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TVET 학생 교류 사업 성과 확산
실습·현장 중심 교육으로 글로벌 기술 인재 양성
인도네시아 학생 “한국 경험이 내 인생의 전환점”
한국영상대에 초청된 아세안 학생들은 대학 근처의 식당 사장 부부를 대상으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아세안 학생들과 제작팀, 사장 부부가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한국영상대 제공
한국에서 찾은 엔지니어의 미래
“예전에는 학점을 따기 위해서만 노력하는 평범한 학생이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보낸 3개월은 저를 완전히 바꿔 놓았어요.”
인도네시아 국립 자카르타 폴리텍대학교(PNJ) 재학생 무함마드 리자 로바니는 한국에 와서 잠재력을 알고 자신감을 얻었다. 중장비 유지보수 기술을 전공하는 그는 지난해 구미대 특수건설기계과의 교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한국서 경험한 교육과 산업 현장은 진로만이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시선까지 바꿔 놓았다.
아세안 TVET 학생 교류 사업 학생워크샵 발표.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제공 교육부 지원으로 추진되고 있는 ‘아세안 TVET 학생 교류 사업’의 상징적인 성과라 할 수 있다. 이 사업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운영하고 있다. TVET(Technical and Vocational Education and Training)는 기술·직업 교육 훈련이다. 한국의 전문대학과 아세안 국가 직업교육 기관 간의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학생들에게 글로벌 교육과 산업 현장 경험을 제공한다. 2024년부터 5년간 시범 운영되고 있다.
아세안 TVET 학생 교류 사업 학생워크샵 발표.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제공 굴착기에서 드론까지, 자격증으로 증명된 한국-아세안 직업 교류 성과
청년 취업난이 심화되는데 산업 현장에선 글로벌 인재 수요가 커지고 있다. 다양한 문화, 산업 환경의 경험과 국제적 협업 역량이 핵심이다.
아세안 TVET 학생 교류 사업 학생워크샵 발표.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제공 한국과 아세안은 그동안 ‘아세안+3(APT) 교육 분야 행동 계획’과 ‘한-아세안 행동 계획’을 통해 직업 교육 분야 협력 확대와 학생 교류 활성화를 추진해 왔다. 2024년에는 양측이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CSP)’를 수립했다. 협력 수준을 한 단계 더 강화한 것이다. 최근 발표된 ‘ASEAN-ROK CSP 행동 계획(2026∼2030)’에서도 미래 산업, 디지털 전환,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대응할 청년 인재 양성과 인적 교류 확대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아세안 TVET 학생 교류 사업 학생워크샵 발표.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제공 이 사업에는 경인여대, 계명문화대,구미대, 한국영상대 등 국내 4개 전문대학이 참여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태국 등 3개국 9개 대학과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올해 4개국 12개 대학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메카트로닉스, 관광·서비스, 멀티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학생들은 강의만 아니라 산업체 연계 교육, 현장 실습, 기업체 체험 프로그램 등에 참여해 실무 역량을 키운다.
사업 성과가 눈에 띈다. 2024년에는 총 82명, 지난해에는 127명의 학생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현재까지 누적 참여 인원은 209명이다. 2026년에는 파견·초청 학생 각각 80명 씩 총 160명 규모로 확대 운영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 PNJ대학 재학생들이 구미대 특수건설기계공학부에서 실습을 하고 있다. 구미대 제공 참여 학생들의 역량 향상이 뚜렷하다. 구미대에 초청된 인도네시아 학생들은 소형 굴착기 조정 면허 과정을 수료했다. 한국 건설, 기계 분야의 실무 기술을 익혔다. 계명문화대에 참여한 말레이시아와 태국 학생들은 한국외식음료협회 라떼 아트 자격증을 취득했다. 한국영상대에 온 인도네시아 학생들은 한국교통안전공단의 무인 동력 비행장치(드론) 4종 자격증을 취득했다.
제1회 아세안 TVET 학생 교류 사업 콘텐츠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인도네시아 PNJ대학 무함마드 리자 로바니 학생. 학생 제공 ‘어떻게’와 값진 ‘직업 윤리’를 배워… 실무 현장서 찾은 인생의 방향
그 가운데 로바니는 돋보였다. 한국에 오기 전부터 한국의 중장비 산업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인도네시아에도 많은 중장비가 쓰이고 있지만, 보다 높은 기술 수준과 체계적인 유지 보수 시스템을 배우고 싶었다. 로바니는 “단순히 무엇을 하는지를 배우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는지를 알고 싶었다”며 “한국이 중장비 산업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체계적인 과정을 경험하고 싶어 프로그램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은 실습 교육이었다. 구미대 실습장에서 엔진의 5대 시스템과 유압 시스템에 대한 교육을 받고 직접 타이어식 굴착기와 무한궤도 굴착기를 조작했다. S자 장애물 코스를 통과하는 주행 실습부터 굴착, 되메우기, 지면 정리, 버킷 탈부착, 지게차 운전까지 다양한 작업을 경험했다.
“교실에서 배운 이론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직접 확인할수 있었습니다. 특히 산업체 ‘HAEIN’을 방문했을 때 학교에서 배운 내용이 산업 현장에서 그대로 활용되는 것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어요.”
그는 한국 교육 시스템이 산업 현장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학생들이 졸업 후 바로 현장 투입이 가능하도록 설계가 돼 있다는 것이었다.
한국 학생들에게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받았다. 로바니는 “한국 학생들은 실습을 할 때 진지하고 집중력이 뛰어났다”며 “작은 부분 하나도 철저하게 관리하는 태도를 봤다. 직업 윤리를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체계적이고 정돈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의 시간은 새로운 목표를 안겼다. 그는 “과거에는 단순히 졸업을 목표로 공부했다면 지금은 인도네시아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엔지니어가 되고 싶다”며 “장비 고장의 근본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하는 능력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제 그의 목표는 학부 졸업 후 중장비 유지 보수 관리 분야에서 실무 경험을 쌓고, 이후 글로벌코리아장학금(GKS)을 통해 한국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이다. 로바니는 후배들에게도 해외 교류 프로그램에 적극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언어와 문화 차이가 두려울 수 있지만 막상 현장에 가면 자연스럽게 적응하게 됩니다. 질문도 많이 하고 실습에도 적극 참여해야 합니다. 이런 경험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답을 얻어 오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이번 사업의 의미를 이렇게 정리했다.
“한국에 오기 전에는 내 자신이 평범한 학생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인도네시아 중장비 산업에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다고 믿게 됐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어떤 엔지니어가 돼야 하는지 기준을 세워준 인생의 전환점이었습니다.”
이난영 교육부 국제교육기획관은 “한국 전문대학의 현장 중심 교육이 아세안 청년들의 실질적인 기술 역량을 끌어올리고 자신감을 심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이 교류가 “한국과 아세안 청년들의 글로벌 역량 강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