1987년 고 이한열 열사 영결식에서 ‘한풀이’ 춤을 춰 유명해진 이애주 경기아트센터 이사장이 10일 별세했다. 향년 74세. 경기아트센터는 지난해 10월 암 진단을 받은 후 투병해 온 이 이사장이 이날 오후 5시 20분경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국가무형문화재 승무 보유자인 이 이사장은 전통무용 거장인 고 한성준과 그의 수제자 고 한영숙의 뒤를 이어 정통 승무의 맥을 지킨 인물로 평가된다. 지금껏 무형문화재 승무 보유자는 고인을 포함해 총 5명이 지정됐다. 고인은 딸을 예술인으로 키우고자 한 어머니 손에 이끌려 다섯 살 때부터 무용가 고 김보남을 사사했다. 1969년 한영숙의 첫 제자가 돼 본격적으로 승무와 태평무, 살풀이를 배웠다. 서울대 체육교육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후 1970∼1980년대 대학가에서 문화운동가들과 함께 춤을 췄다. 고인은 1987년 6월 민주화 대행진 출정식에 이어 같은 해 7월 민주화 시위 중 사망한 이 열사의 영결식에서 넋을 달래는 춤을 춰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았다. 이 때문에 한때 ‘민주화 춤’ 혹은 ‘시국 춤’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민주화 이후 고인은 무용계 후학 양성과 전통 춤 복원에 힘썼다. 그는 고분 벽화에 남아있는 우리 춤의 원형을 찾기 위해 중국 동북지역에 흩어진 고구려 무덤을 여러 차례 답사했다. 전통 춤인 영가무도(詠歌舞蹈·주역을 재해석해 노래와 춤으로 표현한 전통예술)를 복원하기도 했다. 주역 대가로 알려진 대산 김석진 선생으로부터 동양사상을 배워 대학로에서 춤과 철학을 연계한 강의를 진행했다. 1996년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로 임용돼 2013년 정년퇴직했다. 심정민 무용평론가는 “우리 춤의 정신을 잇는 한국의 대표 춤꾼”이라고 평가했다. 최해리 무용역사기록학회장은 “거리에서 맨발로 추는 춤을 인정하지 않던 1970∼1980년대 예술계의 보수적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전통 춤을 재창조하기 위해 노력한 분”이라고 말했다. 한국전통춤회 예술감독, 한영숙춤보존회장 등을 역임한 고인은 2019년 9월 경기아트센터 이사장에 취임했다. 전통 춤의 명맥을 잇겠다는 일념으로 최근까지도 제자들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빈소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 발인은 13일 오전이고 조문은 11일부터 가능하다. 02-2072-2010전채은 chan2@donga.com·김기윤 기자}

    • 2021-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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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에 빠진 랭보?… 편지속에 그대로 담겨있죠”

    “우리는 사랑의 계절에 있고, 저는 곧 열일곱 살이 됩니다. 흔히 말하듯이 희망과 몽상의 나이지요. 그리하여 여기 저는, 뮤즈의 손가락이 닿은 아이로서, 진부하다면 죄송합니다, 제 신실한 믿음, 저의 희망, 저의 감각, 시인들의 것인 이 모든 것들을 말하고자 합니다. 저는 그걸 봄의 것들이라고 부릅니다.”(1870년 5월 24일, 테오도르 드 방빌에게 보낸 편지) 프랑스의 젊은 천재 아르튀르 랭보(1854∼1891)는 16세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는 문단에 오르기 위해 당대의 거장 시인 방빌에게 자신의 습작 몇 편을 보냈다. 여기에 시에 대한 사랑을 듬뿍 담은 편지를 동봉했다. 이 편지에는 열정에 들뜬 랭보의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문학가들의 사상과 세계관을 들여다볼 수 있는 문장은 작품에만 있는 게 아니다. 작가들이 남긴 각종 메모와 편지에서 오히려 더욱 진솔한 그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읻다가 지난해 10월부터 펴내고 있는 문학인들의 서한집(書翰集) 시리즈 ‘상응’은 그래서 눈길을 끈다. 나쓰메 소세키(1867∼1916)를 시작으로 다자이 오사무(1909∼1948), 랭보까지 현재 문학가 3명의 서한집이 출간됐다. 남수빈 읻다 편집자는 “번역자가 문인들의 편지를 모두 읽고 문학적으로 의미가 있는 편지들을 선별했다”고 말했다. 랭보는 시인 폴 베를렌(1844∼1896)과 사랑하는 사이였다. 그와 나눈 편지에서는 랭보가 썼으리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사랑에 빠진 평범한 사람의 모습이 나타난다. 랭보는 연인과 다툰 후 “돌아와, 돌아와, 소중한 친구, 유일한 친구, 돌아와. 네게 맹세해, 착해질게”(1873년 7월 4일)라며 애걸하기도 하고, “내가 가서 너와 함께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넌 범죄를 저지르는 거야, 그리고 그에 대해 너는 세세연년 회한을 느낄 거야”(1873년 7월 5일)라며 겁박을 하기도 한다. 나쓰메 서한집을 보면 곳곳에서 돋보이는 그의 재치에 웃음이 터질 수밖에 없다. 1900년 영국으로 유학을 떠난 그는 당시 친구였던 시인 마사오카 시키(1867∼1902)에게 영국인들의 큰 키에 대해 이렇게 토로한다. “이런 나라에서는 사람 신장에 세금이라도 매겨야 조금 더 검소한 작은 동물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 맞은편에서 유독 키 작은 녀석이 온다. 잘됐군, 생각하며 스쳐 지나는데 나보다 5센티는 크다. 이번엔 얼굴색 묘한 웬 난쟁이가 다가오는가 싶었는데, 웬걸, 이 몸의 그림자가 거울에 비친 것이었다.”(1901년 4월 20일) 말년에 젊은 문인들에게 문학에 대한 조언을 건네는 편지에서는 진지함이 느껴진다. 그는 젊은 소설가이자 극작가였던 구메 마사오(1891∼1952)에게 “서두르면 안 됩니다. 머리를 너무 괴롭혀서도 안 됩니다. 끈기가 있어야 합니다. 세상은 끈기 앞에서는 머리를 숙이지만 불꽃 앞에서는 짤막한 기억밖에 허락하지 않습니다”(1916년 8월 24일)라고 썼다. 그가 어떤 마음으로 문학을 했는지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자이의 편지에는 한 인간이 10여 년에 걸쳐 죽어가는 과정이 몹시 정직하게 그려져 있어 쉬지 않고 읽기가 어렵기도 하다. 수차례 자살을 시도하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 그는 문우(文友)를 비롯한 지인들에게 300통에 이르는 편지를 남겼다. “살아 있는 동안은 비참해지고 싶지 않다”(1935년 10월 31일)던 다자이는 “자살한 뒤에 ‘귀띔이라도 해주지’ 하는 아쉬움을 남기고 싶지 않다”(1936년 9월 19일)고 하더니 목숨을 끊기 두 해 전에는 “살아간다는 것은 원래 시시한 일”(1946년 8월 10일)이라고 썼다. 김현우 읻다 대표는 “작가와 사상가들이 남긴 편지는 작품의 밑그림을 좇는 단서가 되며 그들이 마주했던 시대와 정서를 드러낸다”고 밝혔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 2021-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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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살기 위해 목숨 건다… 맨몸으로 고래와 싸우는 사람들

    헤어질 때 ‘잘 가요’ 대신 ‘돌아와요’라고 인사하는 부족이 있다. 떠나는 이에게 꼭 돌아오라고 인사하는 건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이 수두룩해서다. 이 책은 빨리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도 돌아오지 않은 이들에 대한 이야기다. 인도네시아 렘바타섬에 거주하는 ‘라말레라’ 부족은 1500명가량으로, 현존하는 수렵채집 집단 중 가장 작은 규모에 속한다. 이들은 고래사냥에 의존해 생계를 잇는 탓에 생태계 보호주의자들의 비판 대상이 되곤 한다. 땅이 메말라 농작물을 재배할 수 없는 외딴 섬에 사는 이들은 목숨을 걸고 앞바다로 나가 떼 지어 다니는 향유고래를 사냥한다. 저자는 2011년 이곳을 처음 방문한 뒤 2014∼17년 여섯 번에 걸쳐 라말레라 부족을 밀착 취재했다. 그는 이들과 함께 사냥에 수십 차례 참여했고, 민가에서 숙식을 같이 했다. 그래선지 책에 수차례 등장하는 고래사냥 장면은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숨 막히게 생생하다. 저자는 고래잡이의 결정적 순간에 힘껏 뛰어올라 작살을 아래로 내리꽂아야 하는지, 체중을 실어 옆에서 밀어 넣어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이들을 면밀히 관찰했다. 책은 이들의 미시생활사를 세세히 기록하며 건조하게 흘러간다. 하지만 산업사회가 잊어버린 자연을 향한 경외나 특정한 가치에 대한 극진한 믿음 같은 것들을 목도할 때 독자들은 숭고한 감정에 사로잡히리라. 작살 하나를 손에 들고 바다에 훌쩍 뛰어드는 주민의 맨발이 찍힌 사진이 그러했다. 한 인간이 자기 몸무게의 1000배에 이르는 고래를 향해 몸을 던지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지만, 사진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건 그의 연약한 맨살이다. 그가 고래잡이에 무엇을 걸었는지 알 것도 같다. 책을 읽는 내내 몇 년 전 배가 부풀 대로 부풀어 오른 채 육지로 떠밀려온 고래 사체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 고래는 부패로 발생한 가스를 이기지 못하고 며칠 뒤 굉음을 내며 터져버렸다. 이때 배 속에 담긴 온갖 쓰레기들이 새빨간 피와 함께 사방으로 튀었다. 인간 대 자연의 대립구도는 이런 장면에 적용될 수 있는 게 아닐지. 책장이 넘어갈수록 라말레라 부족은 자연의 편에 훨씬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근 다른 부족들이 도시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고 있지만 이들은 고래잡이 전통을 고수하고 있다. 기술을 앞세워 전통을 버리게 하려는 외부의 요구는 인간의 폭력성과 닮아 있다. 저자는 “전통문화는 특정 환경에서 최선의 생존방법을 결정하기 위해 수세기 동안 자연실험을 해온 결과물이며, 그 과정에서 서양의 과학이 짐작조차 못 하는 지식이 축적됐다”고 말한다. 외딴 렘바타섬에서 자연을 정작 훼손하고 있는 이들이 누군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 2021-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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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진우 선생 탄생 131주년 추모식

    고하 송진우(古下 宋鎭禹·1890∼1945) 선생 탄생 131주년 추모식이 7일 서울 동작구 현충로 국립서울현충원 독립유공자묘역에서 열렸다. 재단법인 고하 송진우 선생 기념사업회(이사장 김창식)가 주최하고 광복회와 국가보훈처, 동아일보가 후원한 추모식은 고하 선생의 손자인 송상현 전 국제형사재판소장(서울대 명예교수), 김황식 전 국무총리, 양홍준 서울남부보훈지청장, 현병철 전 국가인권위원장 등 각계 인사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고하 선생은 1916년 중앙학교 교장을 지냈고 국내외 민족지도자들과 함께 3·1운동을 주도했다. 동아일보 3대, 6대, 8대 사장을 지냈다. 1963년 건국공로훈장이 추서됐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 2021-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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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은 ‘마음의 백신’… 작품에 대해 쓰며 큰 위로받아”

    “예술가가 장르를 가로지르는 순간이 마치 번역과 같다고 생각했어요. 이 책은 에세이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사실 여러 예술가들의 작품을 시의 언어로 옮긴 번역서랍니다.” 최근 예술 에세이 ‘예술의 주름들’(마음산책)을 펴낸 나희덕 시인(55)이 말했다. 등단 32년을 맞은 나 시인이 예술을 주제로 산문집을 엮은 건 처음이다. ‘시인이 웬 예술 평론에 나섰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의 시를 읽어 온 독자들에겐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는 ‘쇠라의 점묘화’, ‘섶섬이 보이는 방’, ‘음계와 계단’ 등 자신의 시에서 장르를 막론하고 예술을 향한 사랑을 끊임없이 드러내 왔다. 우연한 기회로 쓰기 시작한 예술 에세이지만 쓰면서 오히려 큰 위로를 받았다는 나 시인을 4일 서울 마포구 마음산책에서 만났다. “팬데믹 상황에서 백신이 중요하다고 하잖아요. 이 책을 쓰면서 ‘마음의 백신’ 역할은 예술이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 시인이 처음 예술 작품에 대한 글을 쓰게 된 건 2004년 조각가 김인경의 전시에서였다. 김 작가는 당시 자신의 전시를 시인의 눈으로 읽어줬으면 하는 생각에 나 시인에게 짧은 평론을 부탁했다고 한다. 갑작스레 받은 부탁이라 공부를 해 볼 새도 없이 느낀 점을 그대로 글로 풀었다. 본 것을 토대로 쉽게 접근해야 오히려 작품을 더욱 깊고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이를 계기로 나 시인은 종종 기록하고 싶은 예술 작품은 짧은 평론이나 산문으로 남겨뒀다. 이번 에세이에는 그렇게 모은 17년간의 기록이 담겼다. 아녜스 바르다, 짐 자무시와 같은 영화감독부터 마크 로스코, 데이비드 호크니 등 화가, 사카모토 류이치나 글렌 굴드 등 음악가까지 여러 장르를 시인의 시선으로 새롭게 읽었다. 그래서 책은 친절하면서도 참신하다. 나 시인은 ‘수영장’ 시리즈로 유명한 호크니에 대해선 판화 연작에 드러난 문학적 요소에, 조각가 케테 콜비츠에 대해선 그에 대해 쓴 다른 여성들의 시에 주목했다. 그는 “예술 언어가 시적인 것으로 몸을 바꾸는 경험이 흥미로웠다”고 했다. 2012년 영국 런던에서 한 해를 보낸 나 시인은 그곳에서 만난 서양 미술사 강사에게 미술을 배웠다. 중학생 때 미술 교사가 미대 진학을 권유할 정도로 미술에 소질을 보였던 그에게는 꿈같은 시간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강사의 집을 찾아 무릎이 아파오는 것도 모를 정도로 그림 그리기에 몰두했던 경험은 현재의 글쓰기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한다. 예술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들이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쉬운 길을 물으니 나 시인은 이렇게 답했다. “작은 것 하나라도 직접 그리고, 연주하고, 만들어보는 게 가장 소중하고 바람직한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창작자의 자리에 한 번이라도 앉아본 사람은 예술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달라지기 마련이거든요.”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 2021-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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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유한한 시간이 사랑에 내리는 축복

    영원히 늙지 않는 건 축복일까. 적어도 사랑을 하기에는 불멸만큼 나쁜 게 없을 것 같다. 고작해야 수십 년을 살다가 사라져버리는 인간과 사랑을 나누려면 영생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다. 이 소설은 저주 받은 두 존재에 대한 이야기다. 2009년 ‘위저드 베이커리’로 등단한 후 탄탄한 독자층을 다져온 구병모의 여섯 번째 장편소설이 출간됐다. 마법의 빵이 만들어지는 베이커리를 배경으로 인간의 욕망을 들춰낸 ‘위저드 베이커리’를 통해 그의 청소년 소설은 성장소설이라는 공식을 파괴하며, 정밀한 서사와 판타지 요소를 두루 갖췄다는 평을 받았다. 구병모는 이후 피그말리온 아이들(2012년), 버드 스트라이크(2019년)를 통해 자신만의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발전시키면서도 문체를 시니컬하게 다듬어왔다. 이번 신작에서는 한층 더 깊고 짙어진 구병모의 스타일을 감상할 수 있다. 몽환적 분위기에 차가운 문장들을 수놓으면 외로움이 그려진다는 걸 그의 소설이 아니라면 알기 어려웠을 테다. 소설은 동화 ‘구두장이 요정’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발가벗은 요정들이 가난하지만 정직하고 성실한 구두장이를 도운 끝에 구두장이는 부를, 요정들은 옷을 얻게 되는 이야기다. 행복한 결말을 상징하는 요정의 옷에서 작가는 영생을 누리는 존재가 인간의 외피를 입는 상상을 했다. 행복이 저주로 바뀌는 전복의 지점에서 구병모식 소설이 시작된다. 한 사람은 기꺼이 사랑에 빠지며 예견된 불행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지만 다른 한 사람은 누구와도 오래 사랑하지 않는다. 이야기는 사랑을 포기한 ‘안’이 자신과 똑같은 불멸의 존재인 ‘미아’로부터 그의 연인 ‘유진’을 소개받으며 시작된다. 안과 미아는 과거 함께 신발을 만들며 지낸 사이다. 안은 결코 사랑을 모르지 않는다. 오래전 미아를 사랑했지만 혼자의 삶을 원했던 미아를 떠나보낸 적이 있다. 억겁의 시간이 지나 다시 만난 미아가 유진과 함께 미래를 꿈꾸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안은 혼란에 빠진다. 유진의 등장을 계기로 안은 사랑에 빠지려고 하면 부러 관계를 끊곤 했던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게 된다. 소설은 단순하지 않다. 흔한 사랑찬가처럼 ‘사랑은 어떤 시련도 극복하고 쟁취해야 할 가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중반부에 등장하는 안이 40년 전 사랑했던 여자의 아들은 이야기를 보다 다층적으로 확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시인이자 안의 구두공방 수강생인 그는 조산된 아기의 신발을 끝끝내 완성해낸다. 조산기가 있다는 것을, 아기가 떠날 것이란 사실을 알면서도 신발을 만드는 모습은 마치 유진을 사랑하는 미아의 모습과 닮았다. 하지만 “더는 쓸데없어진 것이라는 이유로 아름답게 완성시키면 안 되나?”라는 시인의 질문과 그가 완성해 낸 멀끔한 신발은 미처 가닿지 못한 사랑 역시 충분히 아름답다는 걸 시사하는 것 같다. ‘위저드 베이커리’와 비슷한 분위기를 기대하는 독자라면 실망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적게나마 스며 있던 경쾌함을 이번 소설에선 찾아볼 수 없다. 전작 ‘아가미’(2010년)와 같이 흡입력이 강한 소설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절반 이상의 문장이 현재형으로, 소설 전체가 마치 안의 독백처럼 읽힌다. 하지만 소설 속 인물, 특히 안의 내면을 가만가만 쫓아가는 재미가 꽤 크다. ‘위저드 베이커리’를 읽느라 밤잠을 설쳤던 어린이들도 이제는 삶의 유한함과 사랑을 이해할 수 있는 어른이 됐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 2021-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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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 “이건희 컬렉션 특별관 마련하라”… 지역 기증작 전시도 내달 시작

    문재인 대통령이 ‘이건희 컬렉션’ 기증과 관련해 “국민들이 좋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별도의 전시실을 마련하거나 특별관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함에 따라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기증품을 위한 전용 미술관 건립이 추진될 예정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만1600여 점을, 국립현대미술관은 1400여 점을 삼성으로부터 각각 기증받았지만 이들을 전시할 별도 공간이 없다. 현재 보유한 작품들만으로도 포화 상태여서 기존 시설에 기증품만을 위한 상설관을 만들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앞서 28일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현재 전시 공간이 매우 부족해 ‘이건희 컬렉션’을 위한 수장고 등이 필요한 상황이다”고 밝힌 바 있다. 미술계에서는 이건희 컬렉션은 미술사적 흐름에 맞춰 수집돼 왔기 때문에 한자리에서 모아 볼 수 있어야 의미 있는 관람이 이뤄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왔다. 문체부도 이런 점을 감안해 관련 기관들과 다각도로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단 아직 구체적인 시기나 용지가 거론되는 단계는 아니다. 문체부 관계자는 “미술계와 박물관계의 의견을 들어보고 구체안을 만들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건희 컬렉션’ 기증작들은 다음 달부터 전국 곳곳에서 명작의 향연을 펼친다. 많은 명작들이 수도권 국립기관뿐 아니라 지방 미술관에도 대거 기증됨에 따라 지역 간 문화 격차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누구나 온라인으로 소장품을 볼 수 있는 디지털 아카이브도 활발하게 추진돼 장애인 등 소외계층의 문화 향유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건희 컬렉션을 기증받는 4개 지방 미술관은 관련 특별전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강원 양구군의 박수근미술관은 다음 달 6일부터 10월 17일까지 여는 ‘박수근 작고 56주기 추모 전시’에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1세대 서양화가 박수근(1914∼1965)의 대표작 18점을 선보인다. 올 6월과 8월에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을 각각 여는 국립중앙박물관 및 국립현대미술관보다 관련 작품을 먼저 관람할 수 있는 것. 기증작에는 ‘아기 업은 소녀’ ‘농악’ ‘한일’ ‘마을풍경’ 등 박수근의 대표작이 포함됐다. 이번 기증으로 박수근미술관은 박수근의 유화 17점과 드로잉 112점을 소장하게 됐다. 전남 광양의 전남도립미술관은 전남 출신 거장들의 작품 21점을 기증받았다. 김환기(1913∼1974)의 ‘무제’, 천경자(1924∼2015)의 ‘꽃과 나비’ ‘만선’, 오지호의 ‘풍경’ 등이 포함됐다. 이 미술관은 9월 1일부터 약 두 달간 기증작 전시회를 개최하는 한편 이건희 컬렉션을 모은 별도 전시실을 마련할 계획이다. 제주 서귀포시 이중섭미술관에는 이중섭(1916∼1956)의 대표작 12점이 기증됐다. 미술관은 9월부터 이 작품들의 전시를 시작한다. 이중섭이 1951년 서귀포에 머물 당시 남긴 ‘섶섬이 보이는 풍경’을 비롯해 ‘해변의 가족’ ‘비둘기와 아이들’ ‘아이들과 끈’ 등 유화 6점과 수채화 1점이 포함됐다. 이중섭은 1951년 1∼12월 6·25전쟁을 피해 서귀포로 피란을 떠났다. 그가 일본에서 활동할 때 연인 이남덕 여사에게 보낸 1940년대 엽서화 3점과 1950년대 제작한 은지화 2점도 들어있다. 이번 기증으로 이중섭미술관은 그림 59점과 유품 등 총 96점의 이중섭 관련 전시품을 소장하게 됐다. 이인성(1912∼1950)의 ‘노란 옷을 입은 여인상’, 이쾌대(1913∼1965)의 ‘항구’ 등 총 21점을 기증받은 대구미술관은 12월 기증작들을 선보이기로 했다. 해당 기증품 작가 8명 중 4명(이인성 변종하 서동진 서진달)이 대구 출신이다. 최은주 대구미술관장은 “이번 기증으로 지역 대표 작가들의 대표 작품을 완성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전채은 chan2@donga.com·손효림 기자}

    • 2021-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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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달부터 전국에서 펼쳐지는 ‘이건희 컬렉션’

    ‘이건희 컬렉션’ 기증작들이 다음달부터 전국 곳곳에서 명작의 향연을 펼친다. 많은 명작들이 수도권 국립기관뿐 아니라 지방 미술관에도 대거 기증됨에 따라 지역간 문화격차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누구나 온라인으로 소장품을 볼 수 있는 디지털 아카이브도 활발하게 추진돼 장애인 등 소외계층의 문화 향유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건희 컬렉션을 기증받는 6개 지방 미술관들은 관련 특별전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인성(1912~1950)의 ‘노란 옷을 입은 여인상’, 이쾌대(1913~1965)의 ‘항구’ 등 총 21점을 기증받은 대구미술관은 다음 달 ‘대구근대미술전-때와 땅’ 전시회에 이 작품들을 선보이기로 했다. 올 6월과 8월에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을 각각 여는 국립중앙박물관 및 국립현대미술관보다 관련 작품을 먼저 관람할 수 있는 것. 해당 기증품 작가 8명 중 4명(이인성 변종하 서동진 서진달)이 대구 출신이다. 대구근대미술전은 이 미술관이 개관 10주년을 맞아 올 2월 9일부터 진행하고 있는 전시다. 대구미술관은 삼성으로부터 기증품을 인수받는 대로 전시 작품에 포함시킬 예정이다. 최은주 대구미술관장은 “이번 기증으로 지역 대표 작가들의 대표작품을 완성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1세대 서양화가 박수근(1914~1965)의 대표작 18점도 그의 고향인 강원 양구군으로 가게 됐다. 유화 4점, 드로잉 14점이다. 이 작품들을 기증받는 박수근미술관은 다음 달 6일부터 10월 17일까지 여는 ‘박수근 작고 56주기 추모 전시’에 ‘아기 업은 소녀’ ‘농악’ ‘한일’ ‘마을풍경’ 등 박수근의 대표작을 선보인다. 이번 기증으로 박수근미술관은 박수근의 유화 17점과 드로잉 112점을 소장하게 됐다. 전남 광양의 전남도립미술관은 전남 출신 거장들의 작품 21점을 기증받았다. 김환기(1913~1974)의 ‘무제’, 천경자(1924~2015)의 ‘꽃과 나비’ ‘만선’, 오지호의 ‘풍경’ 등이 포함됐다. 이 미술관은 올 9월 1일부터 기증작 전시회를 개최하는 한편 이건희 컬렉션을 모은 별도 전시실을 마련할 계획이다. 제주 서귀포시 이중섭미술관에는 이중섭(1916~1956)의 대표작 12점이 기증됐다. 이중섭이 1951년 서귀포에 머물 당시 남긴 ‘섶섬이 보이는 풍경’을 비롯해 ‘해변의 가족’ ‘비둘기와 아이들’ ‘아이들과 끈’ 등 유화 6점과 수채화 1점이 포함됐다. 이중섭은 1951년 1~12월 6·25 전쟁을 피해 서귀포로 피난을 떠났다. 그가 일본에서 활동할 때 연인 이남덕 여사에게 보낸 1940년대 엽서화 3점과 1950년대 제작한 은지화 2점도 들어있다. 이번 기증으로 이중섭미술관은 그림 59점과 유품 등 총 96점의 이중섭 관련 전시품을 소장하게 됐다. 2만1600여 점의 문화재를 기증받는 국립중앙박물관과 1600여 점의 근현대 미술품을 받는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들의 이미지를 디지털화해 인터넷에 공개할 방침이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이 소장품 48만2000점을 온라인으로 공개한 것처럼 이건희 컬렉션의 이미지를 온라인을 통해 무료로 공개하겠다는 것. 이에 따라 박물관에 직접 찾아가지 않더라도 언제 어디서나 수준 높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정부는 이건희 컬렉션을 한 곳에 모아 관리하고 전시하는 별도 전시관 건립을 검토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이건희 전시관을 만드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다만 구체적인 부지나 일정이 거론되는 단계는 아니다. 미술계 등으로부터 여러 의견을 들어볼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28일 황희 문체부 장관은 “(이건희 컬렉션을 위한) 수장고 건립은 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전시와 관리 방식을 즉답하긴 어렵지만 이건희 컬렉션이 국내외에 마케팅 돼 많은 이들이 한국을 찾고 이를 향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 2021-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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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음 책은 언제” 독자들이 기다리는 시리즈 둘

    “술을 못 마시는 사람들이 술자리에서 흔히 듣는 질문을 나 역시 줄곧 들어왔다. ‘왜 안 마셔?’ 하는 질문. (…) 그렇게 묻는 사람은 아마도 애주가는 아닐 것이다. 애주가라면 자기가 마시는 술과 기분이 중요하니 굳이 마시지 않는 사람에게 관심을 둘 이유가 없다.” 에세이 ‘술과 농담’(시간의 흐름)의 저자로 참여한 소설가 편혜영은 술과 관련한 자신의 단상을 이렇게 썼다. 이어서 ‘잘 마시지도 못하는 사람이 억지로 술을 축내는 걸 서운히 여겨야 진짜 애주가’라는 농담 같은 주장을 진지하게 펼친다. 이어지는 두 번째 저자인 소설가 조해진은 이런 ‘농담론’을 펼친다. “내게는 농담이 거짓말의 동의어가 아니라 진담의 다른 버전일 뿐이다.” 최근 독자와 출판계 관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는 시리즈가 있다. ‘말들의 흐름’ 시리즈다. 출간된 책 전부가 3쇄 이상을 찍을 정도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술과 농담’은 7번째 책이다. 두 소설가 외에 시인과 소설가 4명이 각자 술과 농담에 대한 생각을 여러 편의 산문으로 풀어놨다. 저자 한 명이 쓴 이전 시리즈와 달리 유명 작가들이 여럿 참여하며 더 큰 관심을 받았다. 1일 출간된 이 책은 인터넷서점 알라딘 에세이 분야 판매 17위를 차지하고 있다. 독자들에게 아직 낯선 1인 출판사에서 출간되고 있는 이 시리즈가 회차가 거듭되며 입소문을 타게 된 이유는 ‘제목으로 하는 끝말잇기’라는 독특한 콘셉트 때문이다. 앞 저자가 두 개의 낱말을 제시하면 그 다음 저자는 뒤의 낱말에다 새 낱말을 이어 붙이는 식이다. 지난해 3월 ‘커피와 담배’(정은)로 시작한 시리즈는 ‘담배와 영화’(금정연), ‘영화와 시’(정지돈) 등으로 이어져 7번째 책까지 왔다. 이번 책 뒤의 낱말에 이어지는 다음 책 제목은 ‘농담과 그림자’(김민영)다. 한 출판계 관계자는 “콘셉트나 디자인과 같은 겉포장에만 치중하지 않았다는 게 시리즈가 이어지며 증명됐다. 소설가 정지돈의 책은 단행본으로 출간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깊이 있는 예술 에세이”라고 말했다. 최선혜 시간의흐름 대표는 “짐 자무시 감독의 영화 ‘커피와 담배’에서 영감을 얻어 기획한 시리즈다. 미등단 작가도 많이 소개하고 싶었는데, 실제로 미등단 에세이스트인 한정원 작가의 ‘시와 산책’이 2만 부 넘게 팔리며 가장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현암사에서 펴내고 있는 인문서 시리즈 ‘예술가들의 파리’도 호응을 얻고 있다. 이 시리즈는 지난해 출판문화 연구단체 ‘책을만드는사람들’이 ‘올해의 책’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 단체는 매년 9개 부문에서 ‘올해의 책’을 꼽고 있다. 현암사는 수상 이후 지난달 4번째 책을 출간했다. 시리즈는 예술사상 가장 역동적이었던 시기로 꼽히는 19세기 말∼20세기 초 프랑스 파리를 무대로 하고 있다. 1870년대 파리 코뮌 당시 빅토르 위고가 어떤 정치적 행보를 걸었는지, 1929년 세계 경제 대공황이 지나고 친구 관계였던 헤밍웨이와 피츠제럴드의 관계가 어떻게 엇갈리는지 등 역사 속 인물로서의 소설가, 시인, 화가들의 면면을 상세히 서술했다. 책의 저자 메리 매콜리프는 미국 메릴랜드대에서 역사학 박사 학위를 딴 역사학자다. 김호주 현암사 성인팀 편집자는 “인문서라 재쇄만 찍어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일부 책은 4쇄까지 찍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 좋은 책을 출판계와 독자 모두가 알아봐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 2021-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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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YT “건조한 시상식에 신의 선물” CNN “쇼를 독식했다”

    “지독히도 건조한 시상식에 윤여정은 신의 선물(godsend)이었다.” 한국 배우 최초로 25일(현지 시간) 아카데미 트로피를 안은 윤여정의 수상 소감에 대해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6일 이런 평가를 내놓았다. NYT는 “윤여정은 시상식에 영화 ‘미나리’에서 보였던 것과 같은 익살스러운 에너지(comic energy)를 가지고 왔다”고 보도했다. 윤여정의 매력적인 언변은 해외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해외 주요 언론과 온라인에선 윤여정의 수상 소감이 ‘시상식 최고의 연설’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트위터에 따르면 윤여정이 상을 받은 당일 하루 동안 #윤여정, #YuhJungYoun 등 그를 언급한 트윗이 66만 건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CNN은 윤여정의 수상 소감 주요 대목을 편집한 영상을 홈페이지에 게재하면서 윤여정이 “쇼의 인기를 독식했다(steals the show)”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고의 연설을 한 수상자는 윤여정”이라며 “그가 한 말 중 가장 재치 있는 부분은 그의 이름을 잘못 발음해 온 수많은 사람들에게 짓궂게 구는(teasing) 대목”이었다고 전했다. 영국 가디언은 “윤여정은 밤새 승리했다”며 “시상식의 진짜 챔피언(What a champion)”이라고 전했다. 더타임스 역시 “윤여정은 올해 영화제 시상식 시즌에 우리가 뽑은 공식 연설 챔피언”이라고 꼽았다. 해외 소셜미디어에서도 윤여정의 발언들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윤여정은 수상 소감으로 오스카상을 한 번 더 수상해야 한다”고 썼다. 또 다른 누리꾼은 “감히 누가 브래드 피트를 놀려대는 윤여정을 막을 수 있을까?”라는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다. 윤여정이 기자회견 중 한 소신 발언들에 대해서도 각국 누리꾼들은 “환상적인 철학이다”, “흥미로운 생각을 가진 배우”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시상식 이후 인터뷰에서 윤여정에게 “브래드 피트에게 무슨 냄새가 났느냐”고 물어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미국 엑스트라TV 리포터의 영상은 해당 언론사 유튜브 계정에서 27일 삭제됐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 2021-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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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년간 100권 펴낸 ‘SF소설의 남자’

    “장르문학이 아니라면 좀처럼 접근하기 어려운 방식의 전복이 공상과학(SF) 소설에선 가능하다.” 최재천 아작 편집장(50)은 26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SF는 상상도 못 한 세계를 창조해 일상을 뒤집는다는 점에서 일종의 경외감을 느낄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2015년 10월 SF 전문 출판사를 표방하며 설립된 아작은 100번째 책 ‘중력의 노래를 들어라’를 12일 출간했다. 설립 초만 해도 1년에 10권 정도 내면 많이 내는 걸로 봤지만 국내 SF 팬층이 두꺼워진 덕에 매년 평균 약 16권을 선보이고 있다. 최 편집장은 “출판사를 차리기 전 편집 디자인 회사에서 10여 년간 일했다. 3000권 넘게 책을 디자인하다 보니 직접 책을 펴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가 처음부터 SF 전문 출판사를 세우려고 마음먹은 건 아니었다. 역사가 오랜 출판사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신생 출판사가 새로 개척할 수 있는 분야를 찾다 보니 SF를 선택하게 됐다. 어린 시절 좋아하던 프랑스 만화가 장 지로(1938∼2012)의 SF 만화 ‘아르작’에서 출판사 이름을 따왔다. 그는 “일반 독자들처럼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재밌게 읽는 수준이었지 SF를 특히 좋아하진 않았다. 초기에는 교정이나 교열부터 SF 분야까지 공부할 게 많았다”고 했다. 프랑스 작가 베르베르는 ‘개미’ ‘신’ 등 베스트셀러 장르소설로 큰 인기를 끌었다. “10만 부짜리 한 권을 만들려고 애쓰기보다 3000부 정도 나가는 책 30권을 만들자”는 그의 성실함에 독자들도 반응했다. 그는 “첫 2∼3년은 책을 팔아서 번 돈을 책을 만드는 데 모두 투입했다”며 “지금은 100권이 모두 무난하게 2000∼3000부씩 판매되고 있다”고 말했다. 초기에는 코리 닥터로, 코니 윌리스 등 해외 작가의 번역서를 주로 펴냈다. 하지만 국내 SF 저변이 넓어지면서 국내 작품 비율이 최근 약 30%까지 높아졌다. 최 편집장은 앞으로도 꾸준히 국내 SF 팬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SF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가까운 미래 혹은 현재의 이야기로 읽히는 시대가 온 것 같아요. 과거에는 SF에서나 볼 수 있던 초유의 팬데믹 상황을 직접 경험한 이후에는 더 그렇겠지요.”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 2021-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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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독상 시상자로 모습 드러낸 봉준호

    영화 ‘기생충’으로 지난해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이 26일 시상식에선 라이브 화상연결을 통해 시상자로 나섰다. 그는 지난해 아카데미 등 각종 시상식과 언론 인터뷰에서 통역을 맡은 최성재(샤론 최) 씨와 함께 서울시내 극장에서 이날 시상했다. 봉 감독은 “감독이라는 직업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으면 나는 정색되고 오그라든다. 오늘은 이 질문을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다섯 명의 감독들에게 던졌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상 후보에 오른 ‘미나리’의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 등의 답변이 녹화 영상으로 소개됐다. 이 영상은 봉 감독의 한국어 내레이션과 영어 자막, 해당 감독의 인물 사진, 영화 스틸 컷으로 구성됐다. 정 감독은 “영화는 삶에 대한 응답이어야 한다. 그 반대는 성립하지 않는다”며 “진정 사람들에게 가까워지는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스토리텔러는 늘 우리의 실제 삶에 뿌리를 내리고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미나리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스티븐 연은 이날 시각효과상 시상자로 나섰다. 그는 시각효과의 패러다임을 바꾼 영화로 ‘터미네이터’ 시리즈를 언급하며 “1991년 영화를 함께 본 어머니가 침착한 체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유도했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 2021-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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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적표현물 논란 ‘김일성 회고록’… 교보문고, 판매중단… 검색도 차단

    최근 이적표현물 논란을 빚고 있는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에 대해 교보문고가 판매를 중단했다. 25일 출판계에 따르면 교보문고는 이 책의 신규 판매를 중단한 동시에 온라인 서점에서도 검색이 되지 않도록 조치했다. 교보문고 측은 “대법원이 이적표현물로 판단한 책을 산 독자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고객 보호 차원에서 신규 주문을 받지 않기로 했다”며 “간행물윤리위원회의 판단이 내려지면 이에 따라 주문 재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출판사 민족사랑방이 1일 출간한 이 책은 총 8권짜리 세트로, 북한 조선노동당 출판사의 원전을 그대로 펴내 국가보안법 위반 논란이 벌어졌다. 이후 일부 시민단체와 개인들이 법원에 판매 및 배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통일부도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 2021-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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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가의 ‘매일’-책의 ‘영원’ 만나면 에세이 돼요”

    영국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1882∼1941)가 남긴 일기에는 책을 쓰며 품었던 크고 작은 고민이 진솔하게 담겨 있다. 소설 문체부터 ‘이 책을 꼭 써야 할까’ 하는 작가의 망설임까지. 남겨진 일기를 통해 울프의 매일을 좇던 민음사 국내문학팀 김화진 편집자(29)는 가슴이 벅찼다. 20세기 초에 쓰인 글이 마치 영원과 같은 시간이 흐른 뒤 자신에게 도달한 것 같아서다. 평소 각종 문예지에 흩어져 있는 작가들의 에세이를 한데 모으고 싶었던 동료 정기현 편집자(29)도 그의 마음에 공감했다. 민음사가 새로 선보인 시인, 소설가들의 에세이 시리즈 ‘매일과 영원’은 이렇게 탄생했다. “작가의 ‘매일’과 책이 존재하는 ‘영원’이 만난다는 의미를 담았어요. 서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두 낱말을 붙인다는 점도 재미있었죠.” 22일 서울 강남구 민음사에서 만난 김 편집자는 이렇게 말했다. 민음사는 9일 문보영 시인의 ‘일기시대’, 강지혜 시인의 ‘오늘의 섬을 시작합니다’를 이 시리즈로 출간했다. 일기시대에는 일상의 틈에서 샘솟는 문 시인의 예리한 단상이, 오늘의 섬을 시작합니다에는 매일을 모험처럼 헤쳐 나가는 강 시인의 모습이 밀도 있게 담겼다. 일상을 주제로 한 에세이라면 별다른 화두 없이 쉽게 쓰일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정 편집자는 “작가의 삶과 글을 완전히 분리하는 건 불가능해서 작품은 언제나 삶의 연장선이기 마련이다. 일기나 에세이 형식은 그들의 문학론을 가장 자연스럽게 담을 수 있는 그릇”이라고 했다. 이 시리즈가 ‘문학론 에세이’를 표방하는 이유다. 매일과 영원은 두 편집자가 진행하는 민음사의 유튜브 콘텐츠 ‘말줄임표’에 제작 과정이 공개돼 독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우여곡절 없이 나오는 책은 없기 마련. 출간에 작은 차질이라도 생길 때면 두 사람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단다. 정 편집자는 “한번 떠들썩하게 해보고 나니 그동안 선배들이 왜 출간 전까지 최대한 조용히 작업했는지 알 것 같았다”며 웃었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단행본보다 시리즈 기획에 대한 부담이 크다. 독자 반응이 좋지 않아도 번호를 매기기 시작했으니 다음 책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포화 상태인 에세이 시장에서 독자들이 문학론 에세이를 얼마나 찾아줄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두 젊은 편집자에게 용기를 준 건 “망해도 멋지게 망하면 된다”는 선배들의 다독임이었다. “지금도 문득 불안해질 때마다 이렇게 외치며 힘을 내곤 합니다. 망멋망!”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 2021-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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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늙어가는 지구촌… 인플레 탈출구를 찾아라

    세계 경제를 이끄는 미국, 일본, 유럽 선진국들이 늙고 있다. 값싼 노동력을 공급해온 중국마저 노동자 수가 줄고 국가주의 부상으로 세계화는 늦춰지고 있다. 이 같은 각국의 변화 흐름이 이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세계적 고령화가 국제 경제에 미칠 영향을 세밀하게 분석한 책이 나왔다. 저자 찰스 굿하트는 영국 재무부와 영국은행에서 자문을 맡은 경제학자다. 경제지표를 정책 목표로 삼고 규제하기 시작하는 순간 해당 지표의 통계적 규칙성은 사라진다는 ‘굿하트의 법칙’을 주장했다. 마노즈 프라단은 모건스탠리에서 글로벌 이코노믹스팀을 이끌었다. 이들은 오랜 기간 연구한 결과를 다양한 통계와 함께 제시한다. 저자들이 전망하는 경제적 파장은 우선 실질생산의 감소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60세 이상 인구 비율은 향후 15년간 4%포인트 이상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생산가능인구 자체도 줄겠지만 늙고 병든 가족 간병에 무보수로 동원돼야 하는 젊은 노동력도 적지 않을 것이다. 기대수명이 연장되면서 치매나 파킨슨병 등을 앓는 노인인구가 늘고 있지만 이 분야의 의학 연구는 발전이 더딘 편이다. 이는 세계적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진다. 노동자들은 소비량보다 더 생산해 재화의 가치를 낮추는 반면에 피부양자들은 생산 없이 소비만 지속해 재화의 희소성을 높인다. 피부양자가 현 추세대로 계속 증가하면 재화의 희소성이 가속화돼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노동 공급이 감소할 경우 실질임금은 증가하게 된다. 고령층에 대한 부양 부담까지 짊어져야 하는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을 더 강하게 요구할 공산이 크다. 이는 인플레이션에 추가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저자들은 전망한다.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요소만 있는 건 아니다. 인도와 아프리카에서 인구가 늘고 있는 데다 노년층의 노동 참여율이 높여질 여지가 있어서다. 그러나 그 효과는 미미하다는 게 저자들의 주장이다. 수십 년에 걸쳐 인간 수명이 지속적으로 연장되면서 노년층의 노동참여율은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높아진 상태라는 것. 앞으로 더 높아질 여지는 그리 많지 않다. 인도, 아프리카 같은 신흥시장이 ‘제2의 중국’ 같은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인도는 세계 경제를 끌어올릴 만한 저력을 갖고 있지 못하고, 아프리카는 파편화된 경제와 정치 문제로 인해 발목을 잡혀 있기 때문이다. 명철한 분석과 현실 진단에 비해 대책은 조금 아쉽다. 저자들은 대안으로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국가들에 대해 통화정책 및 재정정책의 변화를 주문한다. 증세를 통해 복지예산을 늘리면 젊은층의 경제적 부담을 어느 정도 덜어줄 수 있다는 논리다. 이를 위해 법인세 과세의 근거를 회사의 물리적 위치가 아니라 판매가 이뤄지는 곳으로 바꿔 조세회피 수단을 원천 봉쇄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또 토지가격 상승을 세금으로 흡수하고, 탄소세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최근 4·7 재·보궐 지방선거에서 보듯 부동산세 등 증세는 ‘양날의 칼’이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통화·재정정책을 결정하는 정치 리더십이 유권자의 표심에 사활을 걸고 있는 정치구조에선 쉽게 꺼내 들 수 없는 카드라는 얘기다. 하지만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이 사회·경제 체제에 끼치는 해악에 대비해야 한다는 이 책의 메시지는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 2021-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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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랜스젠더-페미니스트, 같은 편이 아닐까

    트랜스젠더를 페미니즘 운동과 모순이 되는 존재로 여기는 일부 견해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논문이 학계에 발표됐다. 이춘입 동아대 사학과 교수가 최근 한국여성사학회에 발표한 ‘새로운 역사 분석 범주로서의 트랜스젠더’ 논문이다. 이 교수는 논문에서 페미니즘 연구자들의 최신 이론을 분석했다. 현 시대의 연구자들은 젠더 규범을 가로지르는(trans) 트랜스젠더의 존재가 생물학적인 성에서 비롯된 고유한 차이가 애당초 없다는 걸 증명한다고 본다. 남성으로 변한 여성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은 ‘남성성’이라는 건 자연적으로 주어진 게 아니라는 얘기다. 성소수자들의 인권 운동은 사회적 차별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페미니즘 운동과 궤를 같이해 왔다. 하지만 동성애자의 인권을 옹호하는 페미니스트 중에서도 일부는 트랜스젠더를 성소수자로 여기지 않고 배척했다. 성별의 변경을 원하는 트랜스젠더라는 존재 자체가 성별에서 비롯된 고유한 특성이 실재한다는 걸 전제로 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성별 간의 경계와 성역할을 적극적으로 허물고자 하는 페미니즘 운동과 대척점에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1990년대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트랜스젠더 연구 경향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확장’이다. 트랜스젠더는 1990년대에는 신체적 성전환자만을 지칭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몸을 변형하진 않았지만 지정된 젠더에 맞지 않는 옷을 입는 ‘크로스드레서’, 남성 역할의 레즈비언 ‘부치’ 등이 포함됐다. 최근 연구들은 영구적인 성별 전환이 아닌 일시적으로 젠더 규범에서 벗어난 이도 트랜스젠더의 범주에 포함시키고 있다. ‘트랜스된 상태’에서 ‘트랜스하는 행위’로 관심이 옮겨가며 생물학적 성에서 비롯되는 고유한 특성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트랜스젠더와 성 고정관념을 해체하고자 하는 페미니즘이 맞닿는 지점이 발견됐다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트랜스젠더 연구는 현재까지의 성과만으로 평가하기에 축적된 결과물이 풍부하지 않다”면서도 “트랜스젠더를 정체성이 아닌 실천 방식의 의미로 해석할 때 기존의 정체성 중심의 연구를 더욱 확장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 2021-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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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려서 출근하는 직원들 열정에… 폐업 딛고 재기”

    “직원들이 걸어와도 될 출근길을 달려서 오곤 합니다.” 사회적협동조합 ‘구두 만드는 풍경’의 수제화 전문브랜드 ‘아지오(AGIO)’의 유석영 대표가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그는 1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직원들이 우리 공장을 주변에 자랑하고 지인들에게 구두를 소개할 때 오래 고생했던 세월이 감사히 느껴진다”고 말했다. ‘문재인 신발’ ‘이효리 신발’로 입소문이 난 아지오의 성공기를 담은 책 ‘꿈꾸는 구둣방’(다산북스)이 최근 나왔다. 유 대표와 직원들은 이 책에서 그간의 우여곡절과 앞으로의 목표를 진솔하게 담았다. 아지오는 조금 특별한 신발 공장이다. 생산부에서 신발을 만드는 직원 12명 중 9명이 청각장애를, 1명이 지체장애를 갖고 있다. 남성화와 여성화 공장장 각 1명을 제외하고는 생산부 전 직원이 장애인이다. 유 대표도 어렸을 때 시력을 잃은 후천적 시각장애인이다. 유 대표는 장애인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소비자에게 고품질의 제품을 판매하겠다는 목표 아래 2010년 회사를 세웠다. 하지만 회사를 경영한 경험이 없던 유 대표가 신발 제작기술이 없는 청각장애인들을 데리고 기업을 운영하기는 쉽지 않았다. 2017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문재인 대통령이 신고 온 굽이 닳은 신발이 아지오의 제품이라는 사실이 화제가 됐을 땐 이미 공장이 문을 닫은 지 4년이 지난 뒤였다. 그러나 아지오가 장애인 고용기업이고 이들이 생산한 구두의 품질이 훌륭하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재기에 성공했다. 책에는 부침을 모두 겪은 유 대표의 소회와 직원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담겼다. 그는 “손으로 하는 일이 줄고 기계작업이 늘어야 산업이 발전한다고 하지만 손쓰는 일에 주로 종사하는 장애인들에겐 적용되지 않는 얘기”라고 했다. 그는 “품이 많이 들더라도 고객의 발을 재기 위해 직원들이 직접 뛰어다니고 모든 구두를 손으로 제작하는 방식을 유지하겠다”고 다짐했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 2021-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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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양군에 예비 K팝스타 떴다! 제53회 ‘나도 케이팝 스타’ 열려

    충남 청양군 청양문화예술회관에서 청소년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나도 케이팝 스타’가 17일 열렸다. 이 프로그램은 동아일보와 청양군청이 공동 주최하고 감성공연예술연구소가 주관했다. 동아일보는 청소년이 문화예술 교육을 통해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2007년부터 현재까지 전국 50개 지역에서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53회 행사에서는 청양고, 정산고 재학생들과 동덕여대 대학생 멘토단이 ‘케이팝 뮤지컬, 우리읍내’(사진)를 연기했다. 가상의 마을에서 일어난 여러 사건을 의사와 신문 편집장을 중심으로 그린 손턴 와일더의 희곡 ‘아워 타운’을 청양군의 정서에 맞게 각색했다. 공연에 참여한 정산고 이민규 군(19)은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 됐고 이번 경험을 통해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정산고 김수현 양(19)은 “학창 시절 무대 주인공이 되는 추억을 만들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총괄 감독을 맡은 김춘경 동덕여대 방송연예과 교수는 “청소년의 삶을 이야기하며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공연은 무관중 ‘랜선 공연’으로 진행했다. 김돈곤 청양군수는 “지역 군민과 청소년이 참여할 수 있는 문화예술 활동을 확대 운영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 2021-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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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극 드라마 제작자는 ‘이두사전’을 참고하세요”

    “조선시대 사람들은 무얼 두고 다퉜는지, 어떤 죄를 어떻게 벌했는지, 가정에서 재산은 어떻게 상속했는지 이런 생활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려면 이두(吏讀) 연구가 필수입니다.” 이건식 단국대 국문과 교수(61)는 최근 발간된 단국대 동양학연구원의 ‘이두사전’(단국대출판부)을 편찬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5명의 공저자 중 한 명이다. 연구원의 이두사전은 표제 4237개와 이를 설명하는 용례 1만1913개를 수록해 지금껏 발간된 이두사전 가운데 최대다. 기존에 편찬된 사전의 2배가 넘는 분량이다. 이두는 한자의 음과 뜻을 빌려 우리말을 적는 표기법이다. ‘은 는 이 가’와 같은 각종 조사를 한자로 차용하고 어순을 우리말로 바꾸는 식이다. 삼국시대부터 쓰이기 시작해 한글 창제 후에도 조선 후기까지 관공서 행정문서와 민간 경제활동 등에 폭넓게 쓰였다. 이 교수는 “그동안 조선사 연구는 복잡한 해석 없이도 읽을 수 있는 한글 자료 위주로 이뤄져 왔다”며 “이것들만 봐서는 조선사의 절반밖에 밝혀내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신라 향찰처럼 한자의 음과 뜻을 빌려 우리말을 표현하는 방식을 모두 이두의 일종으로 보고 사전에 포함했다. 이를 위해 고문서 등 총 1432종의 자료에서 이두 용례를 수집했다. 예컨대 이두로 작성된 추안급국안(推案及鞫案)에는 조선시대 중죄인의 판결서가 수록돼 있다. 이 책을 통해 연구자들은 조선시대의 각종 사건사고가 어떤 식으로 입건됐으며, 증거 수집 및 조사 방식은 어떠했는지를 깊이 연구할 수 있다. 지주들의 전답 상속 기록이 적힌 이두 문서는 남성과 여성, 장자와 차자에 대한 조선 사회의 차별 양상을 파악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조선 초기에는 제사를 지내야 하는 장남을 제외하곤 아들딸 사이에 차별이 없었음을 이두 기록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이두사전이 조선시대 생활사를 연구하는 학자나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영화를 제작하려는 이들에게 적지 않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5년간 이두 연구에 몰두한 이 교수는 시간이 흐를수록 이두가 우리말과 괴리된 현상이 한글 창제로 이어지는 하나의 단초가 됐다고 본다. 6, 7세기 삼국시대에 조성된 임신서기석에서 발견되는 초기 이두 표기는 우리말과 어순이 비슷했다. 신라에서 향찰이 널리 쓰일 때는 기존 이두 표기에 우리말 조사와 연결어미를 덧붙여 읽고 쓰기가 편리했다. 하지만 조선 후기에 이르러서는 조사나 연결어미가 사라지고 어순도 중국식으로 바뀌었다. 예컨대 ‘나는 집에 간다’는 문장을 이두로 옮길 때 ‘나 간다 집’으로 쓰는 식이다. 이에 따라 일반 서민들은 점차 이두와 멀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한문이 조선의 언어를 억압하지 않았다면 한글은 창제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랬다면 우리는 지금 독자 문자가 아닌 일본어와 같이 한문에서 파생된 문자를 사용하고 있었겠지요.”이두 표기 용례○ 예문: 나는 집에 간다 ○ 한자식 표현: 我(나는)往(간다)家(집에):주어+서술어+부사어○ 이두식 표현: 我+亦(조사 는 ) 家+良中(조사 에 )+往: 주어+부사어+서술어이두식 표현은 신라∼고려 초까지 향찰에 쓰인 이두 기준. 용인=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 2021-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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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계종 25개 교구본사 주지들 “이재용 선처를”

    대한불교 조계종의 25개 교구 본사와 군종교구의 주지들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냈다. 20일 교구본사 주지 협의회(주지협)는 문재인 대통령과 박병석 국회의장 등에게 “이재용 부회장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시길 부탁드린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12일 제출했다고 밝혔다. 교구본사는 전국 25개 교구의 말사(末寺)들을 관할하기 위해 둔 사찰이다. 주지협은 탄원서에서 “정치권력과 재벌의 위법적인 공모를 바라보는 우리 불자들의 심정은 참담하기 그지없었다. 삼성 역시 권력이 바뀔 때마다 과거 고질적인 정경유착의 고리를 단호히 끊어내지 못했다”면서도 “우리 정치가 어두운 시절을 지나오며 불가피하게 성장통을 겪어 왔듯이 삼성 또한 이 성장통을 함께 겪을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과 발전은 삼성의 역할에 힘입은 바가 많다”고 강조했다. 주지협은 앞서 이 부회장의 사과도 언급했다. 판결 선고 전 대국민 사과를 통해 삼성이 법과 윤리를 지키지 못한 점을 인정하고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는 것. 주지협은 “이 부회장이 자신의 맹세를 말이 아닌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도와 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3선 국회의원 출신인 정장선 경기 평택시장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 반도체 전쟁이 한창”이라며 “이재용 부회장 사면을 정부가 강력히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시장은 이어 “잘못이 있다면 반도체 전쟁에서 이겨서 갚도록 해야 한다. 기회를 주는 것도 하나의 용기이고 우리 사회의 결단”이라고 했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청탁과 함께 뇌물을 건넨 혐의 등이 유죄로 인정돼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 2021-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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