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영

유재영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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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부터 정치, 사건, 검찰, 법원 담당 취재를 해오다 2014년부터 스포츠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스포츠에서도 영웅과 야인의 시대를 취재하겠습니다.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스포츠의 위대함을 느끼게 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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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6-06-02~2026-07-02
교육46%
문화 일반23%
음악13%
산업3%
농구3%
여행3%
기획3%
보건3%
경제일반3%
  • 18개 분야 첨단 기술 교육을 한자리에서 받는다

    인공지능(AI), 차세대 반도체, 빅데이터 같은 첨단 기술이 좌우할 미래 산업을 이끌 인재 양성이 대학 교육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춘 국내 최대 규모 팝업 캠퍼스인 ‘제5회 코위크 아카데미(CO-WEEK ACADEMY)’가 지난달 29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에서 개막했다. 교육부 주최, 한국연구재단과 혁신융합대학사업단협의회 공동 주관으로 3일까지 열리는 코위크 아카데미는 학생들이 대학과 전공의 경계를 넘어 첨단 분야 기술을 배우는 장이다. 2021년 시작된 첨단 분야 혁신융합대학사업(COSS) 대표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전국 67개 대학 및 재외동포 학생 3600여 명과 강사진 400여 명 등 역대 최다인 4000여 명이 참가했다. 올해 코위크 아카데미의 가장 큰 특징은 전국 18개 COSS 컨소시엄이 마련한 140여 개 강의를 한자리에서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참가 학생 누구나 수강할 수 있다. 코위크 아카데미 교육을 이수하면 소속 대학과 전공에 관계없이 학점을 인정받는다. 강의는 AI, 빅데이터, 차세대 반도체, 미래자동차, 바이오헬스, 지능형 로봇, 에너지 신산업, 사물인터넷(IoT) 등 미래 산업과 직결된 18개 첨단 분야로 이뤄져 있다. 개막 첫날 김석민 중앙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나노기술과 실제 응용’을 주제로 나노기술의 원리와 어떻게 산업에 활용되는지 등을 사례를 통해 소개했다. 이병철 포스텍 교수는 ‘반도체 임팩트: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마법의 돌’이라는 강의를 통해 반도체 산업의 발전 과정과 미래 전망을 분석했다. 이어 반도체 산업 생태계 분석을 통해 학생들이 차세대 반도체 관련 인재로서 커리어 로드맵을 그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줬다. 이달 3일에는 백기현 대우건설 책임연구원 겸 서울대 빅데이터융합대학 객원교수가 ‘AI 에이전트 시대 건설 산업’을 주제로 AI와 빅데이터가 건설 산업에 가져올 변화와 시공 자동화, 로보틱스, 디지털 트윈을 비롯한 스마트 건설 기술 사례를 소개할 예정이다. 행사 기간 강연 뿐 아니라 문화, 예술, 체육 프로그램도 함께 마련된다. 강원도립예술단과 팝페라 공연팀이 함께하는 무대인 ‘사운드 오브 강원’, 첨단 기술을 접목한 ‘퀀텀 매직쇼’, 학생들이 참여하는 풋살 리그, 조선왕조실록박물관 견학과 오대산 자연마을 명상 프로그램 체험 등 교류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코위크 아카데미 관계자는 “각 대학과 연구소에 흩어져 있는 첨단 분야 교육 인프라를 공동 활용하고 대학 협력을 통해 새로운 초광역 교육 체계를 구축한다는 COSS의 철학을 담았다”며 “학생들이 다양한 첨단 분야를 경험해 미래 산업을 이끌 핵심 인재로 성장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개막식에는 이윤홍 교육부 인공지능인재지원국장, 심원섭 강원특별자치도 산업국장, 심재국 평창군수, 엄종화 세종대 총장, 김정겸 충남대 총장, 허희영 한국항공대 총장, 김홍기 첨단 분야 혁신융합대학사업단 협의회장 등이 참석했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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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수보다 스태프가 더 많아? 日 남자 농구 대표팀에…시카고 불스 코치는 왜 있어?[유재영 기자의 보너스 원샷]

    한국과 일본 남자 농구 대표팀이 7월 6일 경기 고양 소노아레나에서 열리는 2027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맞붙는다. 일본에서는 어떤 선수들이 나올까 궁금해 일본농구협회 홈페이지에서 대표팀 명단을 훑어보다가 두 번 놀랐다.먼저 스태프 수였다. 잘못 본 줄 알고 다시 세어 봤다. 지난달 22일 발표된 최신 명단에서 스태프 26명, 선수 23명이었다. 처음 봤다. 이런 숫자.대표팀 감독은 오케타니 다이다. 오케타니 감독은 최근 일본프로농구(B리그) 류큐에서 가와시키 감독으로 옮겼다. 코치로는 B리그 다른 팀 감독, 코치 등 3명과 요르단 농구 대표팀 코치를 지내고 현재 무소속인 마코토 마미야가 이름을 올렸다.선수 개발 코치(Player Development Coach), 스포츠 퍼포먼스 코치, 비디오 코디네이터, 분석관, 트레이너, 팀 닥터, 디렉터 등 다양한 스태프가 명단에 있다. 대표팀이라기보다 농구연구소를 보는 듯했다.왜 스태프가 선수보다 많은지 알아보기 위해 일본농구협회(JBA) 자료와 일본 언론 기사를 찾아봤다. 당장 드는 생각은 선수 23명에게 개별 피드백을 주고 데이터를 관리하고 성장 과정을 기록해야 하기 때문에 스태프가 더 많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점이다.그런데 대표팀 디렉터이자 JBA 강화위원장인 이토 타쿠마는 한술 더 떠 이번 대표팀을 디벨롭먼트 캠프(개발 캠프)라고 규정했다. 단순히 월드컵 아시아 예선만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 선수의 성장 가능성과 경기력까지 점검하고 지도자도 육성하는 캠프라는 얘기다. 이를 위해 선수와 스태프의 정신적 컨디션까지 중요하게 관리하겠다고 했다.이토 위원장은 “이 체제는 월드컵 예선뿐 아니라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까지 이어진다. 나아가 중장기 강화(强化)를 진행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승리도 중요하지만 사실상 5년, 10년 뒤 선수층을 넓히는 작업으로 보인다.B리그 신슈, 우츠노미야, 센다이에서 뛰다 지난 시즌에는 이바라키에서 활약한 전 한국 국가대표 양재민은 “일본 대표팀이 미국 대표팀 규모로 가고 있다”면서 “현역 프로 감독, 코치들이 대표팀 일원으로 오케타니 감독과 함께 전술 등을 공유한다. 대표팀 운영 과정에서 시너지를 내는 전술 연구가 계속 이뤄지는 것이다. 상상력이 대단하다”고 혀를 내둘렀다.NBA 시카고 불스 코치의 선수 육성 공식낯선 이름 한 명 때문에 또 한 번 당황했다. 마이카 버노(Micah Burno). 선수 개발 코치 4명 가운데 한 명이다. 소속이 미국프로농구(NBA) 시카고 불스로 돼 있다. 확인해 보니 버노는 불스 비디오 코디네이터로 있다. 그가 왜 일본 대표팀 스태프에 포함됐을까.과거 일본이었다면 이름난 NBA 감독이나 스타 출신 코치를 데려왔을 터다. 하지만 버노는 선수 개발과 영상 분석을 담당하는 실무형 코치다. 일본 간판 가드 가와무라 유키가 미국 무대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배우려는 것은 버노 개인의 역량이 아니라 그가 갖추고 있는 시스템이다.JBA는 “NBA 수준의 워크아웃(work out)을 선수뿐 아니라 젊은 지도자들에게도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농구에서 워크아웃은 선수 약점을 분석하고 기술과 움직임을 보완하며 체력을 끌어올리고 영상 분석을 통해 피드백하는 선수 육성 프로그램이다. NBA에서 선수를 키우는 방식을 버노를 통해 배우려는 포석이다. 버노는 일본 대표팀 성장 방정식의 상수라기보다 선수의 잠재력 값을 더 크게 만들어주는 계수다. 일본 대표팀 미래를 보장하는 충분조건은 아니다. 그렇지만 좋은 선수를 더 성장시키는 데에는 필요조건이다. 日 ‘12년 구상’ 첫발… 대표팀을 미래 인재 양성소로월드컵 우승을 노린다는 일본 축구에서 봤듯 일본 농구 행정도 주도면밀하다.JBA는 2016년부터 협회 창립 100주년이 되는 2030년까지 경쟁력 강화 로드맵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2032 브리즈번 올림픽, 2036 올림픽까지 하나의 프로젝트로 묶은 ‘12년 구상’을 발표했다. 그 구상의 첫발이 이번 일본 대표팀 구성이다. 선수 육성은 물론 지도자와 지원 인력까지 함께 키우겠다는 전략이다.JBA는 좋은 선수와 지도자가 선순환적으로 꾸준히 배출되는 생태계를 구축하려고 한다는 생각이 든다. 양재민은 “유럽 팀 지도자나 스태프들이 이런 계획을 보고 B리그 팀을 계속 노크한다. 일본에서의 경력이 자신의 가치를 올린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라고 했다.누구든 원대한 구상을 하고 큰 목표를 정할 수는 있다. 어려운 것은 그것을 이루기 위해 차근차근 이뤄 나가는 실행이다. 목표의 방향과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거나, 의사결정 구조가 복잡하거나, 최고의사결정권자가 합의나 공감대에 신경 쓰지 않는다면 실행은 더 어렵다.한국 농구를 보면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2029년까지 대표팀 육성 관리 시스템을 정착하고 2032 브리즈번 올림픽에서 남녀 각각 8강과 4강 진출을 노리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그러나 대한민국농구협회 농구미래발전위원회가 2024년 내놓은 미래전략보고서에도 그 장기 플랜을 위한 단계적 실행 계획은 안 보인다. ‘어떻게’가 없다.일본 대표팀 명단에는 JBA의 액션 플랜이 명확하게 드러나 있다. 대한민국농구협회의 일본전 한국 대표팀 명단에는 감독, 코치, 스태프 이름조차 없다. 두 나라 농구의 미래를 좌우할 진짜 승부의 추는 이미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을지도 모르겠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 2026-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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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린 혜은이를 입었다”…그녀의 ‘생각만 해도 좋은 사람들’[유재영의 전국깐부자랑]

    깐부. ‘같은 편’, 나아가 ‘어떤 경우라도 모든 것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이’라는 의미의 은어(속어)죠. 제아무리 모두 갖춘 인생이라도 건전하게 교감하는 평생의 벗이 없다면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좋은 인간관계는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깐부들 사이에 피어나는 ‘같이의 가치’를 소개합니다.오래된 우정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관계를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이 끝내 친구로 남는다.내가 조금 손해 보고, 내가 조금 더 이해하고, 이 사람과의 관계를 잃고 싶지 않다는 선택이 쌓여 탄탄한 우정이 되는 게 아닐까. 가수 혜은이에겐 이런 친구가 둘 있다. ‘국민 가수’로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시절도 있었지만, 누구에게도 쉽게 마음을 털어놓지 못했던 아픈 시간도 있었다. 고개를 숙여야 했던 날도 있었고, 사람들 앞에 서는 것조차 버거웠던 날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재즈 가수 윤희정과 세샘트리오 권성희가 곁에 머물렀다. 이들은 자신을 비우고 다가왔다. 그저 시간이 나면 만나 밥을 먹고, 웃고, 음악 이야기를 나눴다. 그것이면 충분했다.쇼핑백 하나 들고 밤무대로“야간업소에서 우리 처음 만났잖아.”혜은이의 한마디에 셋의 시간이 50여 년 전으로 되돌아간다. 1973~74년 무렵이다. 권성희는 “혜은이가 승주일 때”라고 추억 회로를 돌린다. 혜은이의 본명은 김승주. 지금은 대한민국 대표 국민 가수지만 그 때의 승주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노래하던 청춘이었다. 아버지의 빚보증 문제로 집안 형편이 하루 아침에 기울었다. 대전을 떠나 서울 홍제동의 방 하나짜리 작은 전셋방을 얻고 살았다. 미8군 무대와 야간업소는 어린 승주에게 꿈의 무대가 아니라 생계의 현장이었다.그 무렵 권성희는 동덕여대 성악과 학생이었다. 낮에는 학교에 가고, 밤에는 쇼핑백에 드레스 한 벌 넣고 야간업소로 아르바이트를 나갔다.“학교에서 알면 퇴학이었죠. 부모님도 모르셨어요.”두 사람이 처음 만난 곳은 무교동 극장 식당 ‘월드컵’. 손님들이 식사를 하며 1, 2, 3부 쇼를 보는 서울의 대표 공연장이었다. 권성희에게 혜은이는 이미 선배였다.“혜은이는 노래를 너무 잘했죠. 그 당시에 패키지 쇼를 했을 정도였으니까요.”1970년대 패키지 쇼는 여러 가수와 악단이 한 팀을 이뤄 공연하는 무대였다. 아무나 설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권성희의 기억 속 혜은이는 이미 ‘될성 부른 견습(見習) 가수’였다. 그럼 권성희는? “월드컵은 좀 짰어요. 한 달에 7~8만 원 줬나. 다른 업소는 15만 원 줬어요. 여기저기 뛰면서 한 달에 40만 원 정도 벌었어요. 당시 제 대학 등록금이 13만 원, 직장인 월급이 3~4만 원 하던 시절이었으니 매일 드레스 들고 나가는 거죠.”친구 혜은이를 치켜세우는 기억 호출에 윤희정이 배를 잡고 웃는다.“동생들아, 나도 옛 이야기 해줄까?”윤희정은 1971년 ‘전국노래자랑’ 1회에서 ‘세노야’를 불러 최우수상을 받았다. “나중에 PD를 만났더니 지원자가 5만4000명이었다더라. 내가 우승했고, 전영록이 장려상 받았지.”권성희는 당시 생방송을 기억했고, 혜은이도 텔레비전으로 윤희정을 봤다.“언니는 그때 얼굴이나 지금이나 똑같아.”“난 언니가 정말 특별하게 노래한다고 생각했어.”기다렸다는 듯이 윤희정이 “얘들아, 나 아직 얼굴에 주사 한 대도 안 맞았잖아”라고 하자 동시에 웃음이 터진다.가장 화려했던 사람, 가장 외로웠던 사람일단 혜은이와 권성희는 한국 대중음악사의 거장 길옥윤을 만나 다시 하나로 이어졌다. 혜은이는 1975년 길옥윤이 만든 ‘당신은 모르실 거야’로 데뷔했다. 혜은이는 “노래 발표하고 1년 만에 떴다”고 했다. ‘당신만을 사랑해’, ‘진짜 진짜 좋아해’까지 연이어 히트했다. 당시 156cm, 38kg 체구의 꼬마 숙녀는 1977년 한 해 가요계를 완전히 평정했다. 권성희 역시 길옥윤의 눈에 띄었다. 세샘트리오라는 이름도, ‘나성에 가면’이라는 국민 가요도 모두 길옥윤의 손에서 탄생했다. 1978년 발표된 ‘나성에 가면’은 세대를 초월한 노래다. 지금도 어린 학생들이 ‘나성에 가면 편지를 띄우세요’ 라는 가사와 리듬을 안다. “우리는 같은 선생님 제자였잖아요. 한 식구였죠.”혜은이는 방송국에서도, 녹음실에서도 권성희를 매일 만났다. 권성희는 “세샘트리오가 나올 당시에는 혜은이는 이미 스타가 돼서 빨간색 포니를 타고 다녔다”고 시샘어린 폭로를 했다. 사실 당시 혜은이는 스타가 됐어도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틈이 없었어요. 외국 공연도 많았고 방송도 매일 했어요. 그런데 회사가 엄해서 다른 가수들과는 이야기도 잘 못했었어요. 당시만 해도 연예계에 ‘신비주의’ 문화라는 게 있긴 했어요. 가수들을 말을 아껴야 했어요. 그러다보니 건방지다는 오해를 많이 받기도 했죠.”무대 위에서는 누구보다 화려했지만 정작 친구를 만날 시간은 없었다. 모두가 국민 가수 혜은이를 알았는데 ‘인간 김승주’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윤희정이 “혜은이는 건방지지 않아. 말 주변이 없을 뿐이지”라며 상황 정리를 한다. 특별한 언니만이 해줄 수 있는 변호다.노래는 20분, 수다는 4시간윤희정은 혜은이, 권성희와 같은 소속사도 아니었다. 길옥윤의 제자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윤희정은 오래 이 관계의 구심점 노릇을 해왔다. 관계의 삼각형을 만들었다. 혜은이와 권성희는 스케줄이 끝나면 윤희정의 집과 작업실 등에 자연스럽게 모였다. 권성희는 “참새 방앗간 같았다”고 했다. 각자의 삶이 바빠진 뒤에도 먼저 ‘한번 보자’고 손 내미는 사람이 윤희정이었다. 대중가요가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에 윤희정은 유행을 좇지 않았다. 오히려 누구도 쉽게 다가가지 않던 재즈를 공부했다. 당시만 해도 재즈는 돈이 되는 장르도, 대중의 사랑을 폭넓게 받는 음악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는 30년 넘게 재즈를 지키며 공연을 만들고, 후배를 키우고, 일반인들과 무대에 서며 한국 재즈의 저변을 넓혔다. 권성희는 그런 윤희정을 존경했다. “언니는 개척하는 사람이잖아. 없는 걸 만들어낸다는 게 너무 부러웠어.”혜은이도 윤희정이 재즈 공부를 하던 시절 딸(쏘머즈 김수연)을 돌봐주기까지 했다. 마음을 내줬다. 윤희정은 이 친구들에게 다른 음악 세계를 열어줬다. 15년 전, 공백기를 보내던 혜은이에게는 “재주를 썩히지 말고 재즈를 해보라”고 등을 떠밀었다. 코로나19로 무대가 멈췄을 때는 권성희에게도 “우리 같이 재즈를 해보자”고 권했다. 더 자주 볼 일을 만들었다. 셋이 같이 무대에 올라 선보일 ‘레파토리’도 많이 만들어놨다. 그런데 이상했다. 음악 진행이 안 됐다. “레파토리는 20개 이상 됐었어. 그런데 모이면 노래 연습은 20~30분 하고 수다는 4시간을 떠니.”권성희의 팩트 폭행에 모두 넋을 잃고 웃는다. 험담 안 하고 지킨 우리 우정“그런데 우리가 그 자리에서 누구 흉을 봤으면 오래 못 만났을 거야.”혜은이의 한 마디에 순간 웃음이 잦아 들었다. 반세기 우정을 설명하는 가장 정확한 문장 같다. 연예계는 특히 말이 많은 곳이다. 오늘 던진 험담이 내일, 다른 사람을 입을 거쳐 돌아와 여기 가장 가까운 관계를 흔들 수도 있다. 어떻게 잘못 살이 붙어 날아들지 모를 일이다. 셋 사이는 ‘그럴 수도 있지, 사람 마음이 다 그렇지’로 이해했다. 인지상정(人之常情)의 미덕을 지키는 게 중요했다. 친구의 성공을 시기하지 않았고, 친구의 실패를 화제로 삼지도 않았다.친구들에게 혜은이는 한 번의 성공으로 지금까지 온 가수가 아니다. 소속사 관계자들의 갈등으로 1980년대 초 잠시 공백기를 가졌던 그는 의상실을 운영하며 새로운 삶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1982년에 ‘독백’이라는 노래를 받았다. “처음에는 못 하겠다고 했어요. 가성으로만 부르는 노래라 저랑 안 맞는다고 생각했죠. 히트는 전혀 예상 못했죠. 회사를 위해 LP 한 장은 내줘야 하는 상황이어서….” 당황스러웠지만 그래도 누구를 원망하지 않고 노래 만든 분들에게 미안함을 가졌다. 그러다 ‘독백’이 히트를 쳤다. 이어 ‘작은 숙녀’, ‘질투’까지 사랑받으며 혜은이는 다시 가요계 정상에 섰다. “의상실을 할 때는 밤만 되면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왔어요. 쇼윈도 너머로 저는 의상실 한 가운데 의자를 놓고 앉아서만 있었죠. 만약 ‘독백’을 받지 못했다면 그 뒤에 무대에서 다시는 못 섰을 거예요.” 지금 생각하면 아주 잘 산 인생은 아니라고 본다. 남 탓할 수는 없는 노릇. 차라리 내 탓을 하는 게 편하다. “가수로서는 성공했죠. 그런데 다른 건 잘한 것이 없는 것 같아요. 아이를 낳았지만 제대로 키우지도 못했고, 주부 생활도 못 했잖아요. 그냥 돈 버는 기계처럼 살았죠.”이런 자신을 옆에서 지켜준 두 사람에 대한 고마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크다. 권성희는 “그런 혜은이가 나는 오히려 부럽다”고 했다. “ ‘혜은이’를 많은 사람들이 그리워하고, 이야기하고 있잖아요. 자기가 남겨 놓은 업적이 셀 수 없잖아요. 지금도 세대를 넘어 불리는 수많은 히트곡이 있고, 최근 다시 만들어 낸 소극장 공연이 있고, 다시 형성된 팬클럽도 있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고 하는데, 혜은이는 그걸 해냈잖아요. 언니도 재즈의 대가로 자기 명성을 이어오고 있는 게 부럽죠. 나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중간으로 아등바등 살아와서….”그러자 윤희정은 “성희야. 평범하게 사는 게 제일 힘들고 어려운 거야. 너가 그렇게 살아 왔어”라며 권성희를 토탁인다. 그러면서 “권성희가 늘 보내주는 문자에는 ‘윤희정은 보물’이라는 단어가 있는데 내가 인생 살아가는데 큰 힘”이라고 치켜 세웠다. 권성희는 가수 활동을 하면서도 틈틈이 봉사 활동을 오래 해왔다. 어르신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공연을 열었다. 이달 30일에도 한다. 쉬운 일 아니다. 그러면서 무대에 게속 섰고, 탤런트 남편과 결혼해 가정을 잘 꾸렸고, 아들도 잘 키웠다. 윤희정의 눈에는 그것이 더 대단해 보인다.서로가 서로를 부러워하는 친구들. 누구도 자신의 성공을 자랑하지 않았다. 오히려 친구의 삶에서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발견하고 칭찬했다. 이런 관계는 흔치 않아 보인다.혜은이는 7월 4일부터 8월 2일까지 대학로에서 소극장 공연을 한다. 5번째 공연이다. 250석으로 시작한 공연 규모를 320석으로 늘렸다. 월요일은 쉬고, 토요일은 두 차례 한다. 한 달 내내 무대에 올라가는 것이다. 조심스럽게 희망을 내비친다. “제 브랜드를 계속 만들 거고요. 노래를 못 할 때까지, 소극장 공연도 계속하렵니다.”힘들 것 같은데 아니란다. 권성희는 “팬들에게 에너지를 자주 받더니 혜은이가 더 밝아졌다”고 했다. 윤희정도 “무대에 선 본 사람만 아는 기운”이라고 했다. 혜은이는 “1년에 한 번씩은 대극장 공연과 디너쇼도 할 것”이라고 들떠 말했다. 윤희정은 28일 자신의 재즈 프랜즈 파티를 연다. 일반인들에게 재즈를 가르쳐서 같이 무대에서는 재즈 공연이다. 17번째다. 유명 건축가 홍태선 씨도 특별 손님으로 출연한다. 여전히 건재함을 보여주고 있는 윤희정이 친구들에게 즐거운 경고를 한다. “나 죽기 전에 너희들 죽지 마라. 누가 100억 원을 준다 해도 건강과는 안 바꿀 거다. 너희들 건강 잘 챙겨.”30년 만 더 보자혜은이가 언니의 명령을 이어 받는다.“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30년 만 더 이렇게 만나자. 우리.”권성희도 두 말 하면 잔소리라는 심정이다. “혜은이도, 언니도 자랑스럽고. 나한테 자랑스러운 친구가 둘 있어.”혜은이는 국민 가수가 됐고, 윤희정은 한국 재즈를 지켰으며, 권성희는 ‘나성에 가면’이라는 시대의 노래를 남겼고, 평범한 삶을 지켰다. 세 사람의 인생은 서로 달랐지만 우정만큼은 한 번도 다른 방향을 향하지 않았다.인터뷰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 혜은이가 마지막으로 한 말이 계속 뇌리를 스쳤다.“생각만 해도 좋은 사람이 있잖아요. 그냥 그 사람 자체만으로. 저에겐 둘 있습니다.”듣고 보니 세 사람은 서로의 무명 시절도, 가장 화려했던 순간도, 가장 힘들었던 시간도 모두 기억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긴 설명도 필요 없고, 힘든 일이 생겨도 애써 위로의 말을 찾을 필요도 없었다.권성희는 그 관계를 이렇게 정리했다.“우린 가식적일 필요가 없어요. 서로를 있는 그대로 아니까요. 동등한 마음으로 이야기하는 것, 그게 서로를 더 성장하게 만들죠.”생각해 보니 50년 우정은 거창한 약속으로 이어진 것이 아니었다. 그저 시간이 나면 만나 밥을 먹고, 옛날 얘기를 하고, 실컷 웃는 일이 반복됐을 뿐이다. 그러니까 또 만난다. 다음에도, 그 다음에도. 설명보다 웃음이 먼저인 사람들. 생각만 해도 좋은 사람 셋은 그렇게 오늘도 친구였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 2026-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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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과보다 역량…동국대 WISE캠퍼스, 154개 모듈로 미래 인재 키운다

    AI(인공지능)가 산업의 언어가 되고 직무의 경계를 빠르게 허물면서 대학 교육도 변화하고 있다. 특정 전공 지식만 갖춘 인재보다 다양한 분야를 연결하고 새로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융합형 인재가 대세다. 기업도 이런 인재를 원한다. 동국대 WISE 캠퍼스가 이 변화에 발맞춰 ‘모듈형 교육 과정’을 교육 혁신의 핵심으로 도입했다.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관심에 맞는 역량을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모듈형 과정은 전통적인 학과·전공 중심보다 작은 단위의 직무·역량·주제 중심 교육 과정을 의미한다. 2025학년도 입학생부터는 졸업 전까지 전공 외 1개 이상의 모듈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학생들은 복수전공보다 부담은 적지만 실질적인 직무, 융합 역량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교육 과정을 선택할 수 있다. 이수 결과는 졸업 시 마이크로디그리(Micro Degree)로 인증된다.● 컴퓨터공학과 학생이 영상 편집을 배우는 이유 이 교육 과정을 도입한 배경에는 학생 스스로 진로를 설계하고 확장할 수 있는 유연한 학사 구조를 구축하는 데 있다. 모듈형 과정은 기존 학과 중심 교육을 세분화한 형태다. 학생들은 자신의 전공에 더해 필요한 직무 역량을 선택적으로 쌓을 수 있다. 현재 운영 중인 모듈은 전공 모듈과 융합 모듈, AI·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AX 모듈, 창업 모듈, 자격 모듈, 산학연계 모듈 등 총 154개다. 실제 학생들은 전공의 경계를 넘어 진로를 설계하고 있다. 올해 1학기 모듈 신청 현황을 보면 총 303건의 신청 가운데 69%가 자신의 전공 계열과 다른 분야 모듈을 선택했다. 컴퓨터공학과 학생이 일본어와 영상 촬영·편집 모듈을 수강하고, 디자인미술학과 학생이 창업 모듈을 선택하는 식이다. 단일 전공만으로는 미래 직무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학생들의 인식 변화가 반영된 결과다.● 생성형 AI 활용에서 데이터 분석까지 한 번에 동국대 WISE캠퍼스가 특히 공을 들이는 건 특화 프로그램인 ‘시그니처 모듈’이다. 시그니처 모듈은 대학의 특성화 분야와 지역 산업 수요, 학생들의 관심을 반영해 개발된 융합형 교육 과정이다. 공연 미디어 프로덕션, 스토리텔링, 영상 촬영·편집, AI 프롬프트, 데이터사이언스 등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핵심 역량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특히 ‘AI 프롬프트 모듈’은 생성형 AI 활용법과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역량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데이터사이언스 모듈에서는 데이터 분석과 머신 러닝 기초를 학습할 수 있다. 이는 최근 동국대 WISE캠퍼스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대학 AI 기본교육과정 개발 지원 사업’에 선정돼 추진 중인 ‘모듈형 Human-AI 교육 표준 모델’ 구축 사업과도 맞닿아 있다. 대학은 AI 교육과 모듈형 교육 과정을 결합해 모든 학생이 전공 전문성과 AI 활용 역량을 동시에 갖추도록 지원하고 있다.● 학생이 직접 설계하는 미래 동국대 WISE캠퍼스는 모듈형 교육을 단순한 교과 과정 개편으로 보지 않는다. 학생 맞춤형 교육과 지역 사회와 산업 연계, AI 기반 미래 교육의 유기적인 결합이다. 학생 스스로 진로를 설계하고 지역 산업 수요와 미래 기술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혁신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류완하 총장은 “미래 사회는 하나의 전공 지식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복합적인 문제들이 늘어나는 시대”라며 “학생들이 다양한 분야를 융합하며 스스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모듈형 교육 과정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동국대 WISE캠퍼스는 앞으로도 AI 교육과 융합 교육을 결합한 모델을 고도화해 창의적 문제 해결 역량을 갖춘 미래 인재 양성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 2026-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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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콘텐츠 전망부터 지역 발전 이끄는 시민 교육까지… ‘미래 실험’ 나선 우석대

    글로컬 대학을 지향하는 우석대가 K콘텐츠의 세계적 영향력을 제고하는 방법과 지역 발전의 새로운 해법 모색에 나섰다. 먼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을 통해 전 지구로 확산되는 한류 콘텐츠의 사회적 가치와 지속 가능성을 논의하는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또 지역 문화 및 산업 자산을 활용해 발전 가능성을 탐색하는 시민 참여형 교육 과정을 시작했다.글로벌 K콘텐츠 담론 생산 거점 도약우석대는 19일 충북 진천캠퍼스 미래센터에서 ‘OTT 시대 K콘텐츠의 사회적 가치와 지속가능한 미래’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 심포지엄은 우석대 ESG국가정책연구소와 한양대 미래문화융합연구센터가 공동 주관하고 한국연구재단이 후원했다.최근 한국 드라마와 영화, 예능 프로그램은 전 세계 시청자에게 한국 사회와 문화를 전달하는 중요한 창구가 되고 있다. 특히 인권과 환경, 다양성, 공동체 같은 보편적 가치를 담아내고 있어 각국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이런 흐름 속에서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넷플릭스를 비롯한 글로벌 OTT 플랫폼을 발판 삼아 세계 문화시장에서 영향력을 더 확대하는 K콘텐츠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ESG(환경, 사회, 지배 구조) 가치는 무엇이며, 글로벌 사회 담론 형성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토론했다. 또한 K콘텐츠를 문화산업 성공 사례로만 보지 않고 사회적 가치 창출 관점에서 분석했다.주제 발표에 나선 이원영 한양대 교수는 ‘한국 사회 패러다임 전환과 영화 산업 텍스트·산업 구조 변화’를 주제로 한국 영화가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 발표했다. 차영주 한양대 교수는 ‘SDGs 관점에서 본 K문화의 외교적 가능성’을 주제로 토론거리를 제공했다.이창언 우석대 교수는 ‘OTT 시대 K콘텐츠에 투영된 역동적 한국인의 사회적 유전자와 ESG 담론의 한류적 확장’을 주제로 한국 사회가 K콘텐츠를 통해 어떻게 세계와 소통하고 있는지를 설명했다. 김찬우 금강대 교수는 ‘경계를 넘는 이야기: OTT 시대 한국 영상 서사와 한류의 담론적 확장’에서 글로벌 시청자들이 K콘텐츠에 공감하는 배경을 분석했다.주제 발표 후에는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와 ESG코리아, 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관계자 등의 종합 토론이 이어졌다. 이들은 K콘텐츠가 세계 각국의 시민사회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필요한 과제는 무엇인지 의견을 나눴다.최상명 진천캠퍼스 부총장은 “OTT 시대를 맞아 K콘텐츠는 지구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중요한 문화 매개체로 자리 잡고 있다”며 “K콘텐츠에 내재된 한국 사회 역동성이 글로벌 공공 의제와 어떻게 결합해 새로운 문화 거버넌스를 만들어 갈 수 있는지 모색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고 평가했다.시민과 함께 만드는 전주 ‘미래 지도’우석대는 지역 미래를 고민하는 시민 교육에도 힘을 쏟고 있다.우석대 미래융합대학은 전주시와 함께 전북특별자치도 발전론을 중심으로 한 시민 교육인 ‘전주문화경제학’을 운영한다. 이 교육 과정은 이달 18일부터 7월 23일까지 매주 목요일 전주시평생학습관에서 진행된다. 전주 시민들이 전주라는 지역을 더 깊이 이해하고, 이를 토대로 지역 발전 방안을 모색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이번 교육 과정에서는 문화 유산과 도시 브랜드, 혁신 도시와 공공기관, 지역 산업과 경제 구조 같은 전주의 핵심 자산을 종합적으로 다룬다. 시민들이 이 같은 자산의 강점과 과제를 직접 분석하고 발전 전략을 함께 고민한다. 특히 혁신 도시에 자리한 공공기관의 역할과 지역 기여 현황을 살펴보는 현장 프로그램과 답사 수업도 마련돼 있다. 참가 시민들은 지역 발전 정책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교육 과정 마지막은 ‘전주 시민, 전주의 미래를 말하다’는 주제의 발표회다. 참가자들은 교육을 받으며 스스로 도출한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정책을 제안하며 그 결과를 관련 기관에 전달할 예정이다.전주문화경제학 과정은 혁신 도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시민 교육 첫 사례다. 지역이 보유한 문화, 산업, 인력 자산을 활용해 전주의 성장 동력을 찾는 발전론을 교육에 접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황태규 우석대 미래융합대학장은 “지역을 가장 잘 이해하는 것이 지역 발전의 출발점”이라며 “이번 과정이 시민의 시각에서 전주의 문화와 산업, 미래 발전 가능성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 2026-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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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보교육재단, 송악마을서 지방 소멸 시대 교육·공동체 해법 찾다

    교보생명의 공익재단인 교보교육재단은 20일 충남 아산시 송악마을 일대에서 ‘2026 교보교육대상 수상자 교육여행 : 로컬 인사이트 트립’을 개최했다. 교보교육재단은 교보교육대상 수상자의 교육 철학과 실천 사례를 현장에서 경험하면서 교육의 본질과 사회적 역할을 재조명하는 차원으로 서울대 교원양성혁신센터와 교육 여행 프로그램을 3년째 이어오고 있다. 이번 여행은 서울대 사범대학 학생 및 예비 교사, 부설 학교 및 협력 학교 교직원 등 총 40명이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지방 소멸 시대에 지속가능한 교육 모델을 제시해 온 송악마을의 활동 사례를 듣고 공동체 활동의 핵심 주체인 거산초등학교, 송남중학교, 송남초등학교 일대를 탐방했다. 이어 일상과 교육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비폭력대화(NVC)를 연습하고 체득하는 시간을 가졌다. 교보교육대상 수상자들이 강사로 나서 예비 교사들에게 현장의 지혜를 전달해 그 의미를 더했다. 제27회 평생교육 부문 수상 단체인 송악마을 교육네트워크 ‘오늘’의 김태곤 대표는 ‘지방 소멸 시대, 지속가능한 로컬 브랜딩 비결’을 주제로 마을을 살려낸 경험을 공유했다. 또한 제27회 참사람육성부문 수상자인 캐서린 한 한국NVC센터 고문은 ‘마음을 열고 내 편을 만드는 대화법’ 강의와 함께 오해를 이해로 바꾸는 공감카드 게임과 교실에서 바로 쓰는 비폭력대화 실습 활동을 이끌었다.교육 여행에 참가한 서울대 사회교육과 황서영 학생은 “학교와 지역 사회가 유기적으로 협력해 폐교 위기를 극복한 송악마을의 사례를 보며 미래 교육의 대안을 찾았고, 교실에서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비폭력 대화법까지 배울 수 있었다. 예비 교사로서의 방향을 정립한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교보교육재단 최화정 이사장은 “이번 교육 여행은 교육의 본질과 교사의 역할, 그리고 사회적 책임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계기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도 수상자들의 경험과 지혜를 나눌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참교사 및 참사람 육성의 가치 확산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 2026-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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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전문대서 미래 찾은 아세안 청년들… ‘어떻게’를 배우고 ‘꿈’을 키우다

    한국에서 찾은 엔지니어의 미래“예전에는 학점을 따기 위해서만 노력하는 평범한 학생이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보낸 3개월은 저를 완전히 바꿔 놓았어요.” 인도네시아 국립 자카르타 폴리텍대학교(PNJ) 재학생 무함마드 리자 로바니는 한국에 와서 잠재력을 알고 자신감을 얻었다. 중장비 유지보수 기술을 전공하는 그는 지난해 구미대 특수건설기계과의 교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한국서 경험한 교육과 산업 현장은 진로만이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시선까지 바꿔 놓았다. 교육부 지원으로 추진되고 있는 ‘아세안 TVET 학생 교류 사업’의 상징적인 성과라 할 수 있다. 이 사업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운영하고 있다. TVET(Technical and Vocational Education and Training)는 기술·직업 교육 훈련이다. 한국의 전문대학과 아세안 국가 직업교육 기관 간의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학생들에게 글로벌 교육과 산업 현장 경험을 제공한다. 2024년부터 5년간 시범 운영되고 있다.굴착기에서 드론까지, 자격증으로 증명된 한국-아세안 직업 교류 성과 청년 취업난이 심화되는데 산업 현장에선 글로벌 인재 수요가 커지고 있다. 다양한 문화, 산업 환경의 경험과 국제적 협업 역량이 핵심이다. 한국과 아세안은 그동안 ‘아세안+3(APT) 교육 분야 행동 계획’과 ‘한-아세안 행동 계획’을 통해 직업 교육 분야 협력 확대와 학생 교류 활성화를 추진해 왔다. 2024년에는 양측이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CSP)’를 수립했다. 협력 수준을 한 단계 더 강화한 것이다. 최근 발표된 ‘ASEAN-ROK CSP 행동 계획(2026∼2030)’에서도 미래 산업, 디지털 전환,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대응할 청년 인재 양성과 인적 교류 확대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이 사업에는 경인여대, 계명문화대,구미대, 한국영상대 등 국내 4개 전문대학이 참여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태국 등 3개국 9개 대학과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올해 4개국 12개 대학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메카트로닉스, 관광·서비스, 멀티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학생들은 강의만 아니라 산업체 연계 교육, 현장 실습, 기업체 체험 프로그램 등에 참여해 실무 역량을 키운다. 사업 성과가 눈에 띈다. 2024년에는 총 82명, 지난해에는 127명의 학생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현재까지 누적 참여 인원은 209명이다. 2026년에는 파견·초청 학생 각각 80명 씩 총 160명 규모로 확대 운영될 예정이다. 참여 학생들의 역량 향상이 뚜렷하다. 구미대에 초청된 인도네시아 학생들은 소형 굴착기 조정 면허 과정을 수료했다. 한국 건설, 기계 분야의 실무 기술을 익혔다. 계명문화대에 참여한 말레이시아와 태국 학생들은 한국외식음료협회 라떼 아트 자격증을 취득했다. 한국영상대에 온 인도네시아 학생들은 한국교통안전공단의 무인 동력 비행장치(드론) 4종 자격증을 취득했다.‘어떻게’와 값진 ‘직업 윤리’를 배워… 실무 현장서 찾은 인생의 방향 그 가운데 로바니는 돋보였다. 한국에 오기 전부터 한국의 중장비 산업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인도네시아에도 많은 중장비가 쓰이고 있지만, 보다 높은 기술 수준과 체계적인 유지 보수 시스템을 배우고 싶었다. 로바니는 “단순히 무엇을 하는지를 배우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는지를 알고 싶었다”며 “한국이 중장비 산업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체계적인 과정을 경험하고 싶어 프로그램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은 실습 교육이었다. 구미대 실습장에서 엔진의 5대 시스템과 유압 시스템에 대한 교육을 받고 직접 타이어식 굴착기와 무한궤도 굴착기를 조작했다. S자 장애물 코스를 통과하는 주행 실습부터 굴착, 되메우기, 지면 정리, 버킷 탈부착, 지게차 운전까지 다양한 작업을 경험했다. “교실에서 배운 이론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직접 확인할수 있었습니다. 특히 산업체 ‘HAEIN’을 방문했을 때 학교에서 배운 내용이 산업 현장에서 그대로 활용되는 것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어요.” 그는 한국 교육 시스템이 산업 현장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학생들이 졸업 후 바로 현장 투입이 가능하도록 설계가 돼 있다는 것이었다. 한국 학생들에게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받았다. 로바니는 “한국 학생들은 실습을 할 때 진지하고 집중력이 뛰어났다”며 “작은 부분 하나도 철저하게 관리하는 태도를 봤다. 직업 윤리를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체계적이고 정돈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의 시간은 새로운 목표를 안겼다. 그는 “과거에는 단순히 졸업을 목표로 공부했다면 지금은 인도네시아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엔지니어가 되고 싶다”며 “장비 고장의 근본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하는 능력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제 그의 목표는 학부 졸업 후 중장비 유지 보수 관리 분야에서 실무 경험을 쌓고, 이후 글로벌코리아장학금(GKS)을 통해 한국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이다. 로바니는 후배들에게도 해외 교류 프로그램에 적극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언어와 문화 차이가 두려울 수 있지만 막상 현장에 가면 자연스럽게 적응하게 됩니다. 질문도 많이 하고 실습에도 적극 참여해야 합니다. 이런 경험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답을 얻어 오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이번 사업의 의미를 이렇게 정리했다. “한국에 오기 전에는 내 자신이 평범한 학생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인도네시아 중장비 산업에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다고 믿게 됐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어떤 엔지니어가 돼야 하는지 기준을 세워준 인생의 전환점이었습니다.” 이난영 교육부 국제교육기획관은 “한국 전문대학의 현장 중심 교육이 아세안 청년들의 실질적인 기술 역량을 끌어올리고 자신감을 심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이 교류가 “한국과 아세안 청년들의 글로벌 역량 강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 2026-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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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역에서 배우고 세계와 연결되며 지역 산업을 키우다

    강원대 춘천캠퍼스의 한 프로젝트 실습실. 학생들은 노트북 화면의 도로 영상을 보며 AI(인공지능) 모델의 인식 결과를 확인하고 있다. 화면에는 차량과 보행자, 장애물이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한 학생이 데이터 정확도를 점검하고 다른 학생은 알고리즘 성능을 개선한다. 강원 지역 디지털 트윈(현실 세계의 기계, 장비, 사물 등을 가상 세계에 구현하는 것) 전문 기업 더픽트(The PICT)와 협력해 ‘노면 장애물 탐지 AI 시스템’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현장이다.학생들은 컴퓨터 영상 기반 객체 탐지 알고리즘 욜로(YOLO)를 활용해 도로 위 장애물을 실시간으로 탐지하는 AI 모델을 개발했다. 데이터 수집과 가공, AI 모델 학습, 웹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 구현까지 전 과정을 직접 수행했다. 프로젝트에는 기업 실무진도 참여했다. 학생들은 현업에 종사하는 전문가와 회의를 하고 피드백을 받으며 결과물 수준을 높였다. 강의실에서 배운 AI 기술을 실제 산업 현장 문제 해결에 적용하는 값진 경험을 했다.‘수도권에 있느냐’가 더 이상 대학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가 되지 않는 시대가 오고 있다. 학생이 어디에서 배우든 그 배움이 산업 현장 및 세계적 기술 흐름과 이어질 수 있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 AI가 모든 산업의 언어가 되면서 대학 교육 기준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춘천 강릉 삼척 원주 캠퍼스를 연결한 대한민국 최초 1도 1국립대 체계의 강원대(총장 정재연)는 ‘AI First 캠퍼스’를 중심으로 학생들이 지역에서 배우고 세계와 연결되는 실전형 AI 교육 기반을 넓혀 가고 있다.● 모든 전공에 AI를 더한다강원대 AI 교육의 핵심은 ‘모든 학생을 위한 AI’다. AI 교육은 개발자를 지향하는 특정 전공 학생의 전유물이 아니다.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은 AI를 활용해 데이터 분석과 정책 설계, 콘텐츠 기획 역량을 키운다. 농생명 분야 학생들은 스마트농업과 정밀 데이터 분석 기술을, 의생명·보건 분야 학생들은 의료 데이터 분석과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익힌다. 공학계열 학생들은 생성형 AI와 클라우드 기반 개발 역량을 강화한다.강원대는 AI 기초 교육 확대와 함께 융합 전공, 마이크로디그리(세부 전공) 과정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학생들은 전공에 관계없이 AI 역량을 습득하고 자기 전공 분야와 결합할 수 있다.교육부 지원 ‘AI 분야 첨단산업 인재양성 부트캠프 사업’으로 교육 혁신에 더 속도를 내고 있다. 강원대는 이 사업을 통해 생성형 AI, 클라우드 AI, 의료 AI 같은 첨단 산업 분야 수요를 반영한 프로젝트형 11개 교과를 새로 개설했다. 초·중·고급 단계별 몰입형 교과목 5개와 전문 심화 트랙 성격의 고급 교과목 6개도 신설했다. 이론 중심 교육을 넘어 산업계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 중심 교육 과정으로 바뀌고 있다. 학생들은 기업 데이터를 활용해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AI 모델을 개발하고 결과물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실무 역량을 쌓는다. 대학 교육과 산업 현장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다.● 지역 산업과 연결되는 융합 교육 확대강원대는 4개 캠퍼스의 강점을 지역 산업과 연결하고 있다. ‘성장 엔진 연계 융합형 단과대학’ 구상을 바탕으로 캠퍼스별로 지역 산업과 연계된 특성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춘천캠퍼스는 바이오헬스와 데이터 산업, 강릉캠퍼스는 신소재와 해양바이오, 삼척캠퍼스는 수소에너지와 방재 산업, 원주캠퍼스는 반도체와 디지털 헬스케어를 맡는다. 지역 산업계 문제를 대학이 함께 해결하는 구조를 만들어 실무형 인재를 양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더픽트와의 프로젝트가 대표적 사례다. 학생들은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을 개발했고, 기업은 대학 인재와 연구 역량을 활용했다. 지역 기업과 대학이 함께 성장하는 모델이다. 대학원과 연구 분야 연계도 강화한다. 특성화융합연구원을 중심으로 지역 전략 산업 관련 응용·융합 연구를 확대할 예정이다. 강원대는 이를 통해 교육-연구-취업-정주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기를 기대한다.성과도 나온다. 지난해 운용한 산학 협력 프로젝트 70건에 학생 170명이 참여했고 올해는 현재까지 프로젝트 90건에 학생 203명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13개 팀, 학생 57명이 소프트웨어(SW) 창업 동아리에 참여한 데 이어 올해도 11개 팀 38명이 창업 활동을 벌이고 있다. 실제 SW 창업 사례도 배출됐다.● AWS·구글과 함께 배우는 AI강원대 AI 교육의 또 다른 특징은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이다. AWS코리아, 구글클라우드코리아, 네이버클라우드, 업스테이지 등 국내외 AI 및 클라우드 기업과 협력하며 현장 기술과 교육 과정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AWS코리아와의 협력은 눈에 띈다. 학생들은 AWS 현직 전문가의 강의를 통해 최신 클라우드 및 AI 기술 동향과 현장 사례를 접하고 있다. AWS 샌드박스 환경을 활용해 클라우드 서비스를 구축하고 운영해 본다. AWS 자격증 대비 교육과 AWS 스킬빌더, AWS 클라우드퀘스트 같은 글로벌 학습 플랫폼도 활용하면서 프로젝트 수행 역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앞으로 공동연구소 설립 추진 등 협력 범위를 넓힐 예정이다.학생들은 지난해 데이터분석준전문가(ADsP), 정보처리기사, SQL개발자(SQLD), 리눅스마스터, 개인정보관리사(CPPG), AI-POT, AICE Junior를 비롯한 국내 AI 관련 자격증 64건을 취득했다. 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Azure), 구글 클라우드 국제 자격증도 6건 취득했다. 구글클라우드코리아와 함께 운영하는 ‘Google@KNU’ 과정도 학생들이 글로벌 인증 체계에서 실력을 검증받을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다.● 학생들이 만든 생성형 AI 서비스학생들은 AI 활용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있다. 생성형 AI 콘텐츠 기업 망고트리와 함께 진행한 프로젝트에서 학생들은 대규모언어모델(LLM)을 활용해 ‘생성형 AI 기반 웹 창작-소설 플랫폼’을 개발했다. 사용자 선택에 따라 이야기 전개가 달라지는 인터랙티브 콘텐츠다. AI가 등장인물 성격과 배경을 분석해 페르소나를 만들고 주요 사건을 요약하며 전체 이야기 구조를 분석한다. 사용자 경험(UX) 설계와 AI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웹 서비스 개발 역량까지 종합적으로 요구되는 프로젝트였다. 학생들은 콘텐츠 기획부터 서비스 구현까지 프로젝트에 참여한 기업 실무진의 피드백을 받았다.이 프로젝트는 ‘AI 부트캠프 어워즈 해커톤’에서 1위를 차지했다. 수상 학생들은 일본을 방문해 글로벌 IT 기업 관계자들 앞에서 직접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전문가들의 피드백을 경험했다. 지역 캠퍼스에서 시작한 프로젝트가 국제 무대로 연결되고 있다.● 강원에서도 첨단 AI 연구 가능지속적인 AI 교육을 위한 인프라도 중요하다. 강원대는 학생 프로젝트와 교수 연구, 지역 기업 공동 개발을 지원하는 핵심 인프라인 AI·GPU센터를 중심으로 고성능 GPU 서버와 AI 연구 자원을 구축하고 있다. 이곳에서 생성형 AI, 빅데이터, 디지털헬스케어, 바이오헬스, 반도체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와 실습을 수행할 수 있다. 또한 AI 융합교육원, 특성화융합연구원, 반도체공동연구소 등과 연계하고 있다.학생들은 주로 수도권에 소재한 대기업 연구소에 가지 않고도 대학에서 첨단 AI 기술을 경험할 수 있다. 교수진과 연구자는 지역 산업 문제를 연구하고, 지역 기업은 대학의 연구 인프라를 활용해 기술 경쟁력을 높인다.● 지역에서 배우고 세계와 연결되는 인재로강원대 AI 교육의 목표는 지역에서 학생이 세계적 기술 흐름을 경험하고 배우며, 지역 산업 현장에서 성장해서 다시 지역 경쟁력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AI 교육, 공유 교육, 글로벌 기업 협력, 고성능 연구 인프라, 산학협력 프로젝트는 따로 움직지 않고 학생의 성장 과정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된다.정재연 총장은 “강원대는 대한민국 최초 ‘1도 1국립대’로서 강원특별자치도 전역의 교육과 연구 역량을 하나로 연결하고 있다”며 “전 학문 분야의 AI 전환(AX)과 공유 교육 체계, 글로벌 기업과의 실질적 협력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지역에서도 세계적 수준의 연구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과 연구, 취업과 정주가 선순환하는 지역 혁신 생태계를 구축해 청년의 성장과 지역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국가거점국립대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 2026-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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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페라하우스 뒤에서 만난 기억, 기술, 사람… 그 아름다운 ‘B컷’[유재영 기자의 아트로드]

    B컷. 화보나 광고 촬영에서 대표 사진으로 선택받지 못한 나머지 컷을 뜻한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사람들이 점점 A컷보다 B컷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연출된 미소보다 순간 스쳐 지나간 표정이 더 진짜 같기 때문이다. 빅스타의 화보보다 메이킹 필름이나 B사이드 버전이 더 화제가 된다. 여행도 그렇다. 여행지 랜드마크보다 뒷골목 사진이 기억에 남는다. 호주 시드니의 A컷은 분명하다. 오페라하우스와 하버 브리지. 엽서와 관광안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피드에는 늘 엇비슷한 풍경이 등장한다. 유튜브 알고리즘도 마찬가지다. 시드니의 ‘얼굴’은 누구나 본다. 궁금한 건 ‘표정’이다. 마침 남반구 최대 문화축제 ‘비비드 시드니(Vivid Sydney)’가 열렸다. 매년 5월에서 6월 초에 빛과 음악, 그리고 미식이 시드니를 화려하게 장식한다. 이 축제를 통해 시드니 사람들은 어디에 시간을 쓰고 어디에 감정을 남겨 둘까 확인해 보고 싶었다. 관광안내서에는 나오지 않는 그곳의 표정을 찾아 나섰다.● 시드니의 기억을 보관하는 동네시드니대학교를 향해 걷다가 방향을 잠시 잃고 우연히 들어선 곳이 글리브(Glebe)라는 지역이었다. 아룬델스트리트와 포인트로드를 걷다 보니 오래된 테라스하우스들이 이어진다. 중고서점, 빈티지 숍, 카페 등도 나란히 서 있다. 서울로 치면 서촌과 연남동 거리가 한데 섞인 분위기다. 세련되기보다 편안하고, 화려하기보다 깊이가 있다. 글리브는 시드니의 기억 같은 동네다. 글리브라는 말은 원래 교회 소유 토지를 뜻한다. 영국이 시드니에 죄수로 구성된 정착민을 보내기 시작한 1788년 무렵 글리브는 성공회 성직자 리처드 존슨에게 하사된 토지였다. 시드니가 초고층 빌딩 숲의 금융 중심지로 변모하는 동안에도 이곳은 오래된 풍경을 지켜 왔다. 걷다 보면 현재보다 과거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사포 북스, 카페 앤 바’가 보인다. 허름한 책방 느낌이다. 빛이 바랜 외벽과 삐걱거리는 목재 바닥, 좁은 계단이 창밖에서 보인다. 그 안에 들어선 순간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방과 방, 복도와 계단을 따라 천장까지 닿는 책장들이 이어지며 미로를 만든다. 책이 족히 수만 권은 돼 보인다. 누군가의 비밀 도서관에 초대받은 기분이다. 호주 역사를 시작으로 문학, 철학, 예술 서적이 끝없이 진열돼 있다. 절판된 고전과 사전, 표지를 두꺼운 합지로 만들어 실로 엮은 양장본…. 시드니의 ‘어제’ 저장소다. 책 분류표는 모두 손으로 썼다. 워드 프로그램으로 출력하면 더 깔끔할 텐데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 시간을 보관하기 위해서일지도 모르겠다. 책장을 둘러보다 뜻밖의 책을 만났다. 이현세의 골프 만화 ‘버디’. 그리고 영어로 된 한국어 입문서 ‘Korean for Beginners’였다. 중국어 사전과 일본어 교재 사이에 꽂혀 있다. 서울의 저자 박규봉 씨가 미국의 저자와 함께 썼다. 영어로 설명된 ‘사랑해’ ‘사랑해요’ ‘사랑합니다’를 보니 왜 이리 반가운지. 누군가 이 책으로 한국어를 배웠을 것이다. 어떻게 이 책이 시드니의 오래된 헌책방까지 흘러 들어왔을까. 그 옆에는 베토벤 악보와 비틀스 전기, 밥 딜런 평전이 나란히 꽂혀 있다. 한국어 교재 옆에서 클래식과 팝음악이 공존한다. 이 작은 공간이 시드니의 다양성을 압축해 보여주는 듯했다. 살짝 아쉽다. 우리 가수들 악보도 채워 넣고 싶어진다. 뒤뜰에 있는 카페에서 인기 있다는 ‘플랫 화이트’ 는 라떼보다 진하고 카푸치노보다 부드럽다. 가격도 착해 5.5호주달러(약 5900원). 시드니의 감성을 더 선명하게 붙잡아 두는 마침표 같다. ● 단 하나 남은 장인들의 백화점오페라하우스와 하버 브리지 사이의 부두인 서큘러 키(Circular Quay)는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여기서 센트럴역까지 이어지는 중심업무지구(CBD)는 서울 광화문과 명동, 압구정동 로데오거리를 합쳐 놓은 듯하다. 금융과 쇼핑, 관광이 뒤섞여 있다. 서울과 닮은 감성, 그리고 사뭇 다른 멋을 찾고 싶어지는 찰나, 한 건물 벽에 붙은 둥근 초록색 안내판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스트랜드 아케이드. 존 스펜서가 설계해 1892년에 개장했다. 한때 시드니에서 흔하던 소매 형태의 마지막 사례다.’ 시드니에 남은 마지막 빅토리아 시대 쇼핑 아케이드. 시드니의 ‘생존자’다. 유리 천장과 스테인드글라스 창문, 철제 장식은 당시 런던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명품 브랜드 간판은 안 보인다. 안쪽으로 들어가니 가죽 공방에 놓인 오래된 싱거(Singer) 재봉틀이 시선을 끈다.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일제강점기에 사용됐다며 전시된 싱거 재봉틀을 본 적이 있다. 여기선 여전히 현역이다. 쇼윈도 너머에서 구두 장인이 가죽을 다듬고 있었다. 맞춤 셔츠 가게에서는 백발의 재단사가 셔츠 칼라를 손질하고 있었다. 창에는 폭과 곡선, 각도가 모두 다른 칼라 샘플 20여 개가 걸려 있다. 세상이 점점 빠르게 변하는 동안에도 이곳은 멈춘 듯했다. 아케이드 밖에서는 유행이 만들어지고 소비되고 버려진다. 여기서는 시간을 들인 기술이 여전히 존중받는다. 기분이 묘하다. 스트랜드 아케이드 1층 중앙 ‘검션(Gumption) 커피’는 세계 커피 애호가들 사이에서 유명한 곳이란다. 시드니 3대 커피 맛집으로 꼽힌다고. 호주 커피 대표 브랜드 ‘커피 알케미(Alchemy)’가 운영하는 매장인데 바리스타 챔피언들의 로스터리다. 바리스타는 또 다른 장인인 셈이다. 한국으로 말하자면 ‘오늘의 커피’인 이곳 ‘배치 브루’는 무조건 추천이다. 시간을 소중하게 다루는 장인정신의 마지막 증인들을 보고 장인의 커피까지, 이런 호사가 있나 싶다. 경천철(트램) 퀸빅토리아 빌딩(QVB)역에 내렸다면 반드시 여기를 와야 한다.● 사람을 전시하는 미술관도메인 공원은 1788년 호주 총독의 정원과 농장이 있던 곳이다. 시간이 흘러 시민의 공간이 됐다. 공원 중심에는 뉴사우스웨일즈 주립미술관(AGNSW)이 있다. 안으로 들어서면 벽마다 호주 사람들 얼굴이 걸려 있다. 한국 미술관에서는 주로 거장들을 만나는데, 여기는 시드니를 사람으로 설명하는 곳 같다. 호주 최고 권위 초상화상(賞)인 ‘아치볼드 프라이즈’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배우, 음악가, 예술가, 평범한 시민들 초상화가 전시장을 채우고 있었다. 그림 옆에는 그 사람이 살아온 시간과 상처,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공동체에서 맡은 역할 등 설명이 붙어 있다. 얼굴이 아니라 삶을 그린 것이다. 이 사람들이 곧 ‘시드니이자 호주’라고 알려주는 것 같다. 올해 대상 수상작 앞에서는 오랫동안 발걸음을 뗄 수 없었다. 원주민 원로 일루완티 켄 초상화였다. 주황색 배경에 서 있는 그의 코 옆 깊은 주름이 남다르게 다가온다. 그는 호주 남부 사막 지역 원주민 공동체의 전통 치유사였다. 한 사회가 가장 중요한 얼굴로 누구를 선택하는지를 보면 그 사회가 무엇을 존중하는지 알 수 있다. 호주는 가장 유명한 얼굴보다 가장 오래 공동체를 지켜온 얼굴을 벽에 걸었다. 관광객이 몰리는 곳이 아닌 우연히 나를 붙잡은 곳에서 시드니의 옛 숨소리, 로컬의 습관, 관계의 온도, 천천히 흐르는 시간, 그리고 사람을 봤다.1989년 7월 27일자, 시드니 항구와 해안 재개발을 다룬 동아일보 기사에선 시드니가 바다를 시민들에게 어떻게 돌려줄지 물었다. 그전까지 바다는 ‘경제’였다. 부두는 창고와 선적 시설로 가득했다. 산업 공간에 사람들은 좀처럼 다가가지 않았다. 37년 후, 시드니는 일상의 바다를 돌려받은 것 같다. 바다와 함께 사라질 뻔한 기억과 기술, 그리고 사람들도 함께.시드니=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 2026-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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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매어도, 돌아가도 괜찮아요”

    ‘음악 큐레이터’ 김숙진이 전하는 인생의 선율 “클래식 음악은 참 아름답지만 어렵게 느끼는 분들이 많아요. 잘 알아야만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하죠. 그 선입견을 깨고 싶었죠.”김숙진 ‘킴스 오케스트라’ 단장(사진)은 “음대에 들어가서 했던 ‘뻘짓(허튼짓의 전라도 방언)’이 지금의 나를 있게 했다”고 말한다. 다른 전공 강의를 듣고 학생들을 집에 모아 자신의 꿈을 계속 파고들게 했다. 음악인으로는 다소 엉뚱해 보였던 지난 방황은 공연기획자이자 음악해설가, 교육가, 오케스트라 단장으로의 그를 있게 했다.1980, 90년대 드라마에 자주 등장한 인기 탤런트 송기윤의 아내라는 사실은 얼마 전에야 잠깐 알려졌다. ‘킴스 오케스트라’를 창단한 과정도 그답다. 발로 뛰어 섭외가 힘들다는 유명한 국내 정상급 연주자 45명을 모셔왔다. 지휘자는 최영선 밀레니엄 심포니 오케스트라 전임 지휘자다. 대한민국 오페라페스티벌, 통영국제음악제, 국립오페라단 등에서 지휘를 했고,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의 전속 지휘자이기도 하다.김 단장은 영화 음악, 팝페라, 탱고,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를 클래식과 함께 엮는다. 음악의 스토리를 사람의 마음과 연결시키려고 한다. 무대에 올라 진행을 하면서 작곡가가 어떤 마음으로 곡을 썼는지, 그 음악이 탄생한 시대와 배경은 무엇인지, 그 음악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감정과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이야기한다. ‘이야기가 있는 콘서트’가 탄생한 이유다.>> 음대생의 엉뚱한 외도예중·예고를 안 가고 서울대 음대(기악 전공)에 입학한 그는 어린 시절부터 천재 소리를 듣고 자란 학생들 사이에서 처음으로 재능의 벽을 느꼈다. 마음 정리를 하려다보니 법대 강의를 들었고, 의상학과 경영학도 접했다. 재즈에 빠졌고 영화 음악과 대중 음악도 탐닉했다. 그 과정에서 클래식이 고집하는 절대적 세계관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다고 한다. “졸업할 때쯤 되니 잘하는 친구들이 목숨 걸고 가겠다는 길을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 전혀 안 생기더라고요.” 의상을 공부한 경험으로 공연을 기획하며 무대 의상과 조명의 색감, 연출과 공간의 흐름을 직접 조율할 수 있었다. 경영 공부가 조직 운영에도 큰 도움이 됐다.>> 아이들의 꿈을 찾게 한 거실 음악회한 때 그는 서울 목동 아파트 지역 등에서 ‘음악 레슨의 여신’으로 불렸다. 새벽 6시부터 밤까지 음악 이론, 입시 레슨, 피아노, 속성 악기 지도를 닥치는 대로 했다. 수많은 학생을 가르치며 그는 한 가지 문제를 알게 됐다.“아이들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고 성적만 보고 살더라고요. 적성이나 꿈이 머리에 없었다는 것에 너무 놀랐어요.”그래서 자기 집 거실을 열었다. 학생들을 모아 ‘비전 스쿨’을 운영했다. 전문가들을 초청해 적성과 진로를 찾도록 도왔다. 마지막 수업은 늘 특별했다. 학생들이 부모 앞에 서서 자신의 꿈을 발표하도록 했다. 어떤 사람이 되겠다는 구체적 목표를 세우게 했다.“처음에는 꿈이 없던 아이들이 어느 순간 자기 삶을 설계하더라고요. 아이들 발표를 보면서 부모들이 울어요.”김 단장은 그 시간에 음악을 더했다. 피아니스트와 성악가, 국악인 등을 초청해 ‘살롱 콘서트’를 열었다. 집 거실은 음악회가 됐다. 아이들이 음악을 듣고 자기 얘기를 너무 잘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학부모들이 몰렸고, 학교와 지역 사회에서도 관심을 보였다. 김 단장은 학교들을 돌며 진로 특강과 음악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교장 선생님을 중창단 무대에‘비전 스쿨’은 희망나눔 콘서트로 이어졌다. 공연을 통해 장학금을 마련해보자는 생각을 했다. 지역 학교 교장 선생님들로 중창단을 만들어 무대에 세우려 했다. 첫 반응은 냉담했다.“처음에는 다들 ‘저 여자 왜 저러냐’고 했죠. 정치하려고 사람들 만나고 다니는 것 아니냐는 오해도 받았어요.”하지만 김 단장은 직접 학교를 찾아다니며 설득했다. 결국 교장들이 하나둘 마음을 열었다. 몇 달 동안 연습을 하고 공연 당일, 나비 넥타이를 맨 교장선생님들이 무대에 올라 ‘빨간 구두 아가씨’와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불렀다. 학생과 학부모들로 가득 찬 객석에서는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수익금과 후원금은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전달됐다. 그때 김 단장은 음악의 또 다른 힘을 발견했다.“어떤 음악이든 진심이 녹아든다면 ‘누군가의 삶을 바꿀 수도 있겠구나’ 확신이 들었어요.”산을 오르고 내려오는 사람들을 위해 국립공원 음악회도 생각해냈다. 국립공원 관계자들을 찾아가 한 번의 대형 공연보다 전국을 순회하는 음악회가 더 의미 있다고 설득했다. 그렇게 숲과 계곡, 산자락이 공연장이 됐다. 등산객과 캠핑객, 가족 단위 여행객들은 예고 없이 음악을 만났다. 음악이 사람을 찾아가는 방법에 대한 또 하나의 실험이었다.>> 음악이 사람에게 가는 길그는 최근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킴스 오케스트라’의 첫 무대인 ‘청소년과 함께하는 김숙진의 이야기가 있는 콘서트’를 열었다. 클래식과 성악, 탱고, 탭댄스, 합창이 어우러진 공연이었다. “어떻게 하면 음악이 사람들의 삶 가까이 갈 수 있을까, 늘 생각해요. 공연을 보고 돌아가는 길에 자기 삶을 한 번쯤 돌아보고, 마음 한 편에 따뜻한 힘을 얻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그는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기웃거렸다. 그러나 그 길들은 결국 하나로 이어졌다. 음악을 사람에게로 데려가는 길이었다.이 시대 골든걸들에게 자신의 인생이 어떤 메시지로 전해지길 바랄까.김 단장은 잠시 생각하더니 웃으며 말했다.“굳이 남들과 같은 길을 갈 필요는 없어요. 돌아가도 되고, 늦어도 되고, 헤매어도 돼요. 되돌아보면 그 시간들이 다 연결돼 있더라고요.”그는 교향악단 수석이 되지 못했다. 세계적인 연주자가 되지도 않았다. 대신 남들보다 조금 더 돌아갔다. 그리고 그 시간들을 버리지 않았다. 그렇게 수많은 인생의 ‘음’들이 모여 ‘김숙진’만의 선율이 됐다. 김 단장은 오늘도 그 선율을 사람들 곁으로 보내고 있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 2026-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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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고, 먹고, 바라본다… 시드니가 바다를 누리는 법

    >> 생선보다 풍경이 먼저 보인다뭘 먹을까? 해외에 도착하면 늘 먼저 입이 궁금하다. 비행기 기내식으로는 양이 차지 않는다. 호주 시드니에 도착한 날도 그랬다. 시드니는 바다가 도시 안으로 스며든 세계 최고의 항구 도시 아닌가. ‘그래, 오늘은 생선으로 정했다.’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이나 가락 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에 가는 마음으로 시드니 수산시장(Sydney Fish Market)을 찾았다. 1964년 뉴사우스웨일즈주 정부 기관이 운영을 시작한 이곳은 재건축을 거쳐 올해 1월 새롭게 문을 열었다. 남반구 최대 규모 수산시장으로, 개장 두 달 만에 100만 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이 선정한 ‘2026 세계 최고의 장소’에도 이름을 올렸다.시드니 도심 어디서든 접근은 쉽다. 글리브(Glebe)역이나 웬트워스 공원(Wentworth Park)역에 내리면 된다. 구글 지도에 표시된 L은 Light Rail이다. 경전철(트램)이다. 창밖으로 도심 풍경을 눈에 담고 올 수 있다. 보너스다. 웬트워스 공원 역에서 내려 와틀 스트리트를 따라 5∼10분 남짓 걸었다. 수산시장 동쪽 건물과 수변 광장이 눈으로 들어온다. 파도와 비늘 무늬를 형상화한 지붕, 계단식 좌석과 넓은 광장은 어디선가 본 실루엣이다. 서울월드컵경기장 북쪽 매표소 입구 풍경과 묘하게 닮았다. 오른쪽으로 바다와 그 위로 연결된 대교가 들어온다. 블랙와틀만(Blackwattle Bay)과 안작 브리지(Anzac Bridge)가 협공(挾攻)을 하며 시야를 채운다. ‘봤지?’라고 으름장을 놓는 것 같다. 아주 좋은 ‘애피타이저’다. >> 거래보다 머무름이 먼저였다입장 전까진 경매사들의 고함, 물건을 옮기는 분주한 발걸음, 손님을 부르는 상인들의 목소리를 기대했다. 한국 수산시장 분위기와 비슷하겠지? 예상은 빗나갔다. 각지에서 들어온 생선과 해산물들이 반듯하게 정렬된 채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큰 소리가 없다. 바다를 품은 박물관 같았다. 한국의 수산시장은 참을 수 없는, 피할 수 없는 ‘거래의 공간’이다.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랬다. 철저하게 이 말이 실천된다. 눈 구경 잠깐에 이어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윈윈하는 즉석 합의를 거치면 괜찮은 맛을 즐기고 기분 좋게 끝이 난다. 시끌벅적한 ‘체험 삶의 공간’ 이다. 여긴 바다를 여유있게 경험하고, 멍 때리는 공간이다. 한국은 사고, 먹고, 이동한다. 시드니 수산시장에선 사고, 먹고, 머무르다가, 바라본다. 킹크랩과 퀸즐랜드 그루퍼, 코럴 트라우트, 블루 스위머 크랩, 태즈메이니아산 랍스터가 색을 뽐낸다. 타이거 프라운, 킹 프라운 새우는 시푸드의 끝판왕이라는데, 여기저기 통통하게 살이 올랐다고 몸 자랑을 한다. 시장 한 가운데 전시물처럼 놓인 황다랑어(Yellowfin Tuna)는 예술 작품이나 다름없다. 지방이 과하지 않고 맛이 담백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Sashimi grade’ 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회로 먹을 수 있는 최상급 품질이란다. 침 고인다. 1988년 문을 열었다는 가게에 진열된 퍼시픽 오이스터(Pacific Oyster)를 주문했다. 한국에서 먹는 굴과 비슷하다. 크기는 손바닥으로 펼쳐도 다 못 가릴 정도. 재밌게 XL 사이즈라고 메뉴판에 쓰여 있다. 칠리 폰즈 소스를 얹어주는 굴 6개(1/2 DOZ)가 20.5 호주 달러(약 2만 2000원)다. 포장 중 하나를 집어 들고 입에 넣으니 짭조름한 바다 향이 먼저 들어온다. 어디에선가 조개 육수에서 맛본 감칠맛이 비집고 들어 온다. 굴과 소스가 품는 단맛이 뒤늦게 막차 버스 타듯 밀고 온다. 씹을수록 바다 향은 더 선명해진다. ‘요것 봐라’, 딱 그 말이 나온다. 이곳에선 걸음 속도도 느려진다. 사람들이 서두르지 않는다. 그래서 시간의 흐름을 잊는 것 같다. 한국 수산시장에선 수조에서 흘러 내린 물이 옷에 튈까봐 걸음을 재촉한다. 장 보는 속도도 빠르다. 그런데 시드니 수산시장은 ‘얼마나 오래 머무를 수 있느냐’를 많이 고민한 듯 하다. 생선과 해산물을 구경하다가 카페에 들르고, 디저트를 먹고, 와인을 마실 수 있다. 생선 판매점과 스시 바, 그릴 요리 코너, 빵집, 와인 샵, 기념품 가게가 하나의 동선으로 이어진다. 갓 구운 타르트에 샐러리와 당근, 생강을 함께 갈아 주는 시드니 쥬스를 보고 또 한 번 발길이 멈춘다. 갈등 최고조다. 고독하면서 복잡한 미식가가 되는 순간이다. >> 시드니를 닮은 참치 한 접시야외 테라스는 시장의 백미다. 사람들은 구입한 음식을 들고 바다 앞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식사를 하고 머무름이 시작된다. 바다를 보고, 사람을 본다. 시간을 누리는 공간이다. 서둘러 떠나지 않아도 되는 여유, 머무를 수 있는 풍경까지 사람들이 사고 있다.바다를 향한 시야가 막힘이 없는 레스토랑 ‘터치 우드(Touch Wood)’의 참치는 한국에서 경험하지 못한 맛이다. 한 접시 24 호주달러(약 2만 5000원)의 튜나 크루도(Tuna Crudo)는 생 황다랑어를 얇게 썰어 낸 이탈리아식 생선회다. 간장 같아 보이지만 알고 보면 유자와 아보카도를 섞어 만든 크림이 생선에 적당하게 적셔 있다. 호주의 바다, 일본의 유자, 이탈리아 크루도, 유럽식 플레이팅이 한 접시 안에서 공존한다. 시드니라는 도시를 닮은 맛 같다. >> 심장보다 먼저 몸의 온도를 만나다시장에서 바다를 충분히 즐기고 블랙와틀만 선착장(Blackwattle Bay Wharf)으로 걸어봤다. 수상 택시를 타고 서큘러 키(Circular Quay)로 목적지를 정했다. 여긴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와 하버 브리지가 마주 보고 있는 사이 부두. 페리와 기차, 버스가 연결되는 교통 중심지이자 각국 관광객이 시드니에 오면 가장 먼저 찾는 곳이다. 그래서 일부러 반대로 움직여봤다. 바다에 들어갈 때는 심장에서 먼 곳부터 물을 적시지 않나. 서큘러 키라는 심장부터 만나기 전에 수산시장이라는 몸의 온도부터 느껴보고 싶었다.블랙와틀 만 한 가운데서 천천히 멀어지는 수산시장을 바라보는 건 신선한 묘미다. 바다를 품은 시장에서 식사를 즐기는 사람들, 산책하는 시민들, 물가에 정박한 작은 배들이 한 폭의 풍경처럼 펼쳐진다. 디저트까지 완벽하다. 해안가를 따라 달리는 러너들이 바다와 함께 호흡한다. >> 바다 건너도 따라오는 시간완전한 유연자득(悠然自得)의 상태로 서큘러 키를 본다. 눈과 몸이 유연해지고, 마음이 여유로워지니 시선을 지긋이 길게 두게 된다. 그토록 웅장하다는 오페라하우스와 하버 브릿지가 시드니의 평범한 일상으로 느껴진다. 시드니를 가장 잘 이해하는 좋은 방법? 시드니는 처음이라 확실히 모르겠지만, 오페라하우스를 걸어가다가 뒤를 돌아보자. 수산시장에서 보낸 시간이 따라오고 있는지. 시드니=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 2026-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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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직 하나뿐인 그대’ 심신, 이번엔 ‘함께’를 노래하다

    ‘오직 하나뿐인 그대’를 찾던 사람이 35년 지난 이제 세상 친구들과 ‘함께 가자’고 한다.1990년대를 대표하는 원조 꽃미남 가수 심신이 희망과 연대의 메시지를 담은 신곡 ‘Come Together’로 돌아온다. 이번 싱글은 2024년 ‘이 밤’ 이후 새로 선보이는 노래다. 시티팝 사운드에 경쾌한 디스코 감성을 더했다. 펑키한 리듬과 밝은 멜로디로 누구나 흥겹게 즐길 수 있는 곡으로 심신이 직접 작사, 작곡했다.노래는 힘든 현실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는 사람들을 향한 따뜻한 위로와 응원을 담았다. 경쾌한 기타 전주에 이어 ‘길을 잃고 걸어가던 넌 지금 어디에’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노래는 ‘이제 우리 같이 모여/다 함께 달려봐’ ‘이제 내 곁으로 돌아와/니가 보고 싶다’ 로 이어진다. 한때 멀어졌던 친구와 다시 손 맞잡고 살아 나가자는 의미를 담았다. 후렴에서는 ‘It‘s gonna be alright(다 잘 될 거야)’이 중독성 있게 반복되며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괜찮아질 것’이라고 위로를 건넨다. 가사 곳곳에 등장하는 ‘우리’ ‘친구’ ‘함께’라는 말은 연결과 공감의 가치를 강조한다. 심신은 “같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실의에 빠진 친구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전하고 싶었다”면서 “서로 응원하며 함께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가사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1990년 발표한 1집 앨범의 ‘오직 하나뿐인 그대’가 빅히트를 기록하며 등장한 심신은 ‘욕심쟁이’ ‘그대 슬픔까지 사랑해’ 등을 연이어 히트시켰다. 훤칠한 외모와 세련된 이미지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전성기 이후에는 스타일에 변화를 주면서 음반 발표와 공연 활동을 꾸준히 해 왔다.노래 Come Together는 10일 낮 12시 각종 온라인 음원 플랫폼을 통해 공개된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 2026-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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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남을 미래 항공 산업 실험장으로”

    충남 서산시 부남호 주변이 미래 항공 실험장으로 탈바꿈한다. 한서대 특성화지방대학(글로컬대학) 김현성 산학부총장 겸 단장은 19일 특화센터협의체 회의를 열고 2029년까지 ‘K-항공 특화 연구 센터’ 구축을 위한 타당성 조사 및 미래 항공 클러스터 인프라 구축 및 연계 사업 운영 계획을 밝혔다. 항공 특성화 간판 대학을 위한 혁신에 나선 한서대가 K-항공 클러스터 핵심 거점 구상의 첫발을 내딛은 것이다. 부남호 주변 간척지 등에 지을 연구 센터에서는 UAM(도심 항공 교통) 설계와 항공 부품 국산화 연구, 그리고 비행 실증을 수행할 예정이다. 연구 센터는 연구-실증-기업 지원-인재 양성이 동시에 이뤄지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 충남도 100억 원, 서산시 50억 원 등 150억 원이 투입되며 한서대는 연구 센터 인프라를 깔고 운영을 맡는다. 운영 계획에 따르면 먼저 실증 센터에는 중소형 시험 장비 배치를 원칙으로 세웠다. 항공 산업에선 부품 개발을 위해 반복 시험을 한다. 실패하면 개선하고 재시험에 들어간다. 중소·중견기업으로선 실용형 장비가 부담 없이 활용하기 편하다.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기업이 실제로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는 현장형 센터가 돼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구축안에 따르면 1층에는 부품 국산화 연구소와 UAM 실증 센터를 배치해 시제품과 부품 성능, 기능, 내구성을 검증한다. 2층엔 기업 입주 및 인력 양성, 창업 지원 공간이 들어선다. 학생과 연구자, 기업이 한 공간에서 만나 기술 개발과 사업화를 동시에 추진하기 위해서다. 센터 밖에는 초대형 비행 케이지, 수직 이착륙장, 배터리 열폭주 시험장 등을 지을 계획이다. 배터리 열폭주 시험장은 배터리 안전성을 철저히 검증해야 할 미래 항공 산업을 위한 핵심 인프라로 꼽힌다. 실제 항공 환경과 유사한 조건에서 안전하게 반복 시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한서대는 서산시를 비롯한 충남지역 제조업 기반을 미래 항공 산업으로 확장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충남 지역에는 자동차와 배터리, 정밀 가공 분야 제조 기업이 많다. 이 기업들이 보유한 배터리, 전기전자 장치, 정밀 가공 역량을 항공우주 산업으로 확장시키려 한다. 이를 위해 자동차 산업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이 향후 전기 추진 항공기나 UAM 부품 분야로 사업을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해 이들의 기술이 항공 핵심 부품 국산화로 이어지게 할 계획이다. 항공 특성화 대학이라는 강점과 지역 제조업 역량을 연결하고 여기에 연구, 실증, 교육, 창업 기능을 묶어 미래 항공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항공 클러스터 전략은 교육 공간과 산업 현장, 실증 시험장, 기업 입주 기능을 포괄하는 ‘산업형 캠퍼스’ 실험에 가깝다. 글로컬대학사업단 송성일 지역협업본부장은 “교육, 연구, 기업 지원, 인재 양성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거점을 조성할 계획”이라며 “지역 전체를 항공 산업 실험장으로 바꾸는 시도”라고 말했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 2026-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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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국대, 건학 120주년 기념식 개최…‘더 좋은 동국, 더 나은 미래’ 선포

    동국대(총장 윤재웅)는 5월 7일 서울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건학 120주년 기념식을 개최했다. 지난 120년의 역사와 전통을 돌아보며 미래 100년을 향한 새로운 도약을 다짐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학교법인 동국대 이사장 돈관스님과 윤재웅 총장을 비롯해 동문, 기부자, 교원, 직원, 학생 등 동국 가족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 김민석 국무총리 등 주요 인사 700여 명이 참석해 동국대의 건학 정신과 미래 비전을 공유했다. 동국대는 1906년 민족의 암흑기 속에서 ‘교육구국’의 원력으로 불교계 선각자들이 설립한 명진학교에서 출발했다. 이후 지금까지 약 35만 명의 인재를 배출하며 사회 각 분야에서 자비와 지혜를 실천하는 동문을 길러 온 명문 사학이다. 이날 행사에서는 개막 퍼포먼스와 축하 공연, 기념 영상 상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고, 학교의 역사와 전통을 상징하는 기념품도 마련돼 참석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윤 총장은 식사에서 “동국대는 지난 120년 동안 민족과 시대의 요청에 응답하며 교육과 연구, 불교정신의 실천을 통해 발전해 왔다”며 “이제는 ‘더 좋은 동국, 더 나은 미래’를 향해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동국대의 AI 비전인 ‘동악(Dongguk AX) 플랜’을 통해 초격차 AI 인재를 양성하고,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혁신 역량을 갖춘 교육·연구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불교계와 정부, 동문 사회의 축하도 이어졌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치사를 통해 “동국대가 세계를 선도하는 연구 역량을 강화하고 동시에 가장 현대적이고 보편적인 불교 콘텐츠를 창출해 인류의 미래를 밝히는 글로벌 종립 명문 대학으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축사에서 “동국대가 ‘민족의 등불’로서 35만 인재를 배출해 왔다”고 평가하며 “명상과 마음의 평화를 바탕으로 한 동국대의 저력이 앞으로의 100년에도 우리 사회의 미래를 밝히는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동국대의 역사와 성과를 돌아보는 한편, 미래 100년을 향한 비전과 발전 방향에도 공감했다.또한 기념식에서는 제1회 졸업생인 만해 한용운 스님과 범산 김법린, 미당 서정주, 산악인 박영석 대장 등 생전에 동국대와 깊은 인연을 맺었던 인사들을 AI로 재현한 축하 영상이 상영됐다. 영상 속 인물들은 동국대의 발전을 기원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어 용맹하고 지혜로운 코끼리를 형상화한 새로운 동국대 엠블럼이 공개됐다. 문정희 시인은 건학 120주년을 기념해 축시 ‘동국의 사자후, 그 뜨거운 혈맥이여’를 낭송했다. 기념식에 참석한 700여 명은 ‘LED 연등’에 불을 밝히며 동국대의 발전을 함께 기원했다. 동국대는 이번 120주년 기념식을 계기로 건학이념인 불교정신과 지혜·자비·정진의 교훈을 바탕으로 교육·연구·산학협력·학생지원 전반의 혁신을 이어갈 계획이다. 120주년 기념사업을 중심으로 학술 문화 연계 사업과 미래 비전 실현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추진한다. 이를 통해 구성원과 동문, 사회가 함께하는 새로운 도약의 기반을 다져간다는 구상이다. 동국대 관계자는 “120년의 전통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점”이라며 “동국다운 가치와 시대적 요구를 함께 담아 다음 100년을 준비하는 대학으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 2026-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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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서대 ‘K-항공 융합교육’ 글로벌 스탠다드 향해 날아오르다

    한서대학교 특성화지방대학(글로컬대학)이 미국 대학 및 몽골 정부 기관과 항공 융합교육 협력 협약을 잇달아 체결하며 ‘K-항공 글로컬 대학’ 비전을 차근차근 실현시키고 있다. 정부 ‘글로컬 대학 30 사업’에 선정됐을 때 제시한 ‘협업 체계 국제화’ 전략이 구체적으로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K-항공 글로컬 대학 비전 달성을 위한 4대 혁신 방향으로 지역 가치 극대화, 교육 체제 혁신화, 추진 체계 개방화와 함께 제시한 협업 체계 국제화 전략은 글로벌 인증 기관 및 항공사, 해외 대학 등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국제 공동 과제를 수행하고 항공 융합교육 시스템 운영 기반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美 대학과 협약, K-항공 융합교육 모델 설계 시동 한서대는 최근 미국 찰스턴남부대학교(CSU)와 항공우주 및 디자인 분야 글로벌 융합 교육 교류 협약을 맺었다. 키스 B. 포크너 CSU 총장은 한서대 서산 및 태안 캠퍼스를 찾아 교육 장을 둘러본 뒤 글로벌 특성화 공동 교육 과정 운영, 교원 및 학생 교류, 국제 프로젝트 추진, 지식, 산업, 학문, 연구 연계형 교육 모델 구축, 공동 성과 관리 등이 포함된 협약에 서명했다. 한서대 항공 분야 실무 교육 역량에 CSU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교육 시스템 운영 경험이 결합된 플랫폼을 구축하려는 계획이다. 이번 협약 체결은 글로벌 항공 융합교육 모델 설계의 출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는 분석이 있다. 한서대 고유의 항공 교육을 K-항공 융합교육 시스템으로 삼아 해외 대학과 공동 커리큘럼 및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데까지 넓혀 나가는 구상이 시작된 것이다. ● 몽골 프로젝트…글로벌 스탠다드 시험대 한서대는 몽골민간항공청과 협력해 몽골에 K-항공 교육 수출 센터를 설립해 K-항공 융합교육 시스템을 국가 차원 항공 인프라 구축의 토대로 삼는 ‘몽골 프로젝트’도 가동했다. 수출 센터를 거점으로 한서대만의 항공 운항, 정비, 관제 교육 콘텐츠와 실습 및 운영 노하우 등을 몽골에 이식한다는 것이다. 몽골은 넓은 국토에 비해 인구밀도는 낮아 국민의 항공 교통 의존도가 높은 반면 항공 전문 인력과 교육 인프라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한서대 항공교육 시스템을 중심으로 현지 맞춤형 항공 인재 양성 시스템을 설계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몽골에서 펼쳐질 K-항공 융합교육의 핵심 프로그램은 몽골민간항공청 기초관제사 양성 과정이다. 몽골에 관제센터 2개소를 신설해 기초관제사 200명에게 6개월간 500시간 단기 학위 과정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1차로 참여할 교육생 40명은 먼저 한서대에서 기초와 이론 교육을 받고 몽골 민간항공훈련센터(CATC)에서 시뮬레이터 기반 실습 교육을 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실제 항공 관제 환경과 유사한 시뮬레이션 중심 교육이 이뤄진다. 여기에 프랑스 국립민간항공학교(ENAC)와 협력해 교육 품질과 국제 경쟁력을 높인다. 기초관제사 양성 과정은 항공기의 안전하고 효율적인 운항을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항공교통관제 기본 이론과 실무 능력을 교육한다. 또, 몽골과학기술대 항공기계학과 중심으로 실질적인 공동 교육을 벌이기로 했다. 지방대학이 항공 융합교육 시스템과 운영 모델을 수출하는 것은 외국인 유학생 유치 정도가 국제화 핵심 지표로 작동하는 국내 대학 국제화 전략에서 전례가 없는 방식이다. ‘외국인 학생 유치형 국제화’에서 ‘교육 모델 수출형 국제화’로 혁신하는 것이다. 한서대 항공 융합교육의 핵심은 현장성에 있다. 한서대는 자체 활주로와 비행 교육 시스템, 정비 실습 인프라를 갖춰 항공산업 현장과 유사한 환경에서 운항, 정비, 관제 등 항공 전 분야의 실무 중심 교육 체계를 운영해 왔다. 몽골 프로젝트는 이런 현장형 교육 모델이 몽골 항공산업 기반에 직접 연결되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서대는 이를 통해 고유한 K-항공 융합교육을 글로벌 교육 스탠다드로 만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자연스럽게 대표 글로벌 항공교육 인증 체계로 진입한다는 것이다.● 몽골 정부 훈장으로 인정받아 몽골민간항공청은 지난달 창립 100주년 행사에서 몽골을 방문한 함기선 총장에게 항공 인재 양성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항공 분야 최고 권위 훈장을 수여했다. 함 총장은 “K-항공 교육 수출 센터 설립은 한서대의 항공 분야 특성 교육 시스템을 세계에 확산시키는 중요한 출발점”이라며 “글로벌 항공 인재 양성과 국제 항공 융합교육 협력을 선도하는 글로컬 대학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밝혔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 2026-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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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사 마음 건강해야 학생 정서 안정된다”

    ‘학생의 마음 건강은 교사의 마음 상태에 달렸다.’교보생명의 공익재단인 교보교육재단이 진행하는 ‘학생 마음 건강을 위한 교사 전문성 강화 연수’가 새로운 사회정서학습(SEL)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교사의 정서 회복과 학생의 심리 성장을 연결하는 시도다.● 교사부터 회복돼야 교실이 산다교사는 학생의 정서적 성장을 돕는 최일선에 있다. 이를 위해 교사는 심리적으로 안정돼 있어야 한다. 자신의 마음과 건강하게 소통할 수 있어야 학생의 고민과 감정에 균형감 있게 다가갈 수 있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교사의 정서 상태는 학생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교보교육재단은 학생만 돌보는 데 그치지 않고 교사의 정서적 회복탄력성까지 교육 영역으로 확장했다. 교사와 학생 사이의 건강한 관계 형성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교보교육재단의 교사 전문성 강화 연수는 지난해부터 서울대 사범대학, 서울시교육청과 함께 교실에서 지속 가능한 마음 건강 지원 체계를 구축하자는 취지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교사 40명에 이어 지난달에도 서울시교육청 소속 초중등 교사 40명이 서울대 사범대학에서 총 30시간의 통합형 SEL 연수 과정을 이수했다.연수 커리큘럼은 SEL을 중심으로 심리학, 철학, 뇌과학, 정신의학 분야를 아울렀다. 뇌과학 기반 상담 기법과 비폭력 대화법 같은 실제 학교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습형 프로그램에 대한 반응이 좋았다. 연수 만족도는 97%에 달했다.이달 15일, 재단은 대만 교육부 및 푸런대, 국립대만 사범대, 타이강과학기술대 등의 제안으로 사회정서학습 교류회를 개최하고, 재단의 연수 프로그램 전반과 SEL 성과 등을 공유했다.● 대만이 주목한 ‘K-SEL 모델’최화정 교보교육재단 이사장은 이 교류회에서 “학생 마음을 돌보기 위해 누구의 마음을 먼저 살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었다”며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 교사의 정서적 소진을 방지하는 것이 건강한 학교 문화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최 이사장은 이어 “한국 학생들은 초고속 디지털 및 AI(인공지능) 활용 환경 속에서 학습과 미래 진로에 대한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동시에 경험하고 있다”며 “우리와 비슷한 대만 역시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양국 간 SEL 교류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쉬지아치엔(許嘉倩) 대만 교육부 학생정책·특수교육과 부국장은 “대만은 지난해 약 4억 대만달러(약 190억 원) 규모의 교육부 SEL 중장기 계획을 수립했다”며 “정부와 기업, 교육청, 대학이 협력하는 한국형(K) SEL 모델은 대만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고 평가했다.란이천(藍易振) 푸런대 총장은 “기성세대는 학생들에게 ‘왜 하루 종일 휴대전화를 보느냐’고 지적하지만 이는 학생들의 생활습관이 됐다”며 “교사 생각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교사와 학생 간 새로운 소통 역량을 찾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연수 이후 지속적인 피드백 필요”이 연수의 효과성 연구(연구자: 김윤경, 우지향) 결과를 발표한 우지향 서울 선사고 전문상담교사(중앙대 겸임교수)는 연수의 핵심 성과로 “교사들이 학교에서 했던 기존 정서 교육 경험을 재해석할 수 있었다는 점”을 꼽았다. 우 교사는 “동료 교사와 SEL 실행 계획을 공유하고 다듬는 과정에서 교사의 자기 효능감과 현장 연계 의지가 강화됐다”며 “학생의 정서와 행동을 이해하는 수준도 한층 깊어졌다”고 말했다.우 교사는 이어 연수 이후 이어지는 코칭과 슈퍼비전(감독)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슈퍼비전은 교사들이 학생을 상담하거나 생활지도를 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과 감정 소진 문제를 혼자 끌어안지 않고 동료나 전문가와 함께 공유하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지원 체계를 의미한다. 우 교사는 “연수가 앞으로 정보 탐색형 교사를 협력적 리더형 교사로 성장시키는 생태계 허브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다만 우 교사는 “학교 현장에서는 SEL을 교과 과정에 넣는 데 여전히 어려움이 있고 평가 체계도 부족하다”며 “특히 수학, 과학 과목과 SEL을 연결하는 융합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했다. 김윤경 서울대 강사도 효과성 연구를 통해 “연수 이후 지속적인 피드백 체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확장되는 SEL 생태계대만 방문단은 대학 캠퍼스가 주도하는 SEL 생태계 구축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들은 AI 시대에 대학생이 심리적으로 적응하고 사회 정서 역량을 강화한 사례를 소개했다. 또 대학 차원의 상담 및 지원 체계를 통해 스트레스 관리와 문제 해결 역량을 높이는 방안을 공유했다.대만 정부는 ‘캠퍼스 SEL 및 심리 건강 증진 사업’을 통해 전국 135개 대학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학생들이 심리적으로 한계를 느낄 경우 결석을 신청할 수 있는 ‘마음 건강 결석계’ 제도도 추진 중이다.서울대도 대학생활문화원과 사범대, 공대 등의 SEL 지원 사례를 공유했다. 정창우 서울대 윤리교육과 교수는 “사범대 학생상담실 ‘사담(卸擔·짐을 내려놓다)’은 신청 후 실제 상담까지 4주를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이용률이 높다”고 전했다.양국은 대학과 초중고 SEL이 적극 선순환해야 할 필요성에도 공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SEL 확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서울 지역 초중고 교원 166명이 현장지원단으로 활동하며 SEL 프로그램 지원과 컨설팅 자료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마음건강학교 21개교, 마음건강교실 100학급을 지정해 효과성 연구도 진행 중이다. 안은미 서울시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상담마음건강팀 장학사는 “더 넓게 보면 교사의 교육 자체가 SEL을 기반으로 삼고 있다”며 “결국 좋은 수업은 좋은 SEL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양측은 교류회를 통해 SEL을 단순 심리 상담이 아닌 교육 공동체 전체의 과제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최 이사장은 “양국 간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교사 마음 건강 회복과 학생의 건강한 성장을 지원하는 교육 환경 조성에 힘쓰겠다”고 밝혔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 2026-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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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발 한 켤레와 엑셀 보고서에서 농구를 배웠어요”[유재영의 전국깐부자랑]

    깐부. ‘같은 편’, 나아가 ‘어떤 경우라도 모든 것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이’라는 의미의 은어(속어)죠. 제아무리 모두 갖춘 인생이라도 건전하게 교감하는 평생의 벗이 없다면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좋은 인간관계는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깐부들 사이에 피어나는 ‘같이의 가치’를 소개합니다.● 현역 은퇴 기사도 없었던 두 남자지금 남녀 프로농구판에서 가장 뜨거운 두 지도자인 남자프로농구(KBL) 소노 손창환 감독(50)과 여자프로농구(WKBL) KB스타즈 김완수 감독(49)이 마주 앉자 분위기는 금방 동네 형, 동생 술자리처럼 흘러간다. 코트에서 같은 엄숙함은 없다.둘은 건국대 농구부 1년 선후배로 주목받지 못한 농구 인생의 결이 닮아도 너무 닮았다. 이른바 오빠부대들이 둘의 이름을 외쳐준 적이 없다. 코트 위 주인공으로 한 번도 호명된 적 없다. 어렵게 프로 구단에 지명을 받았지만 늘 벤치 끝에만 앉아 있었다. 현역 은퇴 소식을 어느 언론에서도 다루지 않았다.하지만 둘은 농구판 가장 낮은 자리에서 오래 버텼다. 프런트, 홍보팀 직원, 선수 매니저, 전력 분석원, 지원 스태프, 코치…. 코트보다 사무실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고, 스포트라이트보다 형광등 불빛 아래 더 오래 있었다. 그 과정을 견딘 시간이 둘을 감독 자리로 이끌었다.김 감독의 KB스타즈는 지난 시즌 WKBL 챔피언에 올랐다. 손 감독은 올해 감독 첫 시즌에 소노를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누가 뭐래도 이제는 비주류 감독이라 부르긴 어렵다. 그래서 알고 지낸 세월이 더 남다르다.김 감독은 ‘형’ 손창환의 소노 감독 선임 소식을 들고 묘한 대리만족을 느꼈다고 했다.“진작 감독이 됐어야 할 형이에요. 솔직히 남자 프로 감독은 연고대 출신 중에서 뽑겠지 했는데 놀랐죠.” “김 감독. 그래도 난 건국대가 농구계 비주류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어. 어떻게 살아남고 뭘 해야 하는 지가 중요했지.”(손 감독)손 감독은 오히려 대학 간판에 기댔다면 지금의 손창환은 없었다고 본다. 연줄을 의식했다면 농구계에서 지금처럼 오래 버티지 못했을 거다. 둘은 고교 시절에는 서로를 잘 몰랐다. 손 감독은 대구 계성고, 김 감독은 인천 송도고 출신이다. 손 감독이 정치외교학과 95학번으로 2학년일 때 김 감독은 체육교육과 96학번 새내기로 건국대에 입학했다. 그 시절 건대 농구부 분위기나 운동 환경은 지금 선수들이 상상하기 힘들다. 숙소엔 세탁기가 없어, 큰 고무 대야에 세제 푼 물을 담고 빨래감을 넣어 발로 밟아 빨았다. 4인 1실 생활이었다. 손 감독은 간식으로 라면을 끓이고, 김 감독은 청소와 빨래하며 선배들 심부름을 했다. 이런 일이 당연하던 시절이었다.“선배들 대하기가 정말 어려울 때였는데, 형이 다 막아줬죠. 하하.”(김 감독)“기억 나? 내가 ‘우리는 나중에 후배들 괴롭히지 말자’고 했잖아. 그런데 후배들도 우리를 어려워 했을 거야.”단순한 군기 잡는 문화 얘기가 아니다. 후배들을 조금 더 배려하려 했던 젊은 날의 고민이었다. 이는 훗날 감독이 돼서 선수들을 대하는 방식이 됐다.● “신발 한 켤레가 내 앞에 오기까지 다 이유가 있다”“김 감독이 옆에서 봤으니까 알겠지. 나는 실력은커녕 깡밖에 없었던 것 같아.”(손 감독)손 감독은 비교적 빨리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였다. 고려대나 경희대 같은 강팀과 경기할 때면 실력으론 안 되지만 지지는 않겠다고 악착같이 덤벼들었다. 그러다 코가 세 번 부러졌다. 살아 남기 위해 몸부림쳤을 뿐인데….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였습니다.”어렵게 프로에 갔지만 금세 한계를 알고 다른 길을 준비했다. 그 선택은 인생을 완전히 바꿨다. 2003년 SBS(현 정관장)에서 은퇴하고 프런트로 들어갔다. 처음에는 홍보팀이었다.“그때 세상을 처음 알았다고 할 수 있죠.”선수 때는 그냥 지나치던 것들이 이제는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선수들은 농구화가 늦게 지급되면 불만부터 터트린다. 업체에서 신발을 보내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니냐는 거다. 막상 프런트가 되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예산을 짜서 업체와 협의한 뒤 로고를 맞추고 결재받고 다시 수정하고…. 신발 한 켤레를 구입하려 해도 그런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이후 광고 영업도 했다. 한때는 ‘영업의 신’ 소리를 들었다. 영업으로 구단에 눌러앉을까 생각도 했다. “농구 기록지만 볼 줄 알았는데 어느새 조직을 볼 수 있게 되더라고요. 저조차 믿을 수 없었어요.” 김 감독도 군복무를 한 뒤 짧은 프로 선수 생활을 마치고 전자랜드 구단 사무국 스태프와 매니저 생활을 했다. 팀을 지원하는 일이라 하루 통화 100~150통은 기본이었다. 선수들 식사 챙기고 차량 관리하고, 숙소를 보수라도 하면 세밀하게 진행 상황을 관리하고 가구 맞추며 업체 연락에 의전까지 했다.“처음엔 사람이 할 일이 아닌 줄 알았어요.”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농구보다 더 중요한 것을 배운 시간이었다.“(김)성헌(현 소노 선수지원팀장) 형한테 엑셀 프로그램을 배워서 보고서라는 걸 처음 써 봤을 때를 잊을 수 없어요.”“김 감독이 감독으로 승승장구하는 이유가 있었네.”(손 감독)● 공감에서 답을 찾은 우리두 사람이 전력 분석원, 매니저 등으로 구단 사무를 보던 시절엔 훗날 프로 팀 감독이 될 수 있을 거거라 기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돌아보니 그 시간은 자신에게 특별한 자산으로 쌓여 있었다. 코트 뒤에서 선수들 불만은 왜 생기는지, 프런트는 왜 쉽게 어떤 사안에 대해 결정하지 못 하는지, 스태프들은 왜 지치는지, 트레이너는 어떤 논리로 선수 몸 상태를 관리하는지 같은 다양한 영역을 입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런 경험 덕분에 선수는 물론 그 뒤의 사람들과 시스템까지 함께 본다. 어떤 일이 터지면 왜 그런 상황이 생기게 됐는지부터 먼저 이해하려 한다. “김 감독. 나는 작전 시간에 선수들에게 메시지를 잘 던져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팀이 지금 뭘 해야 할지 정확하게 알려주고 그것에 대한 피드백이 이뤄져야 하거든. 감독 화풀이 시간은 아니라고 봐. 감독이 흥분하면 선수들 머리에 남는 건 딱 하나야. ‘감독 화났다.’ 그것만 받아들이곤 코트로 다시 나가게 되지.”(손 감독)권위나 카리스마로 선수들을 누르기보다 설득하며 함께 풀어가는 방식에 익숙하다. 선수나 코치 의견을 받아들이는 것에도 여유가 있다. “더 좋은 생각이 있으면 듣고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해. 거기서 권위를 세우려 하면 감독 인생이 끝날 수도 있다고 봐.”(손 감독)김 감독은 깊이 공감했다. 화려한 스타 선수 출신이 아니었기 때문에 오히려 선수들 마음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됐다고 했다. 선수 시절 ‘절대적 에이스’ 자리에 서 본 적이 없었다. 벤치와 주전 사이를 오가며 팀에서 자신의 역할을 고민한 시간이 많았다. 감독이 된 뒤에도 선수들을 무조건 끌고 가야 할 대상이라기보다 함께 방향을 맞춰 가야 할 사람으로 보게 됐다. 그렇다고 원칙이나 기준까지 흔들리는 건 아니다.“훈련 태도, 책임감, 팀을 위한 기본을 지키는 기준은 안 흔들려야죠.”(김 감독)김 감독은 그러나 “감독이 기준만 세우고 벽창호처럼 있으면 선수들도 마음을 닫는다”고 했다. KB스타즈 선수들이 언제든 자기 생각을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선수들도 의견을 내고 감독과 부딪히며 답을 찾는 팀을 만들고 싶었다. 그 과정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감독 6년 차인 지금도 여전히 “소통은 어렵다.”그런 의미에서 손 감독은 김 감독에게 큰 자극이었다. 김 감독은 소노가 뛴 KBL 플레이오프전과 챔피언 결정전을 보며 손 감독 리더십을 유심히 지켜봤다.“형이 선수들 정신을 일깨워주는 말을 많이 했잖아요. 저는 선수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여전히 물음표가 많은데 형은 느낌표로 정리하더라고요. 한 수 배웠어요.”김 감독 표현대로라면 자신은 선수들과의 거리, 이야기할 타이밍, 표현 방식을 아직도 고민하는 ‘물음표형 감독’에 가깝다. 반면 손 감독은 중요한 순간 선수들 마음을 흔들 수 있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던질 줄 아는 ‘느낌표형 감독’처럼 보였다는 거다. 김 감독의 고민은 이해할 만하다. KB스타즈에는 여자농구 최고 스타 박지수가 있다. 누구나 부러워할 전력이지만 감독으로서는 가장 예민한 문제이기도 하다. “전문가들도, 언론도, 주변에서도 다들 ‘지수가 있으니까 무조건 우승하겠지’라는 시선으로 보잖아요.”(김 감독)팀이 잘 되면 ‘박지수가 있으니까 당연하다’는 말을 듣고, 잘 안 되면 책임은 감독이 모두 져야 한다. 잘해 봐야 본전이다. 한 게임이라도 지면 낭패다. 어쩔 수 없이 팀 운영도 박지수 중심으로 흐를 수 있다. 전술적으로 보면 박지수에게 힘을 실어주는 게 맞다.그럼에도 김 감독은 거기서 멈추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스타 한 명에게만 의존하는 팀은 결국 한계가 온다. 그는 박지수가 빠졌을 때 다른 선수들이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지, 팀 전체 움직임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계속 고민했다. 그 고민의 시간이 팀 전체를 성장시켰다고 본다. 돌아온 박지수 역시 그 안에서 더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었다는 것이다.“한쪽으로 쏠리지 않는 팀 운영을 해야 제가 ‘선수들 덕에 감독 자리까지 왔다’고 어디 가서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함께 움직이는 KB’. 김완수 리더십의 핵심이었다.● ‘형’이 준 전력 분석 파일김 감독에게 손 감독은 단순한 대학 선배 이상의 존재다. 지도자로 살아남을 수 있게 방향을 잡아준 사람에 더 가깝다.김 감독은 전자랜드 사무국 일을 하다가 한동안 농구를 떠났다. 부모님 사업을 배우며 다른 길을 고민했다. 그러다 한 선배의 추천으로 온양중 농구부 코치를 맡으며 농구판으로 되돌아왔다. 이후 온양여고 농구부를 맡았다. 사무국 일을 하면서 팀 운영을 관리해 본 경험은 있었지만 현장 지도자는 전혀 다른 세계였다. 그때 손 감독에게 연락을 했다.“형이 전력 분석 일을 할 때였어요. 남자 농구 전술 패턴 좀 달라고 했죠.”당시 수많은 경기 영상을 뜯어보고 있던 손 감독은 개의치 않고 여러 아이디어를 던져줬다.“형님이 주신 걸 진짜 잘 활용했어요.”온양여고 감독에서 하나은행 코치로 옮길 때도 마찬가지였다. 다시 손 감독을 찾았다. 더 구체적으로 물었다. 대표팀급 지도자들은 어떤 훈련을 하는지, 세계 농구 흐름은 어디로 가는지….“김 감독은 꼭 자기가 필요할 때만 연락하더라고. 하하.”(손 감독)농담처럼 말했지만 또 도와줬다. 손 감독은 각국 농구 대표팀 감독들 훈련 방식과 전술 흐름 등을 정리한 자료 파일을 김 감독에게 보내줬다. 김 감독은 그 파일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고 했다.“형님의 도움이 뭔가 답답함을 풀어주는 실마리였어요.”(김 감독)단순한 고마움 이상의 감정이 담긴 말이다. 서로가 어떤 마음으로 농구판을 견뎌 왔는지 알기 때문에 둘은 평생의 동반자 같다. 스타가 아니었기에 더 오래 봤고, 주인공이 아니었기에 더 많은 사람을 이해할 수 있었고, 선수 시절이 짧았기에 지도자가 되기 위해 더 길게 준비했다. 오래 버틴 사람만이 도착할 수 있는 자리에 앉았다. 손 감독이 웃으며 말한다.“이제 건국대 동문회에서 아는 척 더 많이 하자. 김 감독.”한 학번 차이가 더 무섭다는데, 김 감독이 존경을 표한다. “평생의 롤모델 형님으로 계셔 주세요.”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 2026-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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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AI-방산-반도체 인재 양성… 매머드급 국가거점국립대로 새 도약

    1947년 개교 이래 실사구시(實事求是) 건학 이념을 바탕으로 인재 양성과 학문 탐구의 길을 걸어온 강원대(총장 정재연)가 내년 개교 80주년을 앞두고 고등교육의 새 이정표를 세우고 있다. 올해 3월 국립강릉원주대와 통합해 학생 3만 명, 교수 1400명의 매머드급 국가 거점 국립대학으로 새롭게 출범하며 미래를 향한 담대한 도약에 나섰다.지역과 세계 잇는 4개 멀티캠퍼스 강원대는 물리적 통합을 넘어 지역 산업과 밀착된 4개 멀티캠퍼스 체제로 지역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춘천캠퍼스는 정밀의료, 바이오헬스, 데이터산업 중심 교육과 연구 거점, 강릉캠퍼스는 신소재와 해양바이오를 특화한 지·학·연 협력 거점, 삼척캠퍼스는 액화수소, 방재 산업을 주력으로 한 지·산·학 협력 거점, 원주캠퍼스는 반도체, 디지털 헬스케어 중심 산학 협력 거점으로 특성화했다. 강원대는 통합 대학의 새출발을 도민들과 함께하기 위해 내실 있는 기념사업을 추진한다. 기념관 건립과 비전 선포식, 문화 페스티벌 등 지역민의 사랑을 받은 경험을 살려 개교 80주년에는 더 풍성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대학 역사를 되짚어보는 특별 전시부터 다채로운 문화예술 행사, 미래 100년을 향한 대학의 새로운 포부를 담은 비전 선포를 통해 통합 대학의 일체감을 높인다. 지역민과 혁신 성과를 공유하는 기념행사도 열어 ‘영광의 100년’을 향한 새 여정을 선포할 계획이다.구글-AWS가 설계한 커리큘럼 이 같은 변화는 ‘AI 거점대학’ 도약이라는 결실로 이어지고 있다. 강원대는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전방위적으로 협업해 ‘대한민국 AI 교육의 심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특히 구글클라우드코리아와 협력해 개설한 ‘Google@KNU’ 정규 교육 과정이 주목받고 있다. 구글 엔지니어가 직접 설계한 커리큘럼을 통해 학생들은 현장 실무와 직결된 AI 역량을 쌓고 전공에 관계없이 AI를 복수 및 부전공으로 택할 수 있는 융합 교육 환경을 누리고 있다. 또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협력해 클라우드, AI, 빅데이터 기반의 마이크로디그리(소학위) 과정을 개발했다. 아울러 산업연계형 전문가 양성과 지역 특화 공동 연구를 추진 중이다. 최근 교육부 ‘AI 분야 첨단산업 인재 양성 부트캠프’ 대학으로 선정돼 클라우드 기반 AI 서비스, 생성형 AI 및 대규모 언어모델 운영(LLMOps), 의료 AI 같은 특화한 트랙을 운영하고 있다.반도체-방위산업 메카 혁신은 반도체와 방위산업으로 이어진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반도체특성화대학 지원 사업’ 선정과 반도체공동연구소 유치를 통해 총 사업비 780억 원을 확보했다. 원주캠퍼스를 중심으로 2028년까지 반도체융합학과 복수전공을 신설해 설계부터 공정까지 아우르는 국내 유일 통합형 반도체 교육 인프라를 완성할 계획이다. 미래 국방을 선도할 방위산업 분야 도약도 눈부시다. 2023년 국내 최초로 IT대학에 디지털밀리터리학과를 신설해 AI 기반 무기 체계 및 군 데이터 분석 특화 커리큘럼을 운영하고 있다. 첨단군사과학기술연구소는 9년간 216억 원 규모 과제를 수행하며 한국형 사이버 위험 관리 프레임워크(K-RMF) 개발을 비롯해 국방 보안 기술의 표준화를 선도하고 있다.지-산-학 연계로 고등교육 패러다임 전환 강원대의 고등교육 혁신은 과감한 학사 구조 개편에서 완성된다. 캠퍼스를 넘나들며 교육과 연구 자원을 공유하는 대형 학과인 탑클래스 통합학과는 통합 대학의 핵심 모델이다. 입학과 졸업, 성적은 4개 캠퍼스에서 개별 관리하지만 교육 과정은 공동 구성해 학생들이 지역 산업 특성에 맞춘 전문 교육을 함께 이수하도록 설계됐다. 규모가 작은 학과는 글로컬 통합학과 형태로 운영된다. 물리적 이동 없이도 캠퍼스 간 공동 교육 과정을 통해 차별화된 커리큘럼을 이수할 수 있다. 아울러 지방자치단체 및 지역 산업체와 연계한 지역 특성화 계약학과를 통해 수요자 중심 맞춤형 인재 양성에도 애쓰고 있다. 정 총장은 “고등교육 혁신 실험장인 강원대는 대학이 지역 균형 발전의 핵심이 되는 새로운 고등교육 패러다임의 출발점”이라며 “지역 변화를 이끌고 산업과 사회를 연결하는 혁신의 중심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 2026-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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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대 ‘학부대학’ 시대로… 질문하는 융합인재 키운다

    광복 직후 대한민국은 국가 재건을 위한 인재 양성과 자주적 고등교육 체제 구축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직면해 있었다. 당시 고등교육 기관은 경성제국대학과 관·공립 및 사립 전문학교에 한정돼 있었다. 식민 교육의 잔재를 극복하고 교육 주권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했다.1945년 11월 조선교육심의회의 국립종합대학교 설립 제안을 바탕으로 1946년 7월 ‘국립서울대학교안(案)’이 발표됐다. 같은 해 8월 ‘국립서울대학교 설립에 관한 법령(군정법령 제102호)’이 공포되면서 국립서울대학교 설립이 본격 추진됐다.국립서울대학교는 9개 단과대학(문리과대학, 공과대학, 농과대학, 법과대학, 사범대학, 상과대학, 의과대학, 예술대학, 치과대학)과 1개 대학원으로 출범했다. 통합 과정에서의 진통과 운영상 어려움도 있었지만 서울대는 단과대학 중심 학문 구조로 정비하며 종합대학 기반을 확립해 나갔다. 1948년 8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이후 1949년 12월 교육법 제정을 통해 공식 명칭을 국립서울대학교에서 서울대학교로 바꿨다.1950년 6·25전쟁 기간에는 부산을 비롯한 피란지에서 교육의 불씨를 이어갔다. 1950년대 중반 추진된 미네소타 프로젝트는 전후 학문 체계 정비의 중요한 분기점이 됐다. 미국 미네소타대학교와 교류해 의학, 농학, 공학 분야를 중심으로 선진 학문과 기술을 도입하고 교수진 해외 연수를 추진했다.이 같은 초기 형성과 재건 과정은 서울대가 ‘겨레의 대학’으로서 국가 인재 양성과 학문 발전을 선도하는 지적 산실로 자리 잡는 굳건한 토대가 됐다.국가 성장과 함께한 대학1960년대 이후 대한민국이 산업화 단계에 진입하면서 서울대에는 고등교육 체제 고도화와 국가 발전을 견인할 인재 양성이라는 시대적 사명이 부여됐다. 서울대는 선진 기술 수용과 산업화를 이끌 전문 인력 양성의 핵심 거점으로서 국가 성장 기반 형성에 기여했다.1975년 관악캠퍼스로의 이전과 종합화는 대학 운영의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종합화 계획은 1960년대에 걸쳐 지속적으로 논의됐다. 최종적으로 1975년 대부분의 단과대학과 대학원이 관악캠퍼스로 이전을 시작하면서 교육과 연구 환경의 통합이 이뤄졌다(의약계는 연건캠퍼스, 농학계는 수원캠퍼스에 유지). 단순한 물리적 통합을 넘어 분과 학문 간 경계를 허물고 유기적 학문 교류를 가능케 한 현대적 종합대학 체제의 완성이었다.관악캠퍼스 중심의 대학 종합화를 통해 학과 중심의 교육 및 연구 체계가 정착되고 대학원 교육이 강화되면서 서울대는 교육 기관을 넘어 전문 연구 기능을 수행하는 연구중심대학 기반을 갖춰 나갔다.1987년 장기발전계획을 통해 ‘국제 수준의 대학원중심대학’을 지향점으로 삼고 연구처 신설과 함께 대학원 교육 강화, 연구 기능 확충, 학문 후속 세대 양성을 추진했다.1990년대 이후 연구중심대학으로의 전환이 더욱 본격화됐다. 1999년부터 추진된 BK21 사업을 통해 대학원 연구 인력 양성과 연구 경쟁력이 크게 강화됐다. 그 결과 2002년 과학기술논문색인지수(SCI) 학술지 논문 발표 수 세계 30위권 진입 등 가시적인 성과가 나왔다.서울대는 대한민국의 성장 궤적과 함께 국가 발전을 견인하는 인재를 배출하고 연구 역량을 축적해 나가며 글로벌 수준 대학으로 도약하는 기반을 마련했다.국가 혁신-균형성장 견인 ‘개방형 플랫폼 대학’오늘날 대학은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인공지능(AI)의 급속한 확산과 디지털 대전환, 저출생 고령화와 지역 소멸, 기후변화와 국제적 불확실성이 중첩되면서 대학의 기능과 역할이 근본적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대학은 지식을 축적해 전달하는 전통적 기능을 넘어 새로운 문제를 정의하고 해법을 제시한다. 그 성과를 사회로 확산하는 플랫폼으로의 전환도 요구되고 있다. 서울대는 이러한 흐름을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삼아 ‘대전환 시대를 이끌어 가는 학문공동체’를 비전으로 교육, 연구, AI, 사회공헌 전반의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공감과 소통 역량 갖춘 융합 인재 교육 플랫폼=서울대 교육의 핵심은 지식 전수의 양적 확대가 아니라 학생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타인과 협력해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을 기르는 데 있다. 2024년 첨단융합학부, 2025년 학부대학 설립을 통해 전공과 학과의 칸막이를 낮추고 핵심 역량과 문제 해결 중심의 창의·융합형 교육 체계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다. 베리타스 융합 교과 과정을 필수 이수 과목으로 지정해 삶의 핵심 주제에 대한 다학제적 탐구와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배움과 생활을 결합하는 LnL(Living & Learning), 캠퍼스를 배움, 교류, 문화 공간으로 재구성하는 SNU Commons, 초대형 하이브리드 강의를 비롯해 기존 교육의 경계를 넘어 일상에서 새로운 학습과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인류 난제 해결-과학 기술 가치화 연구 플랫폼=연구 분야에서는 연구 중심 대학을 넘어 질문 기반 연구 대학으로 본격 전환하고 있다.SNU Grand Quest를 통해 인류 난제와 관련해 근본적인 질문을 발굴하고 실패 가능성을 감수하는 도전적 연구 문화를 조성하고 있다. 융복합 연구 플랫폼(SPINE)을 통해 연구 기획, 인큐베이션, 대형 연구 체계를 갖췄으며 AI, 바이오, 에너지, 기후 등 전략 분야 초학제 연구와 국제 공동연구를 확대하고 글로벌 초우수 연구 인력 유치에 힘쓰고 있다.또 산학 협력, 기술사업화, 창업을 통해 연구 성과가 산업 혁신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강화하고 있다. 경기 시흥과 강원 평창 멀티캠퍼스를 기반으로 지역 연계 혁신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등 산·관·학 협력을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마련하고 있다.국가미래전략원은 정치, 경제, 과학기술, 환경 등 새로운 국가 차원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AI 시대 새로운 표준 설계-선도 혁신 플랫폼=AI 시대에 대응한 혁신도 추진되고 있다. 서울대는 최근 자율성과 책임에 기반한 AI 활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교육 연구 행정 전반에 AI를 내재화하는 ‘AI Native Campus’ 비전을 선언했다. 2027년 개원을 목표로 추진 중인 AI대학원은 AI 핵심 원천기술과 융합 연구를 결합한 교육 및 연구 거점으로 국가, 산업, 학문의 AI 경쟁력을 견인하는 중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아울러 오픈AI를 비롯한 글로벌 AI 기업과의 업무협약(MOU) 체결, AI 서밋 개최 등 첨단 AI 생태계와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학부 단계부터 연구에 참여하는 ‘김재철 AI클래스’와 AI 기반 행정 혁신을 선도하는 ‘SNU AI Vanguard’ 발족 등의 활동도 잇따르고 있다. AI를 대학 경쟁력의 핵심 인프라로 전환하면서 인간의 판단력, 창의성, 윤리적 성찰을 함께 고민하는 대학 환경과 문화를 정립하려는 선도적 대응이다.△고등교육 생태계 동반 성장-균형 발전 플랫폼=교육, 인구, 물적 자원의 수도권 집중은 지역 대학 위기를 넘어 지역 소멸과 국가 성장 기반 약화로 이어지는 구조적 문제다. 서울대는 국립대의 지역 앵커 기관 역할을 실현하기 위해 ‘거점 국립대학 협력 플랫폼 구축 TF’를 구성하고 KNU10(10개 거점 국립대학) 네트워크를 강화해 지역 인재 양성 및 고등교육 협력 모델을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서울대가 추진 중인 ‘대학 연대 지역인재 양성 사업’은 지역 대학 학생의 첨단 산업 실습을 지원하고 교육, 취업, 창업 전반에 걸쳐 지역 정주형 인재 양성을 돕는 협력 모델이다. 30여 개 지역 대학과 연계해 2024년 455명, 2025년 약 800명 학생에게 교육 과정과 인프라를 공유했다. 지역 기업 인턴십, 창업 캠프, 투자사와 창업자 연결 같은 성장 경로까지 지원하고 있다.서울대는 ‘5극 3특’ 기반 국가 균형 발전 전략에 맞춰 지역 대학과의 네트워크 및 권역별 특화 산업과 연결된 연구개발(R&D) 허브 역할을 강화한다. 협력과 공유를 기반으로 공동 혁신과 상생 협력 플랫폼 구축을 구체화해 나갈 계획이다.2026년 개교 80주년을 맞은 서울대는 ‘무한한 상상, 담대한 도전, 새로운 미래’라는 기념 슬로건 아래 교육 공공성과 기초 학문 수호라는 국립대 본연의 책무를 지키면서 AI, 융합연구, 지역 혁신을 결합한 새로운 대학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학문 간 경계를 넘는 융합적 연구와 교육을 지향하고 다양성과 공공성을 근간으로 지역과 함께하면서 더 넓은 세계를 향한다. ‘지평의 연결과 융합, 그리고 확장’은 서울대가 지향하는 새로운 길이다. 대전환 시대 캠퍼스 담장을 넘어 지역과 세계를 연결하고 학문과 산업을 잇는 플랫폼 대학으로 다시 태어난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 2026-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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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팬들 이야기, 노래로 남기고 싶었어”… K2 김성면이 바치는 데뷔 35주년 ‘헌사’

    국내 록 발라드 중진 K2 김성면이 신곡 ‘삶의 중심에서’로 돌아온다. 지난해 9월 발표한 ‘아프도록 사랑했던’ 이후 약 8개월 만이다. 이번 노래는 단순한 신곡 발표 이상의 의미가 있다. 2027년 데뷔 35주년 기념 음반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리는 곡이다.1991년 그룹 피노키오 보컬로 데뷔한 김성면은 이후 K2 활동을 통해 폭발적인 가창력과 짙은 감성의 록 발라드로 사랑받았다. ‘유리의 성’ ‘슬프도록 아름다운’ ‘그녀의 연인에게’ 등이 크게 히트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자신의 음악세계를 현재 감성으로 풀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작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삶의 중심에서’는 2019년 발표한 ‘외치다’를 편곡하고 가사를 바꿔 재탄생했다. 특유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에 단단해진 감정선이 더해져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건넨다.이 노래는 팬들에게 보내는 헌정곡에 가깝다. 그에게는 오랫동안 곁을 떠나지 않고 거의 모든 스케줄을 따라다니는 팬이 많다. 이 팬들에게 어떻게 보답할지 고민해 온 결과다.애니메이션 형식의 뮤직비디오는 팬들 이야기를 녹인 서정적인 영화 같다. 팬 누군가는 가족을 위해 치열한 시간을 버텨 냈고, 누군가는 꿈을 포기하지 않은 채 살아 왔다. 김성면은 “단순히 노래를 보여주는 영상이 아니라 한 시대를 함께 지나 온 사람들의 기록으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데뷔 35주년 프로젝트 노래는 매달 한 곡씩 순차적으로 공개된다. 기존 히트곡을 재해석한 ‘35주년 버전’과 트렌디한 신곡이 함께 수록될 예정이다. 프로젝트 완성도를 위해 수십 차례 믹싱과 마스터링 작업을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음악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김성면 특유의 완벽주의가 드러난 작업”이라는 평가도 나온다.이번 프로젝트에는 ‘나는 반딧불’ 가수 중식이를 비롯해 후배 뮤지션들이 세대와 장르를 넘는 협업을 선보인다.‘삶의 중심에서’는 15일 오후 6시 각종 음원 사이트를 통해 공개된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 2026-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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