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印 싱 총리, 올해는 ‘삼재’ 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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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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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소매시장 개방’ 상인 반발 ② ‘SNS 단속’ 누리꾼들 저항
③ ‘복지 예산 축소’ 여당도 우려… 역점추진 정책 무산 위기

‘만모한 싱 인도 총리(사진)에게 2011년은 삼재(三災)의 해였나?’

경제학자 출신인 싱 총리는 2004년 취임 이래 인도 부흥을 이끌었다. 인도가 지난 10년간 평균 7%를 웃도는 경제성장률을 보이며 “조만간 중국도 따라잡을 기세”(블룸버그통신)란 평가를 받는 것도 그의 공이 컸다.

하지만 올해 초 측근들의 부패스캔들로 이미지를 구겼던 싱 총리에게 연말 정국은 ‘산 넘어 산’이다. 최근 과감하게 추진했던 3가지 정책이 모두 역풍을 맞고 무산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 마치 불교에서 유래됐다는 인간의 세 가지 재앙, ‘삼재’라도 맞은 형국이다.

① 질역(疾疫·전염병의 재앙)?→소매시장 개방 파문

가장 큰 논란은 소매시장 개방이다. 인도 정부는 지난달 24일 “해외 대형유통업체의 소매시장 진출을 허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전까지 월마트나 테스코 등은 도매업만 허용됐다. 예상보다 반발이 거셌다. 소매상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시위를 벌였고, 야당은 “섣부른 조치”라고 비난했다. 집권연정 최대 파트너인 ‘트리나물 콩그레스’의 마마타 바네르지 당수도 “외국자본이란 전염병에 대항하기엔 적절한 백신이 투여되지 않았다”며 반대했다.

결국 인도 재무부는 7일 “개방을 유보한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글로벌사회에서 시장개방은 당연한 선택이지만, 대화를 통한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게 싱 총리의 패착”이라고 분석했다.

② 도병(刀兵·무기를 비롯한 도구의 재앙)→SNS 통제 파문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7일 “인도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재갈을 물리려 한다”고 보도했다. 카필 시발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전날 “트위터나 페이스북, 유튜브 등이 인도의 풍속을 해치는 내용을 걸러낼 처방을 마련하지 않으면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엄포를 놓았기 때문이다.

관련 업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유튜브는 “사이버 세상은 다양한 의견이 공존한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페이스북은 일단 “대화로 해결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으나 수긍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누리꾼들의 반응은 더욱 거세다.

③ 기근(饑饉·배고픔의 재앙)→복지예산 삭감 파문

싱 총리의 복지예산 삭감 추진도 상황이 엇비슷하다. 인도 국무회의는 10월 “국고 손실을 막기 위해 빈곤층 보조수당을 줄이겠다”고 발표했으나 아직 국회에 상정조차 못했다. 4억 명이 넘는 빈곤층의 불만이 워낙 큰 데다 야당은 장외투쟁까지 선언했다. 심지어 총리가 속한 국민회의당의 소냐 간디 당수조차 “싱 총리가 폭주했다”며 우려를 표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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