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고통… 1400여명 목숨 앗아간 ‘가습기 살균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태’는 국내에서 일어난 최악의 화학 참사로 꼽힌다. 2011년 5월 ‘원인 불명의 폐손상’ 환자 6명으로 시작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현재 정부에 신고된 것을 기준으로 6422명까지 늘었다. 이 중 1407명이 사망했다.

정부는 현재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폐질환, 태아 피해, 천식에 걸린 피해자들에게 정부 예산(구제 급여)을 지원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일 가능성이 낮거나 간질성 폐질환, 폐렴, 기관지 확장증에 걸린 피해자들은 기업 분담금과 정부 출연금(특별구제계정)을 지원받고 있다.

그렇지만 정부나 기업 분담금을 지원받은 피해자는 전체 신고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다른 질환을 앓고 있는 피해자에 대한 정부 조사가 진행되고 있어 앞으로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1994년 처음 출시된 가습기 살균제는 2011년 정부가 판매를 중단할 때까지 17년간 약 1000만 개가 팔렸다. 기업들은 흡입 시 인체에 유해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 및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등을 원료로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면서 그 유해성에 대한 검사는 하지 않았다.

이는 당시 화학제품의 안전 관리가 여러 부처로 쪼개져 있었던 데다 법률에도 사각지대가 적지 않았던 탓이다. 당시 가습기 살균제는 기업이 등록만 하면 판매할 수 있는 공산품이었다. 지금처럼 살생물질 관리에 대한 법률과 담당 부처도 없었다. 유해화학물질을 관리하는 법률에는 기업이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화학물질을 사용하더라도 이를 막을 근거가 없었다.

기업들은 이런 사각지대를 악용해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어 팔았다. 일부 기업은 인체 유해성을 알고도 묵인했다. 2011년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태가 불거지자 보고서를 조작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데 급급했다. 몇몇 대학 교수는 뒷돈을 받고 기업들에 유리한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이런 기업들에 대한 수사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아직 구제받지 못한 피해자들은 가족이나 건강을 잃고서도 그 피해를 입증하기 위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가습기 살균제 사건#폐손상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