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首都 수천명 반정부 시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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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과 충돌… 정부, 인터넷 차단-야당지도자 가택연금
알제리선 “비상사태 19년만에 곧 해제”

이란 수도 테헤란 거리에서 14일 수천 명이 참여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고 AFP통신을 비롯한 외신이 전했다. 이날 시위가 격화되며 테헤란 곳곳에서 시위대와 충돌한 경찰이 최루탄과 페인트탄을 발사했다. 영국 BBC 인터넷판은 테헤란 도심은 ‘극심한 혼란(chaos)’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이란 정부는 이날 시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야권 관련 웹사이트를 차단하는 한편 위성뉴스 방송채널의 송신도 방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외신은 이집트 시민혁명의 열풍이 이란까지 불어 닥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AFP통신은 이날 이란 반정부 개혁파의 웹사이트와 목격자들의 말을 인용해 시위 집결지로 예정된 테헤란 도심 아자디(자유) 광장을 향해 수천 명의 반정부 시위대가 수십 명씩 짝을 지어 조용히 이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이맘 후세인 광장을 비롯해 각지에서 시민 수십 명씩이 모여 걸어 다니면서 반정부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일부 시민은 주택 옥상과 발코니 등에서 “신은 위대하다”고 외치며 1인 시위를 벌였다. AP통신은 이 같은 1인 시위는 2009년 6월 대통령선거 부정 의혹을 제기하며 벌어진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연상시킨다고 전했다. 시위대는 이날을 ‘이란의 분노의 날’이라고 규정하고 관련 글을 인터넷 등에 올렸다.

이란 정부는 테헤란 주요 시위 예상지와 길목마다 최루탄, 진압봉, 페인트탄 발사기 등으로 무장한 폭동 진압 경찰과 민병대 조직 수천 명을 배치해 시위대를 보이는 대로 연행하거나 거리 진출을 원천 봉쇄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영국 BBC에 따르면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하는 과정에서 최루탄이 발사되기도 했다.

또 이란 보안대는 이날 2009년 반정부 시위를 이끌었던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 자택의 전화선을 끊고 집 앞 도로를 차단했다. 이에 앞서 12일에는 역시 반정부 개혁파 지도자인 메디 카루비 전 의회 의장을 사실상 가택 연금했다. 14일 시위는 이들이 주도하고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고 있는 알제리에서는 정부가 19년간 지속된 비상사태를 조만간 해제키로 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모우라드 메델치 알제리 외교장관은 14일 프랑스 라디오 인터뷰에서 “며칠 안에 우리는 비상사태를 마치 과거사처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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