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매일’-책의 ‘영원’ 만나면 에세이 돼요”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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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에세이 시리즈 ‘매일과 영원’
작업한 김화진-정기현 편집자
민음사 유튜브서 제작과정 공개

정기현 민음사 국내문학팀 편집자(왼쪽)와 김화진 편집자는 “문학을 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두 담고 싶어 시인, 소설가뿐 아니라 평론가들도 이번 시리즈 저자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정기현 민음사 국내문학팀 편집자(왼쪽)와 김화진 편집자는 “문학을 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두 담고 싶어 시인, 소설가뿐 아니라 평론가들도 이번 시리즈 저자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영국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1882∼1941)가 남긴 일기에는 책을 쓰며 품었던 크고 작은 고민이 진솔하게 담겨 있다. 소설 문체부터 ‘이 책을 꼭 써야 할까’ 하는 작가의 망설임까지. 남겨진 일기를 통해 울프의 매일을 좇던 민음사 국내문학팀 김화진 편집자(29)는 가슴이 벅찼다. 20세기 초에 쓰인 글이 마치 영원과 같은 시간이 흐른 뒤 자신에게 도달한 것 같아서다. 평소 각종 문예지에 흩어져 있는 작가들의 에세이를 한데 모으고 싶었던 동료 정기현 편집자(29)도 그의 마음에 공감했다. 민음사가 새로 선보인 시인, 소설가들의 에세이 시리즈 ‘매일과 영원’은 이렇게 탄생했다.

“작가의 ‘매일’과 책이 존재하는 ‘영원’이 만난다는 의미를 담았어요. 서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두 낱말을 붙인다는 점도 재미있었죠.”

22일 서울 강남구 민음사에서 만난 김 편집자는 이렇게 말했다. 민음사는 9일 문보영 시인의 ‘일기시대’, 강지혜 시인의 ‘오늘의 섬을 시작합니다’를 이 시리즈로 출간했다. 일기시대에는 일상의 틈에서 샘솟는 문 시인의 예리한 단상이, 오늘의 섬을 시작합니다에는 매일을 모험처럼 헤쳐 나가는 강 시인의 모습이 밀도 있게 담겼다.

일상을 주제로 한 에세이라면 별다른 화두 없이 쉽게 쓰일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정 편집자는 “작가의 삶과 글을 완전히 분리하는 건 불가능해서 작품은 언제나 삶의 연장선이기 마련이다. 일기나 에세이 형식은 그들의 문학론을 가장 자연스럽게 담을 수 있는 그릇”이라고 했다. 이 시리즈가 ‘문학론 에세이’를 표방하는 이유다.

매일과 영원은 두 편집자가 진행하는 민음사의 유튜브 콘텐츠 ‘말줄임표’에 제작 과정이 공개돼 독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우여곡절 없이 나오는 책은 없기 마련. 출간에 작은 차질이라도 생길 때면 두 사람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단다. 정 편집자는 “한번 떠들썩하게 해보고 나니 그동안 선배들이 왜 출간 전까지 최대한 조용히 작업했는지 알 것 같았다”며 웃었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단행본보다 시리즈 기획에 대한 부담이 크다. 독자 반응이 좋지 않아도 번호를 매기기 시작했으니 다음 책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포화 상태인 에세이 시장에서 독자들이 문학론 에세이를 얼마나 찾아줄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두 젊은 편집자에게 용기를 준 건 “망해도 멋지게 망하면 된다”는 선배들의 다독임이었다.

“지금도 문득 불안해질 때마다 이렇게 외치며 힘을 내곤 합니다. 망멋망!”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문인에세이#시리즈#믿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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