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加 제외 중남미 33국 참가한 CELAC… 출범부터 美-英에 펀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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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쿠바 경제봉쇄 해제하라”
“英, 아르헨의 포클랜드 권리 인정하라”

“새로운 라틴아메리카 공동 국가기구가 미국과 영국에 칼날을 세웠다.”(로이터통신)

미국과 캐나다, 유럽 지배령을 제외한 중남미의 모든 국가가 참여하는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국가 공동체(CELAC·셀락)’가 3일 공식 출범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33개 회원국은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2, 3일 양일간 정상회의를 열고 ‘카라카스 선언’을 발표했다. 회의를 주재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셀락은 정치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협력하는 초국가적 기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셀락 이전 중남미 국가들이 참여한 국제기구는 여럿 있다. 미국 주도로 1951년 설립된 ‘미주기구(OAS·35개 회원국)’가 대표적인 기구다. 1986년 창설돼 23개국이 가입한 ‘리우그룹’과 1973년 발족한 카리브해 연안국 경제공동체 ‘카리콤’ 등도 있다.

셀락이 출범부터 주목을 받는 것은 OAS에서 미국과 캐나다를 뺐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과 서구 세력의 미주대륙 영향력에 대한 반감이 셀락을 이끈 원동력”이라고 평했다. 실제로 미국이 OAS의 회원국 자격을 잠정 정지시킨 온두라스와 쿠바가 셀락에서는 정회원이다. 현지신문 ‘라틴아메리카 헤럴드 트리뷴’은 “다소 좌익 주도로 흘러간 이번 회합에 중남미 우익 국가들이 참여한 것은 ‘정치 경제적 자주’에 대한 기대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셀락의 반(反)서구 성향은 카라카스 선언 22개조에서 두드러진다. 대부분은 경기회복이나 핵무기 반대와 같이 무난한 조항이지만, 2개 조항은 미국과 영국이 가장 불편해하는 이슈를 담았다. ‘영국은 포클랜드 섬에 대한 아르헨티나의 합법적 권리를 인정하고 협상에 나서라’와 ‘미국은 쿠바 경제봉쇄를 해제하라는 유엔 결의를 무조건 이행하라’가 그것. 이에 대해 미 국무부는 “다양한 국제기구 창설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미국은 평상시대로 ‘출중한 조직’인 OAS와 함께 사안에 대처할 것”이라는 의례적인 논평만 했다.

이 같은 강경 행보가 셀락에 독이 될 위험은 있다. 로이터통신은 첫 번째 불안요소로 ‘좌우익 성향 국가들 간의 괴리’를 꼽았다. 이번 회의는 너무 정치적 이상에 몰두해 베네수엘라와 쿠바, 니카라과 등 좌익 정권 국가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컸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정상회의 폐막 뒤 우익인 콜롬비아와 칠레, 멕시코는 “셀락이 모든 걸 대변하지는 않는다”며 수위를 낮췄다.

두 번째 불안요소는 ‘차베스 대통령’이다. 그는 2007년 셀락 창설 논의 때부터 백방으로 뛴 사실상의 창업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올가을로 예정됐던 정상회의가 12월로 연기된 것도 암 투병 중인 차베스를 배려한 조치”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것은 차베스의 건강이 셀락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약점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차베스 대통령이 내년 4선 성공을 위해 셀락의 창설에 매달렸다는 비판도 나온다. 베네수엘라 야권 대권후보인 파블로 메디나는 “회원국들은 차베스의 정치적 계략에 이용당했다”고 성토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셀락이 성공하려면 이데올로기보다는 마약 퇴치나 빈민 구체 등 구체적 지역현안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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