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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분화땐 지진 피해보다 한반도에 ‘화산재 공포’[인사이드&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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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분화땐 지진 피해보다 한반도에 ‘화산재 공포’[인사이드&인사이트]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19-12-30 03:00수정 2019-12-30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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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백두산’ 과학과 상상 사이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영화 ‘백두산’이 개봉 열흘 만에 관객 500만 명을 넘기며 순항하고 있다. 실존하는 자연 재해 위협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라 긴장감이 높다는 평이다. 백두산은 지금으로부터 1만여 년 전까지 여러 차례 분화했고 언제든 다시 분화할 수 있는 생화산(활화산)이다. 1000년 전인 10세기에 기록된 ‘밀레니엄 분화’는 1만 년 내 지구에서 가장 강력했던 분화에 속한다. 하지만 화산 전문가들은 “영화는 영화로만 즐겨 달라”고 당부한다. 전문가의 조언을 바탕으로 백두산 영화의 일부 장면을 실제 분화의 모습으로 바꿔 봤다.

(※읽기 전에 참고하세요. 본 기사는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하지만 기사를 읽고 영화를 봐도 주요 스토리를 즐기는 데엔 지장이 없습니다)

○ 백두산 분화로 인한 지진 피해는 어디까지?


영화 속에서는 백두산 분화로 어마어마한 에너지의 지진이 발생해 서울에 사는 주인공들까지 두려움에 떠는 장면이 나온다. 규모 7.0이 넘는 강력한 지진이 평양을 강타하고, 뒤이어 서울을 강타해 강남대로가 붕괴하고 건물이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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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는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백두산이 아무리 강하게 분화한다 해도 서울이 지진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백두산에 10여 차례 방문한 화산 전문가 이윤수 포스텍 환경공학부 특임교수는 “뜨거운 마그마가 올라오면서 주변 암석에 충격을 주면 암석이 깨지고 그 결과 지진이 발생한다”며 “하지만 영향이 미치는 반경은 100km를 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 근거로 10세기에 벌어진 백두산의 강력했던 ‘밀레니엄 분화’를 들었다. 백두산에서 북서쪽 140km 지점의 호수 퇴적물에 쌓인 당시의 지층을 연구했는데, 지진의 영향이 발견되지 않았다. 역사 기록에도 지진 언급은 없다. 이 교수는 “만약 그렇게 큰 지진이 한반도를 강타했다면 당시 고려 수도 개성이 무너졌어야 하는데 그런 기록도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화산이 분화할 때 대부분의 에너지는 마그마가 화도를 통해 바깥으로 분출되는 과정에서 거의 소모되기 때문에 큰 지진을 일으킬 여력이 없다는 게 정설이다.

○ 영화 속 네 개의 마그마 방은 실제?

백두산 지하에 4개의 마그마 방이 있다는 영화 속 설정은 20세기 말 중국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른 것이다. 1999년 과학자들이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팀은 다이너마이트를 터뜨려 작은 인공지진을 일으킨 뒤 지진파가 땅속을 통과하는 속도를 측정해 백두산 내부의 지질 구조를 진단했다. 지진파를 마치 병원의 초음파 진단 도구처럼 활용해 내부를 보는 기술이다. 지진파의 전파 속도가 다르게(느리게) 측정되면 그곳에 일반적인 땅과 다른 구조가 존재한다고 추론하는 식이다. 이에 따르면 백두산 지하에 최대 4개의 마그마 방이 존재하고, 그 가운데 하나는 서울의 두 배 면적인 1256km²에 걸쳐 퍼져 있을 정도로 클 것으로 추정됐다. 영화는 바로 이 가장 큰 마그마 방의 폭발을 막기 위한 고군분투가 핵심 줄거리다.

하지만 이 연구 결과에 학자들은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이 교수는 “무리한 해석이라는 비판도 많은 연구”라고 말했다. 마그마가 존재하는 것은 확실하지만 마그마 방의 수나 위치, 형태 등을 해석하는 데엔 이견이 있다는 것이다. 당시 연구는 남북 한 방향으로만 지하 구조를 탐사한 것으로 마그마 방의 입체 구조를 파악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었다. 마그마 방이 아니라 마그마가 어느 정도 포함돼 있는 다른 지질 구조라는 주장도 있다. 이 교수는 “지하 5∼7km 지점에 마그마가 존재한다는 사실까지가 그나마 확인된 결론”이라고 말했다. 2013∼2015년 북한 과학자가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팀에서도 지진파 측정을 통해 백두산 지하에 마그마가 존재한다는 사실과 백두산 아래 지각이 부풀어 있다는 사실까지만 확인했다. 마그마 방의 수나 형태 등은 밝혀지지 않았다.

○ 마그마 방에 구멍을 내면 폭발력이 줄어든다?

영화에서는 핵무기를 이용해 마그마 방에 구멍을 내면 압력이 낮아져 재앙적인 대형 분화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아이디어는 어디까지나 이론일 뿐이고 실제로는 위험천만한 아이디어다. 김기범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석유가스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실제로 일본의 운젠산을 대상으로 마그마 방을 감압하자는 주장이 있었지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시행되지 않았다”며 “땅속에 물을 주입하는 작업만으로도 지진이 일어날 수 있는데 폭발을 시도하는 것은 위험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윤수 교수도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후지산을 포함한 일본의 화산대가 자극을 받아 폭발할 가능성이 제기돼 화산학자들이 크게 긴장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오히려 핵폭발이 마그마 방을 자극해 화산이 분화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팀은 2016년 북한 지하 핵실험에 따른 인공지진이 마그마 방의 압력 변화를 일으킬 수 있으며, 이에 따라 기포가 발생하면 부력에 의해 마그마가 위로 상승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했다.

운 좋게 마그마 방의 압력을 낮췄다 해도 새로운 문제가 있다. 만약 구멍을 통해 인근에 있던 안정적인 상태의 마그마에 뜨거운 다른 마그마가 들어가 섞일 경우 불안정성이 높아져 분화가 촉발될 가능성도 있다.

○ 무서운 건 용암이 아니라 화산재

실제 화산이 폭발하면 진짜 무서운 피해는 분출하는 용암이 아니라 화산재다. 분출한 화산재가 중간에 산기슭을 타고 빠르게 쏟아져 내리는 것을 화쇄류라고 하는데, 수백 도에 이르는 화산재가 빠를 땐 시속 100km가 넘는 속도로 쏟아져 내려와 지상을 폐허로 만든다. 백두산에서 분출한 화산재는 남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된다. 10세기에 발생한 백두산 밀레니엄 분화 때 화산재는 동해는 물론이고 일본까지 날아갔다. 당시 나온 화산재를 모으면 남한 전역을 1m 높이로 덮을 수 있을 수준이었다. 높이 날아간 화산재도 문제다. 떠오른 화산재는 3∼4년간 약 50km 상공까지의 성층권에 머물 수 있다. 태양빛을 막아 지구 평균기온을 떨어뜨려 기후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10세기 당시 백두산의 화산은 끈적한 마그마(유문암질 마그마)를 분출했는데 이 마그마는 가스를 많이 머금고 있다. 이 가스가 어느 순간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면 마치 팝콘처럼 구멍이 숭숭 뚫린 ‘부석’이라는 돌이 만들어진다. 분화 시 이 돌이 사방으로 튈 가능성도 크다.

천지는 최대 깊이가 380m 이상인 큰 호수로 안에 20억 t에 이르는 이산화탄소가 액체 상태로 가라앉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교수는 “분화로 천지 물이 넘치면 이산화탄소가 유출될 수 있는데 반경 50km의 생물은 1시간 내에 질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 백두산 말고 분화 위험이 있는 화산은?

한반도의 화산 폭발 가능성을 다룬 작품은 대부분 백두산을 배경으로 한다. 2000년대 초반에도 실제로 분화 가능성이 점쳐지는 등 비교적 최근까지 활동 가능성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반도에는 백두산 외에도 한라산과 울릉도라는 생화산이 있다. 화산 전문가들은 특히 울릉도에 주목하고 있다.

울릉도가 살아있는 화산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손영관 경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와 김기범 지질연 선임연구원 팀은 울릉도 중심부 나리분지의 화산재층을 분석해 울릉도가 최근까지 화산활동을 했던 젊은 화산이라는 사실을 2016년 밝혔다. 이에 따르면 울릉도는 원래 약 500만 년 전 동해가 열릴 때 만들어진 화산이며 지금의 백두산 천지처럼 분화구에 물이 고인 호수 지형을 형성하고 있었다. 하지만 1만9000년 전에 마그마가 올라와 분화구의 호수 물과 닿아 막대한 양의 수증기를 발생시키며 맹렬히 폭발을 일으킨 것으로 드러났다. 1만 년 전 이후에도 세 번의 추가 폭발이 있었으며 마지막 폭발은 5000년 전에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울릉도는 다른 곳보다 지열이 높다. 기존 마그마가 덜 식었거나, 추가적인 새 마그마가 존재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국제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백두산과 달리 울릉도는 마그마의 위치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아직 본격적인 분화의 징후는 보이지 않으니 영화 백두산의 후속작 ‘울릉도’가 만들어지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듯하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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