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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물리학의 근간인 양자역학의 기본 이론인 ‘불확정성 원리’가 늘 성립하지는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과학전문지 ‘네이처 피직스(물리학)’ 인터넷판은 16일 “오스트리아 빈 공대의 하세가와 유지(長谷川祐司) 조교수와 일본 나고야대 오자와 마사나오(小澤正直) 교수 공동연구진이 이를 입증하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고 전했다. 독일 물리학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1901∼1976)가 1927년 발표해 1932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불확정성 원리는 전자와 중성자 같은 미세한 입자의 위치와 속도를 동시에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본다. 입자의 위치나 속도를 재려면 빛을 입자에 닿도록 해야 하는데 위치를 측정하기 위해 파장이 짧은 빛을 사용하면 빛의 에너지로 입자가 튕겨나가 속도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속도를 재기 위해 파장이 긴 빛을 쓰면 위치의 정밀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위치와 속도 가운데 하나를 정확하게 재려고 하면 다른 한쪽의 오차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불확정성 원리. 측정하는 행위 자체가 측정 대상의 위치나 속도를 변화시킨다는 뜻이다. 아인슈타인이 존재를 예언한 중력파를 현대까지도 검출하지 못한 것도 이 이유다.그러나 연구진은 원자핵을 구성하는 중성자의 ‘스핀’이란 성질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위치와 속도에 해당하는 두 종류의 스핀을 매우 정확하게 측정했으며 오차는 불확정성 원리를 나타내는 수식의 허용 범위보다 작았다. 이는 오자와 교수가 2003년 스스로 만든 수식을 실험으로 입증한 것이다. 오자와 교수는 “작은 입자의 위치와 속도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는 걸 입증해 양자역학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고 말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파키스탄 정부와 군부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군부와 가까운 사법부가 총리의 직위 박탈 가능성을 경고했다. 파키스탄 대법원은 지난해부터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대통령이 부패에 연루된 정황이 있다”며 정부에 진상조사를 요구해 왔다. 그러나 대통령과 오랜 정치적 동맹관계인 유사프 라자 길라니 총리는 이를 “사법부 권한 밖의 일”이라며 거부했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파키스탄 대법원은 10일 정부가 대통령 부패혐의에 대한 조사에 나서지 않으면 길라니 총리를 사임시키기 위한 법적 절차를 밝겠다고 이날 발표했다. 이에 길라니 총리는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군부가 대법원을 조종하고 있다”며 군부와 대법원을 싸잡아 비난하면서 군부 핵심 인사인 나임 카리드 로드히 국방장관을 ‘지휘능력 부족’을 근거로 해임했다. 이에 군부도 강력히 반발했다. 군 참모총장은 “국가의 안위에 폐해를 초래할 어떤 움직임도 좌시하지 않겠다”며 “정부는 앞으로 벌어질 심각한 파문에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이스라엘이 폭력행위를 일삼는 극우주의자들을 사상 처음으로 ‘자생적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법정에 세웠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8일 “이스라엘 검찰이 지난해 12월 군대를 공격해 인명 및 재산 피해를 끼친 ‘가격표(price tag) 운동’ 지지자 5명을 테러 및 폭력 혐의로 기소했다”고 전했다. 가격표 운동은 ‘재산 침해를 당한 만큼 그대로 갚아준다’는 뜻. 이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일부 극우주의 유대교인들은 주로 요르단 강 서안지구 내 팔레스타인의 땅이 원래 자신들의 소유였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소유주 허가 없이 건축물을 지은 뒤 이를 불법 점유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불법 건축물을 철거하려는 공권력과 팔레스타인 주민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 이번에 기소된 5명은 지난달 서안지구에 주둔한 이스라엘군 여단사령부까지 습격해 충격을 줬다. 이들의 습격 과정에서 부사령관이 돌에 맞아 크게 다쳤고 차량 여러 대가 전소했다. 이들은 사령부 인근 이슬람사원에도 불을 질러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공분을 샀다. 뉴욕타임스는 “이스라엘 정부가 흔들리는 공권력을 지키려 강력 대응이란 카드를 빼들었으나 성공 여부는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집값 등 물가 상승에 대한 불만으로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인 약 30만 명이 거리에 나서는 등 사회적 불안이 가중됐다. 게다가 ‘성(性) 분리주의’를 주창하는 극단 원리주의 유대교도들의 움직임도 심상찮고 가격표 운동까지 거세져 민심이 크게 이반된 상태다. 이 때문에 정부 및 여당 측은 이번 기회에 관련자들을 엄벌에 처함으로써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기소 당일에도 가격표 운동 지지자가 서안지구에 폭탄을 반입하려다 체포되는 등 불법행위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미국이 오랫동안 고수해왔던 ‘2개의 전쟁(two-war)’ 동시수행 전략을 포기하고, 하나의 전쟁만 수행하면서 다른 전쟁은 억제하는 ‘원플러스(one-plus) 전략’을 채택하는 내용의 국방정책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북한 및 중국에 대한 미국의 군사전략과도 연관된 문제여서 동북아 안보 구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미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3일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이 5일 발표할 ‘펜타곤 4개년 국방 리뷰’를 사전 입수한 결과, 미국의 전쟁 방식은 2개의 전쟁 전략에서 원 플러스 전략으로 수정(shift)될 것”이라고 전했다. CSM에 따르면 이번 펜타콘 국방 리뷰는 미군이 더는 두 곳의 주요 분쟁 지역에서 동시에 전쟁을 수행할 군사력을 마련하지 않는다는 게 핵심이다. 또 과거 이라크전쟁 같은 대규모 장기화 전쟁도 최대한 개입하지 않을 방침이다. 미 국방부는 이를 대신해 “불가피하게 2개의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있을 경우엔 우선 주요한 전쟁에 먼저 개입하고 다른 전쟁은 외교 군사적 압박을 통해 억제한다”는 원플러스 전략을 도입할 계획이다. 다만, 아프가니스탄 등 이미 진행돼온 전쟁에 대해선 이런 전략을 소급 적용하진 않는다. 미국이 냉전시대 이후 유지해온 2개 전쟁 동시 수행 전략을 수정하는 이유는 예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미 국방예산을 향후 10년간 4500억 달러(약 516조 원) 삭감하겠다고 천명했다. 이를 위해 국방부는 △지상군 감축 △유럽 주둔 미군 축소 △군인 은퇴수당 등 복지혜택 축소 등을 고려해왔다. 이번 리뷰의 또 다른 핵심은 ‘태평양지역 전력 강화’다. 블룸버그통신은 “예산 감축과 별개로 중국은 물론이고 북한 미얀마 등의 정세 변화로 인해 태평양지역의 전략적 가치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를 위해 미군이 추진하는 전략은 “재래식 전쟁 탈피 및 새로운 전쟁 패러다임 도입”이다. 지상전에 기반을 둔 기존 전투방식을 버리고, 공군·해군을 보강해 통합 전쟁수행력 향상에 주안점을 두는 개념이다. 이를 위해 차세대 폭격기와 항모발진 드론(무인비행기), 신형 크루즈 미사일 등 장거리 타격능력을 강화하고 무인 잠수함 개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미 국방부는 2010년 2월 공개한 ‘4개년 국방검토(QDR) 보고서’에서 태평양 전력 강화를 위해 해·공군이 협력해 새로운 공중·해상 전투개념을 마련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최근 이스라엘에서 ‘성(性)분리주의’ 운동으로 논란을 빚어온 극단 원리주의 유대교도들이 유대인에게 가장 큰 아픔으로 남아있는 ‘홀로코스트’까지 시위에 이용해 비난을 사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극단 정통파(Ultra-Orthodox)’ 수천 명은 지난해 12월 31일 예루살렘 시내에서 “남녀를 엄격히 분리하는 교리를 엄숙히 지켜라”라며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들은 “홀로코스트 시절과 다름없는 고통을 겪고 있다”며 나치에게 대학살된 유대인 피해자들이 입었던 노란색 별이 달린 줄무늬 죄수복을 착용했다. 심지어 10세 이하 어린이들에게도 이 죄수복을 입히고 나치에게 붙잡혀 가스실로 끌려가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극단정통파의 어이없는 행위에 이스라엘 사회는 크게 공분했다. 에후드 바라크 국방장관은 “그들은 더는 묵과할 수 없는 선을 넘었다”고 성토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조차 “극단파가 이스라엘 민주주의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비난이 거세지자 극단정통파 측은 “우리들에 대한 정부와 언론의 탄압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려 했던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스라엘 인구의 약 10%를 차지하는 극단정통파는 지난해 말부터 자주 시위를 벌여 사회적 골칫거리로 급부상했다. ‘남녀칠세부동석’을 무색게 하는 남녀 분리를 주창하는 이들은 과거 자신들끼리만 엄격히 교리를 지켜왔으나 최근 세 확장을 목표로 이를 이스라엘 헌법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지난해 12월엔 길거리에서 종아리를 드러냈다는 이유로 8세 초등학교 여학생들에게 침을 뱉고 위협을 가해 “도가 지나치다”는 비난을 들어왔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북미와 아시아를 잇는 비행 항로 아래에 위치한 미국 알래스카의 한 화산이 폭발하며 화산재를 분출해 항공기 운항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졌다.AP통신은 12월 29일 “알래스카 주 알류샨 열도에 있는 클리블랜드 화산이 엄청난 화산재를 분출해 알래스카 화산관측소(AVO)가 경보 수위를 ‘황색’에서 ‘오렌지’로 상향 조정했다”고 전했다. AVO 경보 수칙에 따르면 황색은 ‘화산 폭발 불안감 상승’을, 오렌지는 ‘폭발 가능성 상승 및 화산재 분출’을 의미한다.클리블랜드 화산의 화산재는 이날 현재 약 4.6km 상공까지 치솟아 구름 형태를 이루고 있다. 미 지질조사국(USGS)은 “화산재가 지속적으로 분출되고 있으며 화산재 구름이 천천히 남동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클리블랜드 화산은 북미와 아시아를 잇는 상업용 비행 항로가 지나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 캐나다 등을 운항하는 항공기도 이 항로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화산재가 6km까지 치솟으면 비행기 운항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해발 1730m 높이의 클리블랜드 화산은 2001년 폭발한 이래 해마다 크고 작은 움직임을 보여온 활화산이다. 캐나다 일간지 ‘밴쿠버 선’에 따르면 2001년 세 차례 폭발이 이어지며 화산재가 약 11.9km 상공까지 치솟았다. 화산과 가장 가까운 마을은 동쪽으로 약 72.4km 떨어진 니콜스키로 이번 화산 폭발로 별다른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알래스카 지역은 화산재로 인해 대형 비행기 참사를 겪을 뻔한 기억을 갖고 있다. 1989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과 앵커리지를 운항하던 KLM 항공 여객기가 이 지역 리다우트 화산 폭발로 생긴 화산재 구름에 갇혀 운항 도중 엔진 4개가 모두 정지하는 아찔한 사고를 당했다. 당시 비행기는 가까스로 비상착륙에 성공해 인명 피해는 면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아빠, 산타 할아버지는 이집트엔 안 오는데 미국엔 오나 봐요.” 크리스마스이브, 뉴욕 밤거리를 구경하던 세리엔 메하니 엘골리 씨(39)는 열두 살 된 딸 마리암의 말에 콧등이 시큰해졌다. 조국을 버리고 미국에 온 지 4개월. 이집트에서 콥트교도로 겪었던 고초를 자식만은 모르길 바랐다. 그 조막만 한 가슴에도 주위의 냉대는 생채기로 남았던 걸까. 록펠러센터 대형 트리 앞에서 꽃처럼 환히 웃는 마리암을 보며 엘골리 씨는 다시 한 번 ‘망명’을 선택하길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세상은 이집트를 비롯한 중동의 ‘재스민 혁명’을 민주주의의 위대한 승리로만 기억한다. 하지만 이집트 인구의 10%(약 800만 명)를 차지하는 기독교 공동체인 콥트교도에게 혁명은 악몽의 시작이었다. 공권력이 취약해진 틈을 타 이슬람교도들이 눈엣가시 같던 기독교인들을 대놓고 박해했다. 엘골리 씨 가족처럼 재스민 혁명 뒤 이집트를 빠져나간 콥트교도가 무려 10만 명을 넘어섰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 보도했다. 이집트 콥트교도들의 엑소더스는 말 그대로 ‘살기 위해서’다. 카이로에서 화랑을 운영하던 달랴 아티아탈라 씨(36)는 올봄 시위대 습격으로 화랑이 불에 탔다. 2월 미국에 온 키롤로스 안드라우스 씨(23)는 퇴근 때마다 대문에 “죽여버리겠다”는 쪽지가 붙어 있었다. 엘골리 씨는 감기 걸린 딸을 병원에 데려갔다 떠날 결심을 굳혔다. 의사가 어이없게도 ‘이슬람 할례’를 하면 낫는다며 수술을 강요했기 때문. 그러나 어렵사리 이집트를 탈출해도 ‘장밋빛 인생’이 보장되진 않는다. WSJ에 따르면 이집트인의 미국 망명 신청은 9월의 경우 835건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403건)의 2배가 넘었다.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통과 가능성도 낮아졌단 뜻이다. 대부분 여행비자로 무작정 떠나와 길게는 1, 2년씩 걸리는 심사기간 동안 생활도 쉽지 않다. 다행히 최근 이들을 도우려는 움직임이 미 정부에서도 일고 있다. 캐슬린 피츠패트릭 국무부 부차관보는 “콥트교도 망명 신청자를 도울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성탄절 휴가도, 살을 에는 강추위도 러시아의 성난 민심을 막진 못했다.총선 부정 논란으로 촉발된 ‘반(反)푸틴 집회’에 모스크바에서만도 24일 약 12만 명(주최 측 집계·경찰 추산 3만 명)이 모였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열린 이번 집회는 10일 시위(약 5만 명)를 뛰어넘어 옛 소련 붕괴 이후 최대 규모 기록을 경신했다. 특히 정치에 무관심한 성향인 데다 결집력도 없어 힘없는 민초로 분류되는 사무직 근로자를 지칭하는 ‘오피스 플랑크톤(Office Plankton)’ 세력이 이번 집회에 대거 가담하며 파장이 더욱 커지고 있다.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시위는 러시아 내에서도 실패 확률이 높다고 점쳐졌다”고 전했다. 내년 1월까지 이어지는 장기 휴가 시즌이 이미 시작된 데다 당일 러시아 전역에 한파가 몰아쳤기 때문. 집회를 이끄는 구심점도 불분명했고, 국내 언론의 비보도 속에서 입소문 홍보는 한계가 있었다. 러시아 정부는 이번 집회가 실패하면서 반푸틴 열기를 누그러뜨리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까지 했다.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시위 열기는 상상 이상으로 높았다. 모스크바는 물론이고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전국 60여 개 도시에서 크고 작은 시위가 열렸다. 특히 이날 모스크바 사하로프대로엔 푸틴의 대항마로 떠오르는 알렉세이 쿠드린 전 재무장관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재벌 미하일 프로호로프 씨, 유명 블로거 알렉세이 나발니 씨 등이 모두 모습을 드러내 민심을 자극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도 현지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푸틴은 대선에 나서지 말고 물러나야 한다”고 말해 시위 지지 의사를 밝혔다.뉴욕타임스는 이번 집회의 성공 요인으로 ‘오피스 플랑크톤 세력의 가담’을 꼽았다. ‘사무실의 힘 없는 민초’ 정도로 해석되는 이들은 중산층 출신 30, 40대 화이트칼라 계층으로 1987년 한국 민주화의 주역인 넥타이부대와 닮았다. 정치보다는 경제에 관심이 많고, 개혁보단 안정을 지향한다. 성향은 ‘친(親)푸틴’ 쪽에 가깝다. 러시아 일간지 모스크바타임스는 “연말이면 해외로 휴가 가기 바빴던 이들이 이번 시위에 총출동해 정부와 시위대 양쪽을 모두 놀라게 했다”고 보도했다.오피스 플랑크톤의 변심은 푸틴 진영이 자초한 결과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영국 BBC방송은 “정부 부패에 대한 피로도가 큰 시점에서 총선마저 부정을 저질렀다는 국민의 실망을 정부가 가벼이 여겼다”고 지적했다. 특히 푸틴 총리가 15일 TV 인터뷰에서 이번 시위의 상징인 ‘하얀 리본’을 “축 늘어진 콘돔 같다”고 비아냥거린 것은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뉴욕타임스는 “정부 통제 바깥에 있는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가장 익숙한 이들이 화이트칼라 계층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그러나 이번 시위에서 표출된 열기가 본격적인 반푸틴 운동으로 확산될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오피스 플랑크톤과 시위대 주도세력의 미묘한 견해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시위대는 10일 집회 때부터 총선 논란에서 한발 더 나아가 푸틴 재집권 저지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러시아 넥타이부대는 ‘선거부정 조사’와 ‘정치부패 척결’엔 뜻을 같이하지만, 푸틴에 대해선 여전히 심정적 지지가 큰 편이다. 러시아 정치평론가 드미트리 피트리모프 씨는 “푸틴을 반대한다는 건 러시아에서 일종의 혁명인데 이에 대한 중산층의 거부감도 상당하다”고 설명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3년 전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뇌중풍으로 매우 위독한 혼수 상태였다.”2008년 북한에서 김 위원장을 치료했던 프랑스 파리 생트안 병원의 뇌신경외과 과장인 프랑수아그자비에 루 박사(60)가 19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평양을 두 차례 방문해 김 위원장을 돌봤다”고 밝혔다.AP통신에 따르면 루 박사와 김 위원장의 인연은 1993년부터 시작됐다. 북한 측이 누가 낙마(落馬)해 머리에 상처가 났다며 전화로 의학적 견해를 물어온 것. 루 박사는 “그들이 왜 그렇게 나와 대화하려 애썼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며 “나중에 김 위원장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다시 북한이 루 박사와 접촉한 때는 2008년 8월이었다. 몇몇 관리가 갑작스레 찾아와 루 박사에게 평양으로 갈 것을 요청했다. 루 박사는 “처음엔 누구를 치료하러 가는지도 몰랐다”며 “그들은 과묵하고 비밀스러웠다”고 회상했다. 평양 적십자병원에 도착했는데 북한 측은 환자는 보여주지 않은 채 몇몇 환자의 차트만 건네고 처방을 요구했다. 대부분 별문제가 없었지만 유독 한 환자의 상태가 매우 나빴다. 루 박사는 직접 진찰해야 한다고 요청했으나 북측은 받아들이질 않았다. 몇 시간의 실랑이 끝에 접촉이 허락됐는데 그 환자가 김 위원장이었다.당시 김 위원장은 ‘생명이 위독한(life-threatening)’ 상황이었다. 의식도 없이 집중치료실에 누워 있었다. 루 박사는 당시 열흘 정도 머물다 김 위원장이 눈을 뜨고 말도 몇 마디 하게 되자 평양을 떠났다.루 박사는 한 달 뒤인 9월 말 다시 평양을 방문했다. 이때 김 위원장은 자주 미래에 대한 걱정을 털어놓곤 했다. 루 박사는 “김 위원장은 정상적으로 걷고 일할 수 있을지 궁금해했다”며 “솔직한 답변을 원했는데 질문이 매우 논리적이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개인적인 얘기도 여러 차례 나눴는데 프랑스 문화에 대한 김 위원장의 해박한 지식이 루 박사를 놀라게 했다. 루 박사는 “김 위원장은 프랑스 영화와 와인에 대해 상당한 식견을 갖고 있었다. 보르도 와인과 부르고뉴 와인의 차이에 대해 얘기를 나눈 적도 있다”고 기억했다. 또 김 위원장은 “프랑스와 정치적 관계를 맺고 싶다. 이걸 공개해도 좋다”고 말했다.루 박사는 김 위원장의 후계자 김정은과도 몇 번 마주쳤다. 그는 “당시 아주 가까운 가족들만 김 위원장의 와병 사실을 알았는데 김정은이 정기적으로 병문안을 왔다”며 “직접 대화를 나눠보진 못했다”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17일 사망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함께 해마다 외신에서 ‘최악의 독재자’ 수위를 다툰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사진). 90세를 눈앞에 둔 그는 여전히 권력욕에 사로잡혀 ‘피로 물든 다이아몬드(blood diamonds)’로 정권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전했다.1980년 짐바브웨 독립 직후부터 총리와 대통령을 지내며 31년 동안 권좌에 머물러온 무가베 대통령은 올해 87세로 세계 역대 독재자 중 최고령이다. 최근 몇 년째 전립샘암을 앓아온 사실이 밝혀지며 한때 권좌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예측이 나돌았다. 그러나 그는 이를 비웃듯 11일 여당 전당대회에서 “신이 내게 다른 이보다 긴 수명을 허락했다”며 내년 대선에 또 출마할 뜻을 밝혀 주위를 놀라게 했다.가디언에 따르면 재집권을 노리는 무가베 대통령이 가장 신경 쓰는 대목은 정치자금 조성이다. 벌써부터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엄청난 뇌물을 뿌리고 있다. 반대파 탄압과 선거조작에 핵심 역할을 맡은 친위조직인 ‘중앙정보부(CIO)’에도 이미 수천만 달러의 돈이 흘러들어갔다. 영국 부패감시 비정부 기구(NGO) ‘글로벌 위트니스(GW)’는 “무가베 대통령은 이런 검은돈의 상당 부분을 다이아몬드 매매로 마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무가베 대통령의 독재 유지를 위해 이용되고 있는 다이아몬드들은 짐바브웨 국민의 피와 눈물을 먹으며 채굴되고 있다. 군경의 총칼을 앞세워 짐바브웨 정부가 운영하는 마랑게 광산은 지난해 광원 200여 명이 작업 도중 목숨을 잃었다. 어린이 노동 착취와 부녀자 강간도 빈번하게 일어나, 서구에선 이 지역 다이아몬드를 ‘세계에서 가장 더러운 보석’이라고 부른다.무가베 대통령의 자금 축적은 유엔의 ‘킴벌리 프로세스(Kimberley Process)’에 대한 논란도 일으키고 있다. 킴벌리 프로세스는 분쟁이나 착취 등 ‘검은 일’에 쓰이는 다이아몬드의 국제시장 진입을 막는 제도. 하지만 유엔은 최근 특별한 증거가 없다며 마랑게 광산의 다이아몬드 매매를 합법이라고 승인했다. 이에 대해 GW는 “독재사회 유지에 쓰일 게 뻔한 거래를 눈감아줬다”며 유엔을 맹비난했다.한편 무가베 대통령은 18일 자기 이름을 딴 의류 브랜드를 시장에 내놓겠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대통령은 “자신을 사랑하는 젊은이들에게 서구 명품에 필적하는 고급 옷을 입히고, 정치적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의류 브랜드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현재 짐바브웨는 1인당 국민소득이 300달러(약 35만 원)가 채 되지 않으며, 실업률은 90%를 웃돌고 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전속력 출항. 목적지는 남극 로스 해.”예정된 목표는 아니었다. 거액이 투자된 남극탐사가 큰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아라온호’는 인륜과 의리를 택했다.10월 4일 인천항을 떠나 16일 뉴질랜드에 기착해 남극 탐사를 준비하던 국내 최초 쇄빙연구선 아라온호가 조난당한 러시아 어선을 구하기 위해 17일(현지 시간) 긴급 출항했다. 32명이 승선한 러시아 ‘스파르타호’가 뉴질랜드에서 약 2000해리(3704km) 떨어진 빙붕(氷棚·남극 주변 바다의 거대 얼음덩어리) 틈에서 좌초되며 긴급구조를 요청해 왔기 때문이다.스파르타호가 ‘조난 호출’을 보낸 것은 16일 오전 3시. 남극 로스 해로 고기잡이에 나섰다가 실수로 최대 두께가 900m에 이르는 ‘얼음 선반’에 부딪혔다. 배는 크게 기우뚱했고, 삽시간에 갑판까지 물이 차올랐다. 위기에 직면한 선원들은 고무보트로 탈출까지 시도했다. 다행히 스파르타호는 13도 정도 기운 채 멈췄다. 뉴질랜드 공군 남극수송기 ‘허큘리스’가 9시간 만에 조난선에 추가 펌프 1개와 비상물품을 떨어뜨려줘 최악의 상황은 막았다. 현재 선원들은 모두 무사하다.그러나 물을 퍼내느라 펌프를 모두 가동한 스파르타호는 여분 동력이 없어 자체 수리가 곤란하다. 육지로부터 워낙 멀리 떨어져 있는 데다 기상도 급변해 수리를 위한 헬리콥터가 갈 수 없다. 결국 다른 배가 가지 않으면 구출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 하지만 주위에 연락된 노르웨이와 뉴질랜드 선박 3척은 접근할 장비가 없었다. 가장 가까운 거리, 그리고 얼음을 뚫고 갈 능력을 가진 배는 오직 아라온호뿐이었다.아라온호는 사실 이번 출항에 중요한 임무를 띠고 있다. 세종에 이은 두 번째 과학기지 ‘장보고’를 건설할 지역을 정밀 탐사해야 한다. 당초 19일 떠날 계획이었지만, 아라온호는 바로 출항을 감행했다. 현재 16노트(시속 약 30km)의 최고속력을 내고 있어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8일 정도가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얼음을 깨고 가야 할 땐 시속 3노트로 속도가 떨어져 도착 일시를 예측할 수 없다. 임무 실패의 부담에도 아라온호가 곧장 구호에 나선 건 당연히 ‘인명이 우선’이란 믿음 때문이었다. 김현율 선장은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긴박한 상황에서 다른 걸 따질 순 없다”며 “아라온호가 중요한 역할을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아라온호로선 이번 구출은 러시아에 대한 보은의 의미도 있다. 지난해 1월 남극 탐사에 올랐던 초보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는 수십 차례 극지를 누볐던 러시아의 베테랑 쇄빙연구선 ‘아카데미크 페도로프호’가 앞에서 길안내를 맡아줘 고생을 많이 덜었다.무엇보다 아라온호는 고(故) 전재규 세종기지 연구원의 정신이 오롯이 담긴 선박이다. 2003년 12월 전 씨는 동료 2명과 고무보트를 타고 연구에 나섰다가 끝내 수만리 얼음바다에서 유명을 달리했다. 당시 그의 희생은 정부의 쇄빙연구선 건조 계획을 앞당기는 불씨가 됐다. 함께 보트에 탔다 구조됐던 정웅식 연구원은 “고인의 희생으로 아라온호가 만들어졌다는 걸 많은 이들이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 연구원의 숭고한 희생이 빚어낸 아라온호가 이제 삶을 구하는 배가 되어 지금 달리고 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만모한 싱 인도 총리(사진)에게 2011년은 삼재(三災)의 해였나?’ 경제학자 출신인 싱 총리는 2004년 취임 이래 인도 부흥을 이끌었다. 인도가 지난 10년간 평균 7%를 웃도는 경제성장률을 보이며 “조만간 중국도 따라잡을 기세”(블룸버그통신)란 평가를 받는 것도 그의 공이 컸다. 하지만 올해 초 측근들의 부패스캔들로 이미지를 구겼던 싱 총리에게 연말 정국은 ‘산 넘어 산’이다. 최근 과감하게 추진했던 3가지 정책이 모두 역풍을 맞고 무산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 마치 불교에서 유래됐다는 인간의 세 가지 재앙, ‘삼재’라도 맞은 형국이다.① 질역(疾疫·전염병의 재앙)?→소매시장 개방 파문 가장 큰 논란은 소매시장 개방이다. 인도 정부는 지난달 24일 “해외 대형유통업체의 소매시장 진출을 허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전까지 월마트나 테스코 등은 도매업만 허용됐다. 예상보다 반발이 거셌다. 소매상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시위를 벌였고, 야당은 “섣부른 조치”라고 비난했다. 집권연정 최대 파트너인 ‘트리나물 콩그레스’의 마마타 바네르지 당수도 “외국자본이란 전염병에 대항하기엔 적절한 백신이 투여되지 않았다”며 반대했다. 결국 인도 재무부는 7일 “개방을 유보한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글로벌사회에서 시장개방은 당연한 선택이지만, 대화를 통한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게 싱 총리의 패착”이라고 분석했다.② 도병(刀兵·무기를 비롯한 도구의 재앙)→SNS 통제 파문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7일 “인도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재갈을 물리려 한다”고 보도했다. 카필 시발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전날 “트위터나 페이스북, 유튜브 등이 인도의 풍속을 해치는 내용을 걸러낼 처방을 마련하지 않으면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엄포를 놓았기 때문이다. 관련 업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유튜브는 “사이버 세상은 다양한 의견이 공존한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페이스북은 일단 “대화로 해결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으나 수긍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누리꾼들의 반응은 더욱 거세다. ③ 기근(饑饉·배고픔의 재앙)→복지예산 삭감 파문 싱 총리의 복지예산 삭감 추진도 상황이 엇비슷하다. 인도 국무회의는 10월 “국고 손실을 막기 위해 빈곤층 보조수당을 줄이겠다”고 발표했으나 아직 국회에 상정조차 못했다. 4억 명이 넘는 빈곤층의 불만이 워낙 큰 데다 야당은 장외투쟁까지 선언했다. 심지어 총리가 속한 국민회의당의 소냐 간디 당수조차 “싱 총리가 폭주했다”며 우려를 표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새로운 라틴아메리카 공동 국가기구가 미국과 영국에 칼날을 세웠다.”(로이터통신) 미국과 캐나다, 유럽 지배령을 제외한 중남미의 모든 국가가 참여하는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국가 공동체(CELAC·셀락)’가 3일 공식 출범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33개 회원국은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2, 3일 양일간 정상회의를 열고 ‘카라카스 선언’을 발표했다. 회의를 주재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셀락은 정치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협력하는 초국가적 기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셀락 이전 중남미 국가들이 참여한 국제기구는 여럿 있다. 미국 주도로 1951년 설립된 ‘미주기구(OAS·35개 회원국)’가 대표적인 기구다. 1986년 창설돼 23개국이 가입한 ‘리우그룹’과 1973년 발족한 카리브해 연안국 경제공동체 ‘카리콤’ 등도 있다. 셀락이 출범부터 주목을 받는 것은 OAS에서 미국과 캐나다를 뺐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과 서구 세력의 미주대륙 영향력에 대한 반감이 셀락을 이끈 원동력”이라고 평했다. 실제로 미국이 OAS의 회원국 자격을 잠정 정지시킨 온두라스와 쿠바가 셀락에서는 정회원이다. 현지신문 ‘라틴아메리카 헤럴드 트리뷴’은 “다소 좌익 주도로 흘러간 이번 회합에 중남미 우익 국가들이 참여한 것은 ‘정치 경제적 자주’에 대한 기대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셀락의 반(反)서구 성향은 카라카스 선언 22개조에서 두드러진다. 대부분은 경기회복이나 핵무기 반대와 같이 무난한 조항이지만, 2개 조항은 미국과 영국이 가장 불편해하는 이슈를 담았다. ‘영국은 포클랜드 섬에 대한 아르헨티나의 합법적 권리를 인정하고 협상에 나서라’와 ‘미국은 쿠바 경제봉쇄를 해제하라는 유엔 결의를 무조건 이행하라’가 그것. 이에 대해 미 국무부는 “다양한 국제기구 창설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미국은 평상시대로 ‘출중한 조직’인 OAS와 함께 사안에 대처할 것”이라는 의례적인 논평만 했다. 이 같은 강경 행보가 셀락에 독이 될 위험은 있다. 로이터통신은 첫 번째 불안요소로 ‘좌우익 성향 국가들 간의 괴리’를 꼽았다. 이번 회의는 너무 정치적 이상에 몰두해 베네수엘라와 쿠바, 니카라과 등 좌익 정권 국가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컸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정상회의 폐막 뒤 우익인 콜롬비아와 칠레, 멕시코는 “셀락이 모든 걸 대변하지는 않는다”며 수위를 낮췄다. 두 번째 불안요소는 ‘차베스 대통령’이다. 그는 2007년 셀락 창설 논의 때부터 백방으로 뛴 사실상의 창업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올가을로 예정됐던 정상회의가 12월로 연기된 것도 암 투병 중인 차베스를 배려한 조치”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것은 차베스의 건강이 셀락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약점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차베스 대통령이 내년 4선 성공을 위해 셀락의 창설에 매달렸다는 비판도 나온다. 베네수엘라 야권 대권후보인 파블로 메디나는 “회원국들은 차베스의 정치적 계략에 이용당했다”고 성토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셀락이 성공하려면 이데올로기보다는 마약 퇴치나 빈민 구체 등 구체적 지역현안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페이스북이 이용자의 개인정보 노출을 방치하는 위험한 줄타기를 했다.”(영국 이코노미스트)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대표 격인 페이스북이 고객정보를 다루는 과정에서 ‘불공정하고 기만적인’ 실수를 저질렀다며 지난달 29일 개선안을 권고했다. 이에 대해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즉각 시행을 약속했다. FTC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2009년 12월 시스템을 변환하면서 개인정보가 외부로 공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용자들에게 경고하지 않았다. 또 페이스북 이용자가 화면에 뜬 광고에 접속하면 광고회사가 자동으로 이용자의 신상정보를 수집하도록 내버려뒀다. 심지어 이용자가 페이스북 계정을 없애도 사진과 동영상은 그대로 데이터에 남겨둬 유출 위험에 놓이게 했다. 저커버그 CEO는 FTC의 발표 직후 페이스북 블로그를 통해 “모든 잘못을 인정하고 FTC의 권고안을 그대로 따르겠다”고 밝혔다. FTC 안에 따르면 앞으로 페이스북은 개인정보 관련 설정을 바꿀 때는 무조건 이용자 동의를 얻어야 한다. 또 앞으로 20년 동안 FTC의 정기 감사도 받아야 한다. 권고를 따르지 않아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용자 계정 하나당 개선될 때까지 매일 1만6000달러(약 1800만 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이번 FTC의 권고는 페이스북에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미 뉴욕타임스는 “내년 기업공개(IPO)가 예상되는 페이스북에 이번 조치는 투자자의 불안을 누그러뜨리는 기회가 됐다”며 “현재 1000억 달러(약 114조6500억 원) 정도로 평가받는 페이스북의 가치가 급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일을 계기로 SNS의 개인정보 처리에 대한 ‘더 강력한 장벽(higher bar)’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현재 미국엔 SNS의 사생활 보호를 위한 적절한 연방법이 없다”며 “SNS 회사의 로비력이 커지면서 관련 법안이 의회 내에서 발목이 잡힌 상태”라고 전했다. 에릭 골드먼 샌타클래라대 법대 교수는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 관련 회사들이 이용자의 사적인 영역을 얼마나 허술하게 다뤘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미국과 중국의 다음 라운드는 ‘태양의 전쟁(Solar War)’이다.”(미 시사주간지 타임)미국과 중국이 태양열을 포함한 재생에너지 사업 분야의 주도권을 놓고 뜨거운 공방을 벌이고 있다. ‘21세기 최대 유망사업’으로 꼽히는 태양열 산업에서 수위를 다퉈온 양국 정부가 최근 상대국의 관련기업들에 제동을 걸면서 무역갈등이 빚어지고 있다.먼저 공세를 편 건 미국 쪽이다. 미 상무부는 9일 “중국의 태양광전지 관련 수입품에 대한 덤핑 및 보조금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상무부에 따르면 2010년 중국이 미국에 수출한 태양광전지의 완제품 및 관련 부품의 가격은 미국 제품보다 30% 이상 싸다.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금지하는 정부보조금이나 덤핑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미국의 시각이다. 미국은 내년 5월 중순까지 중국 제품에 대한 전면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중국이 반격에 나서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약 2주가 지난 25일 중국 상무부도 “미국의 재생에너지 지원 및 보조금 정책에 대한 무역장벽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상무부 측은 중국공사업연합회의 신고에 따른 일상적인 조치라고 밝혔으나, 타임은 “명백한 보복조치”라고 지적했다. 또 상무부가 조사 기한을 미국의 조사결과 발표 예정시기 직후인 내년 5월 25일로 잡은 것은 ‘의도적인’ 설정이라고 해석했다.중국과 미국이 태양열 산업에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시간이 갈수록 재생에너지 산업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BNEF)는 최근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재생에너지 투자 규모는 1870억 달러(약 214조3000억 원)로 화석에너지 1570억 달러를 앞질렀다”며 “재생에너지의 역전은 사상 처음”이라고 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특히 태양광전지 시장은 올해 463억 달러에서 2014년 960억 달러(약 110조 원)로 3년 안에 2배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일단 미 언론들은 중국의 대응에 내심 불편해하면서도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분위기다. 수입규모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은 국내에서 제조하는 태양광전지의 부품 80% 이상을 중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중국 기업으로선 미 정부가 관세라도 부과하면 상당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중국 재생에너지 내수시장은 자국기업이 대부분 점유하고 있어 미국을 비롯한 해외기업의 시장점유율이 10%도 채 안 된다. 뉴욕타임스는 “중국이 어떤 조치를 취하더라도 미 기업이 받을 타격은 미미하다”고 평가했다.미국의 불안은 오히려 다른 곳에 있다. FT는 “태양열제품 핵심재료인 실리콘의 시장가격이 올해 들어 갈수록 떨어졌는데 이는 인건비 비중이 낮은 중국에 큰 호재”라고 내다봤다. 중국이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유럽과 중남미 시장 공략에 나선다면 미국으로선 경쟁이 쉽지 않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이회창 대표(당시 신한국당)의 장남 정연 씨는 179cm의 키에도 불구하고 원래 깡마른 체격으로 친구 사이에서 ‘비아프라’란 별명이 따라다닐 정도였다.” (1997년 7월 26일자 동아일보 A1면) 》비아프라(Biafra). 당시 정확한 뜻도 모른 채 무심코 넘겼던 이 단어에 담긴 아픈 역사가 26일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비아프라는 아프리카에서 ‘잠시’ 존재했던 국가다. 이곳을 이끌던 한 노(老)정객이 26일 숨을 거뒀다. 만 3년(1967년 5월∼1970년 1월)도 못 돼 지구상에서 사라진 나라를 세상은 왜 아직도 기억할까. 뉴욕타임스는 “세월이 지나도 씻기지 않는 핏빛 비극, ‘비아프라의 눈물’이 화인(火印)처럼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영국 런던에서 7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오두메구 오주쿠는 말 그대로 ‘은스푼을 물고’ 태어났다. 나이지리아 최고 거부였던 아버지를 둔 덕에 사치의 극을 맛봤다. 영국 유학 시절 옥스퍼드대 친구들은 그를 “최고급 스포츠카를 타며 수많은 여성과 염문을 뿌린 바람둥이”로 기억했다. 졸업 뒤 고국에 돌아온 오주쿠는 180도 변한다. 아버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군에 투신해 복무하며 동족 ‘이보(Ibo)족’의 현실을 깨닫게 됐다.당시 나이지리아는 주류인 하우사와 요루바, 이보 등 세 부족으로 구성된 나라였다. 인구 5700만 명 가운데 800만 정도였던 이보족은 정치적 종교적 불평등에 시달렸다. 특히 1960년대 이보족 지도자의 석연치 않은 암살이 잇따르자 불만은 더욱 커졌다. 타고난 친화력을 바탕으로 승승장구하던 오주쿠는 자연스레 이보족의 중심에 섰다.결국 오주쿠가 이끈 이보족은 1967년 5월 30일 분리 독립을 선언했다. 비아프라 공화국의 탄생이었다. 하우사족이 강하게 반대했지만 막을 명분이 없었다. 게다가 남부 원유산업을 장악한 탄탄한 경제력은 외교에서 큰 힘을 발휘했다. 탄자니아와 잠비아, 가봉 등 주위 국가와 국교를 맺으며 국제사회의 승인도 얻어 나갔다.그러나 행복은 너무나 짧았다. 겨우 한 달 남짓 만에 하우사족이 침공을 결행했다. 전쟁 초기 대등했던 무게추는 ‘소련’이 개입하며 하우사 쪽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비아프라의 원유를 탐냈던 소련이 막대한 무기와 군비를 나이지리아에 지원한 것. 프랑스의 외교적 지지뿐이었던 비아프라는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이후 1970년까지 비아프라는 지옥이었다. 사망 군인은 양측 합쳐 약 10만 명. 그런데 하우사족의 ‘봉쇄 궤멸 작전’ 아래 비아프라 국민은 극한의 배고픔에 허덕였다. 1년 사이 200만 명 이상이 아사(餓死)했다. 전체 민족 가운데 4분의 1 이상이 사라진 것이다. 이 가운데 50만 명은 7세 이하 어린이들. 심할 땐 하루 6000여 명이 죽어 나갔다. 당시 팔다리가 앙상한 채 배만 볼록 나온 비아프라 아이들의 사진은 ‘아프리카 가난’의 상징이 됐다. 비아프라는 결국 항복을 선언했고 1970년 1월 15일 나이지리아에 다시 흡수됐다.패전 뒤 강제 추방된 오주쿠는 영국 등을 떠돌며 세월을 보냈다. 가는 곳마다 이보족을 구해 달라고 호소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1990년대 수십 년 만에 나이지리아 정부의 해제로 귀국한 뒤엔 평생 이보족 빈민구제에 온몸을 투신했다. 아버지의 재산 역시 모두 쏟아 부었다. 오주쿠는 생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보족은 아프리카의 ‘이스라엘 민족’이다”라며 “고통과 억압의 길고 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언젠가 기적을 마주하리란 희망을 품고 살아간다”고 말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그곳엔 언제나 장이 섰다. 그것도 수백 년째. 동틀 무렵 몇 시간을 맨발로 걸어온 여인네들이 여명(黎明)을 등지고 모여든다. 온갖 야채와 먹거리를 한숨으로 머리에 짊어진 채. 평생 저잣거리에서 가족을 먹여 살려온 인생. 그곳 사람들은 그들을 ‘마마 마마(mama-mama·우리 엄마)’라 부른다. 영국 시사월간지 뉴인터내셔널리스트는 이달 호에서 척박한 삶의 끝자락에서 흔들리는 생존권을 놓고 싸우는 한 여성단체 ‘마마 마마’를 소개했다. 원래 마마 마마는 오세아니아 뉴기니 섬 서부의 원주민 여성 노점상들을 일컫는 말. 정부의 탄압과 사회의 무신경에 맞선 수백 명의 여성은 자신들이 줄곧 불리던 이름 그대로 조직을 만들었다. 사실 이곳 원주민 ‘파푸안’은 오랜 세월 갖은 억압에 시달려왔다. 식민지 시절 영국의 지배를 받던 섬 동부는 1975년 파푸아뉴기니로 독립한 반면, 네덜란드가 점유하던 서부는 1945년 네덜란드가 물러나며 인도네시아 땅(웨스트파푸아 주 자야푸라 시)이 됐다. 원주민의 처지에선 지배 세력의 피부 색깔만 바뀐 셈. 당시 고착된 사회구조 탓에 원주민 대다수는 여전히 극빈층에서 허덕인다. 특히 원주민 여성들은 질긴 악습의 사슬에 시달린다. 극단적 남성 우월주의 아래 남편이 놀고먹는 동안 아내 홀로 가사와 생계를 책임진다. 가정폭력도 다반사고, 딸들은 학교도 제대로 못 다닌다. 마마 마마가 자리 잡은 자야푸라 중앙시장도 날품팔이로 푼돈이나마 벌어야 했던 원주민 여성들이 세대를 거쳐 모여든 ‘눈물의 터전’이다. 평생 희생밖에 몰랐던 삶. 그러나 주정부의 시행령 하나가 마지막 인내심을 끊어 놓았다. 올해 초 도시개발을 이유로 수백 년 이어진 노점시장을 도시 바깥으로 옮기기로 결정한 것. 인적도 드문 외곽으로의 이동은 마마 마마에게 죽음을 의미했다. 결국 그들은 ‘저항’을 선택했다. 조직을 꾸렸다지만 마마 마마의 싸움은 별다른 게 없다. 장사하던 자리에서 그저 버티는 것뿐이었다. 그러자 주정부는 급수를 끊고 화장실을 없앴다. 경찰은 곤봉을 휘두르고 마구잡이로 잡아들였다. 공무방해죄로 벌써 100명이 넘는 여성이 끌려갔다. 돌파구는 쉽게 열리지 않고 있다. 가족을 위해 싸우는데 원주민 남성들은 딱히 도우려 하질 않는다. 게다가 대부분 장사 밑천을 사채로 마련해 시장이 막힌 동안 불어난 빚도 족쇄가 됐다. 마마 마마의 일원인 마그다라 씨는 “마지막까지 버티자 다짐했지만 상황은 계속 나빠지고 있다”며 “세상에 우리 처지를 알려 도움을 얻는 데 모든 희망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33년간 예멘을 통치해온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이 23일 권력 이양 합의문에 서명함에 따라 올해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에 이어 ‘재스민 혁명’의 물결에 휩쓸려 네 번째 독재자가 물러나게 됐다. 그러나 다양한 정치적 변수가 도사린 예멘의 미래는 ‘햄릿의 중동 버전’(미국 CNN방송)이라 부를 만큼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예멘발(發) 햄릿은 어떤 결과를 맞을까. 》① 튀니지 방식?(완전한 정권교체)걸프협력이사회(GCC)의 합의문이 효력을 발휘한다면 권력을 위임받은 압드라보 만수르 하디 부통령이 국민통합정부를 구성해 90일 만에 대통령선거를 치르고 민주적 절차에 따른 새 정권을 맞이할 수 있다. 이미 1500여 명이나 목숨을 잃었지만 그래도 대규모 내전 없이 권력의 완전한 교체가 가능한 것이다.현재 이 시나리오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은 GCC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외부 세계다. 유엔 역시 반기문 사무총장이 합의 직전 살레 대통령과 통화하며 교감을 나눈 사실을 알리면서 적극 후원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신병 치료를 내세웠지만 살레 대통령이 사실상 ‘망명’에 가까운 미국 뉴욕행을 선택해 미국 역시 살레 일가 처벌을 지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그러나 이번 합의문이 예멘 국민의 정서와 큰 격차를 보인다는 데 불씨가 남아있다. 합의문이 발표된 직후 수도 사나의 ‘변화의 광장’에선 환호성이나 축하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② 이집트 방식?(기존 권력이 온존한 상태에서 점진적 민주화)영국 BBC방송은 “합의 이후 사나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 시위대 수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독재시절부터 이번 시위 과정에 이르기까지 숨진 이들의 가족과 동료들이 희생자의 사진을 들고 나와 ‘살레 처단’을 외치고 있다. 살레 대통령이 물러나도 기득권 세력이 권력의 핵심에 그대로 버티고 있는 상황이 이집트와 엇비슷하다.CNN방송은 ‘살레 대통령이 합의 당시 왜 흐뭇한 미소를 지었는가’를 분석했다. 1978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그는 초등교육도 받지 않았지만 ‘중동의 여우’란 별명답게 교묘한 정치적 술수를 갖춘 인물이다. 1994년 내전을 비롯해 남부 분리 독립운동 등 끊임없는 위기에 시달리면서도 포섭과 회유로 권력을 유지해왔다. 올해 시위사태도 내내 숱한 말 바꾸기로 전세를 뒤집으려 시도했다. 이 때문에 이번 합의에서 면책특권은 물론이고 미국과 유럽 등지에 숨겨 놓은 막대한 자금까지 유지하게 된 그로선 현 상황만 잦아들면 내심 권력 회복이 가능하다는 믿음을 갖고 있을 수 있다. 암울한 경제 상황이 향후 갈등의 씨앗이 될 것이란 예측도 있다. 예멘은 2300만 명이 넘는 인구 가운데 절반 이상이 하루 2달러도 벌지 못하는 빈곤의 악순환에 빠져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살레 정권을 지원한 사우디의 지원마저 끊기면 경제적 회복은 더욱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1994년 내전 이래 분규가 끊이지 않는 땅에서 ‘배고픔’은 소요의 또 다른 기름이 될 수 있다.③ 리비아 방식?(내전 충돌)이번 합의의 가장 큰 불안요소는 정부군과 첩보국을 장악하고 있는 살레 대통령의 아들과 조카의 지위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점이다. 특히 장남 아메드 알리 압둘라 살레가 이끄는 정예부대 공화국수비대는 반정부군을 이끄는 최대 야권세력인 알아마르 가문의 알리 모흐신 알아마르 소장이 지휘하는 제1기갑사단과 시위 기간 내내 여러 차례 충돌했다.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합의문 발표가 있던 당일에도 두 세력은 예멘 북쪽에서 교전을 벌였다. 알아마르 가문은 합의에 대한 특별한 반응을 내놓지 않았지만 이번 합의 과정에서 배제된 것에 내심 불만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위기그룹(ICG)의 롱리 앨리 중동전문 수석연구원은 “예멘 군부 내 살레 대통령의 영향력이 여전한 데다 알아마르 가문이 야심을 포기할 이유도 없다”며 내전 가능성을 시사했다.명목상 정권을 승계한 하디 부통령도 불안요소다. 군인 출신으로 국방장관 등을 지내며 군사적 공로는 상당하나 정치적 수완은 검증된 적이 없다. 게다가 AP통신은 “남아 있는 정치권 세력으로선 선택의 폭이 좁아 대선에서 하디 부통령을 새로운 임기 2년 대통령으로 밀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 경우 친(親)살레 성향의 그를 야권이나 시민들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반대로 개혁 의지를 내비치면 자신의 정치기반인 살레 대통령 측과 등을 지게 되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24일 사나에서는 살레 대통령에 대한 재판을 요구하는 시위대에 경찰이 발포해 최소 5명이 숨지고 34명이 부상당했다. 이를 계기로 시위대가 다시 광장으로 돌아오고 있으며 무장 세력까지 수도 전역에 출현하고 있다고 현지인들은 전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이집트 반(反)군부 시위가 갈수록 격렬해지자 군 최고위원회(SCAF)가 대통령 선거를 앞당겨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군 최고위는 또 야권조직 무슬림형제단과 만난 자리에서 신임 총리로 무슬림형제단과 가까운 관계인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엘바라데이 전 사무총장이 최근 사태를 ‘학살’이라고 비난하며 시위대를 지지하고 있어 총리직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SCAF 사령관인 무함마드 탄타위 전 국방장관은 23일 현지 TV를 통해 “대선을 내년 7월 이전에 실시하겠다”며 “총선도 예정대로 28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군부는 당초 2013년 대선을 치른 뒤 권력을 이양하겠다고 밝혔으나 반발이 커지자 타협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시위대는 즉각 거부 의사를 표명했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카이로의 시민들은 “탄타위 사령관은 믿을 수 없으니 당장 물러나라”고 주장했다. 22일 타흐리르 광장에 수십만 명이 모인 데 이어 23일에는 알렉산드리아 등 전국으로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시위현장 근처에서 9개월 된 아기가 최루가스에 질식사하는 등 인명피해가 늘어나 최소 30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미국은 이제 세계를 이끄는 ‘우월 국가’가 아니다.” 미국이 오랫동안 자긍심처럼 여겨왔던 ‘예외주의’를 미국인조차 믿지 않게 됐다고 뉴욕타임스가 18일 보도했다. 예외주의란 19세기 프랑스 사상가 알렉시 드 토크빌이 ‘미국의 민주주의’라는 저서에서 “미국과 러시아는 언젠가 세계의 운명을 떠안을 ‘예외적 위치’에 있다”고 설파한 데서 유래됐다. 이후 미국이 ‘세계를 이끄는 국가’의 위치에 있음을 나타내는 용어로 통용돼 왔다. 미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의 설문조사 결과 ‘미국은 완벽하진 않지만 타국보다 문화적 우위에 있다’란 논제에 응답자의 49%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46%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문화적 우월감을 묻는 이 질문에 대한 미국인들의 동의율은 이 여론조사가 처음 실시된 2002년 약 60%에서 2007년 55%로 낮아졌고, 올해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문화적 우월주의에 대한 반감은 젊은 세대에서 더 두드러졌다. ‘미국 최고’에 찬성한 응답자는 50대 이상에서는 여전히 약 60%였지만, 18세 이상∼30세 이하에선 37%였다. 젊은층만 놓고 보면 “우리 문화가 최고다”고 응답한 비율이 독일(45%)이나 스페인(44%)보다 낮다. 뉴욕타임스는 “예외주의에 대한 회의론은 줄곧 징후를 보여 왔다”고 전했다. 지난달 시사주간 타임의 설문에선 약 71%가 ‘지난 몇 년간 미국의 지위는 갈수록 격하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달 초 NBC뉴스 조사에서도 ‘미국이 더는 세계를 이끄는 국가가 아닌 시대에 들어섰다’는 문항에 대다수가 찬성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