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시선 노출, 생존엔 불리하지만 협동엔 유리”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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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빛 강약 느끼는 ‘안점’ 불과… 시각세포 부분 오목해지며 눈 생겨
인간과 동물 넘나드는 눈의 모든 것
◇태양빛을 먹고 사는 지구에서 살아남으려고 눈을 진화시켰습니다/이리쿠라 다카시 지음·장하나 옮김/216쪽·1만6800원·플루토

약 40억 년 전 태곳적 바다에서 최초의 생명체인 단세포생물이 탄생했다. 다세포생물로 진화하기까지는 30억 년 이상이 걸렸다. 이 과정에서 빛의 강약을 느끼는 안점을 지닌 생명체가 나타났다. 이윽고 시각세포가 여러 개로 나뉘고, 시각세포가 있는 피부 표면이 오목해지면서 빛이 어디서 들어오는지도 지각할 수 있었다. 눈의 탄생이었다.

지구 생물들은 먹고 먹히는 생존경쟁 속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눈을 발달시켰다. 일본 시바우라공업대 교수로 인간이 빛을 보거나 감지하는 방법에 관한 학문인 시각심리학 전문가인 저자는 인간과 동물의 눈 구조, 사물을 보는 방법, 빛을 이용하는 방법 등을 샅샅이 살펴본다.

태양 빛을 잘 받아들이는 것은 지구 생물에게 생존과 직결된 문제였다. 하지만 반드시 정교한 눈이 필요했던 건 아니다. 형태를 구별하는 눈이 있으면 적을 발견하자마자 도망치거나 먹잇감을 빠르게 포획할 수 있지만 이는 빠른 움직임을 전제로 한다. 느린 동물은 위장술을 펼치는 등 다른 생존 전략을 취한다. 해파리나 성게의 눈이 거의 발달하지 못한 이유다. 정교한 눈을 유지하려면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하기에 따개비는 성장 단계에서 눈을 퇴화시키기도 한다.

인간 눈의 가장 큰 특징은 외부에서 흰자가 보인다는 것이다. 개나 고양이처럼 흰자가 있는 동물은 많지만 외부에선 흰자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흰자가 보이면 시선의 방향을 적이 알 수 있어 생존경쟁에서 불리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되레 상대방에게 시선의 방향을 알려 정보나 감정을 쉽게 공유한다. 진화 과정에서 일대일로 싸우기보다 동료들과 협동하는 길을 택했기 때문이다.

깜깜한 심해에 사는 동물의 특징, 색 구분이 동물 생존에 끼친 영향, 인간의 시력이 2.0을 넘기 힘든 이유 등 눈과 관련된 다양한 지식도 담았다. 햇빛 쬐는 시간이 줄고, 밤에도 밝은 조명 아래 생활하게 된 오늘날의 빛 환경 속에서 인간의 눈이 어떻게 변화할지 상상해보며 읽는 것도 재밌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시선 노출#빛의 환경#눈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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