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실리는 한일 대화 복구 움직임… 단시일내 해법 나올진 미지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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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경제보복 파장]

한일 정부에서 갈등 해결을 위한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가동되는 가운데, 26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상 간 통화 배경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측의 ‘긍정적 신호’가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베 총리 측이 일본 외무성에 다음 달 2일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해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해지기 전 ‘외교 채널을 통한 대화와 소통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줬다는 의미다. 한일 갈등 해결을 위한 외교적 돌파구 마련에 기대감이 실리고 있다.

정부는 이달 중순 한일 국장급 협의가 성사되지 못하고,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서 수출 규제 조치를 두고 한일 간 일전을 벌인 이후 외교장관 간 핫라인이 가동된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아베 총리 측에서 ‘모종의 신호’가 없었다면 한 달간 멈춰 있던 고위 당국자급 외교 채널이 작동할 리 만무하다는 것이다. 전직 외교부 차관은 “일본으로서도 국제 여론 등을 고려해 대화를 거부했다는 인상을 주지 않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일 간 미묘한 기류 변화 조짐은 21일 일본의 참의원 선거 후부터 조금씩 흘러나왔다. 일본 측에서는 국회를 통해 ‘나루히토 새 일왕 즉위식 전까지 결과물을 냈으면 좋겠다’며 특사 파견 희망 의사를 비쳤다. 25일에는 이낙연 국무총리까지 “사태를 더 이상 악화시키지 말고 외교적 협의를 통해 해결책을 찾자”고 주문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여당 원내지도부 초청 오찬간담회에서 “일본의 경제 보복 문제는 특히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에 대해 ‘경제 침략’ 등의 표현을 공개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과는 다소 온도 차가 있다.

한일 외교장관 통화는 그 이후 나왔다. 성사 여부가 불투명했던 면대면 만남도 동력을 얻었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는 다음 달 2일 개막하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확정되진 않았지만 한일 외교장관 회담과 함께 국장급 협의 재개도 조심스레 논의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도 적극 중재는 아니지만 한일 간 대화에 관여할 의사는 계속 내비치고 있다. 미 국무부 고위당국자는 26일(현지 시간) 전화 브리핑에서 “한미일이 같은 장소에 있을 때 함께 모였으면 한다”며 ARF 시기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개최를 시사했다.

다만 외교부 안팎에선 외교적 협의가 재개되더라도 단시간 내에 외교적 해법을 도출해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끊겼던 소통 채널을 복구하는 정도로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ARF에서 회담을 한다 해도 일단 다시 마주 앉는 데 의의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우리도 일본도 새로운 안을 들고 와서 협의를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서 기본 입장 차만 확인하는 데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와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를 막기 위한 별다른 묘수가 없다는 것도 한계로 꼽힌다. 한일 외교가는 외교적 대화 재개 조짐과 별개로 “일단 화이트리스트는 어떤 식으로든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게 일본 정부의 방침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이 때문에 외교적 대화가 재개되면 일본 측이 숙고할 만한 새로운 제안을 고민해 봐야 한다는 주문도 나오고 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ARF에서 양국 외교장관이 마주 앉게 된다면 각각 강제징용 배상안에 대한 진지한 검토를 약속하고 화이트리스트 제외 및 추가 조치 동결을 교환해 상황 악화를 자제하자는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일본 경제 보복#한일 외교장관 통화#외교적 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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