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열 발전 양보못해” 美-中 ‘햇빛 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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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생에너지 무역갈등 가열

“미국과 중국의 다음 라운드는 ‘태양의 전쟁(Solar War)’이다.”(미 시사주간지 타임)

미국과 중국이 태양열을 포함한 재생에너지 사업 분야의 주도권을 놓고 뜨거운 공방을 벌이고 있다. ‘21세기 최대 유망사업’으로 꼽히는 태양열 산업에서 수위를 다퉈온 양국 정부가 최근 상대국의 관련기업들에 제동을 걸면서 무역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먼저 공세를 편 건 미국 쪽이다. 미 상무부는 9일 “중국의 태양광전지 관련 수입품에 대한 덤핑 및 보조금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상무부에 따르면 2010년 중국이 미국에 수출한 태양광전지의 완제품 및 관련 부품의 가격은 미국 제품보다 30% 이상 싸다.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금지하는 정부보조금이나 덤핑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미국의 시각이다. 미국은 내년 5월 중순까지 중국 제품에 대한 전면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중국이 반격에 나서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약 2주가 지난 25일 중국 상무부도 “미국의 재생에너지 지원 및 보조금 정책에 대한 무역장벽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상무부 측은 중국공사업연합회의 신고에 따른 일상적인 조치라고 밝혔으나, 타임은 “명백한 보복조치”라고 지적했다. 또 상무부가 조사 기한을 미국의 조사결과 발표 예정시기 직후인 내년 5월 25일로 잡은 것은 ‘의도적인’ 설정이라고 해석했다.

중국과 미국이 태양열 산업에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시간이 갈수록 재생에너지 산업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BNEF)는 최근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재생에너지 투자 규모는 1870억 달러(약 214조3000억 원)로 화석에너지 1570억 달러를 앞질렀다”며 “재생에너지의 역전은 사상 처음”이라고 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특히 태양광전지 시장은 올해 463억 달러에서 2014년 960억 달러(약 110조 원)로 3년 안에 2배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미 언론들은 중국의 대응에 내심 불편해하면서도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분위기다. 수입규모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은 국내에서 제조하는 태양광전지의 부품 80% 이상을 중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중국 기업으로선 미 정부가 관세라도 부과하면 상당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중국 재생에너지 내수시장은 자국기업이 대부분 점유하고 있어 미국을 비롯한 해외기업의 시장점유율이 10%도 채 안 된다. 뉴욕타임스는 “중국이 어떤 조치를 취하더라도 미 기업이 받을 타격은 미미하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불안은 오히려 다른 곳에 있다. FT는 “태양열제품 핵심재료인 실리콘의 시장가격이 올해 들어 갈수록 떨어졌는데 이는 인건비 비중이 낮은 중국에 큰 호재”라고 내다봤다. 중국이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유럽과 중남미 시장 공략에 나선다면 미국으로선 경쟁이 쉽지 않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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