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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리처드 홀브룩 전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특사의 장례식이 14일 워싱턴 케네디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렸다. 고인이 생전에 갈망했던 국무장관은 비록 못했지만 장례식만큼은 최근 수년간 워싱턴에서 열린 어떤 장례식보다 성대한 고별의식이었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지난해 12월 13일 대동맥 파열로 숨진 고인의 장례식은 국장(國葬)이 아니었음에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참석했다. 국가원수도 아닌 인사의 장례식에 전·현직 대통령이 모두 자리하는 건 흔한 일이 아니라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또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마이클 멀린 합참의장,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 같은 전·현직 미 고위 관료와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파키스탄 대통령을 비롯한 워싱턴 외교가의 각국 대표도 참석했다. 생전 고인의 다양한 인간관계를 대변하듯 경제계 언론계 사교계 인사도 대거 모였다. 식장의 2300석이 모두 찼다고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조사에서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눈물을 글썽이며 ‘세계에서 미국의 지위를 회복해야 한다’고 하던 고인의 모습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어 연단에 선 연사 15명은 생전 깐깐하고 곧잘 핏대를 세워 사람들의 인심을 잃은 경우가 많았던 고인을 기억하며 추모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그를 매우 사랑했다”며 “약간 까칠한 성격 때문에 그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또 멀린 합참의장은 “함께 출장을 다닐 때 그가 외교안보 문제를 집요하게 질문한 덕분에 나중에 치른 상원 합참의장 인준청문회는 너무 쉬웠다”고 말해 좌중의 미소를 자아냈다. 2시간 동안 진행된 장례식은 이처럼 훌쩍임보다는 유쾌함으로 가득했다고 외신은 전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강태아 경상일보 차장 모친상·김경호 한국국제터미날 과장 임정철 전남 순천경찰서 경사 장모상=16일 경남 남해전문장례식장, 발인 18일 오전 8시 055-863-5217}
머리에 총을 맞은 남성이 재채기를 하다 총알이 콧구멍으로 튀어나왔다. 그리고 멀쩡했다.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11일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이 기막힌 행운의 주인공은 이탈리아 토리노에 사는 노동자 다르코 상제르마노 씨(28). 상제르마노 씨는 지난해 12월 31일 밤 나폴리에서 애인과 함께 새해맞이 축제를 구경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이 흥청거리는 거리 위로 폭죽 수백 발이 터졌다. 그런데 위험하게도 폭죽의 굉음 속에 장난삼아 총을 쏜 사람도 있었다. 어느 순간, 상제르마노 씨가 극심한 두통을 느끼며 신음했다. 애인이 보니 그의 얼굴은 총에 맞아 피범벅이었다. 급히 인근 병원 응급실로 옮겨진 상제르마노 씨는 의사를 기다리다 재채기를 했다. 그때 콧속이 시원해지며 22구경 권총 탄알(길이 약 7㎜·지름 5.6㎜)이 튀어나왔다. 두통 말고는 통증을 느끼지 못한 상제르마노 씨는 응급실에서 지혈만 받고 나왔다. 상제르마노 씨는 이튿날 집 근처 종합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CT촬영을 통해 살펴보니 어디선가 날아온 총알이 그의 오른쪽 관자놀이를 뚫고 비강으로 들어간 뒤 오른쪽 콧구멍에 도달했던 것이다. 수술은 그의 부서진 코뼈 일부를 제거한 것이 다였다. 상제르마노 씨가 총알을 맞은 시간, 나폴리에서는 다른 두 명도 총에 맞아 한 명이 숨졌다. 수술을 한 의사 시드 베로네 교수는 "적어도 이탈리아에서는 처음 있는 일일 것"이라며 "진짜 행운아"라고 말했다.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비극을 딛고 우리 곁에 왔는데 비극을 안겨준 채 떠났네요.”8일 벌어진 미국 애리조나 주 총기 난사 사건으로 어린 딸을 잃은 존 그린 씨는 지역 TV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심경을 밝혔다.그린 씨의 딸 크리스티나(사진)는 2001년 9월 11일, 바로 ‘9·11테러’가 터진 날 태어났다. 만 아홉 살 소녀다. 어머니 록사나 그린 씨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모두 우울했던 그날 크리스티나의 탄생은 행복을 가져다줬죠. 희비가 엇갈리는 날이었어요”라고 회상했다. 크리스티나는 자신의 생일을 알게 되면서 주위에 “난 명절(holiday)에 태어났다”고 말하곤 했다. 부모가 그날의 의미를 알려주자 크리스티나는 9·11의 긍정적인 면을 보려 애썼다고 한다. 록사나 씨는 “딸은 9·11이 ‘희망의 날’이라며 자기 생일을 자랑스러워했다”고 말했다.크리스티나는 2002년 9월 11일 출간된 ‘희망의 얼굴: 9·11에 태어난 아이들’이라는 책에 소개되기도 했다. 한 여류 동화작가가 그날 태어난 아이를 50개 주에서 한 명씩 뽑아 사진과 함께 희망을 주는 짧은 문장을 넣은 103쪽짜리 작은 책이었다.사건 당일 크리스티나는 이웃 아주머니를 따라 가브리엘 기퍼즈 연방 하원의원을 직접 만나기 위해 현장에 갔다. 자신이 다니는 초등학교 학생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된 크리스티나가 정치인을 만나는 걸 좋아하리라 여긴 이웃 아주머니의 아이디어였다. 그린 씨는 “어렸지만 정치에 관심을 보였다”며 “연설을 아주 잘했기 때문에 난 그 애가 훗날 정치인이 된 모습을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크리스티나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여러 구단의 감독을 했던 할아버지와 현재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구단 스카우트 담당인 아버지의 피를 받은 듯 동네 어린이 야구단의 홍일점 선수였다. 그러나 베이스를 도는 꼬마 야구선수의 모습을 더는 볼 수 없게 됐다.크리스티나 말고도 사건 현장에서 총격을 받아 숨진 5명 가운데는 운명이 엇갈린 두 쌍의 노부부도 있다. 퇴직한 뒤 교회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도원 스터다드 씨(76)와 마비 스터다드 씨(75) 부부는 소꿉친구였다. 그러나 각기 따로 결혼한 뒤 배우자와 사별하고 15년 전 다시 만나 결합했다. 이날 기퍼즈 의원을 만나려다 총격을 받자 도원 스터다드 씨가 아내를 몸으로 덮어 구했지만 자신은 숨졌다. 반면 공화당원이지만 기퍼즈 의원에게 호감을 느껴 현장을 찾은 조지 모리스 씨(76)와 도로시 모리스 씨(76) 부부는 반대로 부인 도로시 씨가 숨지고 남편은 중상을 입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브릭스(BRICs) 국가가 치솟는 물가 탓에 몸살을 앓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 보도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빠른 경기회복과 수출호조를 보이며 세계 경제의 5분의 1을 짊어진 중국 브라질 인도 러시아가 이에 따른 소비 확대와 특히 식량가격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비상이 걸린 것이다. 신흥경제국 정부는 금리 인상에서부터 농산물 수출 금지(인도와 러시아) 같은 극단적 조치까지 하며 물가를 잡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급상승하는 식량가격이 나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저소득층 가계를 위협해 사회 불안을 초래할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물가상승률 5.9%로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브라질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고 금리를 10.75%까지 올렸다. 미국과 일본의 투기성 자본은 옳다구나 브라질로 몰렸고 브라질 헤알화의 가치는 2009년 이래 달러 대비 35%까지 상승했다. 이는 수출 및 국내 제조업 경쟁력 저하를 가져왔다. 지우마 호세프 새 정부는 공약으로 삼은 복지지출 확대를 억제하는 정치적 결단을 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중국은 지난해 하반기 2년 만에 금리를 두 차례 올리고, 은행의 대출조건을 엄격히 하며 불법 식량 투기를 단속하는 등 다양한 물가 억제 조치를 취했다. 그런데도 멈추지 않는 식량가격 상승은 지난해 11월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린 주요인이었다. 지난해 식량가격 상승에 기인한 인플레이션을 겪으며 금리를 6차례나 올렸던 인도는 이달 25일 인도중앙은행 정책회의에서 다시 금리를 올릴 것이 확실시된다. 지난여름 가뭄으로 밀 가격이 너무 올라 수출금지 조치까지 내렸던 러시아 역시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다. 이런 흐름은 인플레이션율이 낮은 미국과 유럽, 디플레이션 우려마저 있는 일본과는 대조적이다. 신흥경제국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6000억 달러 추가 경기부양책이 인플레이션을 더 부추긴다며 불만이 많다. 반면 일부 전문가는 “현재 인플레이션율은 2008년 금융위기 이전 물가가 최고점에 이르렀을 때보다도 낮다”며 “신흥경제국의 인플레이션 소용돌이에 대한 우려는 지나친 감이 있다”고 주장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술 마시고 한숨 잤으니까 운전해도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더 큰 화를 부를 수도 있다. 음주 후 수면을 취하면 체내 알코올 흡수와 분해 속도가 통념과는 달리 오히려 크게 느려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6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국립병원기구 구리하마(久里濱) 알코올중독센터와 삿포로(札幌)의대는 지난해 3월 20대 남녀 24명에게 체중 1kg당 0.75g의 알코올을 섭취하게 한 뒤 4시간 동안 잠을 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호흡 중 알코올 농도를 비교했다. 체중 1kg당 0.75g의 알코올은 체중 60kg으로 환산하면 45g으로 맥주 1L를 마신 것과 같다. 비교 결과, 잠을 잔 쪽이 내쉰 숨 속의 알코올 농도가 자지 않은 사람의 약 두 배였다. 삿포로의대 마쓰모토 히로시(松本博志) 교수는 잠을 자는 동안 알코올을 흡수하는 장의 움직임과 분해하는 간의 활동이 약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또 구리하마 알코올중독센터 의사인 히구치 스스무(통口進) 씨가 외국의 연구 사례를 조사해 보니 체내에서 알코올이 분해된 뒤 적어도 3시간 동안은 운전 능력이 평소보다 떨어진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히구치 씨는 “음주 후에 ‘한숨 자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취기가 가시더라도 당장 올바르게 운전하기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종말의 전조인가, 기후변화의 재앙인가.’ 새해 벽두 미국 아칸소 주에서 찌르레기 수천 마리가 떼죽음한 데 이어 루이지애나 주에서도 찌르레기가 무더기로 숨져 떨어지는 기현상이 일어났다. 영국 가디언은 4일 “미 루이지애나 주 포인트쿠피패리시 카운티에서 찌르레기 500여 마리가 죽은 채 길거리에서 뒹굴고 있다”고 전했다. 사건 발생 지역은 지난해 12월 31일 밤 찌르레기 떼가 떨어진 아칸소 주 비브 시에서 300마일(약 483km) 정도 떨어져 있다. 동물의 떼죽음은 이뿐이 아니다. 최근 비버 시에서 100마일 떨어진 아칸소 강에선 죽은 물고기 10만 마리가 집단으로 발견됐다. 비슷한 시기 버지니아 주 체서피크 만에도 수만 마리의 물고기 사체가 해안으로 밀려왔다. 루이지애나 주의 한 경찰은 “원인을 묻는 주민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며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새’를 떠올리며 두려워하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과학자들은 새와 물고기의 떼죽음은 별개라고 입을 모은다. 물고기는 이런 일이 흔하진 않아도 가끔씩 일어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민어과 한 종류만 죽은 것으로 봐선 물고기 전염병이 돌았을 가능성이 높다. 찌르레기 경우엔 좀 더 복잡하다. 지금까진 하늘에서 돌풍이나 벼락을 맞았을 것이란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 부검 결과 가슴 근처 외상과 내출혈이 발견됐으나 질병 흔적은 없어 외부 충격으로 인한 죽음이란 분석이 설득력 있게 제기된다. 하지만 400km 이상 떨어진 곳에서 비슷한 시기에 같은 종의 새떼가 둘 다 돌풍이나 벼락으로 죽었을 확률은 아주 낮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대표적 중도진보 정치인이 이슬람 극단주의자에게 암살되면서 친미 파키스탄 정부가 위기를 맞았다. 4일 파키스탄 최대 지역인 펀자브 주의 살만 타세르 지사(66)는 수도 이슬라마바드 자택 근처 쇼핑센터에서 전용차로 돌아오다 이날 경호를 맡은 경찰 엘리트 요원에게 29발의 총탄을 맞고 숨졌다. 붙잡힌 용의자 말릭 뭄타즈 후세인 콰드리(26)는 “타세르가 신성모독을 옹호했기 때문에 살해했다”고 밝혔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경찰은 콰드리의 단독 범행인지 배후 음모가 있는지 수사를 시작했다. 집권 여당인 파키스탄인민당(PPP) 소속의 타세르 지사는 지난해 11월 이슬람교 창시자 마호메트를 모독했다는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은 여성을 면회한 뒤 그의 사면을 주장하면서 신성모독죄 철회를 요구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극심한 비난을 샀다.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현 대통령의 친구이자 동지이기도 한 그의 죽음은 최근 입지가 흔들리는 PPP와 자르다리 대통령에게 심각한 타격이라고 미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PPP는 여권 제2당인 무타히마민족정당(MQM)이 2일 연립정부를 이탈하면서 의회 다수당 지위를 잃었다. 최대 야당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N)도 물가 통제와 재정 지출 30% 삭감 등을 담은 개혁안을 사흘 안에 받아들이지 않으면 총리 불신임에 돌입하겠다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 세속 정당을 지향하는 PPP는 탈레반과 이데올로기를 공유하는 극단주의자들이 정부기관 내부에까지 뿌리를 내렸다는 점에 더욱 경악하고 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이슬람혁명으로 축출된 이란 팔레비 왕가의 막내아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란의 마지막 국왕 무함마드 레자 팔레비의 다섯 자녀 중 막내인 알리 레자 팔레비(45)가 4일 새벽 미국 보스턴 자신의 집에서 권총 자살해 숨진 채 발견됐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권총도 현장에서 발견됐다. 지역 검찰청은 “살인은 아닌 것이 확실하다”고 밝혔다.그의 형 레자 팔레비는 4일 자신의 웹사이트에 동생의 자살 소식을 전하며 “(동생은) 몇 년간이나 (슬픔과) 싸웠지만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다”고 애통해했다. 그는 “다시 한번 우리는 이란의 이 어두운 시대에 희생된 많은 이들의 부모, 가족과 만나게 됐다”고 했다. 이란 국영 프레스TV는 “전 독재자의 아들이 자살했다”고 짤막하게 보도했다.알리 레자는 1984년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음악을 전공하고 1992년 컬럼비아대에서 이란 고대사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이란 고대사 및 언어학으로 다시 석사 공부를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하버드대 측은 “현재 다니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생전에 그와 가까웠던 한 인사는 “알리 레자가 2001년 누나 레일라를 잃은 뒤 깊은 우울증에 빠졌다”며 “그때부터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고 술회했다. 팔레비 전 국왕이 제일 아꼈던 딸 레일라 역시 2001년 당시 우울증 끝에 마약 및 약물과용으로 런던의 한 호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팔레비 왕가의 비극은 이란의 혁명가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가 이끈 이슬람혁명으로 1979년 권좌에서 축출돼 해외를 떠돌면서 시작됐다. 팔레비 전 국왕은 이듬해인 1980년 이집트에서 암으로 생을 달리했다. 두 번째 왕비인 소라야 에스탄디아리도 같은 해 69세의 나이로 파리의 한 주택에서 숨졌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새로운 10년… 경제성장-고용창출 전력”●오바마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사진)은 1일 새해 첫 연설에서 “대통령으로서 우리 경제가 확실히 성장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중산층을 강화하는 데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는 것이 새해 나의 약속이며 결심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인터넷·라디오 주례연설을 겸한 신년연설에서 “우리 경제를 강하게 하고 성장을 계속 유지하며 장기적으로 경쟁력 있게 만들기 위해 진지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라며 “공화당이 다수가 된 새 하원 출범 이후 초당적인 협력을 추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며칠 있으면 한쪽(상원)은 민주당에, 다른 한쪽(하원)은 공화당에 지배되는 새 의회가 구성될 것”이라며 “공화당은 이 나라를 발전시키는 데 책임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이를 추진하려는 어느 당의 누구와도 기꺼이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내가 대통령 출마 선언을 했을 때부터 누누이 강조했듯 미국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며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라며 “새로운 10년이 시작됐고 새해가 밝은 만큼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과거 선조들이 만들어 낸 전통을 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고 말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국민복지 향상-인류 공동 번영에 매진”●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사진)은 새해 대내적으로는 국민생활의 수준과 질을 향상시키는 데 주력하고 대외적으로는 전 세계가 공동 번영하는 조화로운 국제사회 건설에 매진하겠다고 다짐했다. 후 주석은 지난해 12월 31일 국제라디오방송, 중앙인민라디오방송, 중국중앙(CC)TV를 통해 발표한 ‘각국 인민복지의 공동증진’이라는 제목의 신년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후 주석은 제12차 5개년 계획의 첫해인 올해 대내적으로는 경제성장 방식을 전환해 적극적인 재정과 온건한 통화정책을 통해 경제구조를 개선하고 민생보장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개혁개방을 심화하고 안정적이고 비교적 빠른 성장을 지속하며 조화로운 사회를 이룩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대외적으로는 화평 발전 합작의 기치 아래 독립자주의 외교정책을 견지하되 화평 발전의 길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며 상호 이익의 개방적 전략 노선에서도 이탈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후 주석은 이 같은 기조하에서 전 세계가 당면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적극 참여하고 각국과 함께 인류 공동 번영의 화해사회 건설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FTA 적극 추진… ‘제3 개국’ 원년 이룰것”●간 나오토 일본 총리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사진)는 1일 신년사에서 제3의 개국(開國)을 한다는 각오로 자유무역협정(FTA) 교섭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사회보장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올해 중반까지 소비세 등 세제의 발본적인 개혁 의지도 보였다. 간 총리는 이날 신년사를 통해 “유럽연합(EU)이나 한국, 호주와 FTA 교섭을 본격화하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서도 관계국과 협의하겠다”며 자유무역 추진 의지를 강조했다. 이어 그는 “근대화의 길을 걷기 시작한 ‘메이지(明治)의 개국’, 국제사회에 복귀한 ‘전후 개국’에 이어 올해 ‘헤이세이(平成) 개국의 원년’을 이룰 것”이라고 덧붙였다. 헤이세이는 현 일왕의 연호다. 간 총리는 미국 호주 등 태평양 연안 9개국이 관세를 전면 철폐하는 TPP가 추진되면 일본 농업이 큰 피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자유무역과 농림어업의 존속이 상반된다는 선입견을 배제하고 무역과 농림어업의 양립 가능성을 추구하겠다”고 강조했다.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유로화 절대로 포기 안해”●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1일 TV 연설에서 “유로화를 포기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며 “유로화 포기를 주장하는 자들을 믿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그는 “프랑스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긴축정책은 지속하겠다”고 밝혔다.“긴축으로 힘든 한해 될 것”●캐머런 영국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같은 날 발표한 신년 메시지에서 “2011년에는 고용과 경제성장에 우선순위를 두겠지만 영국의 막대한 적자를 줄이기 위한 대폭적인 예산 절감으로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라며 도움을 호소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도 이날 밤 TV 연설을 통해 “2011년 한 해 함께 노력해 더욱 현대적이고 강력하며, 개방되고 친근한 러시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친근한 러시아 만들겠다”●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며 도움을 호소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도 이날 밤 TV 연설을 통해 “2011년 한 해 함께 노력해 더욱 현대적이고 강력하며, 개방되고 친근한 러시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정파 간 정권 다툼, 종족 분쟁, 반정부 세력 강화, 정통성 없는 정부의 부패, 치안 악화….’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국가가 처한 문제를 요약하면 대강 이렇다. 미국 국제문제 전문 시사월간 포린폴리시(FP) 인터넷판은 28일 이런 문제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2011년 무력 충돌을 예의 주시해야 할 16개국’을 공개했다. 안보전문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SG)이 선정한 이들 국가는 아프리카 7곳, 중남미 5곳, 중동 2곳, 중앙아시아 2곳이다. 대부분 FP가 올 7·8월호에서 정부가 사회를 통제하지 못하는 이른바 ‘실패 국가’로 지목한 국가다. ISG가 가장 먼저 언급한 국가는 코트디부아르. 대선 패배를 시인하라는 국제사회 압력에 저항하는 로랑 그바그보 현 대통령 측과 사실상 당선자인 알라산 우아타라 전 총리 측의 내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봤다. 짐바브웨와 나이지리아도 내년 초 있을 대통령선거가 내부 정파 및 종족 간 무력 충돌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짐바브웨는 30년 철권통치 중인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이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고 있는 모건 창기라이 현 총리 측을 억압하고 있다. 부정 투표와 협박으로 유명한 나이지리아도 3월 대선을 앞두고 있다. 석유가 나는 니제르 델타 지역에 대한 반군의 공격도 문제다. 수단은 1월의 남부독립 여부를 가리는 국민투표가 관건이다. 선거 결과에 남쪽과 북쪽이 동의를 못 한다면 다르푸르 학살이 재현될 수도 있다.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지 4년째를 맞게 되는 멕시코의 앞날은 여전히 어둡다. 미국과의 국경지역은 마약조직이 사실상 장악한 지 오래다. 문제는 이 전쟁의 여파가 이웃 국가로 퍼지고 있다는 것. 멕시코 마약조직은 미국으로 마약을 보내는 새로운 길을 과테말라에서 찾고 있다. 그러나 부패하고 허약한 과테말라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콜롬비아에서도 멕시코와 연계된 새로운 마약조직이 등장하면서 폭력이 증가하고 있다. 더욱이 좌익 반군 ‘콜롬비아 혁명군(FARC)’의 세력도 여전하다. 올해 9월 총선에서 패배한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반정부 세력을 더욱 억압하는 베네수엘라도 화약고와 같다. 불안하게 출범한 새 정부의 사회 장악력이 의문시되는 가운데 미군의 철수마저 앞둔 이라크, 헤즈볼라와 반헤즈볼라 세력의 내부 충돌이 우려되는 레바논, 중앙아시아에서 이슬람 무장세력의 새로운 침투 대상 지역이 된 타지키스탄도 선정됐다. ISG는 “붕괴 직전처럼 보이지 않았던 때가 언제인지 기억하기도 어렵다”며 올해 사상 최악의 홍수피해를 본 파키스탄도 꼽았다. FP가 2월 세계의 갈등 지역 33곳을 선정할 때 포함됐던 한반도는 이번엔 제외됐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美일리노이주 키라 스캐든-이정인 양 화제모든 건 동전 하나에서 시작됐다. 척수성 근위축증(SMA)을 앓는 친구 이정인 양(미국명 앤지 리·11)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하던 키라 스캐든 양(11)이 떠올린 건 10센트짜리 동전을 모으는 일이었다. 저금통을 들고 이웃을 돌며 동전을 모아 SMA 치료법 연구에 기부하겠다는 작은 포부였다. 그러나 그 동전은 몇 년 만에 수만 달러의 거금으로 변했다. 미국 일리노이 주 네이퍼빌 시에 사는 키라가 한국계 소녀 정인이를 처음 만난 건 2006년 초등학교에서였다. 키라는 정인이가 탄 전동휠체어를 보고 처음엔 겁을 먹었지만 정인이가 자기의 병을 이야기해 주면서 친하게 됐다. 함께 비디오게임을 하고 영화도 보고 소꿉놀이도 했다. 키라가 정인이를 위해 동전을 모아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2007년이었다. 이 아이디어를 들은 키라의 언니 베카가 벼룩시장을 열어 쓰던 장난감 같은 걸 팔자고 제안했다. SMA 치료를 위해 키라가 벼룩시장을 연다는 이야기가 퍼지자 이웃들은 자신이 쓰던 물건을 너도나도 공짜로 내놨다. 200달러를 목표로 연 벼룩시장에서 모두 9400달러가 걷혔다. 키라와 정인의 가족은 이 돈을 SMA 치료를 위한 연구지원 비영리단체인 ‘SMA 가족’에 기부했다. 이렇게 시작한 벼룩시장은 연례행사가 됐다. 매년 수익도 늘어나 올해 9월 키라의 집 앞마당에서 열린 4번째 벼룩시장에서는 1만8500달러나 모였다. 키라와 정인이 4년간 벼룩시장을 통해 모아 ‘SMA 가족’에 기부한 돈은 모두 5만2000달러. 키라는 지역 일간 ‘네이퍼빌 선’과의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그저 동전 수집이라고 생각했을 뿐인데 이렇게까지 커져 버렸다니 정말 놀랍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웃이 집에서 쓰던 물건만 벼룩시장에 내놓은 것은 아니다. 동네 태권도장에서는 6개월 수강권을, 한 호텔은 숙박권을, 이웃 식당에서는 식사 쿠폰을 내놨고, 이것들은 현장 경매를 통해 팔렸다. 동요를 전문으로 부르는 미스터 니키라는 가수는 자청해서 저렴한 가격에 미니콘서트를 열었다. 벼룩시장은 또 정인이처럼 SMA를 앓는 자녀가 있는 가족들이 모여 서로를 격려하고 치료 정보를 교환하는 장이 됐다. 벼룩시장은 지난해 지역 방송에 소개됐고 이를 계기로 미국 내 다른 지역에서도 SMA 치료제 연구비 마련을 위한 자선 모임이 속속 열렸다. 정인이는 네이퍼빌 선과의 인터뷰에서 “정말 멋있는 친구, 선생님 이웃 그리고 가족의 도움으로 이제는 병 때문에 할 수 없는 일보다는 (병이 있어도) 할 수 있는 일을 더 많이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국의 저명한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앓고 있기 때문에 세상에 더 많이 알려진 SMA는 척수의 근육을 조절하는 신경이 파괴돼 점차 근육이 마비되는 병으로 신생아 6000명 중 1명꼴로 걸린다. 이 두 소녀의 훈훈한 우정에 동참하고 싶으면 웹사이트 ‘키라의 생각 앤지의 희망’(angieshope.org)에 들어가면 된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10년 또는 20년 후에는 ‘뒤통수에도 눈이 달린’ 군인이 나올지 모르겠다.미국 국방부가 전투를 벌이는 군인들의 시야를 획기적으로 넓히고 적을 명확하게 식별하는 특수장비 개발에 나섰다고 정보기술(IT) 전문 월간지 와이어드가 최근 전했다.와이어드에 따르면 미 국방부 산하 첨단방위연구국(DARPA)은 ‘컴퓨터 카메라를 통한 군인 중심의 이미지화 장치(SCENICC)’ 개념을 공개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업체나 개인의 제품 연구 및 제작 계획서를 받는다고 공고했다.이 기관이 구상하는 이미지화 장치 기능은 아직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가능한 수준이다.먼저 기계를 착용한 군인이 사방 1km 이내의 모든 사물을 3차원(3D) 화면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정면을 바라보고 있을 때 시야가 닿지 않는 모든 방향을 10배 줌으로 끌어당겨 볼 수도 있어야 한다. 이런 조작에 손을 쓰게 해서는 안 된다. 먼 곳의 사물을 눈앞에 확대해서 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식별한 물체가 무엇인지, 적인지 혹은 위협이 되는지 등을 글자나 숫자로 보여주는 ‘주변 완전 인식’ 기능이 필요하다.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미래에서 온 사이보그가 주위 사람이나 차량을 볼 때 이름, 키, 주소지가 나타나듯 말이다.목표물을 보면 총도 저절로 조준되게 하는 기능과 무인정찰기가 촬영한 화면이나 주변 지역의 다른 군인이 보는 이미지를 받을 수 있는 기능도 갖춰야 한다. 24시간 지속이 가능한 배터리를 갖춘 장치의 무게는 700g 이하, 크기는 가로 세로 높이 모두 10cm 이하여야 한다. 1958년 옛 소련의 스푸트니크 위성 발사에 자극받아 설립된 DARPA는 당장 적용하기는 어려워도 미래의 군사 경쟁력을 좌우할 가능성이 있다면 일단 연구 대상으로 삼는다. 최근 연구 대상에는 하늘을 나는 장갑차도 포함됐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이제 정부를 떠나 거리의 삶으로 돌아갑니다. 난 늘 서민들의 친구였지만 앞으로는 더 서민들의 친구가 될 것입니다.” 지난 8년간 브라질을 통치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65·사진)이 23일 사실상 국민에게 이별을 고했다. 이달 31일 임기를 마치는 룰라 대통령은 이날 TV와 라디오를 통해 브라질 전역에 방송된 크리스마스 연설에서 자신이 8년간 이룬 성과를 자랑스럽게 밝혔다고 AFP통신을 비롯한 외신이 전했다. 룰라 대통령은 11분가량의 연설 서두에서 “이제 며칠 있으면 나는 대통령직을 벗는다”며 “단지 부유한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모든 브라질 국민을 위해서 나라를 다스릴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그는 감정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오늘날 모든 브라질 국민은 나라와 그들 자신에 대한 믿음이 더 커졌다”며 “이것이야말로 우리 모두의 승리”라고 선언했다. 그는 “빈곤층 출신이라는 점이 숱한 도전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며 곤궁했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한 뒤 “나의 꿈과 희망은 서민의 영혼과 가난, 어떠한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는 확신에서 나왔다”고 밝혔다. 퇴임을 며칠 남겨두지 않은 지금도 지지율이 80%를 넘는 그는 빈곤층 감소와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의 증진, 그리고 열대우림의 황폐화 지연 등 자신의 업적을 하나하나 소개했다. 또 이전 정부보다 2배 이상 높아진 경제성장률과 새 일자리 1500만 개, 집권 초기보다 10배 많은 외환보유액 3000억 달러 등도 열거했다. 그는 이어 수력발전소 건립과 대규모 해안 석유 개발, 고속전철 설치 계획 등 풍부한 사회기반시설 건설을 강조하며 “이들이 브라질의 역사를 바꿔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 1월 1일 취임하는 새 대통령 지우마 호세프 당선자에 대한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호소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직접 대통령 후보로 지명해 선거운동까지 도맡을 정도로 애정과 믿음을 흠뻑 물려준 호세프 당선자가 “브라질을 세계에서 가장 평등한 나라 가운데 하나로 만들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이번 주 초에는 “2014년 대통령선거에 참여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연설에서는 “내 미래를 묻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그는 “여러분은 이미 저에게 훌륭한 선물을 주셨다. 그 대신 브라질의 미래를 바라보고 그걸 믿어 달라”고 주문했다. 이날 연설은 20일 브라질리아의 대통령 관저에서 사전 제작됐다. 브라질 언론은 룰라 대통령이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지난 시간을 회상하며 깊은 감회에 젖거나 눈물을 보이기도 했으며 이 때문에 제작이 여러 차례 중단됐다고 전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18일 중국 어선이 서해상 우리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침범해 불법 조업을 하다 해경 경비함을 들이받고 침몰한 사건으로 조성된 한중 간 외교 갈등이 ‘진정국면’에 들어선 가운데 23일 중국 인터넷 언론이 중국 어선과 한국 해경이 대치하는 사진을 게재하면서 사실과 다른 설명을 게재했다. 중국 유명 포털사이트 텅쉰(騰訊)은 23일 ‘중국 어선 10여 척이 서로 배를 하나로 묶어 한국 해경에 대응하다’라는 제목의 사진 10여 장을 실었다. 텅쉰은 이 사진을 반관영 통신사인 중국신문사에서 퍼온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중국신문사에서는 이 사진을 확인할 수 없다. 텅쉰은 이 사진 아래에 ‘22일 한국 해경이 발표한 사진으로 황해(서해)의 한국에 가까운 수역에서 중국 어선 10여 척이 밧줄로 서로 묶어 선단을 이뤄 해경과 대치하고 있다. 한국은 이들 어선이 불법어로 혐의가 있다고 한다’는 설명을 달았다. 이 사진들과 사진설명은 24일 시나닷컴 같은 포털 및 홍콩 원후이(文匯)보, 펑황(鳳凰)망 등 중국과 홍콩의 70여 개 사이트로 퍼졌다. 문제는 텅쉰 측의 설명이 사실과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 사진들은 한국 해경이 공개한 것이 아니라 동아일보가 찍어 지면에 게재한 뒤 AFP통신에 제공한 것이다. 동아일보 박영철 사진기자는 21일 해경 헬리콥터를 타고 서해상 우리 EEZ에서 불법 조업을 하는 중국 어선과 이를 단속하는 해경을 찍었다. 동아일보는 그중 두 장을 23일자 1, 2면에 실었다.AFP는 사진을 타전하며 ‘중국 어선 12척이 서해상 불법 조업을 단속하려 다가오는 한국 해경함정을 방해(thwart)하려고 서로 묶었다. 새로운 방법은 효과가 있어 어선들이 도망칠 수 있었다’고 설명을 달았지만 텅쉰의 사진설명에는 ‘방해’ ‘도망’이라는 말은 쏙 빠졌다. 또 중국 선원들이 쇠파이프 같은 흉기를 들고 해경의 접근을 막는 사진은 아예 올리지도 않았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최근 북한 문제를 둘러싼 한국과 중국 사이의 외교적 갈등이 심상치 않다. 중국의 국력이 크게 신장되고 중국인의 민족주의가 점차 고양되면서 중국의 외교 기조도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미국과 더불어 주요 2개국(G2)으로 급부상한 중국과의 상생(相生)과 윈윈을 어떻게 이끌어낼 것인가. 학계 최고의 중국 전문가인 서진영 고려대 명예교수 겸 한중전문가공동연구위원회 위원장(69)과 이준규 외교안보연구원장(56), 김흥규 성신여대 교수(47)는 20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 광화문 사옥 19층에서 동아일보의 ‘중국, 알아야 전략 세운다’ 시리즈 보도와 관련해 좌담회를 열었다. 이들은 “한중 양국은 이제 껄끄러운 주제는 옆으로 제쳐두고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단계를 지나 가치 체계와 정치 및 안보이익의 충돌이 표면화되는 시기로 접어들었다”며 “갈등이 있는 분야는 서로 모른 체하는 구동존이(求同存異) 태도에서 벗어나 공존을 추구하되 서로 독자성을 인정하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자세를 견지해야만 진정한 동반자 관계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한중 양국은 이제 껄끄러운 주제는 옆으로 제쳐두고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단계를 지나 가치 체계와 정치 및 안보이익의 충돌이 표면화되는 시기로 접어들었다”며 “갈등이 있는 분야는 서로 모른 체하는 구동존이(求同存異) 태도에서 벗어나 공존을 추구하되 서로 독자성을 인정하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자세를 견지해야만 진정한 동반자 관계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사회는 하종대 국제부 차장이 보았다. ―중국이 1978년 개혁·개방을 시작한 지 32년 만에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섰다. 중국의 급부상을 어떻게 봐야 하나. ▽서진영 교수=중국의 급부상 내지 ‘재등장’은 놀랄 만하긴 하지만 이미 예견된 것이다. 좀 더 거시적인 차원에서 보면 21세기는 미국 패권의 점진적 퇴조와 신흥 강대국인 중국의 점진적 부상으로 상징되는 ‘강대국 사이의 세력 전이(Power Shift)’ 시대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세력 전이에 따른 불안정과 불투명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다. ▽김흥규 교수=최근 중국의 부상이 ‘급부상’으로 인식된 것은 2008년 이후 세계적인 금융위기 속에서 미국의 정치 경제력이 급속히 쇠퇴하고 중국의 힘이 부각한 데 힘입은 바가 크다. 이제 적어도 동북아에서는 미국과 중국이라는 거대한 ‘두 메가 파워 시대’로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이준규 원장=중국의 급부상은 시기적으로 앞당겨진 느낌은 있지만 부자연스러운 것은 아니다. 중국의 부상을 위협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한중 관계와 한반도 정세 발전을 위해서는 긍정적인 측면이 강하며 위기가 아닌 기회다. ―중국의 급부상이 대외정책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나. ▽서 교수=중국에서 중화민족주의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다. 하지만 이것이 외교에 반영된 것은 2002년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시대가 열리면서다. 이때부터 대만 티베트 인권 민주화 등 중국의 핵심이익이 걸린 문제라고 생각되는 분야에서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고 중요한 국제문제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중국은 신흥강대국으로서 지위와 역할을 인정받으려 하고 있다. ▽김 교수=최근 중국의 대외전략 사고에 분화가 일어나고 있다. 즉 중국을 전통 강국으로 보는 전통주의와 지역 강국으로만 보는 발전도상국론, 세계적 강국으로 보는 신흥강대국론이 혼재돼 있다. 전체적으로는 발전도상국론이 외교정책을 주도하지만 점차 신흥강대국론이 득세하고 있으며 최근 천안함 사건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에서는 일시적으로 전통주의가 강한 목소리를 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의 대(對)한반도 기본정책과 우리와의 차이는…. ▽김 교수=중국의 대한반도 기본정책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 유지’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와 같다. 하지만 중국은 북한의 핵무장화를 반대하지만 동시에 북한의 붕괴를 초래할 어떤 압박과 봉쇄에도 반대한다는 점에서 우리와 다르다. ▽이 원장=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비핵화’를 지지하는 점에서 우리와 같지만 이를 구현하기 위한 방법론에서 국제사회의 보편적 기준보다는 자신만의 기준에 따라 대처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최근 한중 갈등의 원인은 무엇인가. 이를 피할 수는 없나. ▽서 교수=한중 갈등을 꼭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이는 양국 관계의 발전에 따라 수반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과거 양국 관계가 갈등이 될 만한 것은 모른 체하는 ‘연애 단계’였다면 지금은 서로 부닥치면서 부대껴야 하는 ‘부부 단계’다. 따라서 체제와 이념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가치 충돌의 문제나 안보이익의 차이에서 오는 정치·안보관의 충돌 등 그동안 억제됐던 잠재적 갈등이 표면화되는 것이다. 따라서 상생을 위해서는 구동존이 정신만으로는 안 되고 이제는 화이부동의 자세를 가져야 양국의 전략적 협력이 가능하다. ▽김 교수=최근 양국 갈등은 중국 측의 전략적 사고의 유연성 부족과 중국의 국가 이익과 한반도 문제의 민감성에 대한 한국 측의 이해 및 배려 부족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특히 현 정부 들어 양국 정부 간 신뢰 부족도 한몫했다고 본다. ▽이 원장=한중 양국이 수교 이후 18년간 이룩한 비약적인 관계 발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 최근 갈등은 북한 문제를 어떻게 다루느냐의 방법론의 차이일 뿐이다. 심각한 외교적 갈등이 있었다고 말하기 어렵다. 또 북한 문제를 제외한 다른 분야에서는 협력이 긴밀하게 이뤄지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한미 동맹과 한중 관계를 어떻게 풀어가는 게 가장 바람직한가. ▽서 교수=21세기 탈냉전 시대에서 한미 동맹과 한중 관계는 상호 공존이 가능하고 또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 한중 관계는 기본적으로 상호 경쟁과 갈등을 빚으면서도 협력하는 미중 관계에 큰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대만이나 티베트 문제 등 미중의 첨예한 갈등 사안에서는 비교적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안보 문제 등 우리의 핵심 이익이 달린 사안은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중국을 설득해야 한다. 정부와 전문가, 민간 등 다양한 계층에서의 전략적 대화도 필요하다. ▽김 교수=우리가 맺고 있는 한미 동맹과 한중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는 절대 배타적인 관계가 아니다. 북한의 현실적 위협이 있는 상태에서 중국 역시 한미 동맹의 역할을 인정한다. 중국이 우려하는 것은 한미 동맹이 중국에 적대적인 동맹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안마다 연미통중(聯美通中)과 연미화중(聯美和中), 연미연중(聯美聯中)을 적절히 배합하는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 ▽이 원장=한미 동맹과 한중 관계는 ‘제로섬게임’이 절대 아니다. 우리 정부는 한미 동맹이 지역 정세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설명해오고 있다. 한미 동맹이 미중 갈등 시 가교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본다. ―2년쯤 뒤엔 시진핑(習近平) 시대가 온다. 중국 외교의 변화 전망과 우리의 대처 방안은…. ▽서 교수=시진핑 시대엔 중국인의 중화주의적인 목소리가 외교에 좀 더 많이 반영될 것이다. 따라서 돌출적인 사안에서 중국이 오만해졌다는 얘기를 더 듣겠지만 전체적으로는 미국 등 서방세계와 협력을 유지하려는 실용주의적 외교노선을 유지할 것이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전략적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북한과의 상호 공존을 인정하는 바탕에서 북핵 문제 등을 풀어가야 할 것이다.정리=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北이 끼어들면 삐걱대는 韓中 관계, 왜? ▼최근 들어 북한 문제가 한중 양국 갈등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남북 관계가 공존과 공영보다는 상호 대결로 치달으면서 엉뚱하게 한중 외교의 핵심 갈등 사안으로 비화하고 있다. 한중 양국이 똑같이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 북한의 비핵화를 지지하는 상황에서 갈등이 빚어지는 데는 미묘하고도 복잡한 사정이 있다. 중국의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는 분단된 한반도의 현상 유지를 의미한다. 나아가 북한 존재의 지속성을 의미한다. 북한의 붕괴는 곧바로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해치는 일이라고 중국은 해석한다. 북핵 문제의 해결과 북한의 붕괴 방지 중 택일하라면 여전히 북한의 붕괴 방지를 선호한다. ‘불장난’ 때문에 괴롭기는 하지만 북한이 사라지는 것보다는 존재하는 게 낫다고 보는 것이다. 여기엔 북한이 중국의 전략적 경쟁 상대인 미국과의 사이에서 ‘완충지대(Buffer Zone)’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중국이 대북 제재에 소극적으로 임하고 나아가 되레 경제지원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하면 후진타오 국가주석 등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9명 전원이 만나주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한국으로서는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북핵이 우선적으로 반드시 해결돼야 하는 문제다. 핵무기가 없는 북한을 만들어야 한다. 핵무기를 가진 북한의 지속적인 위협으로 5000만 국민의 생명이 영속적으로 위협받는 상황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통일에 의한 북핵 문제 해결도 하나의 선택 가능한 방법이라고 여기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또 중국과 달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에 따른 대북 제재도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하도록 고통을 줄 정도이지 중국처럼 곧바로 북한의 붕괴를 일으킨다고 보지 않는다. 결국 통일 문제 및 통일 이후의 한중 관계까지 고려해야만 대북 제재, 나아가 북한 문제 전반에서 중국의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남북 관계를 잘 관리해 대립과 충돌이 없으면 북한 문제로 중국에 매달릴 필요도 전혀 없다.하종대 기자 orionha@donga.com좌담회 참석자○ 김흥규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미국 미시간대 정치학 박사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고려대 세계지역연구소 연구교수 △한중 전략대화 참여자 △한중전문가공동연구위원회 위원 △한국국제정치학회 이사(현)○ 서진영 고려대 명예교수△미국 워싱턴대 정치학 박사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고려대 국제대학원 원장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 △서울평화상 심사위원회 위원(현) △한중전문가공동연구위원회 위원장(현)○ 이준규 외교안보연구원장△외무고시 12회 △재외동포영사대사 △주뉴질랜드 대사 △주중 대사관 총영사 △아시아·태평양국 심의관 △재외동포영사국장}
영국에서 보석 판결을 받고 풀려난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 씨(39)는 앞으로 더 많은 정보를 더 빠르게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어산지 씨는 17일 자신의 거주지역으로 제한된 서퍽 주 벙기에서 가진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제 다시 돌아와 우리의 배(위키리크스)를 지휘하게 됐으니 더 많은 정보가 더 빠른 방식으로 공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내가 수감됐을 때도 정보 공개가 계속된 것에서 알 수 있듯 정보 공개는 내가 없어도 착착 진행되도록 준비가 끝났다”고 덧붙였다.그러나 그는 미국으로 송환될지 모르는 자신의 상황에 대해서는 걱정을 드러냈다.전날 저녁 거주제한 등의 조건이 붙긴 했지만 자유의 몸으로 런던 항소법원을 떠나면서 그는 취재진에 “미국 검찰이 나를 간첩죄로 기소할 것이라는 소문이 있다고 변호사에게서 전해 들었다”며 “(현재 문제가 된 성폭행 혐의로) 스웨덴에 송환되는 건 그리 큰 문제가 아니지만 미국으로 송환되는 건 훨씬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하지만 어떻게 어산지 씨를 미국으로 송환할지는 미국에서도 논란이다. 16일 미 하원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미국법 전문가들은 그를 기소하는 데는 디지털 시대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낡은 간첩법 조항이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입을 모았다. 케네스 웨인스타인 검사는 “제2차 세계대전 때 마지막으로 적용된 간첩법으로 기소 절차를 밟는 것은 너무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하며 어떤 언론조직도 유출 혐의로 공판에 회부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이와 관련해 “어산지 씨가 25만 건의 외교전문을 빼내 위키리크스에 넘긴 것으로 알려진 브래들리 매닝 육군 일병(수감 중)과 사전에 모의한 혐의를 미 법무부가 찾고 있다”는 뉴욕타임스 보도에 대해 어산지 씨는 “나는 매닝 일병과 지금까지 만난 적도, 이야기를 하거나 e메일을 교환한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취업 철을 맞아 기업의 인사담당자가 입사 희망자의 자기소개서를 보면서 민망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무수한 소개서에 마치 찍어낸 듯 적힌 상투어 때문이다. 미국 비즈니스 전문 소셜네트워크 사이트 링크트인(Linkedin)은 세계 200여 개국 회원 8500만여 명이 사이트에 가입할 때 올려놓은 신상명세를 분석해 과도하게 쓰인 상투어 톱10을 16일 발표했다. 미 언론은 ‘실업률 10% 시대에 이런 상투어, 절대 이력서에 쓰지 말라’고 보도했다. 특히 올해 미국에서 손발이 오그라들게 만드는 민망한 상투어 1위는 ‘풍부한 경험(extensive experience)’이 차지했다. 경험이 많다고 말하기야 쉽지만 어떤 경험을 했는지 말하지 않으면 공수표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2위부터 10위까지는 다음과 같다. 혁신적인(innovative), 의욕이 넘치는(motivated), 결과지향적인(results-oriented), 역동적인(dynamic), 실적이 입증된(proven track record), 단체활동에 능숙한(team player), 일처리가 빠른(fast-paced), 문제를 척척 해결하는(problem solver), 모험을 마다않는(entrepreneurial). 링크트인의 대변인 린지 폴록 씨는 “이런 상투적 표현이 들어간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는 인사담당자에게 공허하게 비친다”고 말했다. 이력서 작성 전문 웹사이트 ‘그레이트 레주메 패스트’의 제시카 헤르난데즈 대표는 CNN 인터뷰에서 “이런 표현을 쓰는 사람치고 실제 그런 능력이나 성격을 가진 사람은 거의 없다”며 “자신의 구체적인 성취나 경험을 써야 한다”고 밝혔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폭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 씨가 16일 영국 항소법원에서도 보석을 최종 허가받아 풀려나게 됐다.영국 항소법원의 덩컨 우슬리 판사는 이날 “어산지 씨가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려는 의지가 강해 도주할 우려가 없어 보인다고 판단해 보석 신청을 받아들이겠다”며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어산지 씨는 보석금 24만 파운드(약 4억3000만 원) 중에서 우선 현금으로 20만 파운드를 내면 곧바로 석방될 예정이다. 석방되더라도 전자태그를 부착한 채 거주지 제한 조치를 받게 된다. ○ 신병 둘러싼 ‘1라운드’ 승리 위키리크스의 활동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기자, 변호사들이 가득 찬 이날 영국 항소법원의 법정. 우슬리 판사가 1시간 반가량 계속된 심리 끝에 어산지 씨에 대한 보석을 최종 허가하는 결정을 내리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짙은 회색 정장을 입은 어산지 씨는 한쪽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리며 환호하는 지지자들에게 응답했다. 어머니 크리스틴 씨는 “모든 지원에 감사한다”고 말했다.최근 미국 외교전문 25만 건을 공개한 이른바 ‘케이블 게이트’로 논란의 핵심에 선 어산지 씨는 이로써 일단 열흘간의 수감 생활에서 풀려나게 됐다. 보석금은 런던에 소재한 언론인 클럽 ‘프런트라인 클럽’의 설립자이자 위키리크스 운영을 도와 온 본 스미스 씨 등 그의 지인과 후원자들이 마련해 이날 오후 납부할 것으로 알려졌다.다만 어산지 씨에 대한 보석에는 거액의 보석금 외에도 전자발찌 부착, 거주지 제한, 통금 등의 엄격한 조건이 달려 있다. 어산지 씨는 석방된 뒤 스미스 씨의 집에서만 머물며 다음 사법 절차를 기다려야 한다. 8월 스웨덴에서 여성 2명의 의사에 반해 성관계를 가진 혐의를 받고 있는 그는 이번 수사가 정치적인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미국의 외교 기밀을 폭로한 것에 격분한 미국 등 주요국 정부가 자신과 위키리크스의 명예를 깎아내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자신을 성범죄 혐의로 엮었다는 것. “여성들과의 성관계는 상호 합의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해온 그는 7일 런던 경찰에 자진 출석해 체포, 수감됐다. 1심에서 보석 허가 결정을 받았지만 영국 경찰이 “도주 우려가 있다”며 항소해 석방이 늦춰졌다.어산지 씨는 앞으로도 자신의 스웨덴 송환을 막기 위해 길고 지루한 법정 공방을 벌여야 한다. 신병이 스웨덴으로 인도될 경우 그의 국가기밀 공개행위에 대해 간첩죄 적용을 검토 중인 미국으로 다시 인도돼 중범죄로 처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 검찰의 송환 요청에 대한 첫 심리는 내년 1월 11일 열릴 예정이다.○ 어산지 씨 노리는 미국 정부미 연방검찰은 어산지 씨에 대한 법적 대응을 본격화하고 있다. 검찰은 기밀문건 유출 혐의로 당국에 구금된 브래들리 매닝 미 육군 일병과 어산지 씨가 공모한 증거를 찾고 있다. 어산지 씨가 매닝 일병이 국방부와 국무부 기밀문건 파일을 내부전산망에서 빼내도록 부추겼거나 도움을 줬을 개연성을 염두에 두고 사법당국이 정황을 찾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15일 전했다.사법당국은 또 위키리크스의 국무부 외교문건 폭로에 어떤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를 놓고 1917년 제정된 간첩법과 형법 등 다양한 법률 조항 검토에 착수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가 민족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러시아 경찰은 15일 모스크바에서 인종주의적 극우파 민족주의 청년들과 북캅카스 지역에서 이주한 이슬람계 청년 등 약 1300명을 연행했다고 리아노보스티통신이 16일 전했다. 이들은 15일 오후 6시경 모스크바 중심 키옙스카야 기차역 광장에서 무력충돌을 빚을 것이라는 소문이 지난 주말부터 계속됐다. 진압 헬멧과 경찰봉, 방패로 무장한 러시아 경찰 3000여 명은 15일 오전부터 키옙스카야 역 주변을 봉쇄한 채 검문검색을 강화했다. 흉기를 소지하거나 수상한 행동을 보이는 청년들은 모두 수갑을 채워 경찰버스로 밀어 넣었다. 이날 경찰은 고무탄환이 장착된 총 16정, 칼 208개 그리고 망치, 철봉, 전기충격기 등 260점을 압수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에 반항하던 청년 30여 명이 다쳤다.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볼가 강 유역 사마라 시에서도 100∼200명이 연행됐다. 일부 극우파 청년은 오른팔을 머리 위로 쭉 펴서 하는 나치 독일 식 인사를 하기도 했다. 경찰의 봉쇄 속에서도 작은 싸움은 곳곳에서 벌어졌다. 11일 러시아 프로축구 스파르타크 모스크바 팀의 경기가 끝난 뒤 크렘린궁 인근 마네시 광장에서 스파르타크 팀의 20대 남성 팬이 북캅카스 출신 청년들과 싸움 끝에 총에 맞아 숨진 것이 발단이었다. 이는 ‘러시아는 러시아인의 것’이라는 반(反)소수민족 구호를 외치는 5000여 명의 시위로 이어졌고 모스크바에서 10년 만에 일어난 최악의 소요사태로 변질됐다. 이후 극우파 청년들과 북캅카스 출신 이주민들은 인터넷과 트위터 등으로 ‘15일 키옙스카야 기차역 격돌’을 예고했다. 키옙스카야 역 주변은 북캅카스 출신 노점상이 많이 몰려 있는 곳이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는 16일 “사회 모든 분야에서 극단주의는 저지돼야 한다”며 “이번 사태는 공공질서를 강화하고 경찰의 권위를 높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