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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폐지 갈림길에 놓였던 시가총액 22조 원짜리 간판 바이오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이 유지되고 11일부터 주식 거래도 재개된다. 고의 분식회계로 주식 거래가 정지된 지 27일 만이다. 당장 이 회사 주식을 보유한 개인투자자 8만 명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제약·바이오업계와 금융투자업계는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국거래소는 10일 삼성바이오의 상장 폐지 여부를 심사하는 기업심사위원회를 열고 ‘상장 유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의 고의 분식회계 판정에 따라 지난달 14일 오후 4시 39분부터 정지됐던 주식 매매 거래는 11일 증시 개장과 함께 오전 9시부터 재개된다. 기업심사위는 “삼성바이오의 경영 투명성과 관련해 일부 미흡한 점이 있지만 기업 계속성, 재무안정성 등을 고려해 상장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바이오의 매출, 수익성 등이 개선되고 있어 사업 전망이나 수주 잔액, 수주 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기업의 계속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재무안정성과 관련해서도 올해 11월 미국 제약사 바이오젠의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등을 고려하면 상당 기간 안에 채무 불이행이 현실화될 우려가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기업심사위는 거래소가 상장사의 자격을 심사하기 위해 법률, 회계, 학계 등 외부 전문가 6명을 포함해 한시적으로 꾸린 위원회다. 다만 금융당국의 분식회계 결론에 대해서는 “경영 투명성이 미흡해 개선 계획을 받았고 향후 3년간 이행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8만 투자자 안도… 삼바 “경영투명성 강화” ▼이번 결정으로 시가총액 6위의 대기업이 상장 폐지될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사라지고 소액주주들의 피해 우려도 해소됐다. 주식 거래가 정지된 지난달 14일을 기준으로 삼성바이오는 시가총액이 22조1322억 원으로 유가증권시장에서 6번째로 규모가 크다. 10일 기준으로도 유가증권 시가총액 8위를 차지한다. 아울러 개인투자자의 비중도 높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바이오 주식을 보유한 개인투자자는 8만175명(지분 21.52%)으로, 보유 주식은 1423만8562주에 이른다. 당시 종가로 계산하면 개인투자자들이 5조3000억 원어치의 삼성바이오 주식을 갖고 있어, 거래 정지 기간이 더 길어지거나 상장 폐지로 결정 나면 상당한 후폭풍이 뒤따를 것이라는 우려가 높았다. 거래를 재개하는 걸로 결정이 나자 투자자들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투자자들의 소송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한결의 김광중 변호사는 “투자자들은 이번 결정을 환영하는 분위기”라며 “하지만 주가가 어떻게 움직일지 모르는 일이라 향후 주가에 따라 손해액을 산정해 소송을 계속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거래소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신속하게 주식 매매 거래 재개를 결정한 것에 대해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글로벌 바이오 기업으로서 시장과 사회의 요구에 더욱 부응하고자 경영 투명성 방안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는 우선 현재 회계조직과 분리된 내부회계 검증부서를 신설하고 법무조직을 최고경영자(CEO)직속 자문부서로 확대 재편하기로 했다. 또 특수관계인과의 거래에 대해 투명성을 강화하는 등 내부거래위원회의 기준을 강화할 계획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진행 중인 행정소송을 통해 회계처리의 적정성을 증명하고 사업에도 더 매진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성모 mo@donga.com·조은아·염희진 기자}

환경 관련 신소재를 개발하는 중소기업 ‘알무스이앤티’는 2014년 서울시가 진행한 지하철 초미세먼지 저감사업 입찰에 참여해 26개 업체 중 당당히 1위로 사업을 따냈다. 이 회사의 장윤현 대표와 연구원들이 7년여의 노력 끝에 개발한 신소재 ‘전도(傳導) 유리’ 덕분이었다. 전기가 통하는 이 신소재 유리는 전동차 내 초미세먼지를 20% 이하로 낮췄다. 오존을 방출하고 단가가 비싼 기존 전도 유리의 단점도 극복했다. 서울시 프로젝트의 성공에 힘입어 알무스이앤티는 지난해 5월 가정용 미세먼지 제거기 ‘에어젠큐’도 개발했다. 에어젠큐를 양산하는 데 5억 원이 필요했던 장 대표는 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은행들은 하나같이 “회사 담보가 없어 대출이 힘들다”며 거절했다. 장 대표는 “결국 지인에게 어렵게 돈을 빌려 제품 6000개를 생산했다. 은행들은 중소기업의 기술력은 보려고도 하지 않는다”며 답답해했다.○ “생산적 금융 확대” 한목소리, 하지만 현실은 ‘우산 뺏기’ 국내 금융회사들이 ‘포용적 금융’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담보가 부족한 중소·벤처기업에도 기술력과 미래 가치를 따져 자금을 지원해주는 ‘생산적 금융’에 앞장서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동아일보가 금융권 최고경영자(CEO) 6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포용적 금융을 위해 “생산적 금융을 확대해야 한다”는 응답이 65%(복수 응답)로 가장 많았다. 서민금융 지원 확대(32%), 일자리 창출(15%) 등의 답변을 제친 결과였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딴판이다. 대다수 중소·벤처기업은 담보와 보증에만 의존해 돈을 빌려주는 금융권 대출 관행 때문에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한다. 한 벤처기업 관계자는 “담보가 없으면 은행에서 돈 빌리는 건 하늘의 별 따기”라고 말했다. 이는 통계로도 여실히 드러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권이 취급한 중소기업 대출 가운데 담보 및 보증부 대출 비중은 71%나 됐다. 이 비중은 2013년 63.5%에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담보가 충분히 있거나 보증을 선 공공기관이 대출을 대신 갚아줄 수 있는 중소기업에만 은행이 돈을 빌려줬다는 의미다. 많은 중소·벤처기업은 담보 가치가 떨어지거나 재무 상태가 나빠지면 금융사들이 대출을 거둬들이는 ‘우산 빼앗기’에 시달린다고 입을 모은다. 연매출 700억 원을 올리던 경남의 한 제조업체도 최근 경기 불황으로 수억 원의 적자를 내자 곧바로 대출 200억 원에 대한 만기를 1년에서 6개월로 줄인다는 통보를 받았다. 뛰어난 기술력이나 사업 아이디어가 있어도 성장 가능성을 보고 자금을 융통해주는 금융회사들이 없다보니 한국에선 창업에 나서기도, 창업·혁신기업이 성장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런 환경 탓에 국내 창업기업이 매출 1000억 원을 달성하기까지는 17.4년이 걸리는 것으로 집계됐다.○ “모험자본, 해외처럼 키워야” 은행권 중심의 기업 자금 조달 시장을 다변화하고 혁신기업에 대한 자금 수혈이 원활할 수 있도록 에인절투자, 벤처캐피털 같은 ‘모험자본’을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도 오래전부터 제기됐지만 여전히 걸음마 수준이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신규 벤처투자 규모는 1조6000억 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0.19%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미국(0.37%), 중국(0.28%) 등은 이 비중이 한국보다 훨씬 높았다. 특히 전체 벤처투자 가운데 창업 3년 이내의 초기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은 2016년 37%에서 올 상반기 30%로 오히려 줄었다. 이와 달리 금융 선진국에서는 창업·혁신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넘어 혁신기업을 발굴해 창업 멘토링을 해주고 대형 금융회사의 투자까지 연계해주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가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액셀러레이터 ‘500스타트업스(500Startups)’는 현재까지 60개국 2000여 개의 창업기업에 모험자본을 투입했다. 이 회사는 컨설팅 비용만으로도 연 34억 원가량의 순이익을 올린다. 미국의 지난해 신규 벤처투자 규모는 972조 원을 넘어섰다. 박희원 KDB산업은행 미래전략개발부 연구원은 “한국도 창업기업의 성장을 가속화할 액셀러레이터, 마이크로 벤처캐피털 같은 새로운 모험자본을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소기업, 스타트업의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평가해 자금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금융권이 함께 만들어야 한다”며 “이렇게 투자해서 실패하면 정부가 세제 혜택 등으로 투자금의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성모 mo@donga.com·조은아 기자 ※ 특별취재팀▽팀장 정임수 경제부 차장 imsoo@donga.com▽경제부 김재영 조은아, 런던=김성모, 시드니·멜버른=박성민, 싱가포르=이건혁, 호찌민·프놈펜=최혜령 기자▽특파원 뉴욕=박용, 실리콘밸리=황규락, 파리=동정민, 베이징=윤완준, 도쿄=김범석}

한국은행이 1년 만에 기준금리를 올리며 ‘돈줄 죄기’에 나서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가계와 기업의 시름이 깊어지게 됐다. 기준금리에 따라 대출금리가 오르면 변동금리 조건으로 돈을 빌린 사람들은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돈줄이 막히면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고통을 받을 수도 있다. 경기 둔화가 확연한 상황에서 오히려 금리를 올리는 모순된 상황이 연출되면서 ‘한은이 금리 인상 타이밍을 실기(失期)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가계 연 이자 2조5000억 원 추가 부담 이번 금리 인상으로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카드 결제액과 외상 판매 같은 판매신용을 제외한 가계대출은 9월 말 기준 1427조7000억 원에 이른다. 이 중 변동금리로 나간 대출 비중은 70% 수준이라고 한은은 보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분 0.25%포인트만큼 대출금리에 반영된다고 가정하면 가계대출 이자 부담은 연 2조5000억 원가량 늘어나는 셈이다. 4%대 후반까지 오른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내년 초 5%대를 넘어서며 본격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권의 변동형 주택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는 신규 대출 기준으로 11월 현재 1.93%로 2015년 2월(2.03%) 이후 45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코픽스는 매달 15일 발표되는 만큼 이달 중순부터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연 3.39%의 금리로 3억 원(변동금리형, 원리금 분할상환 방식)의 주택대출을 받은 A 씨는 올해 5월 금리가 3.58%로 오르는 등 1년간 총 1045만5000원의 이자를 냈다. 기준금리 인상이 반영되면 A 씨의 대출 금리는 내년 5월 3.63%로 오르는 데 이어 내년 11월에는 3.88%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 A 씨가 내야 할 이자는 올해보다 6만 원 많은 1051만5000원 정도다. 2020년에는 연간 1164만 원의 이자를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의 부담은 더 커진다. 6월 말 기준 전체 가계대출 중 소득 수준과 신용도가 낮은 취약차주의 대출 규모는 85조1000억 원에 이른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대출금리 인상 시 이자 부담은 소득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처분가능소득 대비 이자상환액 비율은 소득 상위 20% 가구의 경우 1.6%포인트 오른다. 반면 소득 하위 20% 가구는 이 비율이 5.8%포인트 급증한다. 당장 이자비용을 감당하기 힘든 한계기업의 부담도 커진다. 한은에 따르면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대출이자조차 내지 못한 한계기업은 3112곳으로 전체 기업의 13.7%에 이른다. 반면 은퇴자 등 이자생활자들은 예금이나 적금 금리 인상으로 혜택을 볼 수 있다. KB국민은행은 다음 달 6일 정기예금 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예정이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판매 중인 예·적금 상품 금리를 내달 3일부터 0.1∼0.3%포인트 올린다고 밝혔다.○ ‘경기 회복에 찬물’ 비판 보통 금리 인상은 과열된 경기를 식히기 위해 쓰는 카드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기 하락 신호가 뚜렷한 상황에서 금리를 올린 것이어서 모순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미중 무역분쟁, 고용대란 등으로 내년 경제가 올해보다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으로 소비와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 때문에 연초부터 금리 인상 깜빡이를 켰던 한은이 제때 금리를 올리지 못하다가 막다른 골목에 몰려서야 금리를 올렸다는 지적도 있다. 지표상으로도 경기 하락세가 뚜렷하다. 현재의 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월 기준 98.4로 전달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이 경기지수는 올 4월부터 7개월 연속 떨어지고 있다. 경기지수가 이처럼 오랜 기간 연속 하락한 것은 2004년 4월부터 7개월 연속 하락한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이 때문에 내년에는 미국 금리와 국내 경기를 놓고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30일 “아직 중립 금리보다는 낮다”며 내년에 추가로 금리를 올릴 수 있음을 시사했지만 실제 인상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금통위원 2명은 이날 금리 동결을 주장하는 소수 의견을 내기도 했다.김재영 redfoot@donga.com·김성모 기자}

한국은행이 1년 만에 기준금리를 올리며 ‘돈줄 죄기’에 나서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가계와 기업의 시름이 깊어지게 됐다. 기준금리에 따라 대출금리가 오르면 변동금리 조건으로 돈을 빌린 사람들은 원리금 상환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돈줄이 막히면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고통을 받을 수도 있다. 경기둔화가 확연한 상황에서 오히려 금리를 올리는 모순된 상황이 연출되면서 ‘한은이 금리인상 타이밍을 실기(失期)했다’는 비판도 나온다.●가계 연 이자 2조5000억 원 추가 부담 이번 금리인상으로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카드 결제액과 외상판매 같은 판매신용을 제외한 가계대출은 9월 말 기준 1427조7000억 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변동금리로 나간 대출 비중은 70% 수준이라고 한은은 보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분 0.25%포인트만큼 대출금리에 반영된다고 가정하면 가계대출 이자 부담은 연 2조5000억 원 가량 늘어나는 셈이다. 4%대 후반까지 오른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내년 초 5%대를 넘어서며 본격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권의 변동형 주택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는 신규 대출 기준으로 11월 현재 1.93%로 2015년 3월(1.91%) 이후 43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코픽스는 매달 15일 발표되는 만큼 이달 중순부터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연 3.39% 금리로 3억 원(변동금리형, 원리금 분할상환 방식)의 주택대출을받은 A 씨는 올해 5월 금리가 3.58%로 오르는 등 1년 간 총 1045만5000원의 이자를 냈다. 기준금리 인상이 반영되면 A 씨의 대출 금리는 내년 5월 3.63%로 오르는데 이어 내년 11월에는 3.88%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 A 씨가 내야할 이자는 올해보다 6만 원 많은 1051만5000원 정도다. 2020년에는 연간 1164만 원의 이자를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의 부담은 더 커진다. 6월 말 기준 전체 가계대출 중 소득수준과 신용도가 낮은 취약차주의 대출 규모는 85조1000억 원에 이른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대출금리 인상 시 이자 부담은 소득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처분가능소득 대비 이자상환액 비율은 소득 상위 20% 가구의 경우 1.6%포인트 오른다. 반면 소득 하위 20% 가구는 이 비율이 5.8%포인트 급증한다. 당장 이자비용을 감당하기 힘든 한계기업의 부담도 커진다. 한은에 따르면 3년 연속으로 영업이익으로 대출이자조차 내지 못한 한계기업은 3112개로 전체 기업의 13.7%에 이른다. 반면 은퇴자 등 이자생활자들은 예금이나 적금 금리 인상으로 혜택을 볼 수 있다. KB국민은행은 다음달 6일 정기예금 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예정이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판매중인 예·적금 상품 금리를 내달 3일부터 0.1~0.3%포인트 올린다고 밝혔다.●‘경기회복에 찬물’ 비판…내년 추가 인상 힘들 듯 보통 금리인상은 과열된 경기를 식히기 위해 쓰는 카드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기 하락 신호가 뚜렷한 상황에서 금리를 올린 것이어서 모순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미중 무역분쟁, 고용대란 등으로 내년 경제가 올해보다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금리인상으로 소비와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 때문에 연초부터 금리인상 깜빡이를 켰던 한은이 제때 금리를 올리지 못하다가 막다른 골목에 몰려서야 금리를 올렸다는 지적도 있다. 지표상으로도 경기하락세가 뚜렷하다. 현재의 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월 기준 98.4로 전달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이 경기지수는 올 4월부터 7개월 연속 떨어지고 있다. 경기지수가 이처럼 오랜 기간 연속 하락한 것은 2004년 4월부터 7개월 연속 하락한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이 때문에 내년에는 추가 금리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30일 금통위원 2명이 금리동결을 주장하는 소수 의견을 낸 것을 내놓은 것도 추가 인상 가능성을 낮추는 대목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향후 성장과 물가의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완화정도의 추가 조정 여부를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영기자 redfoot@donga.com김성모기자 mo@donga.com}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해외에서 현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펀드를 판매한 지 10년이 지났다. 2008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펀드 수출을 시작해 해외 현지 기관 및 개인 투자자를 공략했다. 현재 해외에서 판매한 공모펀드 잔액은 6조 원에 달한다. 지난달 말 현재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국내와 해외에서 운용하는 전체 자산은 150조 원 수준이다. 이 중 해외법인에서 운용하는 자산은 32조 원에 이른다. 해외법인 수탁액은 매년 꾸준히 증가해 올해만 11조 원 넘게 증가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하고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현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판매한 공모펀드 잔액이 6조 원에 달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이 처음 해외진출에 나선 것은 설립 6년만인 2003년이었다. 당시 미래에셋은 국내 운용사 중 처음으로 홍콩법인을 설립했다. 이후 2008년에는 인도에서 채권형펀드와 주식형펀드를 판매했다. 업계 최초로 해외 현지에서 펀드 판매를 시작한 것이다. 같은 해 9월부터는 유럽에서도 한국 주식형 펀드를 팔기 시작했다. 국내 자산운용사 최초로 룩셈부르크에서 역외펀드(SICAV)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판매 국가도 점차 늘어났다. 현재 선진국에서 이머징 국가까지 36개국에서 미래에셋의 이름으로 펀드를 판매 중이다. 이를 기반으로 해외 비즈니스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2006년 설립한 인도법인은 현재 유일한 독립 외국자본 운용사로 활약하고 있다. 직접 펀드를 설정, 운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상품을 판매해 수탁액 3조 원을 넘겼다. 호주법인도 설립 3년 만에 현지 퇴직연금 운용사 자금을 유치했다. 업체 관계자는 “퇴직연금 운용사 자금만 유치한 게 아니라 아시아주식형펀드를 일반투자자에게 판매해 약 3000억 원 잔액을 기록하는 등 세일즈가 본 궤도에 오르고 있다”고 밝혔다. 2011년에는 캐나다 ETF 운용사인 ‘호라이즌’과 호주의 ‘베타셰어즈’를 인수해 글로벌 ETF 운용사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올해에는 미국 ETF 운용사 ‘글로벌 엑스(Global X)’를 인수해 한국, 캐나다, 호주, 홍콩, 콜롬비아, 미국 등 6개국의 300여 개 ETF 라인업을 구축했다. 이를 바탕으로 미래에셋 글로벌 ETF 순자산 규모는 300억 달러(약 33조9000억 원)를 넘어섰으며 세계 10위권의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 최근에는 국내 최초로 중국 현지 사모펀드운용사 자격을 얻어 20조 달러에 이르는 중국 본토 자산운용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베트남투자공사와 현지 합작 운용사를 설립하는 등 중국, 홍콩 등 중화권 네트워크에 이어 동남아 지역 교두보를 구축했다. 미래에셋이 해외에서 펀드 판매에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은 단기 실적에 연연하지 않고 꾸준히 해외 사업을 진행해 현지 투자자를 끌어들인 결과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앞으로 확장된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세계시장 공략과 금융수출을 더욱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미래에셋생명이 최근 선보인 ‘종합건강보험 건강의 자신감’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상품은 생명보험업계에서 단일 상품으로는 보장 범위가 최고 수준이다. 68종의 특약으로 맞춤형 보장을 제공해 종신보험의 보험료가 부담스러웠던 고객이나 건강보험의 보장 범위에 부족함을 느꼈던 고객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은 2대 사망 원인인 뇌·심장 질환을 주계약으로 넣는 등 보장을 강화했다. 현재 시중에 사망 원인 1위로 꼽히는 암을 보장하는 보험은 많다. 하지만 2위 뇌혈관 질환과 3위 심장 질환을 주도적으로 보장하는 보험은 적다. ‘건강의 자신감’은 주계약 보장을 뇌출혈 보장형 또는 급성심근경색증 보장형으로 설정해 최대 5000만 원까지 보장한다. 암도 특약으로 소액암부터 고액암까지 보장한다. 고령화에 맞춰 당뇨, 치매 등 발병률이 높은 질병에 대비한 특약도 강화했다. 기존 건강보험은 보장이 한 곳에 집중되거나 폭이 넓지 않은 것이 단점으로 지적됐다. 이 상품은 주요 성인병에 대해 다양한 특약으로 진단→수술→입원→사망의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보장한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한국인이 가장 많이 걸리는 각종 질병을 최대 100세까지 보장한다”며 “다양한 가입 조건으로 원하는 보장을 원하는 보험료로 설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상품은 다양한 플랜으로 상황에 맞는 맞춤형 설계가 가능하다. 사망 원인 2, 3위인 뇌, 심장 질환에 집중한 ‘2대질병집중보장 플랜’을 선택하면 한국인이 가장 많이 걸리는 2대 질병을 월 5만∼6만 원의 보험료로 진단부터 수술, 입원까지 보장받는다. ‘당뇨플러스보장 플랜’을 선택하면 당뇨 관련 특약들로 설계해 고령화 시대 발병률이 높은 당뇨에 대비할 수 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다음 달부터 직장에서 단체 실손의료보험에 5년 이상 가입한 적이 있으면 퇴직할 때 보장 수준이 비슷한 개인 실손보험으로 손쉽게 갈아탈 수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개인 실손보험과 단체 실손보험을 자유롭게 갈아탈 수 있는 연계 제도를 다음 달 1일부터 시행한다고 28일 밝혔다. 개인 실손은 소비자가 개별적으로 심사를 거쳐 가입하는 보험이고, 단체 실손은 직장 등에서 단체로 가입하는 상품이다. 연계 제도가 안착되면 직장에 다닐 때 단체 실손만 가입했던 사람들이 은퇴 이후에도 중단 없이 실손보험의 보장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 당국은 단체 실손에 5년 이상 가입한 직원이 퇴직하면 1개월 내에 개인 실손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했다. 직전 5년간 단체 실손에서 보험금을 200만 원 이하로 수령했고, 암, 고혈압, 심근경색 등 10대 질병으로 치료받은 이력이 없으면 심사 없이 개인 실손으로 갈아탈 수 있다. 전환 시점에 기존 보험사가 판매하고 있는 가장 유사한 개인 실손으로 전환된다. 보험료 등 일부 조건은 변경될 수 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금융위원회가 26일 발표한 ‘카드 수수료 종합 개편 방안’에 따라 전국 카드 가맹점 269만 곳 중 93%인 250만 곳이 낮은 수수료를 적용 받는 ‘우대 가맹점’에 포함됐다. 내년 1월 말부터 거의 대부분의 가맹점이 우대 수수료 혜택을 누리게 된 셈이다. 여기에다 연매출 30억∼500억 원인 ‘일반 가맹점’도 카드사의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방법으로 사실상 수수료가 내려간다. 영세·중소 자영업자가 아닌 연매출 수백억 원을 올리는 ‘갑부 소상공인’까지 수수료를 낮춰주는 과도한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정부가 내수 활성화 등 자영업자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 없이 11년째 손쉬운 카드 수수료만 손본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내놓은 수수료 인하 대책에 이어 이번 개편안까지 총 1조4000억 원의 수수료를 낮춰야 하는 카드업계는 패닉에 빠졌다. ○ ‘갑부 가맹점’까지 수수료 인하 금융위는 연매출 5억 원 이하인 영세·중소 가맹점 226만1000곳의 카드 수수료는 지금처럼 각각 0.8%, 1.3%를 유지하기로 했다. 영세·중소 가맹점은 부가가치세 세액공제 혜택을 포함하면 지금도 수수료가 사실상 0%대로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에 연매출 5억∼30억 원 구간인 차상위 가맹점 24만 곳이 새롭게 우대 가맹점에 포함됐다. 이 가맹점들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현재 2%대에서 내년 1월 말부터 1%대로 떨어진다. 연매출 5억∼10억 원인 19만8000개 가맹점은 수수료가 2.05%에서 1.4%로 인하되고, 연매출 10억∼30억 원인 4만6000개 가맹점은 2.21%에서 1.6%로 떨어진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시한 대로 부가가치세 세액공제 한도가 1000만 원으로 확대되면 이번에 새롭게 우대 가맹점에 포함된 연매출 5억∼10억 원 구간 가맹점의 실질 수수료율은 0.1∼0.4%까지 떨어진다. 기존 중소 가맹점이 받는 실질 수수료율(0∼0.3%)과 거의 같아지는 셈이다. 게다가 우대 수수료를 적용받지 않는 연매출 30억∼500억 원인 일반 가맹점도 내년 1월 말부터 수수료 인하 효과를 보게 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연매출 500억 원이 넘는 초대형 가맹점의 수수료율이 약 1.94%인데 30억∼500억 원인 가맹점의 수수료율이 약 2.18%로 불공정하다는 지적이 많다”며 “카드사 부가서비스와 마케팅 비용을 줄여 이 격차를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 “1조 원 부담 어떻게 줄이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이번 조치에 일제히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최저임금과 물가 상승 등으로 위기를 맞은 이들 입장에선 그나마 숨통이 트인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연매출 수십억, 수백억 원을 올리는 중대형 가맹점까지 수수료 인하 혜택을 보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한 카드사 한 관계자는 “예상보다 수수료 인하 폭과 대상이 커서 당혹스럽다”며 “연매출 30억 원이 넘는 가맹점에까지 수수료 인하 혜택을 주는 것은 정치적 결정”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원가 산정 결과 카드사의 수수료 인하 여력이 1조4000억 원 정도인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에 발표한 정책으로 카드사 수익이 6000억 원 감소했고, 이번 개편안을 통해 카드사는 8000억 원의 인하 부담을 새롭게 떠안게 됐다. 카드업계는 이번 조치로 내년도 적자가 불가피하다며 속속 비상 경영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카드사 노동조합 단체인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공동투쟁본부’는 “이번 대책은 이해당사자 간 민주적·사회적 합의마저 무색하게 만든 반민주적 횡포”라며 “총파업을 불사한 대정부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조은아 achim@donga.com·김성모·황성호 기자}
정부의 카드 수수료 인하 조치로 내년부터 신용카드를 쓸 때 받던 포인트 적립이나 할인, 무이자 할부 등의 소비자 혜택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부가서비스가 많은 신용카드의 연회비는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원회는 26일 발표한 ‘카드 수수료 종합 개편 방안’을 통해 내년 1월까지 카드사의 과도한 부가서비스를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카드사의 마케팅 비용을 줄여 가맹점의 수수료 인하 부담을 흡수하도록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자영업자를 위한 수수료 인하 정책으로 소비자가 부담의 일부를 떠안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카드업계는 특정 기간에 특정 제휴처와 손잡고 제공하는 일회성 마케팅 서비스가 가장 먼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마트, 백화점,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일회성으로 제공하는 각종 할인 쿠폰이나 무이자 할부 혜택 등이 해당된다. 겨울철 스키장이나 여름철 워터파크 등에서 받는 할인 혜택, 주말이나 명절 기간의 사은품 증정 같은 서비스도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이를 두고 “무이자 할부, 할인 혜택은 서민들이 많이 이용해 왔는데 자영업자의 수수료 부담을 서민들에게 떠넘기는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카드 이용자가 내는 연회비는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부가서비스가 많은 카드는 이에 상응하는 적정 연회비를 지불하도록 약관을 개선할 계획이다. 앞으로 새로 나오는 카드의 부가서비스도 줄어든다. 금융위는 카드사가 신상품을 출시할 때 수익성을 벗어나는 부가서비스를 넣지 못하도록 약관 심사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앞으로 큰 폭의 포인트 적립이나 할인 혜택을 주는 ‘알짜’ 카드를 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세계 각국의 핀테크 시장에서는 혁신 아이디어로 무장한 ‘유니콘’(기업 가치 1조 원 이상 벤처기업)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와 달리 국내 핀테크 기업들은 유니콘이 될 잠재력을 갖고도 척박한 규제 환경에 묶여 날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 이는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신산업 분야 700여 개 기업을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설문 결과 47.5%가 “지난 1년 새 규제 때문에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 중 핀테크 기업의 사업 차질 경험률이 70.5%로 가장 높았다. 또 핀테크(56.8%)는 국내 대표적 신산업 중 두 번째로 글로벌 경쟁력이 낮은 분야로 꼽혔다. 하지만 한국의 높은 규제 울타리를 벗어나 나라 밖에서 유니콘이 될 날개를 펴는 국내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호주에서 성공해 한국에 역(逆)진출한 ‘와이어바알리’와 인도에서 4년 새 고객 6000만 명을 끌어 모은 ‘밸런스히어로’가 대표적이다. 이들을 통해 한국의 핀테크 신산업을 육성할 과제를 들여다본다. 》 6년 전 연세대 경영학과 86학번 동기 3명이 뭉쳤다. 호주 현지에서 새로운 기술을 기반으로 한 해외송금 서비스업체 ‘와이어바알리’를 설립한 것이다. 50대 늦깎이에, 국내도 아닌 외국에서의 창업이었지만 세 친구는 자신감이 넘쳤다. 삼성전자 해외본부 출신인 유중원 대표, 인터넷 커뮤니티의 원조로 불리는 프리챌 창업 멤버인 윤태중 부사장, 공인회계사 출신인 김원재 이사회의장의 풍부한 경험이 든든한 배경이 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불법 외에는 새로운 서비스를 모두 허용하는 호주의 ‘네거티브 규제’가 사업을 확장하는 원동력이 됐다. 와이어바알리는 호주에 워킹홀리데이를 온 아시아 각국의 청년과 외국인 근로자를 타깃으로 해외송금 서비스를 선보였다. 베트남 필리핀 네팔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각국의 대형 금융사와 제휴하고 경쟁사보다 수수료를 최대 70% 낮췄다. 이를 기반으로 와이어바알리는 월평균 100억 원 이상의 송금 거래를 취급할 정도로 성장했다. 해외사업의 성공에 힘입어 세 친구는 2016년 한국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한국에서 영업 중인 해외송금 업체들보다 수수료를 낮출 수 있고, 와이어바알리의 ‘송금 허브’로 설립한 홍콩법인을 통해 환전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호주에서 빛을 발하던 이들의 사업은 오히려 한국에서 큰 부침을 겪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각종 규제의 족쇄가 사업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와이어바알리는 호주, 홍콩, 뉴질랜드 등 각국 법인의 사업 정보와 고객 정보를 하나의 서버(클라우드 서비스)로 관리해왔다. 하지만 한국 금융당국은 규정상 이 정보들을 한 서버에 둘 수 없다고 했다. 결국 와이어바알리는 연간 1억 원의 비용을 들여 서버를 따로 운영하고 있다. 2016년 한국법인을 설립하고도 실제 서비스를 시작하기까지 1년가량이 걸렸다. 국내에 마땅한 규정이 없어 해외송금 사업자가 고객 정보를 보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기획재정부가 금융실명법에 해외송금업을 추가해준 뒤에야 고객 정보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금융실명법 개정이 발목을 잡았다. 와이어바알리가 벤처캐피털사로부터 40억 원을 투자받았지만 중소기업벤처부가 이를 불허한 것이다. ‘금융실명법에 따라 와이어바알리가 금융회사로 분류돼 벤처특별법에 따라 투자를 받을 수 없다’는 논리였다. 유중원 대표는 “결국 자회사를 만들어 우회적으로 투자금을 썼다. 스타트업은 속도와 효율이 생명인데 한국은 답답한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들어서야 이 규제 조항을 없앴다. 유 대표는 “한국 정부는 핀테크를 ‘혁신의 시각’이 아닌 ‘위험의 시각’으로 접근한다. 스타트업에 비협조적인 대형 금융사도 걸림돌이 돼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금만 관점을 바꾸면 핀테크 혁신 서비스들이 금융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해외투자도 늘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특별취재팀▽팀장 정임수 경제부 차장 imsoo@donga.com▽경제부 김재영 조은아, 런던=김성모, 시드니·멜버른=박성민, 싱가포르=이건혁, 호찌민·프놈펜=최혜령 기자▽특파원 뉴욕=박용, 실리콘밸리=황규락, 파리=동정민, 베이징=윤완준, 도쿄=김범석}

“이제 고작 6000만 명이 쓰는 정도입니다. 진짜 ‘국민 애플리케이션’(앱)이 되려면 사업을 더 넓혀야죠.” 설립한 지 4년밖에 안 된 국내 신생 핀테크 기업이 한국도 아닌 인도 시장에서 최근 앱 사용자 6000만 명을 돌파했다. 국내 스타트업이 꿈도 꾸지 못할 놀라운 성과다. 인도의 ‘국민 앱’으로 통하는 ‘트루밸런스’를 선보인 핀테크 기업 밸런스히어로의 이철원 대표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2015년 1월 인도 시장에 출시된 트루밸런스는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고도 통신 및 데이터료 잔액을 확인하고 충전할 수 있는 앱이다. 인도 국민 12억 명 중 95% 이상이 선불제 통신요금을 사용하고 있으며, 수시로 잔액을 확인하고 충전한다는 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 대표는 “2002년 국내 통신사의 자회사에서 일하면서 인도에 첫발을 들인 뒤 인도 통신시장에 눈을 떴다”며 “인도인도 잘 모르는 인도인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철저하게 현지화에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인도에서는 2개 이상의 유심칩을 쓰는 사람이 많은데 트루밸런스에선 이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다. 또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마케팅을 할 때 인도 공용어인 힌두어 대신에 각 지역에서 쓰는 지방언어로 공략했다. 이 대표는 “인도 현지 사업가도 중산층 이상을 주로 상대하다 보니 ‘12억 인도 시장’ 전체를 꿰뚫는 경우가 많지 않다. 밸런스히어로는 이런 한계를 탈피했다”고 말했다. 트루밸런스의 사업성을 인정받아 밸런스히어로는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총 500억 원의 투자를 이끌어 냈다. 올 7월 문재인 대통령의 인도 순방 때도 초청을 받았다. 문 대통령은 당시 “인도에 진출한 스타트업 중 가장 잘하고 있다. 한국 스타트업들이 인도에 진출할 수 있도록 모범이 돼 달라”고 말했다. 인도를 중심으로 해외에서 사업을 하고 있지만 밸런스히어로의 본사는 한국에 있다. 또 전체 직원의 절반가량이 한국인이다. 이 대표는 “국내에 정보기술(IT) 등에 뛰어난 인재가 많기 때문에 주요 서비스 개발이나 기획, 디자인 등은 한국에서 맡고 있다”며 “사업이 확대되면 한국 인력을 더 많이 뽑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밸런스히어로는 트루밸런스에 이어 소액대출, 보험 서비스 등 새로운 금융 플랫폼 분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동남아시아로 사업을 넓힐 준비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IT 강국의 인프라를 잘 활용하면 한국도 영국, 싱가포르처럼 핀테크의 거점으로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좋은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을 두고도 각종 금융규제에 막혀 핀테크 산업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핀테크 기업은 글로벌 시장을 보고 사업을 시작한다. 한국도 국내 스타트업의 창업뿐만 아니라 해외 기업들을 유치할 수 있도록 규제를 손봐야 한다. 그래야 양질의 일자리가 늘고 금융산업도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저소득층의 실업이 급증하면서 올해 3분기(7∼9월) 소득하위 20% 가구의 근로소득이 사상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반면 취업자가 늘어난 상위 20% 고소득 가구의 근로소득은 크게 상승했다. 이에 따라 상·하위 20% 계층 간 소득 격차는 1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벌어졌다.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쪽으로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금과 연금보험료 등 전체 가구가 의무적으로 내는 비소비지출은 사상 처음 월평균 100만 원을 넘었다. 통계청이 22일 내놓은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3분기 기준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474만8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 증가했다. 가계소득이 대체로 늘었지만 하위 20%인 1분위 가구 소득은 131만8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 줄었다. 반면 상위 20%인 5분위 가구 소득은 973만6000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8.8% 늘었다. 이런 ‘빈익빈 부익부’ 양상은 가난한 가구는 일자리를 잃거나 취업이 안 되고 부유한 가구는 취업이 잘되는 고용 양극화 때문이다. 1분위의 가구당 취업자 수는 지난해 3분기만 해도 0.83명이었지만 올 3분기 0.69명으로 급감했다. 그 결과 1분위의 근로소득은 1년 전보다 23% 줄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5분위 가구의 취업자는 같은 기간 2명에서 2.07명으로 늘었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양극화 정도를 보여주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52배였다. 상위 20% 가구가 세금을 빼고 실제 쓸 수 있는 돈이 하위 20% 가구의 5.5배를 넘는다는 뜻이다. 이는 2007년 3분기(5.52배) 이후 가장 큰 수준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가계동향에 대해 “엄중함을 인식하고 있고 아프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최종구 금융위원장에게서 현안 보고를 받고 서민, 영세 자영업자, 제조업에 대한 긴급 금융지원 대책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금융지원 방안을 지시한 것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카드 수수료체계 개편으로 애로를 겪는 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을 마련하고,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부가가치세 매출세액공제를 확대하라”고 했다. 금융당국은 연간 1조4000억 원가량 가맹점 카드 수수료를 인하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어 자동차, 조선 등을 지원하기 위해 매출채권 등 자산을 포괄적 담보로 활용할 수 있는 ‘일괄담보제도’를 도입하도록 했다. 기업 대출 때 적용하는 예대율 규제를 완화해 대출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도록 했다. 세종=최혜령 herstory@donga.com / 문병기·김성모 기자}
소상공인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정부와 서울시가 도입하는 간편결제 서비스 ‘제로페이’가 다음 달 시범사업을 앞두고 삐걱대고 있다. 주요 업체들이 연이어 발을 빼는가 하면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제로페이는 다음 달 17일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제로페이는 소비자가 결제할 때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가맹점의 QR코드를 찍으면 고객 계좌에서 가맹점 계좌로 바로 돈이 이체되는 방식이다. 신용카드처럼 카드사나 부가통신사업자(VAN사)가 떼어가는 수수료가 없다. 하지만 제로페이는 정부와 서울시가 발표할 때부터 논란이 많았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생존 위기에 직면한 자영업자를 돕는다는 취지였지만 정부가 금융시장에 직접 뛰어들어 시장 질서를 깨뜨린다는 비판이 나왔다. 서울시는 당초 이 사업에 18개 은행과 카드사, 10개 간편결제 사업자가 참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무협약에 참여했던 카카오페이, BC카드가 최근 불참을 선언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카카오페이를 이용하는 15만 개 가맹점과 제로페이의 QR코드 체계가 호환되지 않아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BC카드 관계자도 “결제 방식이 계좌이체형이라 카드사와 맞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 실상은 제로페이가 결제수단을 대체할 가능성이 낮고 수익성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불참을 결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참여 은행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제로페이도 은행 간 계좌이체 수수료가 50∼500원 정도 들지만 은행들은 정부와의 협약을 통해 수수료를 아예 받지 않거나 낮춰주기로 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수수료만 깎아주는 게 아니라 플랫폼 구축, 운용비 등으로 돈이 많이 들 텐데 제로페이를 쓸 소비자는 별로 없어 보여 문제”라고 말했다. 연태훈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 주도의 이런 서비스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지, 핀테크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지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국내 증권업계의 홍콩행(行)이 거셌다. 대형 증권사는 물론이고 중위권 증권사까지 “홍콩을 거점으로 중국 시장을 개척해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 도약하겠다”며 홍콩법인을 잇달아 세웠다. 금융위기 여파로 세계 유수의 금융사들이 홍콩에서 발을 뺐던 것과 대조적이었다. 하지만 홍콩법인에서 대거 손실을 보면서 증권사들은 3년도 채 안 돼 홍콩법인을 축소하거나 아예 문을 닫아야 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가 면밀한 분석도 없이 경쟁이 심한 홍콩 시장에 무턱대고 뛰어들었다”고 지적했다. 세계 12위의 경제 규모에 걸맞지 않게 해외 무대에선 좀처럼 한국 금융의 성공적인 발자취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제조업에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같은 글로벌 간판기업이 나온 것과 달리 해외사업 장기 전략이 부재한 금융사들은 ‘우물 안 개구리’ 신세에 갇혀 있다.○ 해외 진출 성적표 ‘D학점’ 동아일보가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의뢰해 한국과 주요 7개국(G7)의 금융업 경쟁력을 평가한 결과, 한국은 해외 진출과 수익 다변화 등을 평가한 ‘사업 다각화’ 부문에서 꼴찌인 8위를 차지했다. 이 부문 점수는 20점 만점에 4.2점에 불과했다. ‘경영 성과’, ‘디지털 금융’ 등의 부문에서 2, 3위에 오른 것과 대비된다.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도 스스로 해외 진출 경쟁력이 ‘열등생’에 그친다고 평가했다. 동아일보가 CEO 6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45%가 금융사의 해외 진출 성적에 D학점, 42%가 C학점을 줬다. 오래전부터 금융 CEO들의 취임사와 신년사엔 “국내를 벗어나 해외 시장에서 기회를 찾겠다”는 포부가 단골 메뉴처럼 등장했지만 결과는 초라하다. 굴지의 해외 금융사들이 본국보다 해외에서 더 많은 수익을 올리는 것과 달리 국내 4대 금융그룹의 해외수익 비중은 한 자릿수에 그친다. 리딩뱅크인 KB금융그룹은 지난해 전체 수익의 1.1%만을 해외 시장에서 올렸다. 야심 찬 목표를 내걸고 해외 진출을 시도했다가 초라한 결말로 끝난 사례는 반복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카자흐스탄 진출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국민은행은 2008년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을 9541억 원에 사들였다. 당시 가장 큰 해외 금융사 인수합병(M&A)이었다. 하지만 BCC는 금융위기에 취약한 사업 구조를 갖고 있었고, 국민은행은 BCC의 장부상 가치를 1000원으로 손실 처리한 채 지난해 지분을 매각했다. 중국에 대거 진출했던 국내 보험사들도 줄줄이 손실을 내며 발을 빼고 있다. 삼성생명은 2005년 현지 기업과 합작법인을 세웠다가 2015년 최대 주주 자리를 중국은행에 넘기고 경영에서 손을 뗐다. ○ 장기비전 없어 해외사업 비중은 뒷걸음질 국내 금융사들은 해외 시장에 진출하더라도 새로운 수익원을 찾거나 현지화 전략을 꾀하기보다는 현지에 있는 한국인이나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대출해주거나 상품을 파는 단순한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해외사업 실적은 제자리걸음이거나 오히려 뒷걸음치고 있다. 은행권의 해외사업 비중은 2013년 말 11.0%에서 지난해 말 7.1%로 감소했다. 이런 부진한 해외 진출 성적표는 금융사들이 단기 성과에 매몰된 채 장기 비전이나 철저한 시장 분석 없이 ‘뜨는 지역’에 몰려가는 탓이 크다. 중국, 홍콩에 이어 최근 들어서는 신남방정책으로 주목 받는 동남아 지역으로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국내 금융사가 베트남에 설립한 점포는 50곳으로, 해외 진출 역사가 훨씬 더 긴 중국(64곳), 미국(55곳)과 맞먹는다. 한 시중은행 해외사업 담당자는 “최근 캄보디아로 많이 가는 이유는 현지에서 점포 인·허가를 받기 쉽기 때문”이라며 “생색내기 좋으니 회사는 일단 점포를 내고 발표하지만 정작 제대로 된 사업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해외사업 담당 임원을 둔 금융사가 드물다. 경영진 임기가 짧다 보니 장기적 안목에서 해외 진출을 이끌기가 힘들다”고 꼬집었다. 최광해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대행은 “저성장, 저금리, 고령화에 갇힌 한국 금융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서는 해외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조은아 achim@donga.com·김성모 기자}

“감사드릴 게 네 가지고, 말씀 듣고 싶은 것이 세 가지입니다.” 1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 서울공관에 은행장을 초청한 이낙연 국무총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마이크를 잡고 이렇게 말했다. 은행장들을 직접 오찬 장소로 안내한 이 총리는 “여러분을 모시게 된 것은 일부 관행적인 생각처럼 당부를 드리고자 하는 것이 결단코 아닙니다. 그런 염려가 있다면 지금 나가셔도 됩니다”고 인사말을 시작했다. 긴장된 표정으로 메모를 준비하던 일부 은행장은 펜을 내려놓고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 총리는 “평소엔 늘 한식 중심으로 먹지만 오늘은 돈을 많이 가지신 분들이어서 양식으로 준비했다. 손님 덕에 양식을 먹게 생겼다”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이날 오찬간담회에는 김태영 전국은행연합회장과 은행장 15명이 참석했다. 이 총리는 먼저 은행장들에게 ‘네 가지 감사할 일’로 △정부 경제운영 협력 △중견·중소기업 지원 확대 △취약계층 서민 지원 확대 △금융기관 공익재단 활동을 꼽았다. 이 총리는 “내외 경제 여건이 동시에 안 좋은 상황인데, 여러분께서 국내 경제의 피가 돌게 해주시고, 또 정부의 경제 운영에 협력해주신 데 대해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어 이 총리는 세 가지 ‘듣고 싶은 말씀’으로 은행별 4차 산업혁명 대응 노력과 함께 이를 위한 정부의 지원, 경제운영 방향에 대한 조언을 당부했다. 금융혁신은 문재인 대통령이 혁신성장의 대표적인 과제로 강조해온 분야다. 최근 직접 규제혁신 성과보고를 받고 있는 이 총리가 은행장들로부터 핀테크, 빅데이터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 애로를 직접 확인하고 나선 것이다. 은행장들은 규제 혁신부터 해외 진출까지 다양한 제언을 내놨다. 한 은행장은 “외국 금융사와 경쟁하려면 디지털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데, 국내 은행들은 핀테크업체를 인수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에 묶여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국내 은행 등 금융회사는 비(非)금융사인 핀테크 업체 지분을 15% 초과해 보유할 수 없다. 동아일보가 ‘강한 금융이 강한 경제 만든다’ 시리즈에서 지적한 대표적인 금융 규제 족쇄다. 이 총리는 은행들의 “4차 산업혁명 흐름에 금융도 부응하려면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며 그 자리에서 금융위원회에 관련 규제 검토를 지시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총리실과 협의해 관련 법규를 완화하거나 없애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자동차, 조선 등을 기반으로 한 지역경제가 어렵다”는 지방은행장들의 의견에 이 총리는 “연내에 조선, 자동차부품 업종에 대한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답했다. 이 총리는 또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에 국내 금융사가 진출하면 가능성이 있다”며 “현지 당국이 관련 인가를 빨리 내줄 수 있도록 정부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 은행장이 “은행들이 ‘비 올 때 우산을 뺏는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금융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토로하자 이 총리는 “은행이 돈을 많이 벌면 일반 국민은 자신의 재산을 뺏기는 것으로 느끼고, 반대로 돈을 못 벌면 무능하다고 얘기한다”며 “그건 금융인의 숙명”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익을 많이 내면 가능한 한 이익을 공유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며 웃었다. 이날 간담회는 당초 예정 시간을 1시간 반가량 넘겨 오후 2시 반경에야 마무리됐다. 은행장의 건의에 이 총리가 일일이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날 회동을 두고 2기 경제팀이 출범한 가운데 경제 분야에서 총리의 보폭이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경제부총리나 금융위원장이 은행장 모임을 가진 적은 있지만 이 총리가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연 것은 처음이다. 한 시중은행장은 “총리가 금융권의 현장 이야기를 경청해줬다. 이런 소통의 기회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유근형 noel@donga.com·김성모 기자}
가상통화 대표주자인 ‘비트코인’의 가격이 1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급락하며 6000달러가 붕괴됐다. 15일 가상통화 정보사이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날 오전 9% 하락한 5640.36달러(약 637만 원)에 거래됐다. 9월 중순 이후 2개월가량 6400달러 선을 유지하던 비트코인이 연중 최저치로 급락한 것이다. 이날 다른 가상통화의 하락 폭도 컸다. 이더리움은 13%, 리플은 15% 폭락했다. 이날 하루 동안 전체 가상통화의 시가총액은 150억 달러(16조9400억 원)가 증발해 850억 달러(96조500억 원)로 주저앉았다. 미국 CNBC 방송은 “가상통화 비트코인캐시에서 디지털 화폐 확장 방식을 둘러싸고 내부 이견이 발생해 가상통화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폭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15일 오후 5시경 찾은 서울 여의도의 국제금융센터(IFC). 퇴근시간 전인데도 오피스 건물 3개동 중 1곳은 55층의 절반가량이 불이 꺼져 있었다. 완공된 지 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입주 기업을 찾지 못해서다. 현재 이곳의 공실률은 35%나 된다. ‘동북아 금융허브’를 표방하며 2012년 11월 들어선 IFC는 국제금융센터라는 이름이 무색하다. 입주 기업 142곳 중 외국계 금융사는 25곳에 불과하고 당초 정부가 목표로 했던 외국계 금융회사의 본사 이전은 1곳도 없다. 당초 논의됐던 법인세 인하 등의 혜택이 결국 무산된 탓이다. 최근 IFC로 본사를 옮긴 국내 금융사 관계자는 “국제금융센터여서가 아니라 비교적 최신 건물인데도 여의도의 다른 오피스빌딩보다 임대료가 저렴해서 택했다”고 설명했다. 노무현 정부가 2003년 12월 발표한 ‘동북아 금융허브’ 구상의 현주소는 이처럼 초라하다. 세계 각국이 금융허브를 넘어 혁신산업과 금융이 어우러진 ‘핀테크 허브’를 구축하며 앞서가는 사이 한국의 금융 경쟁력은 뒷걸음치고 있다.○ 서울도 안 되는 금융허브, 부산·전주까지 영국 컨설팅그룹 지옌이 매년 9월 발표하는 ‘세계 금융 중심지’ 순위에서 서울은 2015년 6위로 가장 높은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불과 3년이 지난 올해 33위로 27계단 급락했다. 아시아 도시들만 따로 순위를 매겨도 서울은 올해 처음 10위 밖으로 밀려났다. ‘제2 금융허브’를 내세웠던 부산의 위상은 더 초라하다. 지옌의 조사에서 부산은 지난해 70위, 올해 44위에 그쳤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 1월 여의도와 함께 부산 문현지구를 파생상품, 선박금융에 특화된 세계적 금융 중심지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현재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금융공공기관만 옮겨갔을 뿐 외국계는 물론이고 국내 민간 금융사들도 부산을 외면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서울, 부산에 이어 전북 전주를 ‘제3의 금융허브’로 육성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2015년 국민연금공단이 전주혁신도시로 옮겨가자 전북도는 금융타운 조성 사업에 들어갔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전주를 제3 금융도시로 키우겠다’는 대선 공약을 내놨다. 최근 전주로의 공공기관 이전 움직임이 가시화하자 부산 지역 정치권과 기업들이 반발하고 나서는 등 갈길 먼 금융허브 이슈가 지역 갈등으로 번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은 “서울, 부산도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전주를 금융허브로 키우는 것은 현실성이 너무 떨어진다”며 “금융허브는 금융회사와 기관들을 한곳에 모으는 군집 효과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세계는 금융허브 각축전 한국이 뒷걸음치는 사이 세계 각국은 금융허브 수성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중국의 도약이 두드러진다. 중국은 베이징, 상하이에 이어 선전(深(수,천))을 세계적 금융허브로 키워내며 기존의 홍콩, 싱가포르, 일본 도쿄 ‘3강 체제’를 위협하고 있다. 지옌의 아시아 금융 중심지 순위에서 중국 5개 도시가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상하이는 2015년 21위에서 올해 5위로 급상승했다. 화웨이, 텐센트 등 중국의 정보기술(IT) 대표 기업을 배출한 선전은 IT와 금융이 융합된 핀테크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도시 전체를 금융 혁신의 실험장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목표로 2015년 ‘스마트 파이낸셜 센터’ 비전을 내놓은 데 이어 2016년 ‘규제 샌드박스’(새로운 서비스에 각종 규제를 면제해주는 것)를 도입했다. 세계 4위의 자산운용 시장을 갖춘 호주는 시드니를 대체투자 등 자산운용에 특화된 금융허브로 키우겠다는 비전을 세웠다. 프랑스는 파리를 ‘유럽의 금융수도’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하고 유럽 내 금융사가 파리로 이전할 때 걸림돌을 없애는 137개의 이행 과제를 선정해 개선에 들어갔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도 본사를 파리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 중요 전문가들은 한국의 금융허브를 만들기 위해선 글로벌 금융사를 끌어들일 세제 혜택, 규제 완화 등의 유인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예측할 수 있는 규제 환경을 만들어 금융사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한 외국계 운용사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펀드 수수료까지 사사건건 간섭해 이에 대응할 인력을 둬야 한다”며 “한국은 홍콩 싱가포르보다 비용이 2, 3배 들어가는 곳”이라고 말했다. 영주 닐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홍콩 싱가포르 등 경쟁국은 높은 노동 유연성으로 기업 부담을 낮췄다”고 말했다. 쟁쟁한 금융허브 틈바구니에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황영기 전 금융투자협회장은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종합형 금융허브보다 1000조 원이 넘는 연금시장을 활용해 ‘자산운용 허브’로 특화할 필요가 있다”며 “세제 정비, 정주 여건 개선으로 토양만 갖추면 금융허브로 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박성민 min@donga.com·김성모 기자 특별취재팀▽ 팀장 정임수 경제부 차장 imsoo@donga.com▽ 경제부 김재영 조은아, 런던=김성모, 시드니·멜버른=박성민, 싱가포르=이건혁, 호찌민·프놈펜=최혜령 기자▽ 특파원 뉴욕=박용, 실리콘밸리=황규락, 파리=동정민, 베이징=윤완준, 도쿄=김범석}

“하도 억울해서 창업했다.” 에스토니아 출신의 두 친구가 영국에서 온라인 해외송금 서비스업체 ‘트랜스퍼와이즈’를 창업한 이유는 단순했다. 글로벌 회사에서 일하던 한 명은 유로화로 월급을 받는데 영국 생활을 하려면 파운드화가 필요했다. 다른 친구는 파운드화로 월급을 받지만 에스토니아 은행의 대출금을 갚으려면 유로화로 환전해야 했다. 은행을 찾으면 꼬박꼬박 5% 안팎의 환전·송금 수수료를 내야 했고 해외로 돈을 보내는 데도 사나흘이나 걸렸다. 하지만 서로에게 돈을 보냈더니 문제가 한번에 해결됐다. ‘핀테크’란 말도 없던 2010년, 두 친구는 이 아이디어를 갖고 영국 금융당국을 찾았다. 은행의 독점 업무를 위협하는 파괴적 아이디어였지만 감독당국은 ‘좋은 생각’이라며 상용화 방법을 함께 찾았다. 벤처캐피털들도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섰다. 2011년 문을 연 트랜스퍼와이즈는 현재 전 세계 400만 명이 이용하는 글로벌 최대 개인 간(P2P) 송금업체로 자리 잡았다.○ 정부와 금융이 함께 키우는 해외 ‘유니콘’ 세계 각국에서는 혁신 아이디어로 무장한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벤처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유니콘의 뿔이 저절로 자라난 건 아니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정부는 규제를 풀어주고 대형 금융사들도 적극적인 투자로 힘을 보태고 있다. 세계 최초로 ‘규제 샌드박스’(새로운 서비스에 각종 규제를 면제해주는 것)를 도입한 영국은 금융당국도 혁신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영국 핀테크 스타트업 육성기관 레벨39의 벤 브래빈 대표는 “기업들은 금융감독청(FCA)을 참견자가 아니라 조력자로 생각한다”며 “공무원들이 이곳으로 출근하다시피 찾아와 기업들과 소통하고 애로점을 해결해준다”고 말했다. 정부와 스타트업의 협업 속에 지난해 영국에선 핀테크 관련 일자리만 15만 개가 생겼다. 최근 유니콘으로 올라선 싱가포르의 핀테크 기업 ‘엠닥’의 성공에도 자유로운 규제 환경이 큰 도움이 됐다. 이 회사는 온라인 쇼핑몰의 상품가격을 세계 각국 화폐가치로 실시간 계산해주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전자상거래와 외환거래가 결합된 이 서비스는 현재 중국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몰에 쓰이고 있다. 싱가포르 금융당국인 통화청(MAS)은 2015년부터 엠닥 같은 핀테크 기업 육성에 발 벗고 나섰다. 싱가포르 경제개발청(EDB)은 알리바바와 함께 엠닥에 1억1800만 싱가포르달러(약 1000억 원)를 투자했다. 토머스 강 엠닥 글로벌사업본부장은 “재무장관이 직접 스타트업 기업을 챙긴다. 정부에 사업 관련 문의를 하면 무조건 2시간 내에 회신이 온다”고 말했다. 호주 정부는 세제 혜택으로 핀테크 투자를 유도한다. 호주 핀테크 기업 육성 허브인 스톤앤드초크의 마리앤 럼퍼탱 책임자는 “핀테크 기업에 투자해서 얻은 수익 가운데 20만 호주달러(약 1억6000만 원)까지는 세금을 20% 공제해준다”고 전했다.○ 규제 막혀 제자리걸음하는 한국 핀테크 기업 해외에선 유니콘을 넘어 데카콘(기업가치 100억 달러 이상)까지 나오고 있지만 한국 핀테크 기업들은 척박한 규제 환경에 막혀 날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 트랜스퍼와이즈가 한국에서 창업을 했다면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고 사업을 접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세계무대에서 한국 핀테크 기업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글로벌 회계컨설팅사 KPMG가 10월 발표한 ‘세계 50대 핀테크 리딩기업’ 가운데 국내에선 송금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28위)가 유일하다. 그나마 비바리퍼블리카를 두고도 업계에선 “더 클 수 있는데 나라를 잘못 만났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최근 이 회사는 1년 넘게 공들여 은행권에서 대출이자가 가장 싼 상품을 찾아 고객에게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하지만 ‘대출모집인은 1개의 금융사 상품만 중개해줄 수 있다’는 규제에 막혀 아직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촘촘한 규제를 뚫고 상품을 내놔도 금융당국의 소극적인 대응에 발목이 잡히기 일쑤다. 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이 함께 설립한 핀테크 벤처기업 ‘핀크’는 연초 금융권 최저 수준의 송금, 대출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었다. 하지만 당국의 소극적 태도와 늑장 대응으로 출시에 9개월이나 걸렸다. 업계 관계자는 “핀크는 그나마 대기업 합작사라 버텼지 다른 업체였다면 진작 문 닫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진출한 해외 핀테크 기업들도 혀를 내두른다. 엠닥의 강 본부장은 “규제도 문제지만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 등 각 부처마다 입장이 다른 게 커다란 장벽이었다”며 “한국 대형 금융사들도 핀테크 스타트업과의 제휴, 투자에 소극적인 편”이라고 지적했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경제학)는 “해외에서는 금융 신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보고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며 “우리도 관치와 규제를 허물어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자유롭게 사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김성모 mo@donga.com·김재영 기자 ▼ “10파운드로 핀테크 창업… 정부 지원 덕분” ▼英 핀테크 기업 관계자들“대형 금융사 고객정보 공유 등 정부 창업-투자 장려정책 큰 힘”“저도 10파운드(약 1만5000원) 손에 쥐고 회사 차렸습니다.” 지난달 영국 런던에서 만난 핀테크 기업 ‘핀테크파워50’의 마크 워커 대표는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가진 돈이 없어도 창업할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워커 대표는 유망한 핀테크 기업들을 선정해 이들끼리 네트워크를 연결해주는 회사를 지난해 세웠다. 스타트업의 성장기를 보고서로 만들어 대형 금융사의 투자를 연결해주는 역할도 한다. 그는 “런던뿐 아니라 세계 유수의 도시들이 유망한 핀테크 기업을 유치하려고 노력한다. 아이디어만 좋으면 투자는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고 강조했다. 워커 대표의 사무실에 모인 ‘핀테크 새내기’ 대표들도 창업에 필요한 것은 아이디어라고 입을 모았다. ‘유니제스트’의 피터 마일스 대표는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아이디어가 가장 중요하다. 실제로 고객의 삶을 변화시킨 기업은 대부분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유니제스트는 유학생을 대상으로 계좌를 만들어주고 체크카드 같은 금융상품을 발급하는 서비스를 한다. 이들은 핀테크 창업을 독려하는 정부의 지원이 큰 힘이 된다고 강조했다. 마일스 대표는 “영국 정부는 창업을 열성적으로 독려한다”며 “일반인이 핀테크 기업에 투자했다가 자칫 기업이 망해 손해를 봐도 정부가 투자금의 75%까지 세제 혜택으로 돌려준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회사 ‘큐브’의 로버트 쿡 대표는 “대형 은행 등 금융사의 고객 정보를 핀테크 기업이 공유할 수 있도록 정부가 허용했다”며 “이를 통해 금융산업의 경쟁이 활발해졌다”고 말했다. 영국 핀테크 전문매체 ‘핀테크타임스’의 매슈 도브 기자도 정부가 ‘경쟁의 장’을 마련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많은 핀테크 서비스가 쏟아지면서 소비자 선택권이 넓어졌고 스타트업들은 그 틈을 파고들었다”며 “초반에 이런 흐름에 저항하던 대형 금융사들도 시냇물 하나하나를 다 막을 순 없다는 걸 깨닫고 스타트업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런던=김성모 기자 mo@donga.com ● 특별취재팀▽팀장 정임수 경제부 차장 imsoo@donga.com▽경제부 김재영 조은아, 런던=김성모, 시드니·멜버른=박성민, 싱가포르=이건혁, 호찌민·프놈펜=최혜령 기자▽특파원 뉴욕=박용, 실리콘밸리=황규락, 파리=동정민, 베이징=윤완준, 도쿄=김범석}
지난달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금융권 가계대출이 10조 원 넘게 늘었다. 지난달 말 가장 강력한 대출 규제로 꼽히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도입을 앞두고 ‘막차 타기’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13일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금융권 가계대출은 10조4000억 원 증가했다. 은행권이 7조7000억 원, 제2금융권이 2조7000억 원 늘었다.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분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3조5000억 원이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9·13부동산대책을 앞두고 주택 거래가 늘어났는데 잔금 지급 수요가 몰린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등 기타 대출의 증가액은 4조2000억 원이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8년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특히 이 중 신용대출이 2조9000억 원으로 가장 많이 늘었다. 올해 1조 원 안팎이던 월별 신용대출 증가 폭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 같은 신용대출 급증은 9·13대책의 주택담보대출 강화에 따른 풍선효과와 지난달 말 DSR 시행을 앞두고 수요가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DSR는 주택담보대출뿐만 아니라 신용대출 등 대출자가 매년 갚아야 하는 모든 대출의 원리금을 따져 대출을 제한하기 때문이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한국 금융엔 ‘삼성전자’가 없다. 경제 규모 12위의 강국이지만 세계 50대 은행에 국내 금융사 1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다. 정부의 규제와 무관심, 금융사들의 보신주의 속에 한국 금융은 성장을 멈췄다. 국내에선 골목대장 노릇을 하지만 세계 무대에선 구멍가게 수준이라 굵직한 프로젝트에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반면 세계 각국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금융의 몸집을 키우고 있다. 한국도 ‘금융의 삼성전자’를 키우겠다는 의지와 전략이 필요하다. 》 “유럽 최대 은행인 스페인 산탄데르의 시가총액이 미국 JP모건의 4분의 1밖에 안 된다. ‘범유럽 차원의 대형 은행’이 필요하다.” 올해 5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국제금융협회 춘계회의에 참석한 유럽연합(EU) 주요 은행장들의 화두는 ‘은행 대형화’였다. 이들은 미국 은행과의 격차가 갈수록 커져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를 키워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유럽에선 은행들의 합병 논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독일은 자국 기업을 세계 시장에서 지원할 튼튼한 은행이 필요하다며 1, 2위 도이체방크와 코메르츠방크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 바클레이스와 스탠다드차타드, 이탈리아 우니크레디트와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의 합병설도 나오고 있다.○ 금융영토 넓혀라…대형화 속도 내는 해외 은행 ‘우물 안 개구리’처럼 국내 시장에서 아웅다웅하며 이자 수익에 안주하는 한국 금융사들과 달리 세계 각국의 주요 은행은 적극적인 M&A와 해외 진출로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수익 창출 능력을 키우고 중복 비용을 줄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 은행들이 해외 사업을 축소한 공백을 틈타 중국, 일본 은행들은 꾸준히 금융영토를 넓히며 덩치를 키웠다. 중국은 영국 금융전문지 더뱅커가 7월 발표한 ‘세계 100대 은행’에서 중국공상은행, 중국건설은행, 중국은행, 중국농업은행 등 4곳이 1∼4위를 휩쓸었다. 규모를 키운 이 은행들은 중국 정부의 일대일로(一帶一路·경제영토 확장 프로젝트) 정책에 따라 아시아를 넘어 유럽, 아프리카까지 공략하고 있다. 단순한 몸집 불리기에 그치지 않고 투자은행(IB), 자산관리, 무역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력을 쌓아가며 월가를 위협할 정도다. 일본의 ‘3대 메가뱅크’는 저금리, 저성장, 고령화로 수익성이 나빠지자 해외로 눈을 돌렸다. 미쓰비시도쿄UFJ금융그룹(MUFG)은 2008년 미국 유니언뱅크, 2013년 태국 아유디야은행, 지난해 인도네시아 다나몬은행 등을 사들이며 해외 수익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렸다.○ 미국 IB들 ‘월가의 구글’ 선언 세계 금융투자업계를 선도하는 미국 IB들은 끊임없는 변화를 통해 몸집을 키워 왔다. 최근에는 스스로를 ‘금융회사가 아닌 정보기술(IT) 회사’라고 자처하며 ‘월가의 구글’로 변신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2015년 제너럴일렉트릭(GE)의 온라인은행 부문을 인수하는 등 최근 5년 새 150여 개 IT 회사를 인수했다. JP모건 역시 지난해 미국 온라인 결제서비스 ‘위페이’를 인수하며 핀테크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구글의 인공지능(AI)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올해 IT 분야에만 108억 달러(약 12조 원)를 투자했다. 최고경영자(CEO)가 장기 비전과 철학을 펼칠 수 있는 것도 미국 초대형 IB의 혁신 동력으로 꼽힌다. 2005년 CEO에 오른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은 올해 초 임기를 5년 연장했다. 국내 금융사 CEO 임기가 평균 2, 3년에 그치는 것과 대조적이다.○ “대형화-질적 성장 동시 추구” 해외 금융사들이 대형화만 추구하며 마구잡이 확장에 나선 것은 아니다. 주요 금융사들은 장점에 집중해 특화 영역을 육성하고, 장기적 안목의 해외 진출을 통해 규모와 효율성을 함께 키우고 있다. 2013년 미국에 진출한 스페인 산탄데르는 스페인계 외에도 미국 백인 중산층 고객을 공략해 입지를 넓혔다. 올해 6월 말 현재 지점 600곳, 자산 745억 달러, 고객 2100만 명을 보유한 미국 소매금융의 강자로 부상했다. 산탄데르도 1990년대 이후 100건이 넘는 M&A를 통해 성장했지만 개인 소매금융에 집중하고 중남미 시장에서 역량을 쌓은 뒤 선진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호주 맥쿼리그룹은 인프라 투자라는 틈새시장에 역량을 집중해 세계 일류 금융사의 반열에 진입했다. 최근엔 신재생에너지까지 투자 영역을 넓혔다. 지난해 영국 정부 산하 녹색투자은행(GIB)을 인수한 뒤 아시아 지역 신재생에너지 투자에 뛰어들었다. 맥쿼리 인프라펀드 규모는 2001년 말 40억 달러에서 올해 3월 말 1190억 달러로 급성장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경영학)는 “글로벌 금융사들은 질적 성장과 양적 성장을 함께 추진하고 있는데, 한국 금융도 이런 흐름에 올라타야 한다”고 강조했다.김재영 redfoot@donga.com·김성모 기자 특별취재팀▽팀장 정임수 경제부 차장 imsoo@donga.com▽경제부 김재영 조은아, 런던=김성모, 시드니·멜버른=박성민, 싱가포르=이건혁, 호찌민·프놈펜=최혜령 기자▽특파원 뉴욕=박용, 실리콘밸리=황규락, 파리=동정민, 베이징=윤완준, 도쿄=김범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