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정부 “비핵화 논의하자” 逆제의 전략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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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어 북한이 잇달아 대남 대화 공세를 벌이고 나오자 정부 당국자들이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주변국들이 ‘북핵 6자회담 재개를 위해 우선 남북관계의 진전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은 가운데 정부로서도 선수(先手)를 치고 나오는 북한의 제의를 계속 일축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8일 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의 대변인 담화를 통해 “북남 당국 사이의 회담을 무조건 조속히 개최할 것을 공식 제의한다”며 “당국회담의 급(級)과 장소, 시일은 쌍방이 합의해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1월 말∼2월 초 개성에서 적십자회담과 금강산관광 및 개성공단 관련 당국 간 회담을 재개하자”며 “대표단은 종전대로 하든가 새로 구성할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또 담화는 “폐쇄된 판문점 북남 적십자 통로를 다시 열고 개성공업지구의 북남경제협력협의사무소(경협사무소) 동결을 해제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9일 “조평통 담화는 연합성명의 연장선에 있으며 담화의 형식 등으로 볼 때 진정성 있는 대화 제의로 보기 힘들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그는 “이번에는 좀 더 구체적인 사항들이 포함됐기 때문에 북한의 태도를 보아가며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북한이 앞으로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정식으로 대화를 제안해 오면 내용을 검토해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南이 되레 경직’ 국제사회 오해 우려, 남북교류-북핵 ‘투트랙 대응’ 검토

요컨대 당장 대응하기보다는 좀 더 시간을 두고 남측 요구조건의 수준을 높이면서 북한이 꺼내는 카드를 보겠다는 것이다. 조평통 담화는 그동안 남측이 요구해 온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를 내놓지 않았다. 또 담화가 “(대화 제의에는) 아무런 조건도 없다”고 주장했지만 일단 회담이 시작되면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등의 대가로 쌀 50만 t, 비료 30만 t 등을 요구할 것이 뻔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정부 당국자들은 북한의 이런 위장 평화공세가 국제사회에는 ‘진정한 관계 진전을 위한 노력’으로 비치고 6자회담의 장기 공전 원인이 한국 정부의 경직된 태도 때문이라는 오해를 받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청와대와 외교안보 부처 간 전략회의를 통해 남북관계와 북핵문제를 분리 대응할 필요성 등을 검토해 나가기로 했다. 정부 당국자는 “핵 문제를 전담하는 북한 외무성 라인과 대남 라인인 통일전선부 라인 양쪽을 통해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투 트랙’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남북대화에선 북한의 무력도발 사건과 함께 비핵화 문제가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엄중한 이슈인 북한의 핵개발 노력을 막아내려면 남북 간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결국 향후 남북대화는 북한이 공식적으로 대화를 제의해오고, 이에 정부가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등 핵 문제와 천안함 사건, 연평도 도발 등을 다루자고 역(逆)제의를 한 이후 나타날 북한의 반응에 달려 있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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