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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유순한 빵집 직원, 밤에는 광기 어린 악마.걸그룹 소녀시대 멤버인 배우 임윤아(35)가 13일 개봉하는 코미디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에서 주인공 ‘선지’로 1인 2역 연기에 도전했다. 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낮의 선지가 파스텔톤이라면, 밤의 선지는 비비드(vivid·강렬한) 원색”이라며 “두 면모 모두 제게 있는 모습이기 때문에 선지에게 끌렸다”고 했다.‘악마가 이사왔다’는 밤만 되면 악마에 씌는 선지와 그를 감시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청년 백수 길구(안보현)의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의 주된 감상 포인트는 광녀(狂女)에 가까운 ‘밤 선지’의 변화무쌍한 감정 연기다. 임 배우는 그중에도 섬뜩한 느낌마저 주는 웃음소리에 가장 신경을 썼다고 한다. 그는 “웃음의 톤을 만들고 났더니 그때부터 밤 선지의 감정선에 기준점이 잡히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이번 영화는 임 배우가 ‘엑시트’(2019년)를 함께했던 이상근 감독과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춘 작품. ‘엑시트’에서 함께 주연을 맡았던 조정석 배우가 출연한 영화 ‘좀비딸’은 지난달 30일 개봉해 누적 관객 수 237만 명(7일 기준)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정석 오빠는 영화관에 많은 분들이 찾아오게 만드는 힘을 가진 배우예요. 앞서서 흥행을 이끌어주시고 있으니까, 그 에너지를 저도 잘 따라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제가 (영화에서) 이렇게까지 에너지가 큰 캐릭터를 자유롭게 표현해본 건 처음이라, 관객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합니다.”임 배우는 로맨틱 장르에 잘 맞을 것 같은 이미지가 강하지만, 영화 ‘공조’(2017년)부터 나름 자기만의 코미디 연기 필모그래피를 잘 쌓아왔다. 덕분에 배우로서 별 시행착오가 없었던 듯하지만 나름 고민도 있다. 그는 “공교롭게도 출연한 작품들의 결이 다소 비슷했다”며 “앞으론 임윤아 하면 떠올리기 힘든 다른 분위기도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저도 시간이 지나면서 성숙하고, 성장하잖아요. 그 과정을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 싶어요. 저 혼자서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덜컥 보여드리면 낯설어하실 수 있으니까요. 그러면서 차차 저에게 기대하시는 폭도 넓어지길 바라요.”지난해는 임 배우가 소속된 소녀시대가 집회 현장에서 다시 한번 주목받는 일도 있었다. 탄핵 촉구 집회에서 소녀시대 데뷔곡 ‘다시 만난 세계’가 지속적으로 울려퍼졌다. 임 배우는 “오래된 노래를 이렇게나 많은 분들이 따라 부르시니 신기했다”며 “음악이 주는 에너지가 굉장히 크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고 했다.“최근에 데뷔 18주년을 맞아 멤버들과 따로 모임을 가졌어요. 20주년엔 뭐라도 기념할 수 있는 이벤트가 있으면 좋겠어요.”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낮에는 유순한 빵집 직원, 밤에는 광기 어린 악마.걸그룹 소녀시대 멤버인 배우 임윤아(35)가 13일 개봉하는 코미디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에서 주인공 ‘선지’로 1인 2역 연기에 도전했다. 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낮의 선지가 파스텔톤이라면, 밤의 선지는 비비드(vivid·강렬한) 원색”이라며 “두 면모 모두 제게 있는 모습이기 때문에 선지에게 끌렸다”고 했다.‘악마가 이사왔다’는 밤만 되면 악마에 씌는 선지와 그를 감시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청년 백수 길구(안보현)의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의 주된 감상 포인트는 광녀(狂女)에 가까운 ‘밤 선지’의 변화무쌍한 감정 연기다. 임 배우는 그중에도 섬뜩한 느낌마저 주는 웃음소리에 가장 신경을 썼다고 한다. 그는 “웃음의 톤을 만들고 났더니 그때부터 밤 선지의 감정선에 기준점이 잡히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이번 영화는 임 배우가 ‘엑시트’(2019년)를 함께 했던 이상근 감독과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춘 작품. ‘엑시트’에서 함께 주연을 맡았던 조정석 배우가 출연한 영화 ‘좀비딸’은 지난달 30일 개봉해 누적 관객수 237만 명(7일 기준)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정석 오빠는 영화관에 많은 분들이 찾아오게 만드는 힘을 가진 배우예요. 앞서서 흥행을 이끌어주시고 있으니까, 그 에너지를 저도 잘 따라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제가 (영화에서) 이렇게까지 에너지가 큰 캐릭터를 자유롭게 표현해본 건 처음이라, 관객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합니다.”임 배우는 로맨틱 장르에 잘 맞을 것 같은 이미지가 강하지만, 영화 ‘공조’(2017년)부터 나름 자기만의 코미디 연기 필모그래피를 잘 쌓아왔다. 덕분에 배우로서 별 시행착오가 없었던 듯하지만 나름 고민도 있다. 그는 “공교롭게도 출연한 작품들의 결이 다소 비슷했다”며 “앞으론 임윤아하면 떠올리기 힘든 다른 분위기도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저도 시간이 지나면서 성숙하고, 성장하잖아요. 그 과정을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 싶어요. 저 혼자서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덜컥 보여드리면 낯설어하실 수 있으니까요. 그러면서 차차 저에게 기대하시는 폭도 넓어지길 바라요.”지난해는 임 배우가 소속된 소녀시대가 집회 현장에서 다시 한번 주목받는 일도 있었다. 탄핵 촉구 집회에서 소녀시대 데뷔곡 ‘다시 만난 세계’가 지속적으로 울려퍼졌다. 임 배우는 “오래된 노래를 이렇게나 많은 분들이 따라부르시니 신기했다”며 “음악이 주는 에너지가 굉장히 크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고 했다. “최근에 데뷔 18주년을 맞아 멤버들과 따로 모임을 가졌어요. 20주년엔 뭐라도 기념할 수 있는 이벤트가 있으면 좋겠어요.”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지난달 27일 일본 도쿄를 찾은 이모 씨(24)는 관광이 목적이 아니었다. 지난달 18일 현지에서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을 보기 위해서였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시리즈 ‘귀멸의 칼날’의 열렬한 팬인 그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스포일러 당하고 싶지 않았다”며 “국내 개봉을 기다리기 힘들어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고 말했다. 일본영화는 국내에서 2023년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스즈메의 문단속’ 이후 큰 반향을 일으킨 작품이 드물었다. 하지만 하반기 개봉을 앞둔 두 작품이 한국에서도 각별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22일 개봉이 확정된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과 재일교포 3세인 이상일 감독이 연출한 ‘국보(国宝·하반기 개봉 예정)’가 주인공들이다. 두 편 모두 현재 일본 박스오피스에서 1, 2위를 굳건히 지키며 현지에서도 반응이 뜨겁다.● ‘영화 관광’까지 이끈 귀멸의 칼날‘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2020년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이 국내에서 역대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흥행 5위(관객 수 215만여 명)를 기록한 이후 나온 작품. 이번 무한성편 역시 6일 기준 사전 예매율 30.4%로, 예매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무한성편이 특히 주목받고 있는 건 2019년부터 TV 시리즈와 영화로 꾸준히 사랑을 받아온 ‘귀멸의 칼날’의 본격적인 최종장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번 무한성편은 시리즈의 결말로 향하는 3부작의 첫 번째 이야기로, 악당 혈귀(血鬼)의 본거지인 무한성에서 귀살대와 최정예 혈귀들이 벌이는 최종 결전을 그렸다. 국내 팬들의 뜨거운 관심이 예상되는 만큼 여러 수입사가 판권을 따내기 위해 입찰 경쟁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선 이미 새로운 흥행 기록을 쓰고 있다. 개봉과 동시에 일본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무한성편은 4일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일본 영화 사상 가장 이른 시점인 개봉 8일 만에 흥행 수입 100억 엔(약 938억 원)을 넘기기도 했다. 미국 연예매체 데드라인은 “이 작품은 단순한 영화가 아니라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라며 “일본 극장들은 그 흐름에 열광하고 있다”고 놀라워했다.● ‘칸 초청’ 재일교포 감독의 국보영화 ‘국보(国宝)’는 이 감독이 연출을 맡은 작품이다 보니 국내 영화 팬들도 진작부터 관심이 적지 않았다. 이 감독은 데뷔작 ‘青(청) chong’(1999년) 등을 통해 재일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풀어냈고 ‘69’(2004년), ‘훌라걸스’(2006년) 등으로 꾸준히 주목받아왔다. 영화는 야쿠자의 세계에서 태어났지만 가부키 배우 집에서 자라게 되면서 예술에 삶을 바친 기쿠오(요시자와 료)의 삶을 그렸다. 특히 일본 전통극의 디테일을 담아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일본에서도 6월 6일 개봉 뒤 4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였으며,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이 개봉한 뒤에도 2위를 지키고 있다. 이 감독은 올해 5월 칸 영화제 감독 주간 부문에 초청됐을 당시 “전통문화라는 소재로 오락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담아냈다”고 했다. 당초 국내 영화계에선 이 작품이 일본 전통문화를 깊게 다루다 보니 ‘왜색(倭色)’이 짙어 수입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작품성이 높은 점수를 받으며 하반기 국내 개봉이 확정됐다. 수입사인 미디어캐슬 강상욱 대표는 “연기와 연출, 전개 등 여러 측면에서 인상적인 영화”라고 소개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모두에게 서툴렀던 과거가 있잖아요. 그래서 출연진의 어색한 모습에 더 공감해 주신 것 같아요.” 3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넷플릭스 연애 예능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의 조욱형 김노은 원승재 PD는 “모두가 한때는 모태솔로였다”며 입을 모아 이렇게 말했다. ‘모태솔로지만…’은 인생 첫 연애에 도전하는 20, 30대 ‘모태솔로’ 12명의 9일간의 합숙 과정을 담은 10부작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이다. 지난달 8일 첫 공개 후 입소문이 났고, 넷플릭스 ‘글로벌 톱10’(비영어 TV 부문)에도 2주 연속 이름을 올렸다.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징은 ‘서투름’이다. 출연자들은 롤러장 데이트에서도 각자의 레이스에 집중하고, ‘남녀칠세부동석’을 따르는 것처럼 동성끼리 모여 논다. 이성 간의 대화는 뚝뚝 끊긴다. 오후 10시면 전원 취침. 예상과는 딴판으로 진행되는 전개에, 제작진은 수차례 현장 회의를 진행하며 급히 새 코너를 만들었다고 한다. 원 PD는 “설렘을 그리고 싶었는데, 의도대로 된 것들이 거의 없었다”며 웃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날것의 모습들에 시청자는 움직였다. 이성에게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의도치 않게 상대에게 상처 주는 출연진의 모습에 답답해하다가도 ‘나도 그랬지’ 하며 어느새 몰입하게 되는 것이다. “저도 연애하면서 어리석은 짓을 많이 했는데요. 그 장면들을 재생해 보는 느낌이었어요. 하지만 모두가 장타를 칠 순 없잖아요. 적시타를 치지 못하더라도 출연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어요. 그 모습 자체가 사랑스러웠습니다.”(조 PD) ‘모솔’의 연애인 만큼 일단 불이 붙으면 관계가 급진전한다는 것도 이 쇼의 묘미다. 첫 연애에 결혼을 언급하는 패기(?)를 보이기도 한다. “출연진 모두 처음 겪는 일이다 보니 감정의 밀도가 높았어요. 그렇다 보니 표현이 급하게 나올 때도 있었죠. 하지만 첫 연애는 모두 그렇지 않나요? 오히려 더 공감이 갔어요. 멋지고 예쁜 모습을 보여주기란 쉬워요. 서툰 자신을 대중 앞에 드러내는 게 더 큰 용기라고 생각합니다.”(김 PD) 연예인 패널의 역할도 컸다. 서인국, 강한나, 이은지, 카더가든은 위트 있는 반응과 가감 없는 조언으로 재미를 더했다. 이들이 진심 어린 직언을 할 수 있었던 건 6주간 모솔 출연진과 직접 소통하며 애정을 쌓았기 때문이다. 원 PD는 “출연자들의 관계를 잘 관찰하는 등 통찰력이 정말 좋은 패널들이었다”고 했다. 기분 좋은 후일담도 있다. 시청자들의 응원을 가장 많이 받은 출연자 노재윤 씨가 최근 첫 연애를 시작한 것이다. 김 PD는 “재윤 씨가 약 2주 전 연상의 여인과 교제를 시작했다”며 “‘연애를 하기 위해선 남자가 돼야 하고, 사람이 돼야 한다’며 용기 있게 출연했던 그가 좋은 소식을 전해 와 기쁘다”고 말했다. ‘시즌2’ 제작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시즌1의 인기에 힘입어 시즌2에 지원자가 몰리면 이 프로그램만의 순수성이 흐려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김 PD는 “진정성이 이끌어 온 프로그램인 만큼, 시즌2가 제작될 경우에도 외모나 스펙보다 진실된 참가자를 위주로 꾸릴 예정”이라고 말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사진)가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이 본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영화가 됐다. 30일 넷플릭스에 따르면 6월 20일 공개된 케데헌은 누적 시청이 2억2080만 시간, 이를 러닝타임으로 나눈 ‘시청 수’가 1억3240만으로 집계돼 역대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영화 중 1위를 기록했다. 케데헌은 OST도 세계적으로 인기가 지속되고 있다. 29일(현지 시간) 미국 빌보드 차트에 따르면 애니메이션 속 걸그룹 헌트릭스가 부른 ‘골든(Golden)’을 포함해 OST 8곡이 3주 연속 메인 싱글차트인 ‘핫 100’에 들었다. ‘골든’ 2위, 보이그룹 사자 보이스의 ‘유어 아이돌(Your Idol)’ 12위, 헌트릭스의 ‘하우 이츠 던(How It‘s Done)’ 19위, 사자 보이스의 ‘소다 팝(Soda Pop)’ 21위 등이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여성판 ‘존 윅’의 탄생. 다음 달 6일 개봉하는 영화 ‘발레리나’(감독 렌 와이즈먼)를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전설적인 살인청부업자를 소재로 한 ‘존 윅’ 시리즈를 아는 이라면 구구절절한 설명은 필요 없을 것. ‘발레리나’는 세계 액션 영화 팬들을 홀렸던 ‘존 윅’ 시리즈의 스핀오프다. 주인공 이브(아나 데 아르마스)는 존 윅(키아누 리브스)을 배출한 암살자 조직 ‘루스카 로마’에서 킬러로 성장하는 인물.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좇으며 정체불명의 도시에서 홀로 피의 전쟁을 벌인다. ‘헤드샷 장인’ 존 윅이 전장을 지배했다면 이브는 전장을 해석한다. 무술과 총기로 정공법을 펼치던 존 윅과 이브의 액션은 결이 다르다. 2시간 4분 내내 이어지는 액션 장면에서 이브는 힘으로 상대를 압도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공간을 읽고 주변 사물을 닥치는 대로 무기로 바꾼다. “여자처럼 싸우라”는 대사처럼 그만이 구사할 수 있는 창의적인 반격 기술을 갈고닦은 덕이다. 이처럼 영화의 묘미는 이브가 ‘무엇으로 어떻게 싸우는가’에 있다. 영화는 맨몸 싸움은 물론이고 총, 장검, 스케이트 날, 접시, 수류탄 등 갖가지 도구를 활용해 다채로운 액션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하이라이트는 후반부에 나오는 화염방사기 액션 신이다. 이브가 적들을 피해 도망치다 무기고에 들어가 우연히 발견한 무기는 ‘무려’ 화염방사기. 설원을 가르며 적을 불태우는 장면이 통쾌함을 불러일으킨다. 전설적인 킬러 존 윅이 등장해 적들과 짧은 대결을 펼치는 것도 바로 이때다. 다만 이브의 서사는 꽤 단선적이다. 어릴 적 이브는 아버지가 죽임을 당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이후 루스카 로마에 들어간 뒤 복수를 위해 암살자로 성장한다. 임무 수행 중 아버지를 살해한 조직의 표식을 발견하고, 이들을 추적해 마침내 적의 수장(게이브리얼 번)을 처단한다. ‘개 한 마리’ 때문에 복수에 나선 존 윅에 비하면 동기가 뻔할 뿐 아니라 그런 이브의 내면도 제대로 조명되지 않는 편이다. 이브 역의 데 아르마스는 강렬한 액션을 통해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킨다.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2021년)에서 CIA 요원인 본드걸로 스타가 됐던 데 아르마스는 이번 영화 ‘발레리나’를 통해 “내 한계를 확실히 뛰어넘었다”고 밝힌 바 있다. ‘존 윅’ 시리즈를 연출한 채드 스타헬스키가 주요 액션 신 촬영을 진두지휘했고, 키아누 리브스는 프로듀서로도 참여했다. 한국 관객의 눈길을 끄는 캐스팅도 있다. 이브가 받은 첫 임무의 보호 대상인 ‘카틀라 박’은 ‘소녀시대’의 최수영이 맡았다. 최수영의 첫 할리우드 진출작이다. 또 이 임무의 상대역은 무술감독 정두홍이 연기했다. ‘짝패’ ‘전우치’ ‘베테랑’ 등의 무술을 담당했던 그는 이번 영화에서 데 아르마스와 맨몸 격투를 펼친다. 정두홍은 ‘존 윅 3’ 때 이미 출연 제안을 받았으나 참여하지 못했다가, 이번 영화에서 마침내 합류하게 됐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여성판 ‘존 윅’의 탄생.6일 개봉하는 영화 ‘발레리나’(감독 렌 와이즈먼)를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전설적인 살인청부업자를 소재로 한 ‘존 윅’ 시리즈를 아는 이라면 구구절절한 설명은 필요 없을 것.‘발레리나’는 ‘존 윅’ 시리즈의 스핀오프다. 암살자 조직인 ‘루스카 로마’에서 킬러로 성장한 주인공 이브(아나 데 아르마스)가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쫓으며 정체불명의 도시에서 홀로 피의 전쟁을 벌이는 액션 블록버스터다.영화는 장단점이 뚜렷한 편이다. 이브의 서사는 꽤 단선적이다. 영화는 어릴 적 이브의 아버지가 죽음을 당하면서 시작된다. 이후 루스카 로마에 들어간 이브는 복수를 위해 암살자로 성장한다. 임무 수행 중 아버지를 살해한 조직의 표식을 발견하고, 이들을 추적해 마침내 적의 수장(가브리엘 번)을 처단한다. 관객이 쉽게 이야기 전개를 예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브의 내면도 제대로 조명되지 않는 편이다.하지만 ‘존 윅’과는 결이 또 다른 화려한 액션이 이런 단점을 뛰어넘는다. 2시간4분 내내 이어지는 액션 장면에서 이브는 힘으로 상대를 압도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공간을 읽고 주변 사물을 닥치는 대로 무기로 바꾼다. “여자처럼 싸우라”는 대사처럼 그만이 구사할 수 있는 창의적인 반격 기술을 갈고 닦은 덕이다.이브가 ‘무엇으로 어떻게 싸우는가’를 감상하는 데 영화의 묘미가 있다. 영화는 맨몸 싸움은 물론이고 총, 장검, 스케이트 날, 접시, 수류탄 등 갖가지 도구를 활용해 다채로운 액션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특히 중반부 이후에는 거의 모든 장면이 액션으로 구성될 정도로 속도감이 있다. 얼음으로 꾸며진 클럽에서의 난투극, 자동차를 활용한 추격전 등 장소도 다양하다.하이라이트는 후반부에 나오는 화염방사기 액션씬이다. 이브가 적들을 피해 도망치다 무기고에 들어간 우연히 발견한 무기는 ‘무려’ 화염방사기. 설원을 가르며 적을 불태우는 장면이 장르적, 시각적 쾌감을 불러 일으킨다. 전설적인 킬러 존 윅(키아누 리브스)이 등장해 적들과 짧은 대결을 펼치는 것도 바로 이 때다.이브 역의 아르마스는 강렬한 액션을 통해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킨다.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2021년)에서 CIA 요원인 본드걸로 스타가 됐던 아르마스는 이번 영화 ‘발레리나를 통해 “내 한계를 확실히 뛰어넘었다”고 밝힌 바 있다. ‘존 윅’ 시리즈를 연출한 채드 스타헬스키가 주요 액션씬 촬영을 진두지휘했고, 키아누 리브스는 프로듀서로도 참여했다.한국 관객의 눈길을 끄는 캐스팅도 있다. 이브가 받은 첫 임무의 보호 대상인 ‘카틀라 박’은 ‘소녀시대’의 최수영이 맡았다. 이번 작품은 최수영의 첫 할리우드 진출작이다. 또 이 임무의 상대역은 무술감독 정두홍이 연기했다. ‘짝패’ ‘전우치’ ‘베테랑’ 등의 무술을 담당했던 그는 이번 영화에서 아르마스와 맨몸 격투를 펼친다. 정두홍은 ‘존 윅 3’ 때 이미 출연 제안을 받았으나 참여하지 못했다가, 이번 영화에서 마침내 합류하게 됐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너무 행복해지려고 하지 말기, 지금 행복하기, 걱정하지 말기, 과거에 너무 머물러있지 말기. 모두가 알고 있는 답이지만 잊고 살 때가 많잖아요. 저희 드라마를 통해 한 번 더 이 답을 되새기고 여러분만의 답을 찾으셨으면 좋겠어요.” 다음 달 2일 첫 회가 방영되는 채널A 새 토일드라마(오후 9시 20분) ‘여행을 대신해 드립니다’에서 주인공 ‘강여름’을 연기한 배우 공승연은 드라마를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여행을 대신해…’는 한 번도 ‘센터’에 선 적이 없던 아이돌 출신 여행 리포터 강여름이 의뢰받은 여행을 대신 해 주며 진정한 성공과 삶의 의미를 깨닫는 과정을 그린 감성 여행 드라마다. 5년간 전국을 누비는 리포터였던 강여름은 갑작스러운 프로그램 폐지를 맞는다. 그때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보낸 편지와 함께 대리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일본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하라다 마하(原田マハ) 작가의 동명 소설(2024년)을 2021∼2022년 채널A ‘쇼윈도: 여왕의 집’을 만들었던 강솔 감독이 10부작 드라마로 재탄생시켰다.29일 서울 마포구 쇼킹케이팝센터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엔 공승연을 비롯해 배우 유준상(오상식 역), 김재영(이연석 역), 홍수현(유하나 역), 오현중(현바람 역)과 강 감독 등이 참석했다. 배우들은 이 작품에 출연한 동기로 하나같이 ‘따뜻함’을 꼽았다. 오현중은 “도파민을 갈망하는 삶을 살았는데, 적어도 이 대본을 읽는 시간은 굉장한 위로와 힐링을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홍수현은 “이 드라마는 행복 호르몬이 나오는 세로토닌 같다”며 “대본도, 촬영 현장도 모두 힐링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김재영 또한 “부모님 집에서 집밥을 먹는 것 같은 느낌의 디톡스 드라마”라고 했다. 국내외 명소를 담아낸 드라마의 아름다운 영상미는 또 다른 볼거리다. 제작진은 경북 포항 해수욕장, 경남 진주 진주성, 충남 부여 백제문화단지 등 한국의 여행지부터 일본 홋카이도까지 국내외 여행지의 매력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강 감독은 “이 드라마를 통해 K솔(soul)을 전 세계에 보여주자는 생각이 들었다”며 “배우, 제작진과 의기투합해 아름다운 장면들과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원작 소설의 지역별 에피소드는 모두 한국의 정서에 맞는 이야기로 각색했다. 강 감독은 “의뢰자의 사연과 관련이 있는 중요한 특징들이 각 로케이션 장소에서 묻어난다”며 “의뢰인들이 각자 잃어버렸던 마음의 조각들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여행 의뢰인 역할로는 배우 진구, 하석진, 이일화, 김혜화, 정만식 등이 특별출연했다. 극 중 강여름이 소속된 오구엔터테인먼트 내의 다채로운 이야기도 중요한 감상 포인트다. 드라마엔 대표 오상식을 주축으로 편집 아르바이트생 이연석, 재무이사 유하나, 강여름의 매니저 현바람 등 개성적인 인물들이 등장한다. 강여름과 이연석의 풋풋한 로맨스, 이연석과 오상식의 브로맨스 등이 펼쳐진다. “여행은 누구에게나 필요하잖아요. 이 드라마를 보시고 다들 잠시나마 쉼을 선택하셨으면 좋겠어요.”(공승연) “‘여행은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돌아오기 위해 에너지를 충전해서 오는 것’이란 강여름의 대사가 있어요. 인생이라는 여행을 하는 모두가 위로받길 바랍니다.”(강 감독)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울고 있는 주인을 달래주는 강아지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강아지는 주인을 빤히 지켜보다가 앞발로 어깨를 토닥이고 얼굴을 핥았다. 영상을 보면서 감동을 넘어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개는 정말로 공감 능력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본능적으로 그저 주인을 따르는 걸까. 미국의 저명한 뇌과학자인 저자도 비슷한 의문을 품었다. 저자는 앞서 인간의 뇌를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기술로 촬영하는 방식으로 ‘자아’를 연구했다. 그리고 이 방법을 반려견에게 확장 적용했다. fMRI 기술로 강아지의 감정과 기억 방식 등을 연구한, 이른바 ‘도그(dog) 프로젝트’다. 책은 ‘개 뇌의 보상 중추를 식별한 실험’이란 제목으로 국제 학술지 사회인지·정서 신경과학(SCAN)에도 실린 이 연구의 과정들을 기록했다. 프로젝트의 시작에는 저자의 반려견 ‘뉴턴’이 있었다. 결혼하고 처음으로 키운 반려견이었다. 15년을 함께 살다 무지개 다리를 건넌 뉴턴은 저자에게 이런 질문을 남겼다. ‘뉴턴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지냈을까’, ‘내가 뉴턴에게 마음을 준 만큼 뉴턴도 나를 사랑하고 아꼈을까’…. 이에 저자는 반려견의 뇌에 초점을 맞췄다. 반려견이 가족의 목소리, 체취와 같은 특정 자극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직접 관찰하고자 했다. 실험은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좁은 MRI 기기 안에서 개가 머리를 똑바로 들고 가만히 있는 것 자체가 극도로 어려웠기 때문이다. 청각이 예민한 개가 MRI 기기가 내는 100dB의 소음을 견딜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하지만 저자는 뉴턴이 떠난 뒤 들인 반려견 ‘캘리’와 함께 이를 성공시켰다. 기기와 비슷한 크기의 모형을 만든 뒤 간식으로 유인하고, 귀마개를 차는 등 훈련을 이어간 결과였다. 그렇게 MRI 기기 안에서 처음 진행한 실험은 ‘핫도그 실험’이었다. 핫도그를 의미하는 인간의 수신호를 개에게 인지시킨 뒤, 뇌의 어느 부분이 반응하는지를 살펴봤다. 결과는 의외였다. 보상을 느낄 때 활성화되는 부위인 ‘미상핵’은 물론이며, 대뇌 피질 중앙 쪽에서도 반응이 있었다. 그건 ‘거울 뉴런 반응’이었다. 거울 뉴런은 특정 움직임을 수행할 때와, 다른 누군가가 그 행동을 하는 것을 관찰할 때 모두 활성화되는 신경세포다. 이 반응이 있다는 건 개가 사람의 수신호를 자기 앞발의 움직임에 대입했다는 뜻이다. 저자는 “개가 사람의 행동을 보고 그것을 자신의 행동으로 치환해 해석할 능력이 있다면 사람의 감정도 그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추론했다. 앞선 연구들에 따르면 영장류 등은 거울 뉴런 덕분에 마음속으로 타인의 행동을 마치 자신이 직접 경험하듯이 시뮬레이션해 보고 그 감정에 공감할 수 있다. 개가 주인의 체취에 강한 정서적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저자는 개가 MRI 기기 안에서 주인의 냄새와 낯선 사람, 낯선 개의 냄새를 각각 맡도록 했다. 그 결과 뇌 안쪽 깊숙한 곳에 있는 미상핵은 익숙한 사람의 냄새를 맡았을 때 강하게 활성화됐다. 반면 낯선 사람이나 낯선 개의 냄새에는 거의 반응하지 않았다. 이는 개도 사람과의 교류가 많아질수록 더 강한 유대감을 느낀다는 걸 시사한다. 책을 읽다 보면 사람과 개의 관계는 정말로 진실한 것 같다는 공감이 커진다. 그런 면에서 ‘도그 프로젝트’의 장점도 돋보인다. 저자는 마취 없이 주인과 교감하는 상태에서 반려견의 뇌를 MRI로 촬영한 세계 최초의 연구자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인간과 개 사이에 존재하는 깊은 연대를 새삼 느낄 수 있는 책이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25일 오전 10시부터 영화티켓 ‘6000원 할인권’이 영화관 사이트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배포되자 신청자들이 대거 몰리며 한때 접속이 마비되는 불편을 겪었다. 주말을 앞두고 일반 예매도 어려워지자 영화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이 오히려 관람을 방해했다는 지적도 나왔다.이날 오전 CGV와 롯데시네마, 씨네큐브 등 국내 멀티플렉스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은 3시간 이상 접속 장애를 겪었다. ‘현재 접속자가 많아 서비스 이용이 원활하지 않다’는 문구가 뜨며 정상 이용이 불가능했다. CGV의 경우 오전 대기 인원이 10만 명을 넘기며 ‘예상 대기시간 22시간 이상’이란 안내 메시지까지 게재됐다. 오후에도 일부 사이트는 접속이 평소보다 원활하지 않았다.이번 사태는 이날부터 배포된 영화관 6000원 할인권을 받기 위해 이용자가 한꺼번에 몰리며 벌어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가 할인권 총 450만 장을 선착순으로 발급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영화계 관계자는 “주말을 앞둔 금요일 오전이다 보니 혼란이 가중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일각에선 올해 관객이 급감하며 위기에 빠진 영화산업 회복을 위한 정책이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시행되며 불편을 야기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접속 자체가 불가능하자 인터넷 커뮤니티 등엔 “주말에 영화 보려다 포기했다”는 댓글들도 올라왔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울고 있는 주인을 달래주는 강아지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강아지는 주인을 빤히 지켜보다가 앞발로 어깨를 토닥이고 얼굴을 핥았다. 영상을 보면서 감동을 넘어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개는 정말로 공감 능력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본능적으로 그저 주인을 따르는 걸까.미국의 저명한 뇌 과학자인 저자도 비슷한 의문을 품었다. 저자는 앞서 인간의 뇌를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기술로 촬영하는 방식으로 ‘자아’를 연구했다. 그리고 이 방법을 반려견에게 확장 적용했다. fMRI 기술로 강아지의 감정과 기억 방식 등을 연구한, 이른바 ‘도그(dog) 프로젝트’다. 책은 ‘개 뇌의 보상 중추를 식별한 실험’이란 제목으로 국제 학술지 사회인지·정서 신경과학(SCAN)에도 실린 이 연구의 과정들을 기록했다.프로젝트의 시작에는 저자의 반려견 ‘뉴턴’이 있었다. 결혼하고 처음으로 키운 반려견이었다. 15년을 함께 살다 무지개 다리를 건넌 뉴턴은 저자에게 이런 질문을 남겼다. ‘뉴턴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지냈을까’, ‘내가 뉴턴에게 마음을 준 만큼 뉴턴도 나를 사랑하고 아꼈을까’…. 이에 저자는 반려견의 뇌에 초점을 맞췄다. 반려견이 가족의 목소리, 체취와 같은 특정 자극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직접 관찰하고자 했다.실험은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좁은 MRI 기기 안에서 개가 머리를 똑바로 들고 가만히 있는 것 자체가 극도로 어려웠기 때문이다. 청각이 예민한 개가 MRI 기기가 내는 100dB의 소음을 견딜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하지만 저자는 뉴턴이 떠난 뒤 들인 반려견 ‘캘리’와 함께 이를 성공시켰다. 기기와 비슷한 크기의 모형을 만든 뒤 간식으로 유인하고, 귀마개를 차는 등 훈련을 이어간 결과였다.그렇게 MRI 기기 안에서 처음 진행한 실험은 ‘핫도그 실험’이었다. 핫도그를 의미하는 인간의 수신호를 개에게 인지시킨 뒤, 뇌의 어느 부분이 반응하는지를 살펴봤다. 결과는 의외였다. 보상을 느낄 때 활성화되는 부위인 ‘미상핵’은 물론이며, 대뇌 피질 중앙 쪽에서도 반응이 있었다.그건 ‘거울 뉴런 반응’이었다. 거울 뉴런은 특정 움직임을 수행할 때와, 다른 누군가가 그 행동을 하는 것을 관찰할 때 모두 활성화되는 신경세포다. 이 반응이 있다는 건 개가 사람의 수신호를 자기 앞발의 움직임에 대입했다는 뜻이다. 저자는 “개가 사람의 행동을 보고 그것을 자신의 행동으로 치환해 해석할 능력이 있다면 사람의 감정도 그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추론했다. 앞선 연구들에 따르면 영장류 등은 거울 뉴런 덕분에 마음속으로 타인의 행동을 마치 자신이 직접 경험하듯이 시뮬레이션해 보고 그 감정에 공감할 수 있다.개가 주인의 체취에 강한 정서적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저자는 개가 MRI 기기 안에서 주인의 냄새와 낯선 사람, 낯선 개의 냄새를 각각 맡도록 했다. 그 결과 뇌 안쪽 깊숙한 곳에 있는 미상핵은 익숙한 사람의 냄새를 맡았을 때 강하게 활성화됐다. 반면 낯선 사람이나 낯선 개의 냄새에는 거의 반응하지 않았다. 이는 개도 사람과의 교류가 많아질수록 더 강한 유대감을 느낀다는 걸 시사한다.책을 읽다 보면 사람과 개의 관계는 정말로 진실한 것 같다는 공감이 커진다. 그런 면에서 ‘도그 프로젝트’의 장점도 돋보인다. 저자는 마취 없이 주인과 교감하는 상태에서 반려견의 뇌를 MRI로 촬영한 세계 최초의 연구자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인간과 개 사이에 존재하는 깊은 연대를 새삼 느낄 수 있는 책이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25일 오전 10시부터 영화티켓 ‘6000원 할인권’이 영화관 사이트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배포되자 신청자들이 대거 몰리며 한때 접속이 마비되는 불편을 겪었다. 주말을 앞두고 일반 예매도 어려워지자 영화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이 오히려 관람을 방해했단 지적도 나왔다.이날 오전 CGV와 롯데시네마, 씨네큐브 등 국내 멀티플렉스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은 3시간 이상 접속 장애를 겪었다. ‘현재 접속자가 많아 서비스 이용이 원활하지 않다’는 문구가 뜨며 정상 이용이 불가능했다. CGV의 경우 오전 대기 인원이 10만 명을 넘기며 ‘예상 대기시간 22시간 이상’이란 안내 메시지까지 게재됐다. 오후에도 일부 사이트는 접속이 평소보다 원활하지 않았다.이번 사태는 이날부터 배포된 영화관 6000원 할인권을 받기 위해 이용자가 한꺼번에 몰리며 벌어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는 할인권 총 450만 장을 선착순으로 발급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영화계 관계자는 “주말을 앞둔 금요일 오전이다보니 더 혼란이 가중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일각에선 올해 관객이 급감하며 위기에 빠진 영화산업 회복을 위한 정책이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시행되며 불편을 야기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접속 자체가 불가능하자 인터넷 커뮤니티 등엔 “주말에 영화 보려다 포기했다”는 댓글들도 올라왔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예상보다 많은 접속자가 몰리면서 현재도 간헐적으로 접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동시접속자를 늘릴 수 있도록 서버 복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여름의 남자라니… 정말 감개무량하네요.” 2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조정석 배우(45)는 그에게 붙은 ‘여름의 남자’란 별명에 관해 묻자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별명처럼 최근 여름 영화 ‘타율’이 좋았다. 2019년 7월 개봉했던 ‘엑시트’는 900여만 명의 관객을 모았고, 지난해 7월 선보인 영화 ‘파일럿’도 471만 명이 관람하는 준수한 성적을 냈다.그런 조 배우가 고른 차기작이 30일 개봉하는 영화 ‘좀비딸’.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좀비가 돼버린 딸(최유리)을 지키기 위해 극비 훈련에 돌입한 딸바보 아빠(조정석)를 그린 코미디물이다. 글로벌 누적 조회수 5억 뷰를 기록한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다. 그가 이 작품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딸이었다고 했다. 2018년 가수 거미와 결혼한 조 배우는 2020년 딸을 품에 안았다.“자연스럽게 나이를 먹고 있는 조정석이란 배우에게 절묘한 시기였어요. 어떻게 이 작품이 딱 나에게 제안이 왔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부모로서 마음이 성장하고 있는 때였죠. 소재가 좀비이고 코미디이긴 하지만, 부성애를 가진 캐릭터란 부분이 크게 와닿았습니다.” 이번 영화에서도 ‘조정석표 코미디’는 빛을 발한다. “웃기려 하지 않을 때 되레 웃길 수 있는 것 같다”는 그의 연기 철학처럼, 능청스러운 표정 연기는 여전히 압권이다. 여기에 좀비들을 피하기 위해 좀비인 척 몸짓을 하고, 기억이 남아있는 좀비 딸이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등 만화적 설정이 더해져 웃음이 배가된다. 이정은, 조여정, 윤경호 등 동료 배우들과의 연기 호흡도 잘 맞았다. 여고생들처럼 ‘까르르’거린다고 해서 단체 메신저 방 이름이 ‘좀비 여고 동창’일 정도라고 한다. 코미디로 시작했지만 이 영화는 K무비 특유의 ‘가족 감동 코드’를 품고 있다. 조 배우도 코미디만큼이나 코끝 찡해지는 장면에 신경을 썼다. 그는 “딸을 생각하며 연기하다 보니 다른 작품에 비해 너무 폭발적으로 감정이 튀어나왔다”며 “얼마만큼으로 조절하느냐가 문제였을 정도”라고 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낸 클라이맥스는 딸을 살리려는 아빠의 모습을 담은 엔딩 장면. 그는 시나리오를 읽을 때도, 대본 리딩 현장에서도, 영화를 보면서도 이 장면에서 매번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어떤 분들은 코미디 작품만 선택하는 것 아니냐고 오해도 하세요. 하지만 저의 인생 흐름에 맞게, 자연스럽게 작품을 선택해온 것 같습니다. 물론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은 언제나 있죠. 하지만 ‘내가 이런 역할을 하면 깜짝 놀라겠지?’ 하는 마음으로 작품을 선택하진 않아요.” 최근 특별출연했던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 ‘약한영웅 클래스2’도 그의 필모그래피에선 독특한 역할이었다. 그는 학교 일진 연합 배후에 있는 보스(최 사장)로 등장해 강렬한 존재감을 보였다. 조 배우는 “그 역할을 연기하면서 도파민, 스릴을 느꼈다”며 “연기는 탐구의 영역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그런 저 자신을 발견할 때 또 한번 재미를 느꼈다”고 했다. 자신이 출연한 모든 작품을 딸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조 배우. 안타깝게도 ‘좀비딸’은 나중에나 보여줄 생각이다. 아직 다섯 살이라 좀비를 무서워할 것 같기 때문이다.“이 영화를 찍으며 부성애가 커졌냐고 하면, 솔직히 변화는 없어요. 저는 항상 그 자리에 있는 것 같아요. 다만 언제나 좋은 아빠가 되고 싶어요.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고, 추억거리도 많이 쌓는 그런 아빠요.”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여름의 남자’라니… 정말 감개무량하네요.”2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조정석 배우(45)는 그에게 붙은 ‘여름의 남자’라는 별명에 관해 묻자 이렇게 말했다. 조정석은 여름 영화 ‘타율’이 좋다. 그가 주연한 ‘엑시트’는 2019년 7월 개봉해 900여만 명의 관객을 모았고, 지난해 7월 개봉한 영화 ‘파일럿’도 471만 명이 관람하는 준수한 성적을 냈다.그가 고른 다음 도전작은 30일 개봉하는 영화 ‘좀비딸’. 좀비딸은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좀비가 된 딸(최유리)을 지키기 위해 극비 훈련에 돌입한 딸바보 아빠(조정석)를 그린 코미디 영화다. 글로벌 누적 조회수 5억 뷰를 기록한 동명의 네이버 웹툰이 원작이다.조 배우가 이 작품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딸이었다고 한다. 2018년 가수 거미와 결혼한 그는 2020년 딸을 품에 안았다. 조 배우는 “마침 딸 아빠가 됐을 때 받은 시나리오라 이 캐릭터를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했다.“자연스럽게 나이를 먹고 있는 조정석이란 배우에게 절묘한 시기였어요. 어떻게 이 작품이 딱 나에게 제안이 왔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부모로서 마음이 성장하고 있는 때였죠. 소재가 좀비이고 코미디도 있지만, 부성애를 가진 캐릭터라는 부분이 저에게는 크게 와 닿았습니다.”이번 영화에서도 조정석표 코미디는 빛을 발한다. “웃기려 하지 않을 때 되레 웃길 수 있는 것 같다”던 그의 연기 철학처럼 능청스러운 표정 연기는 만화적 설정에 힘입어 배가 됐다. 이정은, 조여정, 윤경호 등 동료 배우들과의 연기 호흡도 잘 맞았다. 여고생들처럼 ‘꺄르르’ 거린다고 해서 단체 메신저 방 이름이 ‘좀비 여고 동창’일 정도라고 한다.이번 영화에선 코미디만큼이나 감동 코드에 신경을 썼다. 조 배우는 “딸을 생각하며 연기하다 보니 다른 작품에 비해 너무 폭발적으로 감정이 튀어나왔다”며 “얼만큼으로 조절하느냐가 문제였을 정도”라고 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낸 클라이막스는 딸을 살리려는 정환의 모습을 담은 엔딩 장면. 그는 시나리오를 읽을 때도, 대본 리딩 현장에서도, 영화를 보면서도 매번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어떤 분들은 코미디 작품만 선택하는 것 아니냐고 오해도 하세요. 하지만 저는 저의 인생 흐름에 맞게, 자연스럽게 작품을 선택해온 것 같습니다. 물론 변신을 도모하고,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은 언제나 있죠. 하지만 ‘내가 이런 역할을 하면 깜짝 놀라겠지?’하는 마음으로 작품을 선택하진 않아요.”최근 특별출연했던 넷플릭스 시리즈 ‘약한영웅 클래스2’도 그의 필모그래피에선 독특한 부분이다. 그는 학교 일진 연합 배후에 있는 보스(최사장)로 등장해 강렬한 존재감을 보였다. 조 배우는 “그 역할을 연기하면서 도파민, 스릴을 느꼈다”며 “연기는 탐구의 영역이라고 생각해왔는데 그런 제 자신을 발견할 때 또 한번 재미를 느꼈다”고 말했다.자신의 출연한 모든 작품을 딸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조 배우. 안타깝게도 ‘좀비딸’은 나중에 보여줄 생각이라고 했다. 5살이라 아직 좀비를 무서워할 것 같다는 이유였다.“이 영화를 찍으며 부성애가 커졌냐고 하면 변화는 없어요. 저는 항상 그 자리에 있는 것 같아요. 다만 좋은 아빠가 되고 싶어요.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고, 추억거리도 많이 쌓는 그런 아빠요.”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예고편 시사회’는 국내 영화계에서 흔치 않은 행사다. 몇 분짜리 짧은 영상을 보려고 굳이 발걸음을 해야 하나 갸우뚱거려지기도 한다. 하지만 작품에 대한 강한 자신감으로 이례적인 행보를 보이는 영화가 있다. 아바타3에 해당하는 ‘아바타: 불과 재’(사진)다. 이 영화는 올 12월 극장 상영을 확정하면서 벌써부터 흥행 예열에 나섰다. 개봉이 5개월 가까이 남은 이달 23일 공개한 3분가량의 예고편은 확장된 아바타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기회다. 우선 시리즈 최초로 ‘재의 부족’이 등장한다. 불을 잘 다루는 부족으로, 공개된 포스터에 등장한 인물도 재의 부족 ‘바랑’이다. 새로운 화산 지형과 대규모의 액션 장면 등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대목이다. 이에 기존 ‘인간 대 나비족’ 구도도 다소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아바타: 물의 길’ 개봉 당시 프랑스 인터뷰에서 차기작에 대해 “이전 두 편에선 나비족이 인간의 탐욕에 당하는 일방적 피해자로 묘사됐다면, ‘아바타: 불과 재’에선 반대되는 상황들도 나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아바타 시리즈는 월트디즈니컴퍼니의 한 해 농사를 좌우할 만큼 중대한 지식재산권(IP)다. 1편 ‘아바타’(2009년)는 역대 세계 흥행 기록 1위를 16년째 지키고 있다. ‘아바타: 물의 길’(2022년) 역시 역대 세계 흥행 기록 3위에 올라 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박찬욱 감독(62)의 신작 영화 ‘어쩔수가없다(No Other Choice)’가 다음 달 27일 개막하는 제82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한국 영화가 이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건 2012년 황금사자상을 받은 고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 이후 13년 만이다. ‘어쩔수가없다’는 베니스 영화제가 22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한 경쟁 부문 초청작 21편에 포함됐다. 박 감독의 12번째 장편영화인 이 영화는 만족스러운 삶을 살다가 갑자기 회사에서 해고된 만수(이병헌)가 아내 미리(손예진)와 두 아이를 비롯한 가족을 지키기 위해 재취업에 나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미국 소설가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의 소설 액스(The Ax)를 각색한 작품이다. 올 초 박 감독은 “이 영화의 각본을 쓰기 시작한 게 17년 전쯤인 것 같다. 긴 시간 제가 가장 만들고 싶어 했던 작품을 드디어 촬영까지 마치게 돼 감개무량하다”고 밝힌 바 있다. 영화는 9월 개봉될 예정이다. 박 감독은 영화 ‘친절한 금자씨’로 2005년 이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바 있다. 이번 영화제 경쟁 부문엔 장준환 감독의 장편 데뷔 영화 ‘지구를 지켜라’(2003년)를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한 ‘부고니아(Bugonia)’도 초청됐다. 두 남자가, 지구를 파괴하는 외계인이라고 믿는 거대 기업 경영자를 납치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그리스 출신 거장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연출하고 에마 스톤이 주연을 맡았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밀폐된 공간, 되풀이되는 출처 불명의 소리…. 영화에서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기에 이만한 소재도 별로 없다. 여름을 맞아 ‘층간소음’을 소재로 한 공포스릴러 한국 영화 2편이 관객을 찾아왔다. 극장 영화 ‘노이즈’와 넷플릭스 영화 ‘84제곱미터’다. 두 작품은 모두 우리에게 친숙한 ‘밀폐 공간’인 아파트를 배경으로 했다.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도, 층간소음을 둘러싼 정체불명의 존재를 쫓는 과정을 그렸다는 점도 닮았다. 하지만 상영 플랫폼이 극장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나뉘는 만큼 연출 스타일은 뚜렷하게 갈린다.● 원조 스릴러 vs 현실 스릴러‘공포의 핵심은 청각’이란 본질을 더 잘 살린 작품은 ‘노이즈’다. 영화관 상영이란 공간적 특성을 활용해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웠다. 주인공 서주영(이선빈)은 아파트에서 실종된 여동생을 찾아 나선다. 층간소음의 범인을 추적하며 이웃들과 불화를 겪었던 여동생의 흔적을 쫓는다. 이 과정에서 쿵쿵거리는 발소리나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정체불명의 소리 등 효과음을 섬세하게 연출해 긴장감을 높였다. 주인공이 청각장애인이란 설정도 눈에 띈다. 작품에서 공포를 선사하는 소재 중 하나는 서주영이 쓰는 음성인식 인공지능(AI) 애플리케이션이다. 집에 아무도 없는데 갑자기 앱에 음성 인식이 뜨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이 적히는 순간. 기존 공포영화에선 볼 수 없던 섬뜩함을 제공한다. 보청기를 통해 들리는 기괴한 소리 또한 한층 온몸을 찌릿하게 만든다.이에 비해 ‘84제곱미터’는 현실적인 공포를 추구했다. 흥미롭게도 ‘노이즈’와 같은 음향·음악감독이지만, OTT 작품인 만큼 심리적 긴장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은 층간소음 그 자체에 집중하진 않는다. 대출금에 허덕이던 영끌족 노우성(강하늘)이 작전 세력이 개입한 코인을 매수하는 것을 시작으로 극이 펼쳐진다. 영화 속 가장 공포스러운 순간도 노우성이 코인을 매도하려는 장면이다. 코인 고점을 기다리던 노우성은 층간소음의 주범으로 몰리며 상황이 꼬이고, 결국 예정된 시간에 매도하지 못해 전 재산을 잃는다. 평범한 이들에게 이만큼 공포스러운 게 뭐가 있을까.● 마무리 아쉽지만 성적은 준수 두 작품은 후반부로 갈수록 다소 아쉽다는 점도 엇비슷하다. ‘노이즈’는 귀신과 빙의 등 오컬트적 현상을 끌어들이며 이야기의 톤이 급격히 바뀐다. ‘84제곱미터’ 역시 사건의 배후에 대해 다소 비현실적인 설정으로 치달으면서 개연성을 무너뜨린다.‘84제곱미터’는 2030 청년 세대의 주거 현실을 시작으로 집값 등락에 일희일비하는 아파트 커뮤니티, 부실 감리와 비리, 아파트 소유에 따른 계층 차 등이 담긴 작품. 하지만 스릴러 자체의 재미보다 너무 메시지가 강조되는 느낌이 없지 않다. 끝까지 장르적 흐름을 유지했다면 어땠을까 싶다. 성적은 나쁘지 않다. 둘 다 익숙한 소재인 데다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인다. 누구나 공감할 일상의 긴장감을 끌어올린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22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노이즈’는 지난달 25일 개봉 이후 누적 관객 수 150만 명을 돌파했다. ‘84제곱미터’ 역시 글로벌 OTT 순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22일 넷플릭스 영화 글로벌 3위까지 올라갔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해바라기의 키가 커가고, 대낮의 시간이 길어지고, 목에 두른 수건이 흠뻑 젖어 있으니, 이즈음을 여름의 얼굴이 설핏설핏 보이는 때라고 해야겠다.”(여름편 ‘여름의 얼굴이 설핏 보이는 때’에서) 지난해 등단 30년을 맞은 문태준 시인이 제주 시골집으로 내려갔다. 그가 그곳에서 오래된 밭을 일구고 풀을 뽑으며 자연을 기록한 산문집이다. 시인은 교훈을 강요하지 않는다. 자연을 보며 삶의 이치를 깨우친 듯한 글보다는, 여름날 바닷가에서 뛰노는 아이들에 대해 쓴다. 독자로 하여금 각자의 여름을 떠올리게 만드는 글이 많다. 팔이며 등이며 까맣게 탄 채 바다수영을 즐기는 아이들을 보며 “곰곰이 생각하면 누구나 올해 여름을 각별하게 하는 장면이 떠오를 것”이라고 말한다. 책의 묘미는 중간중간 자연을 관찰하며 지은 시들이다. 대낮에 화초에 물을 뿌리는데 이웃집 사람이 말렸단다. 물방울로 인해 꽃과 잎을 불에 익히는 것처럼 되고 만다는 것. 시인은 그날 저녁 무렵에야 물을 주며 ‘동근(同根)’이라는 시 한 편을 썼다.‘대지가 가물어 사람도 가물어요/나는 대지의 작은 풀꽃/흥얼거리는 실개천/대지에 먹을 물이 모자라니/나는 암석 같아요’ 책은 여름에서 시작해 사계절을 담은 4부로 구성돼 있다. 계절에 맞춰 읽어도 좋고, 시원함을 미리 느끼고 싶으면 가을이나 겨울 챕터를 읽는 것도 나쁘지 않다. 감귤, 돌담 등 제주에 관한 생생한 묘사가 많아 섬 풍경이 그리울 때마다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최근 집중호우로 피해를 본 주민과 재해 복구를 위한 각계의 지원 및 기부가 이어지고 있다. 신한·KB·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는 피해 복구와 이재민 긴급 구호에 각각 20억 원씩 총 80억 원의 성금을 기부하는 한편 긴급 대출 등 다양한 금융지원안을 밝혔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20억 원을 기부하고 ‘재난·재해 대응 체계’를 가동해 이날 새벽 폭우가 쏟아진 충남 당진시, 아산시에 긴급 구호키트 약 500개를 배포했다. 또 특별대출, 만기연장, 금리우대, 보험료·카드 결제대금 유예 등의 다양한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신한금융지주도 성금 20억 원과 함께 생필품·의약품 등으로 구성된 긴급 구호키트 및 텐트를 이재민들에게 지원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상으로 최대 5억 원 신규 여신, 만기연장과 분할상환금 유예, 신규·만기연장 시 최고 1.5%포인트 특별 우대금리, 신규 개인대출 등을 제공한다. 신한카드는 피해 고객의 카드 대금을 6개월 후에 받는 청구 유예와 유예 기간 종료 후 6개월간 나눠 납부하도록 하는 분할 상환을 지원할 예정이다. 하나금융지주는 15개 계열사가 마련한 20억 원의 성금을 피해 지역 복구사업과 수재민 긴급 구호사업 등 도움이 필요한 곳에 전달했다. 또 생필품과 의약품이 담긴 행복상자 1111세트, 이동식 밥차와 세탁차를 지원한다. 하나은행은 집중호우로 피해를 본 개인에게는 5000만 원 이내 긴급 생활안정자금을, 중소기업에는 기업당 5억 원 이내 긴급경영안정자금을 대출해주기로 했다. 대출 금리도 최대 1.3%포인트 감면한다. 우리금융지주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전국재해구호협회에 20억 원을 기부했다. 우리은행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최대 1.5%포인트 금리를 감면한다. 또 2000억 원 이내 운전자금 대출이나 피해 실태 인정금액 범위 내의 시설자금 대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역 주민들에게도 1인당 최대 2000만 원의 긴급 생활자금 대출과 대출금리 최대 1%포인트 감면, 예·적금 중도해지 시 약정이자 지급, 창구 송금수수료 면제 등을 지원한다.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비트코인 5개(18일 기준 약 8억 원)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열매)에 기부한다. 두나무의 성금은 충남과 충북, 광주 등 피해가 큰 지역을 우선 지원하고 향후 피해 상황에 따라 이재민 구호에도 활용될 예정이다. 유통업계도 이재민 긴급 지원에 나섰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SPC그룹은 이날 집중호우로 피해를 본 당진시 등 중부 지역과 전남·광주 등 호남 지역에 빵 5000개, 생수 5000개 등 구호물품 1만 개를 전달했다. CJ푸드빌은 당진시, 아산시, 예산군을 직접 방문해 빵과 음료 5000개를 긴급 전달했다. 연예인들의 기부도 이어졌다. 18일 전국재해구호협회는 방송인 유재석과 배우 임시완이 집중호우 피해 이재민을 돕기 위해 각각 5000만 원을, 배우 이혜영이 2000만 원, 개그맨 이승윤과 웹툰작가 이말년이 각각 1000만 원을 기부했다고 밝혔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

“모두가 ‘한국 무대에 서고 싶다’고 했어요. 이 발레 갈라(gala) 공연을 기획한 보람이 정말 컸습니다.”이달 30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사흘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파리 오페라 발레 에투알 갈라 2025’에서 무대 총괄을 맡은 박세은 씨(36)는 17일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박 씨는 동양인 최초로 세계 정상급 발레단인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에투알(수석무용수)에 올랐으며, 2022년과 지난해에도 갈라 내한 무대를 총괄했다.박 씨가 이번 무대에 캐스팅한 무용수 중에는 발레리노 마티외 가니오(41)도 있다. 가니오는 ‘21세기 파리 오페라 발레의 상징’이라 불리는 에투알이다. 올 3월 ‘오네긴’을 끝으로 파리 오페라 발레단에서 은퇴한 뒤 첫 해외 공연이다. 한국 방문이 처음인 가니오는 “오래전부터 한국에 가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방문하게 돼 기쁘다”고 했다. 가니오는 이번 무대에서 ‘소나타’ ‘인더나이트’ 등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같은 2인무라고 해도 ‘인더나이트’는 형식미에 기반한 절제된 감정이라면, ‘소나타’는 보다 직접적이고 생생한 감각에 가까운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무대는 에투알 10명이 출연하는 전례 없는 규모로 펼쳐진다. 박 씨도 ‘잠자는 숲속의 미녀’, ‘호두까기 인형’ 등으로 무대에 오른다. “제가 처음 입단했을 때만 해도 ‘동양인 무용수’에 대한 시선이 조심스러웠는데, 지금은 후배들이 자기만의 색으로 무대를 채우고 분명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어요. 앞으로도 더 많은 한국인 무용수들이 파리에서, 또 세계에서 빛날 거라 믿어요.”(박 씨)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