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언

김태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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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태언 기자입니다.

beborn@donga.com

취재분야

2024-03-28~2024-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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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TS, 그래미상 3년 연속 후보 올랐지만 수상 불발

    그룹 방탄소년단(BTS·사진)이 미국 최고의 권위를 지닌 대중음악 시상식 그래미 어워즈에 3년 연속 후보로 올랐지만 수상은 하지 못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5일(현지 시간) 열린 제65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방탄소년단은 3개 부문에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와의 협업곡 ‘마이 유니버스(My Universe)’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에, ‘옛 투 컴(Yet to Come)’으로 ‘베스트 뮤직비디오’ 부문에 후보가 됐다. 또 ‘마이 유니버스’가 포함된 콜드플레이의 9집 ‘뮤직 오브 더 스피어스(Music of the Spheres)’가 그래미 4대 본상 중 하나인 ‘올해의 앨범상’ 후보에 오르면서 방탄소년단도 피처링 가수와 송라이터(RM 슈가 제이홉)로 포함됐다. 하지만 경쟁자들은 막강했다. ‘베스트 뮤직비디오’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올 투 웰: 더 쇼트 필름(All Too Well: The Short Film)’에 돌아갔다. 방탄소년단이 3년 연속 후보로 올라 기대를 모은 ‘베스트 팝/듀오 그룹 퍼포먼스’ 부문은 ‘언홀리(Unholy)’를 부른 샘 스미스와 킴 페트라스가 받았다. 4대 본상인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앨범’ ‘올해의 노래’ ‘베스트 뉴 아티스트’는 각각 리조, 해리 스타일스, 보니 레이트, 사마라 조이에게 돌아갔다.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운 이는 비욘세였다. 지난해 발표한 7집 ‘르네상스’로 9개 부문 후보에 오른 비욘세는 ‘베스트 댄스/일렉트로닉 앨범’ ‘베스트 R&B 송’ ‘베스트 트래디셔널 R&B 퍼포먼스’ ‘베스트 댄스/일렉트로닉 레코딩’까지 총 4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이로써 지금까지 32개의 트로피를 가져가며 그래미 역사상 최다 수상자가 됐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그래미 ‘베스트 송 포 소셜 체인지’ 부문 시상자로 직접 나서 눈길을 끌었다. 해당 부문은 이란의 싱어송라이터 셰르빈 하지푸르가 수상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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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성적 목소리에 몽롱한 분위기… 한국팬들, 떼창보다 박수로 화답

    미국 밴드 ‘시가렛 애프터 섹스’의 공연은 아늑하고 먹먹한 모노톤의 꿈과 같았다. 리드보컬 그레그 곤잘러스 등 3명의 멤버가 5일 오후 7시 서울 강서구 KBS아레나에서 강렬한 백색 조명 앞으로 검은색 옷을 입은 채 모습을 드러내자 이내 흑백의 공간은 나른한 목소리와 멜랑콜리한 멜로디로 가득 찼다. 밴드에 따라붙는 ‘드림 팝(Dream Pop)’이라는 수식 그대로였다. 드림팝은 울림 효과를 주는 악기와 속삭이는 보컬로 꿈속을 유영하는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2018년 11월 첫 내한 후 4년여 만에 열린 이 밴드의 단독 공연을 보기 위해 이날 관객 3800여 명이 모였다. 2008년 미국에서 결성한 이 밴드는 주로 사랑과 이별을 이야기한다. 흑백 독립영화를 보는 듯한 잔잔하고도 몽환적인 멜로디가 특징이다. 가사는 밴드의 주축인 곤잘러스의 자전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이날 공연에서는 사랑하는 사람과 더욱 가까워지고자 하는 마음을 담은 곡 ‘Crush’(2018년)를 필두로 모두 15곡을 선보였다. 어릴 적 풋사랑의 감정을 노래한 ‘John Wayne’(2017년), 연인이 곧 자신의 전부임을 담담하게 풀어낸 곡 ‘You’re All I Want’(2020년) 등 동시대의 연애를 이야기하는 노래들이 주를 이뤘다. 이 밴드를 널리 알린 곡 ‘Nothing’s Gonna Hurt You Baby’(2012년)도 이어졌다. 곡은 멜로디와 가사가 단순하고 여유가 있어 눈을 감고 듣기에도 편안했다. 백그라운드 뮤직으로 많이 접해 왔던 음악이지만 공연장에서 라이브로 들을 때에도 아늑한 분위기는 그대로였다. 우울하면서도 낭만적인 정서가 관객들의 감정을 폭발시키기보다는 먹먹하게 만들었다. 나이와 성별을 가늠하기 어려운 곤잘러스의 중성적인 목소리 덕에 공연장에서는 몽롱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팬들도 떼창보다는 박수로 화답했다. 관객석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온 것은 밴드를 대표하는 ‘Sweet’ ‘Sunsetz’ ‘K.’까지 3곡이 연이어 연주되던 순간. 2017년 밴드의 정체성과 스타일을 확립한, 밴드와 동명의 앨범에 포함된 곡이다. 곤잘러스는 “이 밤을 함께해 줘서 고맙다”고 했다. 느린 박자의 드럼과 어쿠스틱한 기타를 바탕으로 하는 이 밴드의 곡은 대개 비슷한 느낌이 반복된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테크닉이나 퍼포먼스보다는 무드로 승부를 보는 팀이다. 단순한 멜로디와 통속적인 가사로 구성돼 쉽게 이해된다”며 “멜랑콜리한 음악을 찾는 팬들에게는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른 팀”이라고 말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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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NS 스타’ 1990년대생 해외가수들 내한공연 러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데뷔한 1990년대생 해외 가수들의 단독 내한 공연이 이달과 다음 달 잇달아 열린다. 유튜브 등에 자작곡을 발표하거나 유명 곡 커버 영상을 올리면서 대중과의 접점을 넓혀 온 SNS 스타들이 한국의 팬들 앞에 서는 것. 이달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 돔에서 공연하는 미국 싱어송라이터 코넌 그레이(25)는 10대 시절부터 일상을 담은 영상과 커버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며 이름을 알려왔다. 2018년 첫 EP 앨범 ‘Sunset Season’을 통해 본격 가수의 길로 들어선 그는 1020세대의 지지를 받으며 Z세대 스타로 떠올랐다. 사샤 앨릭스 슬론(28·사진)도 비슷한 경우다. 어린 시절 독학으로 피아노와 작곡을 공부하던 그는 미국 커뮤니티 ‘레딧’에 올린 자신의 집 외관 사진이 밈(meme)이 되면서 함께 올렸던 습작곡들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다음 달 6일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공연한다. 이달 15일 예스24 라이브홀에서 공연하는 밴드 ‘더 뱀프스’는 SNS를 통해 결성됐다. 2011년 먼저 레이블 계약을 맺었던 기타리스트 제임스 맥베이(29)가 유튜브에서 활동하던 보컬 브래들리 심프슨(28)과 페이스북을 통해 만난 드러머 트리스탄 에번스(29)를 영입했다. 2013년 멤버들과 친구였던 베이시스트 코너 볼(27)이 합류하며 4인 밴드로 구성됐다. 유튜브에 커버곡을 올리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이들은 영국 런던의 O2 아레나 공연장에서 15회 공연하는 등 라이브에 강한 팀으로 사랑받고 있다. 이 밖에도 SNS에 솔로곡을 발표하며 등장한 미국 싱어송라이터 켈라니(28)와 노르웨이 출신 싱어송라이터 오로라(27)도 각각 이달 13일과 19일 예스24 라이브홀에서 공연을 펼친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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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랙핑크-던-제이홉, 美롤링스톤 선정 ‘스타일리시 뮤지션’

    그룹 블랙핑크(사진), 래퍼 던,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제이홉이 미국의 음악 잡지 롤링스톤이 선정한 ‘2023 가장 스타일리시한 뮤지션 25’에 각각 6, 16, 21위로 선정됐다. 이 명단은 패션, 음악, 문화계 관계자들이 전 세계 뮤지션을 대상으로 진행한 투표로 선정됐으며, 1위는 미국 뮤지션 스티브 레이시가 차지했다. 롤링스톤은 홈페이지를 통해 블랙핑크에 대해 “‘핑크 베놈’ 뮤직비디오로 한 밴드가 길거리 의상, 글래머(glamour), 로큰롤의 균형을 동시에 맞추는 것이 가능함을 증명했다”고 했다. 던을 두고서는 “한국 래퍼들은 최고의 스타일을 지니고 있는데, 던이 이 흐름을 이끌고 있다”고 했고, 제이홉은 “경력의 한 챕터를 쓰고 있고, 패션은 이 가운데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소개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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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시선 노출, 생존엔 불리하지만 협동엔 유리”

    약 40억 년 전 태곳적 바다에서 최초의 생명체인 단세포생물이 탄생했다. 다세포생물로 진화하기까지는 30억 년 이상이 걸렸다. 이 과정에서 빛의 강약을 느끼는 안점을 지닌 생명체가 나타났다. 이윽고 시각세포가 여러 개로 나뉘고, 시각세포가 있는 피부 표면이 오목해지면서 빛이 어디서 들어오는지도 지각할 수 있었다. 눈의 탄생이었다. 지구 생물들은 먹고 먹히는 생존경쟁 속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눈을 발달시켰다. 일본 시바우라공업대 교수로 인간이 빛을 보거나 감지하는 방법에 관한 학문인 시각심리학 전문가인 저자는 인간과 동물의 눈 구조, 사물을 보는 방법, 빛을 이용하는 방법 등을 샅샅이 살펴본다. 태양 빛을 잘 받아들이는 것은 지구 생물에게 생존과 직결된 문제였다. 하지만 반드시 정교한 눈이 필요했던 건 아니다. 형태를 구별하는 눈이 있으면 적을 발견하자마자 도망치거나 먹잇감을 빠르게 포획할 수 있지만 이는 빠른 움직임을 전제로 한다. 느린 동물은 위장술을 펼치는 등 다른 생존 전략을 취한다. 해파리나 성게의 눈이 거의 발달하지 못한 이유다. 정교한 눈을 유지하려면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하기에 따개비는 성장 단계에서 눈을 퇴화시키기도 한다. 인간 눈의 가장 큰 특징은 외부에서 흰자가 보인다는 것이다. 개나 고양이처럼 흰자가 있는 동물은 많지만 외부에선 흰자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흰자가 보이면 시선의 방향을 적이 알 수 있어 생존경쟁에서 불리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되레 상대방에게 시선의 방향을 알려 정보나 감정을 쉽게 공유한다. 진화 과정에서 일대일로 싸우기보다 동료들과 협동하는 길을 택했기 때문이다. 깜깜한 심해에 사는 동물의 특징, 색 구분이 동물 생존에 끼친 영향, 인간의 시력이 2.0을 넘기 힘든 이유 등 눈과 관련된 다양한 지식도 담았다. 햇빛 쬐는 시간이 줄고, 밤에도 밝은 조명 아래 생활하게 된 오늘날의 빛 환경 속에서 인간의 눈이 어떻게 변화할지 상상해보며 읽는 것도 재밌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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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쇼미더머니’ 나플라, 사회복무요원 출근안해… 병역 특혜 수사

    힙합 오디션 예능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우승자인 래퍼 나플라(본명 최석배·31)가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면서 실제로는 출근을 하지 않는 등 병역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1일 확인됐다. 병역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이 같은 정황을 파악하고 강제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나플라는 ‘허위 뇌전증 병역 면탈’ 의혹 피의자인 래퍼 라비가 대표인 회사에 소속돼 있다.●사회복무요원인데 출근 안 해 1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남부지검·병무청 병역비리 합동수사팀은 서초구청 사회복무요원 신분인 나플라가 분할복무 등 제도를 이용해 병역을 연기하는 동시에 실제로는 복무 기간에도 구청에 출근하지 않는 등 특혜를 받아 온 사실을 파악하고 병역법 위반 혐의 등을 수사 중이다. 병역법에 따르면 사회복무요원 복무 중에 질병 치료가 필요하거나 가족 간병 등의 사정으로 본인의 지원이 필요한 경우 일정 기간 복무를 중단할 수 있다. 검찰도 나플라가 병역법에 명시된 ‘분할복무’를 정당하게 이용해 병역을 미뤘다면 그 자체로는 위법하진 않다고 보고 있다. 다만 복무 기간에 출근을 하지 않는 등 병역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과정에 서초구 관계자의 개입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나플라의 병역법 위반 혐의 관련 전산자료 등을 확보하기 위해 서초구 안전도시과와 병무청 서울·대전청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안전도시과는 서초구 소속 사회복무요원들의 복무 관리를 담당한다. 병역브로커 구모 씨(수감 중)의 ‘허위 뇌전증 병역 면탈’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은 그의 의뢰인이었던 라비 등을 조사하며 나플라의 비정상적 병역 이행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나플라가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기 위해 보충역(4급) 판정을 받는 과정에선 불법 행위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2015년경부터 힙합 음악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나플라는 2018년 한 케이블 채널의 힙합 오디션 예능 ‘쇼미더머니’ 7번째 시즌에서 우승하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나플라는 2020년 대마초를 피운 사실이 적발돼 활동을 잠시 중단했다. 대마 흡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나플라는 2021년 1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2019년경에도 대마를 흡연한 혐의로 조사를 받다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그는 항소했지만 지난해 말 2심 재판부는 1심 형량을 유지했다. 나플라의 소속사인 그루블린 관계자는 “나플라가 검찰 조사를 한 차례 받은 것은 맞다”며 “조사 내용에 관해선 본인에게 추가로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병역 면탈’에서 ‘병역 특혜’로 수사 확대 법조계에선 ‘허위 뇌전증 병역 면탈’ 의혹으로 시작된 검찰 수사가 연예인 등 사회복무요원들의 비정상적 병역 이행 등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허위 뇌전증 진단을 받아 병역을 면탈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상담수수료 명목으로 건당 수천만 원을 받은 구 씨와 그를 통해 병역을 면탈한 7명을 기소했다. 또 지난달에는 같은 혐의로 다른 병역브로커 김모 씨(수감 중)와 그에게 병역 면탈을 의뢰한 15명, 병역 면탈을 도운 가족과 지인 등 6명 등 총 22명을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구 씨를 통해 병역을 면탈한 피의자를 대상으로 추가 수사를 진행 중이다. 입건된 구 씨의 의뢰인 중에는 라비 외에도 병영 문제를 다룬 드라마 ‘D.P.(디피)’에 출연한 조연급 배우 송덕호 씨, 부장판사 출신 대형 로펌 변호사 아들 A 씨, 배구 선수 조재성 씨 등이 포함돼 있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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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명란 시선집 ‘사랑의 낱알’ 묵묵히 헤쳐가는 삶의 풍경

    ‘신발 밑바닥에 껌이 붙었다/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지하의 당신이 발을 붙든다/ (중략) 나는 지금 당신에게 다가갈 힘을 기르고 있는 중’(시 ‘정물이 되어’) 방정환 문학상, 천상병 시상, 남명 문학상, 편운 문학상을 받은 최명란 시인(60)의 시선집 ‘사랑의 낱알’(스토링·사진)이 최근 출간됐다. 시집 ‘쓰러지는 법을 배운다’, ‘명랑 생각’, ‘이별의 메뉴’에서 61편을 고르고, 신작 시 6편을 더했다. 소박한 일상 속 풍경을 신선하고 맑게, 때로는 묵직하게 노래한다. ‘내 친구 야간 대리운전사’에서는 대리운전을 하는 친구가 솟대에 앉은 새 같다며 ‘… 친구여 이제는 한강을 유유히 가로지르는 물오리의 길을/물과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물새의 길을 함께 가자…’라고 읊조린다. 녹록지 않은 삶을 묵묵히 헤쳐 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하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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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네딕토 16세 교황직 사임 이유는 불면증

    지난달 선종한 베네딕토 16세(본명 요제프 라칭거) 전 교황(사진)이 2013년 교황직에서 자진 사임한 데에는 불면증이 결정적인 원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27일(현지 시간) 독일 가톨릭 매체 KNA는 베네딕토 16세가 선종하기 9주 전 독일 전기 작가 페터 제발트에게 보낸 편지를 공개했다. 베네딕토 16세는 편지에서 “독일 쾰른에서 열린 세계 청년의 날 행사 후 나를 계속 따라다니는 불면증이 사임의 주요한 계기였다”고 밝혔다. 2005년 8월 열린 세계 청년의 날 행사는 그가 그해 4월 교황에 즉위한 후 첫 해외 나들이로, 그는 즉위 직후부터 불면증에 시달린 것이다. 편지에서 베네딕토 16세는 “주치의의 강력한 처방전은 처음에 효과가 있었으나 곧 한계에 달해 교황직 수행 가능성을 점점 더 보장할 수 없게 됐다”고 털어놨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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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경 보호’ Z세대 “플라스틱 CD 대신 QR코드 앨범 사요”

    ‘음반을 산다’라는 말을 들으면 저마다 떠올리는 장면이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LP를 집어드는 장면을, 누군가는 테이프나 CD를 사는 순간을 떠올린다.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에게는 하나의 선택지가 더 있다. 바로 ‘QR코드’다. 최근 가요계에선 실물 음반 없는 디지털 플랫폼 앨범이 인기다. CD 대신 음원 정보가 담긴 QR코드가 새겨진 종이가 담긴 앨범이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QR코드를 등록할 수 있는 음반 애플리케이션을 스마트폰에 설치한 후 QR코드로 앨범을 내려받으면 된다. 실물 CD는 없지만 이 역시 써클(옛 가온), 한터 등 국내 주요 음반 차트 집계에 반영된다. 26일 현재 알라딘이 집계한 음반 판매량 3위는 뉴진스의 디지털 플랫폼 앨범 ‘OMG’, 4위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디지털 플랫폼 음반 앨범 ‘이름의 장: TEMPTATION’이다. 이 중 ‘OMG’는 CD가 포함된 버전의 앨범도 동시 발매했는데 이는 판매 순위 8위다. QR코드가 담긴 디지털 플랫폼 앨범이 인기를 끄는 건 환경을 중시하는 아이돌 음악팬 ‘Z세대’ 덕분이다. 기존 기획사들은 CD를 비롯해 화보집, 포토 카드, 메시지 카드 등을 함께 넣어 일종의 ‘굿즈’ 개념으로 음반을 접하게 했다. 같은 앨범이지만 커버 사진을 멤버별로 달리하거나 앨범 한 장당 팬 미팅 응모권을 증정해 추첨하는 이벤트를 하며 음반 판매량을 늘려왔다. 문제는 살 때마다 늘어나는 CD였다. CD 플레이어 생산 및 유통이 활발하지 않은 데다 디지털 음원에 익숙한 Z세대에게 CD는 일종의 짐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세븐틴의 팬인 김세연 씨(23)는 “집에 CD 플레이어가 없어 앨범을 사도 CD로 음악을 들을 수 없지만 팬 미팅 당첨 기회를 늘리기 위해 음반 3, 4개를 한꺼번에 사곤 했다”며 “일부 팬은 사진 등을 꺼낸 뒤 CD는 현장에서 버린다”고 했다. 실제 케이팝 팬으로 구성된 기후 변화 위기 대응 단체인 ‘케이팝포플래닛’이 지난해 3월부터 한 달간 국내 팬들이 버린 가요 앨범 8000여 장을 수거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Z세대 사이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플라스틱 CD 음반을 줄여야 한다”는 캠페인이 확산되며 디지털 플랫폼 음반 앨범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더욱 공고해졌다. 기획사들도 이에 호응하고 있다. 하이브는 지난해 7월, 방탄소년단 멤버 제이홉의 솔로 ‘잭 인 더 박스’를 디지털 플랫폼 앨범으로만 발매했다. 세븐틴, 뉴진스, 르세라핌 등 하이브 산하 레이블 소속 가수들의 음반은 CD와 동시에 QR코드로도 발매했다. 하이브 관계자는 26일 “팬들의 의견을 반영해 불필요한 앨범 포장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SM엔터테인먼트도 NFC(근거리무선통신) 접촉으로 이용 가능한 스마트 앨범 제작에 나섰다. 레드벨벳, NCT, 슈퍼주니어 등의 앨범이 대표적이다. YG엔터테인먼트 역시 지난해 10월 그룹 ‘트레저’의 앨범을 친환경 종이로 만든 카드에 적힌 점자 형식 코드를 스캔하면 노래를 들을 수 있는 방식으로 제작했다. 가요계에서는 친환경 음반이라며 이런 움직임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팬들 사이에서는 앨범 리뷰를 남기며 장단점으로 플라스틱 사용 여부나 비중을 적는 것이 관례가 됐기 때문이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CD가 지닌 소장가치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CD를 디지털 플랫폼 앨범으로 완전히 대체하는 건 어렵더라도 플라스틱, 종이 소비를 줄이는 사회 분위기에 발맞춰 디지털 플랫폼 앨범의 비중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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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시티팝 영향 받았지만 아시아계 미국인 고민 녹여”

    ‘한 번 밴 생강(Ginger) 향은 지우기 힘들다.’ 시티팝의 신흥강자로 불리는 미국 싱어송라이터 ‘진저루트(Ginger Root·사진)’. 팬들은 진저루트의 곡에 빠져든 자신들을 이렇게 표현한다. 중국계 미국인인 진저루트의 본명은 캐머런 루(28). 2016년 진저루트란 이름으로 음악을 만들며 현재까지 7장의 앨범과 3장의 EP, 19개의 싱글을 발매했다. 진저루트가 국내에서 인기를 끈 건 약 2년 전부터다. 국내에서 특별히 홍보를 하지 않았지만 팬들이 그의 곡을 넣어 만든 유튜브 플레이리스트와 가사를 번역한 영상이 입소문을 타며 단독 공연까지 열 만큼 인기를 얻고 있다. 서울 마포구 왓챠홀에서 20일 국내 첫 공연을 앞둔 진저루트를 만났다. 그는 “국경을 넘어 사랑받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스탠딩석으로 이뤄진 왓챠홀은 이날 600여 명의 관객으로 꽉 찼다. 진저루트의 음악이 이목을 끈 건 국내 레트로 열풍과 관련 있다. ‘Loretta’(2021년) ‘Weather’(2021년) 등 몽환적이면서도 감각적인 멜로디가 특징인 그의 음악은 낭만적 음률을 가진 1970, 80년대 일본 시티팝과 많이 닮았다. 그는 “고등학교 때 처음 1970, 80년대 일본 음악을 접하고 팬이 됐다”며 “신선하면서도 어딘가 공감대가 있는 점이 매력적이었다”고 했다. 공감대는 그의 뿌리와 맞닿아 있다. 이민 3세대인 그는 “미국에서는 한국, 중국, 일본 태생 모두 아시아계 미국인으로 불린다. 비슷한 시대의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노래에도 관심이 가는 이유”라며 “제 음악이 표면적으로는 일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지만 그 근저에는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의 고민이 녹아 있다”고 했다. 그의 개성은 음악에서만 드러나는 게 아니다. 지난해 발표한 ‘Loneliness’ 뮤직비디오는 가상의 일본 가수 기미코가 도망가자 진저루트가 그를 대신해 활동한다는 독특한 이야기로 눈길을 끌었다. 영화학도이기도 한 그는 영상미가 돋보이는 1970, 80년대 감성의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날 공연에서 그는 노래하고 연주하며 춤추는 중간중간 개그를 하고, 카메라를 응시하며 이야기해 한 편의 재치 있는 연극을 보는 것 같았다. 그는 “음악, 뮤직비디오, 공연 등 제 모든 활동이 밝고 경쾌한 에너지를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진저루트는 한국 공연을 시작으로 3월 홍콩과 태국에서 공연을 이어갈 계획이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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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번 밴 생강 향은 지우기 힘들다”… ‘시티 팝의 신흥강자’ 진저 루트 인터뷰

    ‘한 번 밴 생강 향은 지우기 힘들다.’ 시티 팝의 신흥강자, 미국 싱어송라이터 ‘진저 루트’의 곡에 빠져든 팬들은 이렇게 자신의 처지를 유희한다.진저 루트의 본명은 ‘카메론 루’(28), 영화학도다. 그는 2016년 진저 루트란 이름으로 음악을 만들며 현재까지 앨범 7장과 EP 3장, 19개의 싱글을 발매했다. 진저 루트가 국내에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한 건 약 2년 전. 음악 팬들이 진저 루트의 곡을 넣어 만든 유튜브 플레이리스트가 알고리즘을 타면서부터였다.20일 서울 마포구 왓챠홀에서 만난 그는 “국경을 넘어 사랑받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까닥이는 무대 위 그는 쾌소를 짓게 하는 B급 감성 보유자지만, 무대 아래 그는 무척이나 진지한 아티스트였다. 그에게도 이날 무대는 특별했다. 한국에서의 단독 공연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 무대를 발판 삼아 올 3월 홍콩과 태국에서도 공연한다.진저 루트의 음악이 이목을 끈 건 국내의 레트로 열풍과 관련이 있다. ‘Loretta’(2021년) ‘Weather’(2021년) 등 그의 음악은 낭만적인 음률을 가진 1970~1980년대 일본 음악을 닮아있다. 그는 “고등학교 때 처음 1970~1980년대 일본 음악을 접했고 팬이 됐다. 태어나기 이전 시대 음악이라 새롭고 신선하면서도 어딘가 공감대가 있는 점이 매력적이었다”고 했다.그 공감대는 진저 루트의 뿌리와 맞닿아있다. 그는 중국계 미국인인 이민 3세대다. 그는 “미국에서는 한국, 중국, 일본 태생 모두 아시아계 미국인으로 불린다. 제 음악이 표면적으로는 일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지만 그 근저에는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의 고민이 녹아들어있다”고 했다. 실제 그는 음악 공부를 하며 일본어를 독학했고, 팬데믹 시기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그의 개성은 비단 음악에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뮤직비디오는 일본 가수 키미코가 도망간 자리를 대신해 활동하는 것이 진저 루트라는 식의 독특한 스토리라인을 갖고 있으며, 라이브 공연에서는 재치 있는 쇼맨십이 한 편의 연극을 만들어낸다. 그는 “마블처럼 진저루트 세계관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뮤직비디오 제작, 라이브 공연 디자인, 굿즈 디자인 등에도 힘쓰고 있다. 그는 “어떤 때에는 뮤직비디오에 대한 아이디어가 먼저 떠오르고, 그 뒤에 음악을 만들기도 한다. 그 정도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했다.괴짜 같은 아이디어만 가득하면 난해한 법. 그는 “가사는 곡을 쓸 당시의 깊숙한 내면의 생각이나 사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다”고 했다. 이 상반된 매력에 팬들은 열광한다. “이번 공연을 계기로 한국을 다시 찾고 팬들과 교감하고 싶다”는 진저루트. 그는 “음악이건 뮤직비디오건 공연이건 저의 예술 활동이 밝고 경쾌한 에너지를 주었으면 한다”고 말한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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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카모토 류이치, 암 투병하며 만든 곡… “있는 그대로 나의 소리”

    들숨과 날숨 사이로 피아노 선율이 울린다. 일본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71)가 17일 내놓은 6년 만의 오리지널 앨범 ‘12’는 그가 암 투병을 하며 일기 쓰듯 만든 음악 스케치다. 피아노와 전자음, 현장음이 어우러져 명상적인 시공간을 창조해낸다. 사카모토는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고 일부러 있는 그대로를 전하는 나의 지금의 소리”라고 이번 앨범을 소개했다. 그는 2014년 인두암 진단을 받았고, 2021년 1월 다시 직장암 투병 사실을 고백했다. 이번 음반에는 2021년 이후 만든 곡들이 담겼다. 곡을 만든 날짜를 각 곡의 제목으로 삼았다. 음반에는 전반적으로 편안함이 흐른다. 피아노 선율 사이에 사카모토의 숨소리와 옷깃에 무언가 스치는 듯한 소리, 지글거리는 것 같은 소리가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 박창학 작사가는 “소리 자체와 내면의 의식세계에 더 깊이 침잠하는 듯하다”며 “대중음악으로 흔한 건 아니지만 그의 음악을 꾸준히 따라온 팬들에게는 생소하지 않다. 바로 이 점이 그의 음악이 지닌 독보적 위상”이라고 했다. 곡에는 마니아틱한 분위기와 디테일이 가득하다. 이대화 음악평론가는 “따뜻하지만 어딘가 어둡고 슬픈, 혹한 겨울 속 산장 같은 분위기가 매력적이면서 처연하기도 하다”며 “텅 빈 듯하지만 포근하게 꽉 찬 소리, 수평선을 보는 듯한 공간감 등 세계적 거장답게 사운드의 디테일을 멋지게 살렸다”고 했다. 전작에 비해 멜로디의 부재가 두드러진다. 피아노 선율은 예측하기 어렵고 불규칙하다. 황선업 음악평론가는 “전작 ‘Async’(2017년)에는 멜로디 맥락이 익숙하고 뚜렷한 곡들이 있었는데, 이번 음반은 ‘음악을 듣는다’는 느낌이 잘 나지 않는다”며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와 같이 일상에 더 가깝기에 ‘연주가 어땠느냐’ ‘완성도가 어땠느냐’와 같이 흔히 쓰는 기준은 의미도 없고 적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황 평론가는 “사카모토가 걸어왔던 길이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목적에 부합하는 작품”이라고 했다. ‘12’는 사카모토의 마지막 정규 앨범이 될 가능성이 높다. 황 평론가는 “이번 신보는 의도하지 않은 소리들의 원초적인 힘에 주목해 온 그의 이상향을 가장 자유롭게 구현한 작품이 아닌가 싶다”며 “모든 소리가 음악이 될 수 있고, (억지로) 만지지 않는 소리가 듣는 이에게 가장 큰 자유를 부여한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작품이라고 웅변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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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병생활 속 일기 쓰듯 제작”…사카모토 류이치, 6년 만의 오리지널 앨범

    숨이 들고 나간다. 그 사이로 피아노 선율이 울린다. 세계적 인지도를 가진 일본의 작곡가 사카모토 류이치(71)가 17일 내놓은 6년 만의 오리지널 앨범 ‘12’는 투병생활 속에서 일기 쓰듯 제작한 음악 스케치다. 피아노와 전자음, 현장음이 어우러져 명상적인 시공간을 창조해낸다. 사카모토는 “아무 것도 건드리지 않고 일부러 있는 그대로를 전하는 나의 지금의 소리”라고 했다. 그는 2014년 인두암 진단을 받았으며, 2021년 1월에는 다시 직장암 투병 사실을 고백했다. 이번 음반은 2021년 이후 만들어진 곡들로, 제작된 날짜를 각 곡의 제목으로 삼았다. 음반에 전반적으로 흐르는 정서는 편안함이다. 피아노 선율 사이에 그의 숨소리와 옷깃에 무언가 스치는 듯한 소리, 지글거리는 듯한 노이즈 등이 섞였다. 어떤 순간은 ASMR(자율감각쾌락반응)을 듣는 듯 하다. 박창학 작사가는 “소리 자체와 내면의 의식세계에 보다 더 깊이 침잠하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며 “대중음악 방법론으로서 결코 익숙한 것은 아니지만 그의 음악을 꾸준히 따라온 팬들에게는 생소하지 않다. 바로 이 점이 그의 음악이 획득한 독보적 위상”이라고 말했다. 얼핏 단순한 곡인 듯하지만 마니아틱한 풍미와 디테일이 가득하다. 이대화 음악평론가는 “따뜻하지만 어딘가 어둡고 슬픈, 혹한 겨울 속 산장 같은 분위기가 매력적이기도 처연하기도 하다”고 했다. 이어 “이런 장르의 매력과 어려움은 사운드의 디테일에 있다. 텅 빈 듯하지만 포근하게 꽉 찬 소리, 수평선을 보는 듯한 공간감 등 세계적인 거장답게 이런 디테일을 멋지게 살렸다”고 했다. 전작에 비해 두드러지는 것은 멜로디의 부재다. 피아노 선율은 예측되지 않고 불규칙적이다. 황선업 음악평론가는 “전작 ‘Async’(2017년)는 멜로디 맥락이 익숙하고 뚜렷한 곡들이 있던 작품이다. 하지만 이 음반은 ‘음악을 듣는다’는 느낌이 잘 나지 않는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와 같은 ‘일상’에 더 가깝기 때문”이라며 “그렇기에 이 작품은 ‘연주가 어땠느냐’ ‘완성도가 어땠느냐’와 같은 흔히 쓰는 기준은 의미도 없고 통용되기 어렵다. 그저 사카모토가 걸어왔던 길이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목적에 부합하는 작품”이라고 했다.‘12’는 사카모토의 마지막 정규 앨범이 될 가능성이 크다. 황 평론가는 “이 시점에서 이번 신보는 의도하지 않은 소리들의 원초적인 힘에 주목해온 그의 이상향을 가장 자유롭게 구현한 작품이 아닌가 싶다”며 “‘모든 소리가 음악이 될 수 있고, 만지지 않는 소리가 듣는 이에게 가장 큰 자유를 부여하며, 그것을 증명하고자 하는 것이 이 작품’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만 같다”고 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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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경계 초월한 ‘정보라식 호러’의 뿌리

    정보라 전에 정도경이 있었다. 지난해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정보라 작가의 10여 년 전 필명은 정도경이었다. ‘저주토끼’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까지 정 작가는 오랜 시간 글을 써왔다. 이 책은 그 뿌리를 들여다볼 수 있는 초기 단편 소설을 엮었다. 정도경이라는 이름으로 썼던 초기작 중 9편과 정보라로 이름을 알린 뒤 쓴 미발표작 ‘비 오는 날’이 담겼다. “마술적 사실주의, 호러, 공상과학(SF)의 경계를 초월했다”는 부커상 심사평처럼 저자의 초기작 역시 환상과 현실이 온통 뒤섞여 있다. 첫 번째 단편 ‘나무’ 속 나무는 주인공 ‘그’의 친구다. 어릴 적 그는 친구와 함께 행인에게 장난을 치다 붙잡혀 땅속에 묻혔다. 그는 빠져나왔으나 친구는 흙 속으로 빨려 들어간 뒤 나무로 변했다. 이후 망나니처럼 살던 그는 청년이 돼 한 여인을 사랑하게 된다. 여인은 어린 시절 그에게 해를 입혔던 행인의 딸이었다. 이내 여인은 그의 친구인 나무에 붙잡혀 생명을 빨아 먹히고 만다. 그는 죄책감과 비통함을 안은 채 세상 밖으로 나아간다. 비극을 기억한 채 새로운 곳으로 나아가려는 그의 태도에서 왠지 모를 위안을 얻는다. ‘나무’뿐만 아니라 ‘산’ ‘머리카락’ ‘가면’ ‘비 오는 날’ 등은 오싹하면서도 씁쓸한 분위기를 풍긴다. ‘머리카락’의 등장인물들은 갑자기 하늘에서 내린 씨앗 비가 틔운 머리카락 때문에 방 안에 갇힌 채 생활하고, ‘가면’의 주인공은 환영이 주는 쾌락에 중독돼 스스로 방 안에만 머문다. 저자는 “현실이 더 호러이고 그로테스크하며 부조리하다”고 말한다. 그는 작가의 말에서 “어쩌다 보니까 나는 본의 아니게 복수 전문 작가가 된 것 같은데 많은 경우 화가 나서 글을 쓰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저자의 분노와 그로 인해 빚어진 이야기들은 순리와 정의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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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승하 시인, 고은시인과 출판사 실천문학사에 사과 요구…편집위원 사퇴

    성추행 의혹으로 활동을 중단했던 고은 시인(90)이 최근 사과 없이 시집과 대담집을 낸데 대해 ‘실천문학’ 편집자문위원인 이승하 시인(63)이 고 시인과 출판사 실천문학사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이 시인은 편집자문위원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실천문학은 실천문학사의 계간지다. 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인 이 시인은 19일 인터넷 문학매체 뉴스페이퍼에 ‘고은 시인의 문단 복귀를 지켜보면서’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이 글에서 “고은 시인에게 필요한 것은 자기반성과 진심 어린 사과”라고 지적한 뒤 “올해 봄호부터 계간 ‘실천문학’의 편집 자문위원에서 내 이름을 빼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 시인은 “고은 시인의 ‘내 아내나 나 자신에게 수치심을 줄 수 있는 일은 하지 않았다’는 발언은 ‘뻔뻔함’, ‘반성 없음’으로 비치어 많은 사람의 분노를 사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 시인은 고 시인이성추행 의혹을 공론화한 최영미 시인과의 소송에서 패소한 점을 들어 “패소로 1심, 2심 재판이 끝났을 때 고은 시인이 최소한 ‘물의를 일으켜 송구하다, 반성의 시간을 갖겠다’고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썼다. 이어 “이번에 문단에 복귀하며 그가 보여준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나는 죄가 없다고 당당하게 말할 게 아니라 이번에 내는 시집이 내 오랜 반성의 결과물이라고 겸손하게 말하는게 그렇게 어려웠을까”라고 비판했다. 이 시인은 고 시인이 실천문학사를 통해 출간한 시집 ‘무의 노래’와 캐나다 시인과의 대담을 엮은 대담집 ‘고은과의 대화’와 관련해 “두 권의 책에는 ‘나는 언제나 깨끗하였다, 억울하다’란 뜻이 역력하기에 독자들이 분노하고 있는 것”이라며 “고은 시인의 일탈적 행위를 알린 최영미 시인이나 당시의 재판부를 부정하는 당당한 복귀 행위에 대해서도 독자들은 분노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 시인은 출판사도 거세게 비판했다. 그는 “실천문학사에서 책을 낸 모든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가 되고 말았다. 윤한룡 실천문학사 대표는 실천문학사에서 책을 낸 모든 사람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 11명 편집자문위원 전원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2023년 봄호에 사과문을 싣길 제안한다”며 “여의치 않다면 ‘전 지구적 시인 고은의 신작 시집’이란 문구가 적힌 띠지라도 벗겼으면 좋겠다. 이런 말이 어떤 사람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 시인은 2017년 12월 최영미 시인이 시 ‘괴물’로 그의 성추문을 폭로한 뒤 최근까지 활동을 중단해 왔다. 최 시인은 언론을 통해 고 시인이 1992~1994년 술집에서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고 시인은 최 시인 등이 허위 사실로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김태언기자 beborn@donga.com}

    • 2023-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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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는 음악’ 김완선-박남정, 7년만의 합동공연

    ‘아티스트는 늙지 않는다.’ 30여 년 전 이미 ‘보는 음악’을 주도하며 정상에 올랐던 가수 김완선 씨(54)와 박남정 씨(57)가 7년 만에 함께 마포문화재단이 기획한 공연 ‘어떤가요’ 무대에 선다. 최근 전화로 인터뷰한 김 씨는 요즘 하는 생각을 묻자 “원래의 나를 찾고 싶다”고 했고, 박 씨는 “안주하지 말아야겠다”고 했다. 김 씨는 지난해 싱글 음원 ‘사과꽃’을 내는 등 꾸준히 자작 신곡을 발표해 왔다. 올해도 신곡을 낼 예정이다. 약 10년 전부터 취미로 그림을 그렸고, 지난해 전시회 ‘히어 아이 엠(Here I Am)’을 열며 화가로도 데뷔했다. 김 씨는 “옛날에 내가 완전히 배제된 상태로 기획된 활동을 하면서 ‘나’를 많이 잃어버렸다”며 “나이 50이 넘으니 평생 잃어버렸던 나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했다. 김 씨는 이번 공연에서 전설이 된 히트곡 ‘기분 좋은 날’ ‘리듬속의 그 춤을’ ‘가장무도회’뿐 아니라 근래 발표한 ‘It’s you’ ‘사과꽃’ 등 모두 6곡을 부를 예정이다. 크지 않은 무대에서 꾸준히 공연을 해 온 박 씨도 올해 콘서트를 더 자주 열 생각이다. 박 씨는 “큰 체육관에서 단독 콘서트를 한 지가 몇십 년 됐다”면서도 “지금부터 관객 100명, 200명 앞에서 무대를 시작하면 언젠가 다시 수천 명 앞에서 2시간 동안 노래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했다. 부쩍 목과 몸 관리에 힘쓰고 있다는 박 씨는 “몸이 ‘현찰’이다 보니 살짝 삐끗해도 영업정지”라며 웃었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여인이여’ ‘비에 스친 날들’ ‘사랑으로’ ‘사랑의 불시착’ ‘널 그리며’ 등 6곡을 부른다. 오랜 시간 두 사람을 지탱해 준 건 팬들이다. 박 씨는 지난해 100여 명이 모인 팬 미팅에 참여한 뒤 “아직 나를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있구나. 기대를 저버리면 안 되겠다 싶었다”고 했다. 김 씨는 오랜 팬들이 이젠 가족 같다. 김 씨는 “워낙 가깝게 지내 그분들이 없는 인생은 상상이 잘 안 간다. 집에 초대할 정도로 가장 친한 친구가 됐다”고 했다. 공연은 18일 오후 8시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다. 3만∼5만 원.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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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 2시간 뒤에야 등장한 볼턴… 관객들 “사기 당한 기분”

    “마이클 볼턴은 공연이 시작되고 2시간 뒤에야 무대에 올랐다. 한국 관객을 무시한 처사다.”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14일 열린 콘서트에서 미국 싱어송라이터 마이클 볼턴(70)이 공연 시작 후 2시간이나 지나 무대에 나타나는 등 9년 만의 내한공연이 파행으로 치달았다. 스페셜 게스트인 한국 가수 유미와 정홍일이 공연 시작 후 무려 100분 동안 무대를 채워 관객들이 거세게 항의했고, 환불을 요구하고 나섰다. 주최 측인 KBES는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환불 요구에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날 열린 콘서트 ‘Encore, Michael Bolton Live in Seoul’은 2014년 이후 9년 만에 열린 내한공연이어서 큰 관심을 모았다. 지난해 11월 열릴 예정이었지만 공연을 열흘 앞두고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벌어져 한 차례 연기됐다. 이날 공연은 오후 6시부터 100분간 진행될 예정이었다. 오래 기다려온 만큼 표는 매진됐고 전국에서 모인 관객 1만여 명은 비가 오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객석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공연 초반 볼턴이 아닌 유미와 정홍일이 나타난 데다 이들이 계속 노래를 이어가자 객석에서는 “완전 사기다” “볼턴은 오는 거야, 안 오는 거야” 하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몇몇 관객은 스태프에게 “너무한 것 아니냐”고 거세게 항의했다. VIP석 티켓을 12만 원에 구매한 한 60대 남성 관객은 게스트 공연이 끝나자 화를 내며 콘서트장을 떠났다. 그는 “많은 콘서트를 다녀봤지만 이렇게 사기 당한 기분은 처음이다. 주말에 시간 내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에 대한 모독이다. 주최 측은 티켓값을 환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볼턴이 무대에 오른 건 오후 8시. 100분간의 게스트 공연, 무대 전환을 위해 20분이 더 흐른 시점이었다. 하지만 볼턴은 사과 한마디 없이 노래를 시작했다. 검정색 양복을 입고 검은색 기타를 멘 그는 첫 곡으로 ‘Stand By Me’(2017년)를 불렀다. 이후 볼턴은 “얼마 전 이태원에서 일어난 사고에서 희생된 분들을 위해 묵념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며 약 30초간 묵념했다. 그는 총 10곡을 불렀다. 그에게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를 안겨준 대표곡 ‘How Am I Supposed to Live Without You’(1996년), ‘When a Man Loves a Woman’(1996년)을 부를 때 그는 후렴구 부분에서 마이크를 객석에 넘겼고, 관객은 떼창을 했다. 공연 중간에 음향 사고가 났고, 볼턴의 공연은 1시간 만인 오후 9시에 끝났다. 관객들이 “앙코르”를 외쳤지만 볼턴은 “생큐 코리아”라고만 한 채 퇴장했다. 티켓 판매처인 인터파크 홈페이지에는 “공연 당일 사과도, 설명도 없이 관객을 우롱하는 태도에 너무 화가 난다” “별점 한 개도 아깝다”는 항의글이 여럿 올라왔다. KBES는 15일 자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마이클 볼턴 내한공연 관련 사과문’을 올렸지만 환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볼턴은 15일 콘서트에서도 공연이 시작된 지 약 1시간 10분 후에야 무대에 올랐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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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토리 입힌 뮤비 부활… ‘보는 음악’ 시대 다시 열리나

    “희수야!” 교복을 입은 5명의 여고생이 캠코더를 바라보며 손짓한다. 캠코더를 들고 있는 인물은 반희수. 다소 흐릿한 화질의 캠코더 화면에 친구들의 학교생활을 담던 희수의 눈에 수돗가에서 물을 마시던 한 남학생이 들어온다. 지난해 12월 공개된 걸그룹 뉴진스의 ‘Ditto’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이다. 뮤직비디오는 캠코더를 들고 등장한 반희수(뉴진스 팬덤 ‘버니즈’에서 따온 이름)가 뉴진스 멤버들의 학창 시절을 촬영해 ‘영상 일기’ 형식으로 올린 것 같다. 15일 기준 유튜브 조회 수가 2111만 회에 달할 정도로 노래만큼 뮤직비디오도 화제다. ‘Ditto’ 뮤직비디오는 2010년을 전후로 스토리텔링이 사라졌던 뮤직비디오에 다시 서사를 입힌 것이 특징이다. 뉴진스 소속사 어도어의 민희진 프로듀서는 “뉴진스는 앞으로 음악이나 음악 외 활동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팀이 될 것”이라며 “뮤직비디오 역시 그런 의지를 담았다”고 했다. 배우 박지후와 최현욱을 캐스팅한 것도 뮤직비디오에 담긴 서사를 잘 풀어내기 위한 전략이다. 비슷한 시도는 과거에도 있었다. 2000년을 전후로 국내에서는 6∼15분을 넘나드는 길이에 초호화 배우를 섭외한 드라마형 뮤직비디오가 대거 등장했다. 극적인 신파 같은 이야기와 화려한 화면이 가득했다. 조성모의 데뷔곡 ‘투 헤븐’(1998년)의 뮤직비디오가 대표적이다. 톱스타 이병헌과 김하늘이 출연한 뮤직비디오는 한 편의 영화처럼 탄탄한 서사를 지녔다. 당시 뮤직비디오 제작비로 통상 1500만∼2000만 원을 썼지만, ‘투 헤븐’의 제작비는 무려 1억 원이었다. 이후 브라운아이즈의 ‘벌써 일 년’(2001년), 임창정의 ‘소주 한 잔’(2003년), 엠투엠 ‘세 글자’(2005년) 등 드라마식 뮤직비디오가 이어졌다. 임진모 음악평론가는 “당시는 영상의 힘을 얻어야 음악이 홍보되던 때였다”며 “음악을 보는 시대가 열렸던 것”이라고 했다. 이런 흐름은 오래가지 않았다. 빅뱅의 ‘하루하루’(2008년), 티아라 ‘Cry Cry’(2011년) 등 뮤직비디오는 가벼운 이야기를 이어갔고 이마저도 2010년을 전후해 거의 사라졌다. 엑소의 ‘으르렁’(2013년) ‘러브샷’(2018년), 트와이스의 ‘CHEER UP’(2016년) ‘Alcohol-Free’(2021년), 블랙핑크의 ‘뚜두뚜두’(2018년) ‘핑크베놈’(2022년) 등 대부분의 뮤직비디오는 화려한 세트장를 배경으로 그룹의 안무를 중점적으로 보여줬다. 한 뮤직비디오 제작자는 “2010년 이후 아이돌이 가요계의 주류가 되면서 영상에서도 핵심인 안무를 보여주는 데에 주력했다”며 “음원 위주의 시장에서 뮤직비디오는 신곡 홍보의 보조 수단이 되면서 거액을 들일 필요가 없었다”고 했다. 서사를 입힌 복고풍의 뉴진스 뮤직비디오가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자 가요계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뮤직비디오 제작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트와이스, 있지(ITZY)의 소속사 JYP 관계자는 “최근 뮤직비디오 시장은 곡 내용에 어울리는 이야기에 중점을 둔다”며 “후속곡 뮤직비디오와도 연계성을 가질 수 있게 하나의 큰 서사와 세계관이 나타나도록 한다”고 했다. 김도헌 음악평론가는 “에스파의 ‘넥스트 레벨’ 등 팬데믹 시기에 만든 뮤직비디오는 안무와 카메라 워킹에 심혈을 기울인 것이 특징”이라며 “엔데믹 시기에는 해외 촬영, 과감한 컴퓨터그래픽(CG) 같은 시도가 있을 텐데 그 방향은 세계관, 퍼포먼스 등 그룹의 지향점에 따라 다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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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 시작 2시간 뒤에야 등장한 마이클 볼튼… 관객들 뿔난 9년만의 내한 콘서트

    “9년만에 내한한 마이클볼튼 공연을 보러갔는데…. 게스트 가수 공연만 100분, 정작 볼튼은 공연 시작 2시간 뒤에나 볼 수 있었다.” 14일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마이클 볼튼(70)의 내한 공연이 9년만에 열린 가운데, 공연 시작 2시간 뒤에야 볼튼이 무대에 오르는 등 파행을 겪었다. 주최측은 책임을 통감한다며 거듭 사과했지만, 관람객들의 환불 요구에 대해선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볼튼의 내한 공연 ‘ENCORE, MICHAEL BOLTON LIVE IN SEOUL’은 14일 오후 6시부터 100분간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공연 초반 100분을 이끈건 볼튼이 아닌 스페셜 게스트 가수 유미와 정홍일이었다. 객석에서는 “완전 사기다” “볼튼은 오는 거야, 안 오는 거야”하는 관객들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날 공연은 의미가 남달랐던 터라 더욱 아쉬움을 낳는다. 볼튼이 9년 만에 국내 팬들을 만나는 자리였다. 당초 지난해 11월 예정이었으나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인해 미뤄졌다. 우천 상황에서도 공연장에 모인 1만 여명의 관객들은 오랜 시간 기다려온 만큼 상당한 기대감을 드러내며 볼튼의 등장을 기다렸다. 하지만 공연이 시작되고 100분 동안 볼튼의 모습은 전혀 볼수 없었다. 이에 대한 주최 측의 상황 설명도 없었다. 결국 몇몇 관객들은 보안 직원과 스태프들을 상대로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니냐”며 항의했다. 12만 원짜리 VIP 티켓을 구매한 한 60대 남성 관객은 게스트 공연이 끝난 뒤 화를 참지 못하며 콘서트장을 나섰다. 그는 “무수히 많은 콘서트를 다녀봤지만 이렇게 사기 당한 기분은 처음이다. 주말에 시간을 내서 온 관객들을 향한 모독”이라며 “티켓 값을 환불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볼튼이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건 이날 오후 7시 58분. 100분간의 게스트 공연 이후 무대 전환을 이후로 15분이 더 지난 시점이였다. 결국 공연 시작 2시간 만에 볼튼이 무대에 등장했다. 백발의 그는 검은색 양복을 차려입고 검은색 기타를 맨채 첫곡으로 그가 2017년 발표한 ‘Stand By Me’를 불렀다. 첫곡을 마친 뒤 볼튼은 “얼마 전 이태원에서 일어난 사고를 위한 묵념의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며 약 30초간 묵념을 했다. 이날 공연에서 그는 총 10곡의 곡을 불렀다. 그에게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를 안겨준 대표곡 ‘How Am I Supposed to Live Without You’(1996년), ‘When a Man Loves a Woman’(1996년)을 부를 때 그는 후렴구 부분에서 마이크를 관객석에 넘겼고, 관객은 떼창으로 화답했다. 하지만 종종 음향 사고가 있었고, 그의 공연은 1시간이 채 되지 않은 오후 8시 57분에 끝이 났다. 관객석에서는 “앙코르”를 외쳤지만, 그가 남긴 말은 “땡큐 코리아”뿐이었다. 콘서트장을 끝까지 지켰던 안모 씨(28)는 “주최 측 공지가 없어 두 배가 넘는 시간 동안 대기해야 했다. 게다가 볼튼의 콘서트라기엔 스페셜 게스트들의 곡수가 더 많았고, 번역자도 없어 아티스트와 소통하는 느낌이 적었다”고 말했다. 티켓 예매처인 인터파크티켓 홈페이지에는 “공연 당일 사과도 설명도 없이 관객 우롱하는 태도에 너무 화가 난다” “별점 한 개도 아깝다”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제주에서 온 한 관객은 “공연 지연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취소했다. 진행 미숙으로 발생한 시간적, 물질적 손해배상은 어떻게 할 것인가”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논란이 커지자 주최 측인 KBES는 15일 홈페이지에 ‘마이클 볼튼 내한공연 관련 사과문’을 게재하고 “관객 여러분께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KBES는 “(공연 시작 전)티켓 교환 시간이 늦어져 (관객지연입장으로) 공연이 15분 지연됐다. 이로인한 게스트 두 팀의 공연시간 단축을 각 아티스트들에게 각인시키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공연은 15일에도 이어지며 이날은 가수 소향, K2 김성면이 게스트로 함께 한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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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사 입힌 뮤직비디오 부활하나… 드라마형→영상미→쌍방소통형?

    “희수야” 한 학교의 복도. 교복을 입은 5명의 친구들이 캠코더를 바라보며 손짓한다. 캠코더를 들고 있는 인물은 반희수. 친구들을 찍어주며 즐거운 학교생활을 하던 희수의 마음에 첫사랑 같은 남학생이 들어온다. 이는 지난달 공개한 뉴진스의 ‘Ditto’ 뮤직비디오 내용이다. 15일 기준 유튜브 조회수 2111만 회를 기록할 정도로 음원만큼이나 뮤비가 화제다. 대중이 이 뮤비에 신선함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Ditto’는 케이팝의 전형을 깬다. 스토리텔링이 사라졌던 뮤비 시장에 다시금 서사를 입혔기 때문이다. 소속사 어도어의 민희진 프로듀서는 “안무는 안무 뮤비 등으로 충분히 강조될 수 있다. 뉴진스는 앞으로 음악이나 음악 외 활동에 있어 새로운 시도를 하는 팀이 될 것이고 그런 의지를 담았다”고 했다. 실제 뮤비 버전만 2가지에 각각 5분 33초와 4분 37초로, 3분을 조금 넘는 다른 아이돌의 뮤비보다 길다. 박지후와 최현욱 배우를 캐스팅한 것도 이야기를 더 잘 설명하기 위한 전략이다. 비슷한 시도는 과거에도 있었다. 2000년을 전후해 국내에서는 6~15분을 넘나드는 길이에 초호화 배우를 섭외한 드라마형 뮤비가 태동했다. 이 시기 뮤비는 극적인 신파 등 한국적 정서가 짙은 스토리라인이 가사를 압도했다. 그 효시로 불리는 조성모의 ‘투 헤븐’(1998년)은 김하늘과 이병헌이 출연했으며 약 1억 원이 투입됐다. 이후에도 브라운아이즈의 ‘벌써 일 년’(2001년), 임창정의 ‘소주 한 잔’(2003년), 엠투엠 ‘세 글자’(2005년) 등이 뒤를 이었다. 임진모 음악평론가는 “영상의 협조를 얻어야 음악이 홍보되는 때였다. 음악을 보는 시대가 열린 것”이라 말했다. 하지만 이 경향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빅뱅의 ‘하루하루’(2008년), 티아라 ‘Cry Cry’(2011년) 등 가벼운 스토리라인을 이어가던 흐름은 2010년을 전후해 거의 사라졌다. 엑소의 ‘으르렁’(2013년) ‘러브샷’(2018년), 트와이스의 ‘CHEER UP’(2016년) ‘Alcohol-Free’(2021년), 블랙핑크의 ‘뚜두뚜두’(2018년) ‘핑크베놈’(2022년) 등은 화려한 세트장과 안무를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한 뮤직비디오 제작자는 “아이돌 산업이 주류가 되면서 영상에서도 핵심인 춤을 보여주는 데에 주력했다. 게다가 음원 위주 시장에서 뮤비가 홍보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거액의 예산을 들일 필요가 없었다”고 했다. 이 맥락에서 보면 뉴진스의 뮤비는 새로운 트렌드 가능성을 시사한다. 명확한 스토리라인 대신 은유적인 장면과 오브제를 사용해 다양한 문화권 시청층에게 해석을 돌린다. 2일 발표한 뉴진스의 OMG 뮤비는 Ditto에 비해서는 서사가 약하지만 더 파격적이었다. 이 뮤비는 정신병원에 입원한 멤버들이 집단상담하는 모습을 담아 참신하다는 평이 많은 반면, 악플을 저격하는 듯한 쿠키영상은 많은 갑론을박이 있기도 했다. 업계에서도 점점 새로운 뮤비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JYP 관계자는 “최근 뮤비 시장은 곡 내용에 어울리는 내러티브에 중점을 둔다. 뮤비 간에도 연계성을 가질 수 있게 하나의 큰 서사와 세계관이 나타내도록 표현하기도 한다”고 했다. 김도헌 평론가는 “에스파의 넥스트 레벨 등 팬데믹 시기에 제작된 뮤비를 보면 안무와 카메라 워킹에 많은 심혈을 기울인 것이 특징”이라며 “엔데믹 시기에는 해외 촬영, 과감한 그래픽과 같은 시도가 있을 텐데, 그 방향은 세계관, 퍼포먼스 등 그룹의 지향점에 따라 다양할 것”이라고 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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