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밴 생강 향은 지우기 힘들다”… ‘시티 팝의 신흥강자’ 진저 루트 인터뷰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25일 13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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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밴 생강 향은 지우기 힘들다.’

시티 팝의 신흥강자, 미국 싱어송라이터 ‘진저 루트’의 곡에 빠져든 팬들은 이렇게 자신의 처지를 유희한다.

진저 루트라는 이름은 밴드 ‘볼프펙’의 한 라이브 영상에서 따왔다. 해당 영상에서 볼프펙의 리더가 “진저 루트”라는 단어를 반복하는 것을 보고 강한 인상을 받은 것이다. 그는 “제 음악세계에 큰 영향을 끼친 볼프펙에 대한 오마주”라고 말했다.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진저 루트의 본명은 ‘카메론 루’(28), 영화학도다. 그는 2016년 진저 루트란 이름으로 음악을 만들며 현재까지 앨범 7장과 EP 3장, 19개의 싱글을 발매했다. 진저 루트가 국내에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한 건 약 2년 전. 음악 팬들이 진저 루트의 곡을 넣어 만든 유튜브 플레이리스트가 알고리즘을 타면서부터였다.

20일 서울 마포구 왓챠홀에서 만난 그는 “국경을 넘어 사랑받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까닥이는 무대 위 그는 쾌소를 짓게 하는 B급 감성 보유자지만, 무대 아래 그는 무척이나 진지한 아티스트였다. 그에게도 이날 무대는 특별했다. 한국에서의 단독 공연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 무대를 발판 삼아 올 3월 홍콩과 태국에서도 공연한다.

대기실에서 축하 케이크를 들고 사진을 찍는 진저 루트의 모습. 그는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 아시아 시장의 중요성을 크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진저 루트의 음악이 이목을 끈 건 국내의 레트로 열풍과 관련이 있다. ‘Loretta’(2021년) ‘Weather’(2021년) 등 그의 음악은 낭만적인 음률을 가진 1970~1980년대 일본 음악을 닮아있다. 그는 “고등학교 때 처음 1970~1980년대 일본 음악을 접했고 팬이 됐다. 태어나기 이전 시대 음악이라 새롭고 신선하면서도 어딘가 공감대가 있는 점이 매력적이었다”고 했다.

그 공감대는 진저 루트의 뿌리와 맞닿아있다. 그는 중국계 미국인인 이민 3세대다. 그는 “미국에서는 한국, 중국, 일본 태생 모두 아시아계 미국인으로 불린다. 제 음악이 표면적으로는 일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지만 그 근저에는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의 고민이 녹아들어있다”고 했다. 실제 그는 음악 공부를 하며 일본어를 독학했고, 팬데믹 시기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

진저 루트의 ‘Loretta’ 뮤직비디오. 특유의 빈티지한 느낌이 가득하다. 원맨 밴드로서 음악뿐 아니라 연출 등이 모두 감각적이라 평가받는다. 25일 기준 1243만 조회를 기록했다. 유튜브 캡처
진저 루트의 ‘Loretta’ 뮤직비디오. 특유의 빈티지한 느낌이 가득하다. 원맨 밴드로서 음악뿐 아니라 연출 등이 모두 감각적이라 평가받는다. 25일 기준 1243만 조회를 기록했다. 유튜브 캡처


그의 개성은 비단 음악에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뮤직비디오는 일본 가수 키미코가 도망간 자리를 대신해 활동하는 것이 진저 루트라는 식의 독특한 스토리라인을 갖고 있으며, 라이브 공연에서는 재치 있는 쇼맨십이 한 편의 연극을 만들어낸다. 그는 “마블처럼 진저루트 세계관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뮤직비디오 제작, 라이브 공연 디자인, 굿즈 디자인 등에도 힘쓰고 있다. 그는 “어떤 때에는 뮤직비디오에 대한 아이디어가 먼저 떠오르고, 그 뒤에 음악을 만들기도 한다. 그 정도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했다.

괴짜 같은 아이디어만 가득하면 난해한 법. 그는 “가사는 곡을 쓸 당시의 깊숙한 내면의 생각이나 사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다”고 했다. 이 상반된 매력에 팬들은 열광한다. “이번 공연을 계기로 한국을 다시 찾고 팬들과 교감하고 싶다”는 진저루트. 그는 “음악이건 뮤직비디오건 공연이건 저의 예술 활동이 밝고 경쾌한 에너지를 주었으면 한다”고 말한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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