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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전성철]정구(庭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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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전성철]정구(庭球)

전성철 논설위원 입력 2019-06-10 03:00수정 2019-06-10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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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글러브나 배트가 귀하던 시절, 동네 공터에서 남자 아이들이 ‘짬뽕’을 하는 것은 흔한 풍경이었다. 짬뽕은 배트 대신 주먹으로 공을 때린 뒤, 베이스를 돌아 점수를 내는 ‘주먹 야구’다. 지역에 따라서는 ‘찐뽕’ 등으로도 불렸지만 규칙은 엇비슷했다. 짬뽕에 필요한 유일한 도구는 ‘짬뽕공’이다. 야구공보다 훨씬 말랑말랑한 고무공인 짬뽕공은 아시아경기대회 정식 종목인 정구(庭球) 공에서 유래된 것이다. ‘마당에서 하는 공놀이’라는 뜻인 정구는 1883년 일본에서 테니스 용품을 구하기 어려워 고무공과 가벼운 라켓으로 경기를 한 것이 효시다.

▷우리나라 정구의 역사는 길다. 1923년 6월 동아일보는 ‘전국여자연식정구대회’를 개최했는데 당시로선 여성들만의 운동대회는 파격을 넘는 혁신적 발상이었다. 댕기 머리를 한 여학생들이 무명치마를 입고 코트 위를 뛰어다니는 것을 못마땅해하는 여론이 높아서 ‘가족과 대회 임원 외 남성은 입장할 수 없다’는 조건을 달고 겨우 대회를 열었다. 경기가 열리자 경성 인구(25만 명)의 10%가 넘는 3만 명의 관중이 몰렸다. 초대받지 못한 남성들은 학교 운동장이 내려다보이는 나무 위에 올라가 관전을 했다. 이 대회는 지난달 경북 문경시에서 열린 제97회 동아일보기 전국정구대회까지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단일 종목 대회로는 국내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됐다.

▷‘100세 시대’가 열리며 정구를 즐기는 장·노년층이 늘고 있다. 정구는 테니스에 비해 라켓은 30%가량 가볍고(250g), 공 무게도 30g으로 절반이 채 안 돼 운동량에 비해 부상 위험이 적다. 대한정구협회에 생활체육동호인으로 등록한 이들 중 80대 선수가 122명이며 90대도 9명에 이른다. 동아일보기대회를 13년 연속 유치한 문경시는 정구 동호인이 400∼500명에 달한다. 폐광 이후 침체됐던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됐다. 매년 3만 명 이상이 대회 출전과 전지훈련 등으로 문경을 찾은 덕분이다. 정구는 1994년 아시아경기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래 한국의 대표적 효자 종목이다.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금메달 7개를 독식하는 등 역대 대회에서 전체 금메달 45개 가운데 26개를 쓸어 담았다.


▷대한정구협회는 이런 흐름에 부응하려고 올 3월 종목 이름을 정구에서 ‘소프트 테니스’로 바꿨다. 동아일보가 근 한 세기 전 여성의 사회적 지위 상승을 내다보고 시작한 정구대회가 일제강점기에 국민에게 위안을 줬듯이 새 이름을 얻은 정구가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 널리 확산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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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철 논설위원 dawn@donga.com
#정구#짬뽕공#소프트 테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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