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호 규제 나비효과 여실히 드러난 '차이나조이 2019'

  • 동아닷컴
  • 입력 2019년 8월 7일 16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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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의 게임쇼 '차이나조이 2019'가 지난 8월 5일 막을 내렸다. 올해로 17년을 맞이하는 차이나조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중국 게임 시장의 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해외 유수의 게임사들에게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게임쇼이기도 하다.

지난해의 경우 하루 동안 133,000명이 전시를 관람하는 신기록을 세움과 동시에 총 354,000명의 관람객이 행사를 찾은 것은 물론, 약 20개국에서 900여 개 전시자가 참여해 4,000개 이상의 게임을 선보이는 등 명실공히 세계 최대 규모의 게임쇼 것을 과시하기도 했다.

차이나조이 2019 현장(자료출처-게임동아)
차이나조이 2019 현장(자료출처-게임동아)

하지만 이번 차이나조이 2019의 분위기는 예전과는 달랐다. 지난해와 비교해 참가 게임 수도 줄어든 것은 물론, 신작 게임을 찾아보기 어려웠고, 이마저도 유명 IP 기반의 게임 혹은 중국 내에서 '2차원 게임'으로 불리는 미소녀 수집형 게임과 여성 취향의 게임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더욱이 중국 게임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MMORPG 장르의 게임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지난해 B2C 부스에서 진행된 코믹&애니메이션월드어메이징엑스포와 B2B 부스에서 진행된 세계모바일게임컨퍼런스가 사라지는 등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중국 게임시장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차이나조이 2019 현장(자료출처-게임동아)
차이나조이 2019 현장(자료출처-게임동아)

- 중국 정부의 판호 규제 나비효과, 신작이 줄어든 차이나조이

이번 차이나조이 2019서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신작의 수가 크게 줄었다는 것이었다. 매년 차이나조이에서는 텐센트와 넷이즈를 선두로 수 많은 게임사들의 부스에서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의 신작 라인업을 선보였지만 이번 차이나조이 2019에서는 신작 라인업이 손에 꼽을 정도로 줄어들었다.

실제로 중국 최대의 게임사 텐센트는 콜오브듀티 모바일과 신작 FPS 게임인 ‘에이스 포스’ 정도를 내세웠을 뿐 대부분 이미 서비스 중인 게임으로 부스를 꾸몄으며, 자신들의 주력인 모바일 게임 보다 현지 퍼블리싱을 맡은 닌텐도 스위치에 더 힘을 쏟은 모습이었다. 넷이즈 역시 펄어비스의 자회사 CCP게임즈의 이브 온라인과 이브 온라인의 IP를 활용해 제작한 '이브 에코스'의 시연 영상을 공개했을 뿐 이렇다할 신작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중국 게임시장을 이끄는 두 회사의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다른 게임회사의 모습도 비슷했다. 비록 방대한 규모를 자랑한 차이나조이 2019였지만, 작년보다 2개관이 줄어들 정도로 참가회사가 줄었고, 참가한 회사들도 여러 신작을 선보이는 대신 인기가 확실한 주력작품 몇 개에 집중하는 이른바 선택과 집중에 들어간 모습이었다.

차이나조이 2019 현장(자료출처-게임동아)
차이나조이 2019 현장(자료출처-게임동아)

대신 약 2억 9,000만 명으로 추산될 정도로 매년 증가하고 있는 여성 게이머를 타겟으로 한 여성향 게임이 크게 늘어났으며, 소녀전선, 붕괴3의 글로벌 흥행으로 인해 수준 급의 일러스트를 내세운 미소녀 육성 RPG 작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도 이번 차이나조이의 특징 중 하나였다.

이러한 모습은 게임 총량 규제와 삼진 아웃제 등 중국의 까다로운 판호(허가) 제한과 함께 인기 IP의 독점이 지목된다. 중국은 지난해 판호 담당 부서가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으로 변경되는 동안 해외 게임은 물론, 중국 내 게임까지 판호 발급 업무가 중단되면서 한동안 신작이 나오지 못했다.

이 내자 판호 발급은 지난해 말부터 재개되긴 했지만, 여전히 한국 게임 IP 등 해외 게임의 ‘외자 판호’는 막혀 있는 상태이며, 판호 총량제(게임 총량 규제), 삼진 아웃제와 게임 타이틀 외국어 사용 금지, 선혈 효과 삭제와 같은 새로운 규제로 인해 중국 게임사가 크게 움츠려든 상황이다.

이런 정부의 빡빡한 심의 덕에 중국 게임시장은 대기업은 게임 총량 규제로 신작보다 확실히 성공한 게임에 주력하고 있으며, 중소 개발사들 역시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는 굵직한 IP(지적재산권)이 대부분이 큰 기업에 집중되어 있어 이슈를 만들 수 있는 게임을 출시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

이러한 중국 정부의 까다로운 판호 규제의 여파로 인해 변화하고 있는 중국 게임시장의 현주소가 이번 차이나조이 2019서 여실히 드러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평가다.

차이나조이 2019 현장(자료출처-게임동아)
차이나조이 2019 현장(자료출처-게임동아)

- 전멸에 가까운 한국 게임들. 그러나 희망은 봤다.

한한령으로 인한 한국 게임 판호 발급 중단 사태가 2년 이상 이어지면서 매년 줄어들고 있는 한국 게임 시장의 영향력은 이번 차이나조이 2019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판호 발급 중단이 곧 해제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 몇몇 게임들이 소개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올해는 단 두 곳만이 참여했을 정도로 한국 게임사들의 참여가 확 줄었다.

실제로 이번 B2B 부스에 공식적으로, 참여한 곳은 라인게임즈와 카카오게임즈였으며, 위메이드, 펄어비스, 넥슨 등의 게임사 실무진들이 현장을 방문했지만, 중국 관계사들과의 관계 유지에 더 주력해 사실상 중국 게임 시장 진출에 대한 의지를 보인 곳은 이전부터 중국 지사를 운영 중이었던 라인게임즈 뿐이었다.

차이나조이 2019 현장(자료출처-게임동아)
차이나조이 2019 현장(자료출처-게임동아)

하지만, 여전히 중국 내에서 서비스 중인 한국 게임들의 선전도 눈에 띄었다. 세기천성 부스의 경우 '마비노기 영웅전'을 비롯한 '카트라이더 러쉬 플러스' 등 중국 현지에서 서비스 중인 넥슨 게임 4종이 소개되어 큰 주목을 받았다.

이중 중국 애플스토어 매출 1위에 올라 큰 주목을 받은 '카트라이더 러쉬 플러스'의 경우 모바일 e스포츠가 활발히 진행된 퀄컴 및 하드웨어 부스의 단골 게임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중국에서 사라진 줄만 알았던 한국 게임들의 명맥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차이나조이 2019 현장(자료출처-게임동아)
차이나조이 2019 현장(자료출처-게임동아)

- 폭발적으로 발전하는 모바일 e스포츠와 중국 5G 시장의 현주소

이번 차이나조이에는 인텔, 구글, 엔비디아, AMD 등 전세계 IT 시장을 이끌고 있는 대기업들이 다수 참가했으며, 이중 세계 최대 모바일 프로세서 업체인 퀄컴은 단독관까지 마련될 정도로 큰 주목을 받았다.

이번에 선보인 퀄컴관에서는 중국에서 개발 중인 다양한 모바일 기기들이 전시됐으며, 특히 게이밍 폰 ‘블랙 샤크2’ 등 모바일 게임과 관련된 최신 기기들이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이러한 모습은 왕자영요, 화평정영 등의 게임의 흥행으로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모바일 e스포츠 시장으로 인해, 고성능 모바일 기기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되며, 게이밍기어를 넘어 모바일 시장까지 e스포츠의 영역이 확대된 것을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차이나조이 2019 현장(자료출처-게임동아)
차이나조이 2019 현장(자료출처-게임동아)

게이밍기어 시장 역시 그래픽카드, CPU, 디스플레이 영역 등 성능 이슈를 넘어서, 의자, 키보드, 마우스 등 개인 맞춤형 시대에 접어든 모습을 보였다.

전세계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는 5G에 대한 열기도 이번 차이나조이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텐센트, 화웨이 등 많은 기업들이 클라우드 서비스 등 5G 시대를 위해 준비한 무기들을 다수 공개했으며, 특히 텐센트는 행사장 곳곳에 텐센트 클라우드 전시관을 마련하고, 퀄컴과 5G 게임에 대한 전방위 협약을 맺어 주목을 받았다.

동아닷컴 게임전문 조영준 기자 zoroast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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