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항 北목선, 표류 아닌 귀순 목적…軍 ‘축소·왜곡 발표’ 논란

  • 뉴스1
  • 입력 2019년 6월 19일 14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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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돼 있어 인지 못했다” 했지만 엔진 가동해 부두 정박
‘삼척항 인근 발견’이라 했지만 부두서 포착된 정황 드러나

지난 15일 북한 선원 4명이 탄 어선이 연안에서 조업 중인 어민의 신고로 발견됐다는 정부 당국의 발표와 달리 삼척항 부두에 정박했다고 KBS가 18일 보도했다. 사진은 당시 삼척항 부두에 정박한 북한어선과 어민. (독자 제공) 2019.6.19/뉴스1
지난 15일 북한 선원 4명이 탄 어선이 연안에서 조업 중인 어민의 신고로 발견됐다는 정부 당국의 발표와 달리 삼척항 부두에 정박했다고 KBS가 18일 보도했다. 사진은 당시 삼척항 부두에 정박한 북한어선과 어민. (독자 제공) 2019.6.19/뉴스1
지난 15일 강원도 삼척항에서 발견된 북한 어선 1척이 앞선 군의 발표와 달리 엔진을 가동해 직접 부두에 정박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군은 경계 작전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19일 군 당국에 따르면 이 배는 지난 9일 함경북도에서 출항했고 최단거리 육지 방향으로 항해를 시작하다 14일 오후 9시께 삼척항 동방 2∼3노티컬마일(3.7~5.5㎞)에서 엔진을 끈 상태에서 정지, 대기했다. 이어 15일 일출 이후 삼척항으로 출발했으며, 오전 6시22분 삼척항 방파제 인근 부두 끝부분에 접안했다.

특히 이 어선에 타고 있던 4명 중 2명은 애초 귀순하기 위해 넘어온 것으로 확인됐다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앞서 군은 전날 상황을 설명하며 북한 어선이 기관 고장으로 떠 내려왔으며 삼척항 인근 바다에서 조업 중이던 남한 어선에 의해 발견됐다고 전했었다.

당시 군 관계자는 “북한 어선 발견 당시 우리 군의 해안감시레이더에 미세하게 포착이 된 부분이 있지만 우리 감시요원들은 당시 파도가 일으키는 반사파로 인식했다”며 “레이더 감시 요원들은 레이더상에 희미한 표적을 발견했으나, 그것이 정지된 표적이어서 특정한 표적인지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날 군의 발표에 의하면 북한 어선이 정지돼 있지 않고 움직였는데도 군과 경찰 등 당국은 이를 포착하지 못했다는 것이 된다.

북한 어선이 동해 북방한계선을 넘어 130㎞ 남쪽 삼척항 부두까지 들어오는 동안 해군과 해경은 이를 전혀 몰랐던 셈이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이날 “모든 레이더가 성능에 나온대로 모든 것을 잡는다면 쉽지만 당시의 파고라든가 여러 마찰요소가 있기 때문에 거기에 따라 놓칠 수도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삼척항 인근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 어선은 삼척항 방파제에서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군은 이 어선이 강원도 삼척항 인근에서 발견됐다고만 발표했을 뿐 방파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는데 이를 두고 경계 실패에 대한 비난을 피하려는 의도가 아니였냐는 지적이 나온다.

군 관계자는 이를 두고 “삼척항 부두가 아닌 인근이라고 발표한 것은 해경으로부터 보고를 받았으나 조사가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포괄적으로 말씀드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해당 어선이 선장 동의를 받아 폐기된 것으로 전날 보도가 됐지만 실제로는 현재 강원 동해 1함대 사령부에서 보관 중이라고 군은 이날 설명했다.

군 관계자는 뒤늦은 대응에 대해 “폐기했다는 보도를 어제 저녁 늦게 봤다”고만 말했을 뿐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만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결국 군은 자체 동력으로 남하하는 북한 어선에 대한 경계작전에 실패하고 어선 발견 장소와 폐기 유무에 대해서도 선제적 조치 대신 뒤늦은 대응을 하면서 ‘축소·왜곡 발표’ 논란에 직면하게 됐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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