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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북정책의 ‘입’인 통일부 대변인 자리가 고위공무원단 내 최고위인 가급(차관보급)으로 한 단계 격상된다. 그 대신 그동안 가급이던 남북회담본부 상근대표 두 자리 중 한 자리가 나급(국장급)으로 격하되는 직제 개편이 이뤄진다. 통일부는 13일 행정안전부과 이런 내용의 직제 개편안에 대한 실무협의를 마쳤으며 17일 관보를 통해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입법예고 후 법제처의 심사를 거치면 개편안이 확정된다. 이번 통일부의 직제 개편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의 대남 위협 수위가 높아지고 내부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정부의 대북 및 통일정책 홍보 기능이 강화된 반면 남북간 대화가 줄어든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통일부 대변인은 북한의 국방위원회 등 다양한 기관이 내놓는 대남 메시지에 맞서 한국 정부의 의견을 정리해 밝히는 중요한 자리”라고 직제 개편 취지를 설명했다. 현재 정부 부처 가운데 가급 대변인을 둔 곳은 외교통상부 한 곳뿐이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이번 직제 개편안이 확정되면 이를 반영한 고위공무원단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어서 ‘초대 가급 대변인’ 자리에 누가 앉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나급인 천해성 대변인이 승급해 계속 일할 가능성과 가급 간부 3명의 전보 또는 나급 간부의 승진 발탁 가능성 등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 통일부 고위공무원단 간부직은 모두 19자리로 이 가운데 가급은 통일정책실장과 기획조정실장, 개방형인 통일교육원장, 남북회담본부장, 남북회담 상근대표 두 자리 등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회담 상근대표 두 자리가 비었고 새해 교육파견 및 복귀자 등이 있어 인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참여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김만복 통일전략연구원장(사진)이 일본 월간지에 “현 정부 들어 서해가 전쟁의 바다로 변했고, 안보에 구멍이 뚫렸다”는 내용의 글을 기고했다. 세카이(世界) 2월호에 실린 ‘분쟁의 바다, 서해를 평화와 번영의 바다로 만들기 위해’라는 제목의 글에서 김 전 원장은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한반도 상황은 ‘이명박 정권이 북한 붕괴론을 확신해 남북관계를 악화시켜 온 결과’라는 생각을 더 확신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세카이는 일본 출판사 이와나미서점이 1945년부터 발행했으며 진보적 성향의 잡지로 알려져 있다. 또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 당시 한국이 1, 2차 연평해전을 모두 이겼고, 노무현 전 대통령 때에는 서해에서 충돌이 일어나지 않았다”며 “하지만 현 정부 들어 서해가 전쟁의 바다로 변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23일 북측이 한국군의 해상 사격훈련에 대해 ‘사실상 북에 대한 공격 행위’라는 경고문을 몇 번이나 보냈는데도 사격훈련을 계속했다”며 연평도 포격이 북한의 경고를 무시해서 발생한 것처럼 해석하기도 했다. 한편 세카이 측은 글이 실리게 된 경위에 대해 “지난해 한국에서 발간된 책에 실린 김 전 원장 글의 일부를 발췌해 실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원장은 13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한반도평화포럼에서 낸 ‘다시 길을 묻다’라는 책에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라는 글을 연평도 사건 한참 전에 썼는데 한 일본인이 ‘연평도 사건도 넣어 후기를 써달라’고 해서 쓴 것”이라고 말했다.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북한은 12일 전통문 3건을 남측에 보내 금강산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관련 당국 간 실무회담을 열자고 제의했다. 그러나 정부는 ‘진정성이 없다’고 평가했다. 북한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은 이날 전통문에서 “다음 달 11일 개성에서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을 열자”고 제의했고,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은 “다음 달 9일 개성에서 개성공업지구 관련 실무회담을 열자”고 요청했다. 또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경협사무소) 북측 소장은 남측이 개성공단 내 경협사무소에 인력을 파견하지 않은 데 유감을 표시하고 “조속한 정상화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날 경협사무소에 다시 인력을 상주시켰지만 남측은 ‘경협이 중단돼 할 일이 없다’며 인력을 파견하지 않았다. 통일부는 “북한 당국이 우리 정부 앞으로 공식적으로 보내온 통지문으로 형식적인 요건은 나름대로 갖췄지만 도발에 대한 책임은 인정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경제지원과 원조를 받기 위한 회담만 제의했다”고 평가했다. 북측은 이날 판문점 남북 연락관 전화를 8개월 만에 재개통했다. 남북 연락관들은 낮 12시 15분부터 25분까지 10분 동안 통화했다. 남측 연락관은 “앞으로 연락채널이 일방적으로 중단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 당국자가 전했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대북 매체인 열린북한방송의 하태경 대표(43)가 12일 북한의 3대 세습 후계자인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주제로 한 만화책을 펴냈다. 김정은을 다룬 책은 나왔지만 만화는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의 3대 세습과 왕자의 난’이라는 부제가 달린 ‘만화 김정은’(도서출판 시대정신)은 김정은의 출생부터 후계자 등극까지의 일생과 북한 내부의 반(反)김정은 분위기 등을 담았다. 김정은이 8세 때인 1991년경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의 중국 내 항일유적지를 돌아봤다는 내용 등 새로운 사실도 담고 있다. 하 대표가 글을 쓰고 만화가 최병선 씨가 그림을 그렸다. 하 대표는 “북한에서 진행되는 3대 권력세습의 실상과 문제점을 국민들에게 충분히 알리기 위해 만화를 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에 충실하기 위해 ‘김정일의 요리사’로 어린 시절 김정은을 곁에서 지켜본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 씨 등 국내외 전문가들을 인터뷰하고 김정은에 대한 언론 기사 등을 참고했다”고 말했다. 하 대표는 단파라디오방송을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 소식을 전하고 북한 내부 소식통들로부터 모은 정보를 외부에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정부는 10일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확인하고 천안함 폭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 문제를 먼저 해결하기 위한 남북 당국간 회담을 제의했다. 이날 북한이 구체적인 남북대화 제안을 담은 전화통지문 3건을 남측에 보내온 데 대한 역(逆)제안이다.통일부는 이날 오후 천해성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내고 “남북 간에 진정한 대화가 이뤄지려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북측의 책임 있는 조치 및 추가 도발 방지에 대한 확약, 북측의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확인이 필요하다”며 “우리는 이를 위한 남북 당국 간 만남을 제안한다”고 밝혔다.이어 논평은 “북한 당국은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 등으로 막대한 우리 국민의 희생을 초래하고도 아무런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경제지원과 원조를 받기 위한 회담만 제의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것을 국제사회에 대한 위장 평화공세이자 우리 사회를 분열시키기 위한 상투적 전술의 일환으로 본다”고 밝혔다.이와 관련해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잇단 대화 제의는 위장 평화공세에 불과하다는 정부의 인식을 밝히고 여기에 맞대응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논평에 담았다”며 “이에 대한 북측의 대답을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는 지난해 12월 29일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새해 업무보고에서 “북한의 위장 평화공세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정부는 이날 논평에서 비핵화의 진정성 등을 논의할 북측 상대 기관을 특정하지 않았고, 북측에 별도의 통지문은 보내지 않았다. 한 당국자는 “북측이 우리 논평에 반응을 보일 경우 (국방위원회나 인민무력부 등으로) 주체를 특정해 공식 통지문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이에 앞서 북한은 이날 3건의 전화통지문을 보내와 남북대화 제안을 구체화했다. 북한은 1일 신년공동사설과 5일 정부·정당·단체 연합성명에 이어 8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담화를 통해 ‘남북 당국 간 회담의 무조건 조속 개최’를 제안했다.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 명의의 통지문은 “27일 개성에서 남북 당국간 회담의 급과 일시, 장소 등을 협의하기 위한 국장급 실무접촉을 개최하자”고 제의했다. 또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장재언 위원장 명의의 통지문은 “다음 달 1일 문산에서 남북 적십자회담을 개최하자”고 제의했다.아울러 북측은 12일부터 판문점 남북 적십자연락소 직통전화를 연결하고 개성공단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경협사무소)를 재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새해 들어 북한이 잇달아 대남 대화 공세를 벌이고 나오자 정부 당국자들이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주변국들이 ‘북핵 6자회담 재개를 위해 우선 남북관계의 진전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은 가운데 정부로서도 선수(先手)를 치고 나오는 북한의 제의를 계속 일축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8일 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의 대변인 담화를 통해 “북남 당국 사이의 회담을 무조건 조속히 개최할 것을 공식 제의한다”며 “당국회담의 급(級)과 장소, 시일은 쌍방이 합의해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1월 말∼2월 초 개성에서 적십자회담과 금강산관광 및 개성공단 관련 당국 간 회담을 재개하자”며 “대표단은 종전대로 하든가 새로 구성할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또 담화는 “폐쇄된 판문점 북남 적십자 통로를 다시 열고 개성공업지구의 북남경제협력협의사무소(경협사무소) 동결을 해제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9일 “조평통 담화는 연합성명의 연장선에 있으며 담화의 형식 등으로 볼 때 진정성 있는 대화 제의로 보기 힘들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그는 “이번에는 좀 더 구체적인 사항들이 포함됐기 때문에 북한의 태도를 보아가며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북한이 앞으로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정식으로 대화를 제안해 오면 내용을 검토해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南이 되레 경직’ 국제사회 오해 우려, 남북교류-북핵 ‘투트랙 대응’ 검토▼요컨대 당장 대응하기보다는 좀 더 시간을 두고 남측 요구조건의 수준을 높이면서 북한이 꺼내는 카드를 보겠다는 것이다. 조평통담화는 그동안 남측이 요구해 온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를 내놓지 않았다. 또 담화가 “(대화 제의에는)아무런 조건도 없다”고 주장했지만 일단 회담이 시작되면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등의 대가로 쌀 50만 t, 비료 30만 t등을 요구할 것이 뻔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정부 당국자들은 북한의 이런 위장 평화공세가 국제사회에는 ‘진정한 관계 진전을 위한 노력’으로 비치고 6자회담의 장기 공전 원인이 한국 정부의 경직된 태도 때문이라는 오해를 받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이에 따라 정부는 청와대와 외교안보 부처 간 전략회의를 통해 남북관계와 북핵문제를 분리 대응할 필요성 등을 검토해 나가기로했다. 정부 당국자는 “핵 문제를 전담하는 북한 외무성 라인과 대남 라인인 통일전선부 라인 양쪽을 통해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하는‘투 트랙’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남북대화에선 북한의 무력도발 사건과 함께 비핵화 문제가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엄중한 이슈인 북한의 핵개발 노력을 막아내려면 남북 간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결국 향후 남북대화는 북한이 공식적으로 대화를 제의해오고, 이에 정부가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등 핵 문제와 천안함 사건,연평도 도발 등을 다루자고 역(逆)제의를 한 이후 나타날 북한의 반응에 달려 있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 ‘대남 비방 주역’ 조평통까지 유화 제스처 북한이 1일 신년공동사설과 5일 정부·정당·단체 연합성명에 이어 8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담화를 통해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촉구하며 대화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북한이 잇단 대화 공세를 통해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북한의 심상찮은 신년 대화공세최근 잇단 북한의 대화 제의에는 과거의 행태와는 다른 점이 많다. 북한은 8일 조평통 담화에서 “우리는 현 남조선 당국이 임기 5년을 북남 대화 없이 헛되이 흘려보내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사뭇 남측을 걱정하는 투다. 또 담화는 “만나보지도 않고 ‘진정성’ 운운하며 여러 조건부를 앞세우는 것 자체가 진정성 있는 태도라 할 수 없다. 우리 대화 제안에는 아무런 조건부도 없으며 그 진의를 의심할 것도 없다”고 강변했다.통일부 당국자는 9일 “1990년대 이후 줄곧 대남 비방의 주역이던 조평통이 전향적인 대남 대화 제의를 한 것은 처음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지난해 5월 24일 정부가 천안함 폭침사건 대응조치를 발표하자 다음 날 오후 조평통이 담화를 내고 “이명박 정부 임기 내에는 어떤 대화도 하지 않겠다”며 독설을 늘어놓은 것과는 180도 달라진 태도다.북한이 5일 내놓은 연합성명도 마찬가지다. 이번 성명은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년 2월 4일 노동신문에 게재된 ‘남조선 당국과 해외의 정당, 단체 및 각계 인사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연상시킨다. 북한은 전날 정부·정당·단체 연합회의를 연 뒤 다음 날 이런 편지 형식으로 남북 고위급 정치회담을 제의했다.○ ‘2000년의 성공’ 재현 노리나?북한이 북핵 6자회담의 재개를 앞두고 전향적인 대남 대화공세를 펴면서 ‘연합성명을 통한 대남 당국 간 회담 제의’라는 12년 전 주장을 다시 들고 나온 점에서 ‘2000년의 성공’을 재현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을 할 수 있다. 향후 남북 정상회담을 관철하고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와의 핵 문제 ‘빅딜’을 노리려는 포석일 수 있다는 것이다.당시 편지는 남한 정부에 △한미 연합 군사연습 중단 △국가보안법 철폐 △남한 내 진보진영의 통일운동 보장 등 3대 실천적 조치를 요구한 뒤 “이와 같은 실천 사항들이 해결된 기초 위에서 올해 하반기에 북남 고위급 정치회담을 열자”고 공개 제의했다.이후 북한은 김대중 정부와의 대화를 통해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과 그 결과물인 6·15공동선언에 합의했다. 동시에 1998년 장거리로켓 ‘대포동1호’ 발사 이후 관계 악화 일로에 있던 빌 클린턴 미국 행정부와 2000년 10월 ‘조미 공동선언(북-미 코뮈니케)’에 합의해 2년 만에 대남, 대미관계의 동시 진전이라는 외교적 성과를 거뒀다.이런 의도라면 북한은 12년 전처럼 남한 정치인 또는 국가정보원 고위 당국자와의 비밀접촉을 추진하고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특별대표 같은 미국 핵심 당국자들을 평양으로 끌어들이려 할 가능성이 크다.○ 핵 보유 시간 끌기 위한 이중전술?그러나 북한이 2000년 이후 10년 넘게 대외협상을 하면서 얻은 ‘학습효과’ 탓에 같은 패턴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도 1994년 미국과의 제네바합의, 2000년 북-미 공동선언은 물론이고 남한과 체결한 6·15공동선언과 10·4정상선언 등 주요 합의가 미국과 한국의 정권교체 이후 흐지부지되는 것을 지켜봤기 때문에 과거처럼 순진하게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이 경우 북한은 임기를 2년 남긴 오바마-이명박 정부에 ‘위장 평화공세’를 펴며 마무리 핵 개발에 속도를 낼 시간을 벌려 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1999년 6월 제1차 연평해전을 일으키는 등 대화 시기에도 무력 위협을 병행했기 때문에 올해 3차 핵실험이나 남한 영토에 대한 무력 도발을 할 수도 있다.○ 북한의 빨라지는 태도 변화최근 북한이 대화에서 위협으로, 다시 대화로 이동하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대남 이중전술의 진폭이 커지고 주기가 짧아진 것은 핵 보유 목표에 도달했다는 내부 판단과 무관하지 않을 수 있다. ‘핵 보유 자신감’을 바탕으로 과감한 무력 도발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대화 제의도 전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실제로 북한은 2009년 5월 2차 핵실험을 한 뒤 그해 8월 남북 정상회담 제의→2010년 3월 천안함 폭침→2010년 9월 적십자회담 제의→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2011년 1월 신년 대화공세로 대화와 위협의 ‘갈 지(之)자’ 행보를 어지럽게 하고 있다.북한의 이런 태도에 대해선 “2012년 강성대국을 완성해야 하는 초조함이 드러난 것”이라는 시각이 없지 않다. 남북관계가 복원되면 쌀과 비료 지원을 다시 받을 수 있고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만큼 한반도 주변 기류가 대화로 모아지는 틈을 타 발 빠른 변신을 선보이고 있다는 얘기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동영상=북한마을 소달구지! 김정은 생일날 바라 본 북한!}
북한이 5일 정부·정당·단체 연합성명의 형식으로 ‘무조건적인 당국 간 대화’를 촉구한 데 대해 정부 당국자들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국면 전환을 노리는 대화 공세”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이런 북한의 대화 공세에 대응하는 방안을 놓고서는 주무 부처인 통일부와 외교통상부 당국자 사이에 미묘한 온도차가 감지됐다.○ 통일부, “진정성 없는 위장 평화공세” 통일부 당국자는 6일 “북한의 대화 제의는 진정성이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말이나 선전 차원보다 진정성과 책임감 있는 행동이 따라야 대화를 시작한다는 정부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대화 제의는 행동이 뒤따르지 않는 ‘말 바꾸기’라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 5월 25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담화를 통해 “남한 당국과의 모든 관계를 단절하고 이명박 정권 임기 중에는 당국 간 대화와 접촉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남북 적십자회담 개최를 요구하면서 스스로 설정한 대남 원칙을 뒤집었고 지난해 11월 연평도 포격 도발을 자행한 뒤 다시 태도를 바꿔 대화 공세에 나선 것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보여야 할 진정성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핵 폐기 이행과 함께 천안함 사건이나 연평도 도발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담화에서 나왔듯이 도발에 대해 북한이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는 연합성명의 형식과 발표 시기에도 의구심을 표시했다. 정부에 대한 공식 통지문도 아니고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한에 맞춰 급조한 정황이 역력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2007년까지 해마다 1월 중·하순에 연합성명을 냈다. 5일 발표는 전례 없이 빠른 것이라고 당국자들은 설명했다.○ 외교부, “깡그리 무시해선 안 돼” 그러나 외교부 당국자는 “대화하자는 것을 깡그리 무시하는 것은 좋지 않다. 의도는 의심되지만 일단 대화하자는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며 “정부로서도 북한의 태도를 한두 가지 조건으로 보지 않고 종합적으로 보겠다고 했으니 상황관리 차원에서 신중하게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북측 성명이 ‘실권과 책임을 가진 당국 사이의 회담’ 개최를 주장한 것도 면밀히 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 지도부의 의사를 보여주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라는 것이다. 북한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6일 “(북한의) 파격적인 제의는 영도자(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결단을 반영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남조선은 성명에 담긴 진정성을 접수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외교부 측의 신중한 평가는 주변국의 북핵 6자회담 재개 움직임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 외교부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줄곧 대화와 협상이 한반도 문제 해결의 유일하고 유효한 길이라고 여겨왔다”며 “북한의 제의를 지지하고 환영한다”고 밝혔다. 한편으로 북한의 대화 제의를 부정적으로만 평가하고 일축해버릴 경우 북한이 앞으로 저지를 수 있는 도발의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 ○ 북한 대화공세 시나리오는? 대남정책 기조를 3∼6개월 단위로 변경하는 과거 북한의 행태로 볼 때 이번 대화공세도 짧으면 올해 3월, 길면 6월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우선 당국과 민간에 대한 분리 공세를 펼 가능성이 높다. 당국에 대해서는 공식 통지문을 보내 회담을 제의할 수 있다. 올봄 이산가족 상봉과 이를 위한 적십자회담을 제의하거나 금강산관광 재개와 같은 교류협력 사업을 논의하자고 제의할 수 있다. 동시에 비선(秘線) 라인을 통해 정권 핵심부에 남북 정상회담 개최 등의 메시지를 전달하려 할 가능성도 있다. 민간 쪽으로는 대북 지원단체나 경협 기업에 팩스 등을 보내 “새해 사업을 논의하기 위해 중국 등 제3국에서 만나자”고 제의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북한의 대화 제의를 선뜻 받아들일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크지 않다. 기본적으로 북한이 비핵화는 물론이고 무력도발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를 취할 의지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만 북한이 춘궁기로 들어서는 상황에서 ‘시간은 북한 편이 아니다’라고 정부는 보고 있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북한이 지난해 9월 28일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30년 만에 당 규약을 대폭 개정한 결과 당이 ‘김씨 일가’의 사당(私黨)으로 변질된 것으로 드러났다.정부가 6일 입수한 개정 당 규약 서문은 이미 알려진 대로 “조선노동당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당”이라고 선언한 것에 더해 김일성 주석이 군(46조)과 정권기관(52조), 근로단체(56조) 등 북한 내 모든 중요 조직의 설립자라고 새롭게 주장한 것으로 드러났다.또 당 규약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일성의 업적을 계승 발전시킨 인물이라고 기술하고 당의 기본원칙에 ‘당 건설에서 계승성 보장’을 추가해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의 3대 세습 실현이 당의 기본적인 임무임을 명확히 했다.이런 점에 비춰 규약 개정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김씨 왕조’의 혈통 승계를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정부는 해석했다.당원과 당 조직의 의무를 규정한 4조 등에는 김씨 일가의 ‘유일사상체계’에 더해 ‘유일영도체계’의 수립이 새로 포함됐다. 유일 독재자의 사상뿐만 아니라 절대 복종 시스템을 수립하는 데 모든 당원과 조직을 동원한 것이다.규약은 ‘계급적 원수들과 온갖 이색적인 사상요소들, 비사회주의적 현상을 비롯한 부정적인 현상들을 반대하여 투쟁해야 한다’는 내용도 추가됐다. 3대 세습체제를 확립하기 위해 내부 동요를 막는 데 최선을 다할 의무를 추가한 것으로 풀이된다.정부 당국자는 “개정된 당 규약은 21세기 사회에서 북한 김씨 왕조가 가지는 전근대적 봉건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고 평가했다.규약 곳곳에 김정은의 권력 승계를 용이하게 하는 조항도 추가됐다. 당 총비서가 당 중앙군사위원장을 겸하도록(22조) 해 현재 김정일이 맡고 있는 총비서직을 김정은이 물려받으면 바로 군권을 장악할 수 있게 했다.또 규약 27조는 ‘당 중앙군사위가 당 대회와 당 대회 사이 모든 군사사업을 조직 지도하고 국방사업 전반을 지도한다’고 규정해 김정은이 현재의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직을 통해 기능이 거의 유사한 국방위원회의 권한까지 거머쥘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군에 대한 당의 통제권을 강화해 김정은이 당을 통해 군을 장악할 수 있는 법적 토대를 넓혔다.정부 당국자는 “북한 지도부가 세습 과정에서 있을지 모르는 군부의 반란을 사전에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라고 풀이했다.한편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 등 권력 공백 시기에 쉽고 빠르게 권력을 승계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도 새롭게 마련됐다.새 규약은 당 대회를 5년마다 개최키로 한 조항을 없앴다. 3대 세습체제 확립 과정에서 필요하면 자주 열도록 한 것이다. 이와 동시에 30조는 당 대회가 가진 당 최고기관 선거 및 당 규약 수정 권한을 당 대표자회에도 부여해 절차가 간소한 당 대표자회를 통해 3대 세습을 위한 권력 승계 등 중요 사안을 처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북한이 5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정당·단체 연합성명’을 내고 남측에 대해 “실권과 책임을 가진 당국 사이의 회담을 무조건 조속히 개최할 것을 주장한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성명은 “우리는 대화와 협상, 접촉에서 긴장완화와 평화, 화해와 단합, 협력사업을 포함해 민족의 중대사와 관련한 모든 문제를 협의·해결해 나갈 것”이라며 “우리는 북남 관계를 풀기 위해 당국이든 민간이든, 여당이든 야당이든, 진보든 보수든 남조선 당국을 포함한 정당, 단체들과 적극 대화하고 협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와 손잡고 나가려는 사람이라면 과거를 불문하고 언제, 어디서, 누구와도 만날 용의가 있다”며 “북남관계 개선의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서로의 비방중상을 중지하고 상대방을 자극하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매년 1월 형식적인 정부·정당·단체 연합회의를 거쳐 신년공동사설이 밝힌 대남정책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해오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부터 이를 중단했다. 북한이 4년 만에 다시 성명을 내놓은 것은 한반도 주변국의 6자회담 재개 논의와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한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신년공동사설에 이어 유화 제스처를 취한 데 대해 정부 당국자는 “미국과 한국, 남한 정부와 민간을 균열시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정부의 5·24대북제재조치를 무력화하기 위한 전형적인 통일전선전술”이라며 “진정한 대화 제의로 볼 수 없는 ‘위장 평화 공세’로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한편 이날 방한한 보즈워스 대표는 위성락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회담을 갖고 ‘북핵 6자회담 재개 전에 남북관계 진전이 선행돼야 하며 이를 통해 회담 재개 여건을 만들어간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한미 양국이 구상하고 있는 남북관계 진전은 북한이 주장하는 당국 간 대화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이 구체적인 행동을 보여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조치가 불가능하다면 북한이 도발하지 않는 소강상태가 지속되는 것도 비핵화 프로세스 재개의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보즈워스 대표와 위 본부장은 이날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와 2005년 9·19공동성명 등 국제규정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며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 당국자는 “미국이 UEP를 아주 심각하게 보고 있다. 명백한 안보리 위반을 국제사회가 그냥 지나갈 수 없다는 것”이라며 “기존 안보리 결의에 위배되는 사안인 만큼 안보리 차원의 논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안보리 이외의 장(場)을 통해서도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북한이 1일 발표한 신년공동사설을 받아든 기자가 가장 주목한 단어는 ‘핵 참화’였다. 북한이 신년사설에서 핵 참화를 언급한 것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뉘앙스가 달랐기 때문이다. 북한은 2006년 신년사설에서 “대조선전략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면 우리 겨레에게 핵 참화를 들씌우는 것도 서슴지 않으려는 것이 미제의 본능”이라고 했다. 핵 공격의 주체는 미국이고, 북한은 그 대상이었다. 올해 사설은 “이 땅에서 전쟁의 불집이 터지면 핵 참화밖에 가져올 것이 없다”고 했다. 앞뒤 문맥상으로 한국과 미국이 전쟁을 도발하면 핵으로 응징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핵 공격의 주체는 북한이고, 그 대상은 남한이다. 북한의 대남 핵 위협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8월 24일)과 김영춘 인민무력부장(12월 23일)이 ‘핵 억제력에 기초한 성전’을 언급했고, 노동신문도 ‘핵 참화’를 언급했다. 하지만 북한에서 ‘장군님(김정일 국방위원장) 말씀’으로 통하는 신년사설에 남측을 겨냥한 핵 위협이 처음 실린 것은 의미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와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른 것 같았다. 통일부는 1일 배포한 분석보고서에서 ‘핵 참화’를 언급하지 않았다. 한 당국자는 “지난해 많이 나온 내용”이라고만 말했다. 통일연구원이 낸 보고서에도 ‘핵 참화’는 없었다. 한 대학교수는 “어차피 공갈인데…”라고 말했다. 이 때문인지 1일 통신과 방송이 전한 북한 신년사설 보도의 핵심 제목은 ‘남북 대결상태 해소’였다. 같은 내용을 보도한 AP통신의 제목이 ‘북한이 전쟁은 핵 참화를 부를 것이라고 경고했다’인 것과 정반대였다. 최근 북한 문제의 핵심은 북한의 ‘핵 보유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이 지난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같은 무력도발을 잇달아 자행한 것도 핵실험을 두 번이나 하고 우라늄 농축시설까지 공개한 뒤 생긴 자신감 때문이라고 본다. 북한의 핵 위협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데도 마냥 태연한 남측 사람들을 보면 점점 뜨거워지는 실험실 냄비 속에서 위기를 못 느끼는 개구리가 연상된다. 인질이 오히려 납치범을 걱정하는 ‘스톡홀름 신드롬’이 남의 일이 아닌 것 같다. 그동안 적지 않은 당국자와 전문가들이 북한의 핵 위협에 안이하게 대응해 왔다. 심지어 북의 핵개발은 미국에 맞선 자위용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핵구름이 서울 상공을 뒤덮은 뒤에 후회해봤자 소용없다. 설마가 사람 잡는 법이다.신석호 정치부 kyle@donga.com}
북한이 1일 신년공동사설을 통해 ‘8월 3일 인민소비품생산운동’과 ‘지방공업’을 이례적으로 강조한 것을 두고 경제회복을 위해 시장 메커니즘을 일부 인정하는 쪽으로 경제정책을 전환하려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사설은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경공업 발전을 독려하는 대목에서 “경공업혁명에서 8월 3일 인민소비품생산운동을 더욱 힘 있게 벌이며 가능한 모든 단위들에서 생활필수품 생산을 적극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일부가 2000년 이후 사설을 분석한 결과 이른바 ‘8·3운동’이 사설에 등장한 것은 처음이다.8·3운동은 북한이 1984년 인민소비품 생산 증대를 위해 중앙집권적 계획경제 외의 생산과 판매활동을 처음으로 허락한 개혁적 조치였다. 각 기업과 가정에 조직된 작업반이 계획경제 활동에서 나오는 부산물과 폐기물 등을 이용해 주민 생활용품을 만들고 이를 배급소가 아닌 ‘직매점’에서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판매하도록 한 것이다. 또 사설은 “지방공업이 나라의 소비품 생산에서 차지하는 몫은 대단히 크다”며 지방공업 육성을 강조한 뒤 “(김정일이) 창성 땅에 지펴주신 지방공업혁명의 봉화”를 강조했다. 평북 창성은 3대 세습 후계자인 김정은의 출생지로 알려져 있는 곳이다.북한에서는 1990년대 경제난 이후 중앙경제와 지방경제가 사실상 분리 운영되고 있으며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지방의 공장 등은 사실상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팔며 자체적인 ‘자력갱생’으로 운영되고 있다.양문수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2012년 강성대국의 완성을 위해 시장을 통한 생산과 판매 활동을 방임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것”이라며 “주민들에게 약속한 경제강국 완성 시한은 다가오지만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 데 따른 고육책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글로벌 스코프 결산: 2010 한반도 최대 화두는 안보▲2010년 12월30일 동아뉴스스테이션}
남북 지도부 모두 2011년 새해를 맞아 ‘남북관계 개선’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1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의 통화에서 “올해는 남북관계의 중요한 한 해”라며 “남북관계 개선에 유엔이 적극적으로 협력해 달라”고 말했다고 홍상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9일 통일부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도 “남북이 협상을 통해 핵을 폐기하는 데 대한민국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북한은 1일 노동신문 인민군보 청년전위 등 3개 매체를 통해 발표한 신년 공동사설에서 “북남 사이의 대결 상태를 하루빨리 해소해야 한다”면서 “민족 공동의 이익을 첫자리에 놓고 북남 사이의 대화와 협력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은 자신들이 어떻게 변화하겠다는 의지는 밝히지 않고 “(이명박 정부는) 반통일적인 동족대결정책을 철회하여야 하며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존중하고 이행하는 길로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 땅에서 전쟁의 불집이 터지면 핵참화밖에 가져올 것이 없다”며 “인민군대는 우리의 절대적인 존엄과 사회주의제도, 우리의 하늘과 땅, 바다를 조금이라도 건드리는 자들을 추호도 용서치 않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대화와 위협의 이중전술을 편 것이다. 북한이 신년 공동사설에서 핵전쟁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남북대결 상태 해소 주장에 대해 “말보다는 어떻게 행동으로 보여주는지를 지켜보겠다”는 태도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일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갖고 있다는 어떠한 근거도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북한의 태도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19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과 관련해 “미중이 당연히 북핵 문제를 논의하겠지만 6자회담이 북한 비핵화에 어떻게 기여할 것이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도 기자들과 만나 “미중 회담이 극적인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미국과 중국이 6자회담 재개에 합의하는 것은 현재 미국의 태도로 볼 때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 北신년사설 5문 5답북한이 1일 밝힌 신년공동사설에는 경제난과 국제적 봉쇄라는 ‘내우외환(內憂外患)’ 속에서 3대 세습을 강행하고 있는 지도부의 고민이 반영돼 있다. 5문 5답 형식으로 북한의 속내를 해석해 봤다.① 신년 대화공세의 의미와 전망은? 연평도 포격 도발에 이어 대남 강경 자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관측과 달리 사설은 남측에 ‘대화와 협력’을 강조하는 데 상당한 부분을 할애했다. 사설은 “민족의 이익을 첫 자리에 놓고 북남 사이의 대화와 협력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여야 한다. 각계각층의 자유로운 래왕(왕래)과 교류를 보장하며 협력사업을 장려하자”며 정부의 5·24조치 해제 및 금강산 관광사업 재개 등을 우회적으로 요구했다. 통일연구원은 1일 “내부문제로 인한 남북대화의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으로선 3대 세습과 강성대국 완성 등을 위해 남북관계를 관리하고 남측의 경제적 지원을 얻어내야 할 필요성이 크다는 것이다. 6자회담에 앞서 남북대화가 필요하다는 미국의 요구에 화답한 것일 수도 있다.② 정부가 북한의 대화 제스처에 시큰둥한 이유는? 지난해 12월 29일 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북한의 위장평화공세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힌 통일부는 이번 사설에 대해 “대화 추진 의지를 표명했다”면서도 “남남갈등 조장을 위한 선전 선동에 주력했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나타냈다. 국방부도 “대결상태 해소를 이야기하면서도 군사적 대비태세를 강조했다”며 “진정성이 의심스럽다”고 일축했다. 이런 반응은 북한의 대화 제의가 위협을 동반한 전형적인 대남 이중전술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통일연구원은 “북한은 대남 전략상 도발 후에는 반드시 대화국면을 조성해 왔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2006년 사설에서 미국에 의한 한반도 ‘핵참화’를 언급한 적이 있다. 그러나 자신들의 공격에 의한 핵참화 가능성을 언급한 사설은 이번이 처음이다.③ 왜 미국을 향한 발언이 대폭 줄었나? 이번 사설에는 미국에 대한 발언이 거의 없다. 2009년과 2010년에도 미국을 비난하지 않고 비핵화 의지를 강조했지만 이번엔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던 ‘평화체제 수립’이나 ‘조(북)-미 사이의 적대관계 종식’ 등의 표현조차 없다. 우라늄농축과 3차 핵실험 준비 등 실력행사에 나설 수단을 갖춘 상황에서 굳이 미국에 대화를 구걸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지난해 2차례 진행한 북-중 정상회담을 명시한 것도 ‘미국 자극하기’의 일환일 수 있다.④ 3대 세습과 후계자 김정은 언급은? 사설은 김정은을 직접 거명하지 않았지만 지난해에 “특기할 정치적 대경사”가 있었고 “계속혁명의 근본담보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9월 28일 당 대표자회에서 김정은이 인민군 대장 칭호를 받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 임명돼 3대 세습이 공식화된 사실을 언급한 것이다. 사설은 또 김정은의 경제분야 대표 업적으로 선전되고 있는 컴퓨터수치제어(CNC) 기술을 강조했다. 아울러 “인민군대는 당 중앙위원회를 목숨으로 사수하자” “모든 분야에서 당의 영도체계를 더욱 철저히 확립해야 한다”며 ‘당 우위 원칙’을 재차 천명한 것은 당을 중심으로 3대 세습을 완성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다.⑤ 경공업 살고 농업 빠진 이유는? 올해 사설은 경공업을 “올해 총공격전의 주공(主攻)전선”이라고 선언하면서 2010년에 이어 ‘인민생활 향상’을 제목으로 뽑았다. 말로라도 경제적 성과 달성을 약속해 후계체제에 대한 주민들의 지지를 높여야 한다는 북한 지도부의 절박함이 담겨 있다. ‘지하자원을 팔아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내용은 사설에 처음 언급된 것으로 달러 부족에 시달리는 지도부의 궁박함이 배어 있다. 지난해와 달리 사설 제목과 주공 대상에 농업이 빠진 것은 식량문제 해결에 자신감이 없는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김대식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내정자(49)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이 강한 행동파 정치인으로 통한다. 2007년 대통령선거 전 외곽조직인 ‘선진국민연대’를 결성해 운영했으며 정부 출범 후 민주평통 사무처장(차관급)을 맡았다. 전남 영광 출신으로 지난해 6·2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의 불모지인 전남지사 후보로 나서 13.39%의 득표율을 보였고 이어 7·14전당대회 때 최고위원선거에 출마하기도 했다. 성정이 화통하고 대인관계가 좋아 ‘조직관리의 귀재’로 불린다. 휴대전화 2, 3개에 3000명 이상의 지인 번호를 넣고 다닌다. “내가 먼저 웃어야 사람을 모을 수 있다”는 철학에 따라 웃음을 자아내는 현란한 언변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경남고와 부산 동의대를 나와 동서대 일본어과 교수로 재직하던 2003년 이 대학에 특강하러 온 이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옆 식당에서 구제역 확산으로 위축된 축산물 소비를 활성화하기 위해 국산 돼지고기로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우리 땅과 바다, 하늘 한 치도 적에게 허용할 수 없다.’ 2011년 새해를 맞는 한국군은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로 얼룩진 지난해를 교훈 삼아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즉각 강력한 응징을 하겠다며 사기를 불태우고 있다. 지난해 12월 29일 새벽 공군의 KF-16 전투기 편대가 멀리 동해로 떠오르는 아침 해와 나란히 강원 속초시 상공을 날며 초계비행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속초=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이 남한 내 단체 및 인사들에게 연하장을 보내 6·15공동선언과 10·4정상선언의 이행 투쟁을 선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북한 연하장은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북측본부,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 명의로 중국과 일본 등 제3국을 통해 28일부터 배달되고 있다. 내용은 “새해에도 남북공동선언의 기치 아래 나라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며 조국 통일을 위한 애국 활동에 성과가 있기를 바란다”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하장을 받은 단체는 30일 현재까지 6·15남측위와 산하 부문 지역별 본부, 범민련 남측본부,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민화협,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겨레하나), 인천시와 강원도 등 35개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6·15남측위 김상근 상임대표와 백낙청 명예대표, 정일용 언론본부 공동상임대표 등 개인 17명도 연하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6월 불법 방북했다 돌아와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10년이 구형된 한상렬 목사도 포함됐다. 정부 관계자는 “신년 인사를 빌미로 우리 사회 내 갈등과 국론분열을 조장하고 반정부 투쟁을 선동해 대북정책 전환을 압박하려는 의도”라며 “특히 지자체 및 남북교류 관련 단체들의 대북 지원을 유도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북한은 2000년 말부터 매년 남측 단체와 개인에게 연하장을 보내고 있다. 2001년 신년 직전에는 2개 단체가 연하장을 받았지만 2009년 말에는 48개 단체, 17명으로 수신자가 늘어났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불편했던 왼손을 사용하는 동영상이 북한 TV방송을 통해 공개됐다. 조선중앙TV는 29일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여러 부문을 현지 지도하셨다’라는 제목의 기록영화(다큐멘터리)를 방송하면서 김 위원장이 한 아파트를 찾아가 오른손으로 방 안의 옷장 손잡이를 잡아당긴 뒤 왼손을 자연스럽게 올려 다른 쪽 문을 여는 장면을 내보냈다.조선중앙TV는 통상 김 위원장의 현지 지도 동영상을 바로 공개하지 않고 일정한 기간에 모아 방송한다. 이번 기록영화는 올해 9월 초순부터 11월 초순까지 두 달 동안을 모아 편집한 것이다. 방송이 보도한 장면은 10월 8일 평양 대동강변에 새로 지은 예술인 거주 아파트를 김 위원장이 현지 지도하는 모습이다.김 위원장은 2008년 8월 뇌혈관계 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뒤 왼쪽 팔과 왼쪽 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했다. 올해 5월 중국 방문 당시에는 그가 왼쪽 다리를 절며 걷는 모습이 일본 방송사 카메라에 잡혔다. 그동안 북한 매체들이 전하는 현지 지도 사진에서 그는 왼팔을 부자연스럽게 늘어뜨리거나 외투 겉주머니에 넣고 있는 모습이 많았다.이번 동영상은 일단 그의 건강이 호전됐다는 증거일 수 있다. 유경호 한림대 성심병원 신경과 교수(대한뇌졸중학회 이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재활치료를 받았다면 자연스러운 회복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통상 재활치료를 받은 지 6개월 이내에 마비된 근육들이 돌아오기 시작한다”며 “어깨→팔꿈치→손가락처럼 보통 큰 근육부터 움직이게 되는데 옷장 손잡이를 잡았다는 것은 손가락까지 힘이 들어간다는 걸 뜻한다”고 말했다.신용삼 서울성모병원 뇌졸중센터장은 “김 위원장이 처음 뇌중풍(뇌졸중)이 발병했을 때 다리를 절뚝거리긴 했지만 걸어다녔고 당시 왼쪽 팔의 기능도 일부 남아있었던 것으로 보였다”며 “이번 방송에 나타난 수준이라면 뇌중풍이 재발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회복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김 위원장의 건강이 호전되면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의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당장 내년에 김정은을 군 최고사령관이나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하지 않고 우상화 작업 등을 통해 후계기반을 더 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그러나 북한 지도부가 김 위원장의 건강이 양호하다고 주민들과 외부에 과시하기 위해 연출한 선전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범석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왼팔 사용이 호전의 증거가 될 수는 있지만 건강상태를 예측하는 것은 무리”라며 “특히 건강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주기 위해 일부러 왼팔 사용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여 건강상태를 짐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통일부는 29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내년 업무보고에서 북한의 비핵화와 개혁 개방 등 근본적인 변화를 유도하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하는 남북통일을 준비하는 쪽으로 대북정책을 전면 수정하겠다고 보고했다. 통일부는 △북한의 바람직한 변화 유도 △바른 남북관계 정립 △통일에 대비한 준비를 3대 정책 추진 목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원칙 있는 대북정책 일관성 지속 견지 △주민 우선 접근 △상호주의 강화 △국론결집 노력 확대 등 4대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현인택 장관은 기자 브리핑에서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 도발은 북한 정권의 실체와 지난 20년의 남북관계에 대한 냉정한 성찰의 계기이자 안보현실에 대한 국민적 각성의 계기가 됐다”며 “2011년이 통일에 더욱 다가서는 전진의 해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외교통상부는 한반도 평화통일에 대한 국제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주변 4강(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과 협의를 강화하는 ‘통일외교’를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또 외교부는 아프리카 중동 중남미 등 신흥시장 지역의 외교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선진국 공관의 우수인력을 신흥시장 지역 공관에 재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국민을 편안하게 하는 안보외교 △글로벌코리아 심화외교 △개방과 공정의 외교부를 3대 핵심 추진과제로 내세웠다. 국방부는 전투력 향상을 위해 20년간 분리돼 온 군령과 군정을 일원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군령권과 군정권을 모두 갖는 합동군사령관 신설을 추진하고 육해공 각 군 본부도 각 군 사령부 체제로 개편하기로 했다. 또 서해 5도 방어를 위한 서북해역사령부(가칭)를 창설하기로 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도발 시기와 방법이 문제일 뿐 내년에도 반드시 적이 도발할 것”이라며 “도발 시 철저한 응징을 하겠다”고 말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신석호 기자 kyle@donga.com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