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3년간 대규모 택지 지정을 중단한 적은 있다. 아파트 수요가 많지 않아 빚내서 집 사라던 박근혜 정부 때다. 인프라도 안 갖춰진 외곽에 덩그러니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지을 게 아니라 수요에 맞는 도심 재개발 재건축을 하자는 취지다.

민간기업 같으면 자기 분야에서 3년 이상 실패한 간부는 진작 경질됐다. 김현미는 2015년 문재인 당 대표 비서실장을 하며 정무적 감각을 인정받았다는 이유로 스물네 번이나 부동산정책을 실패하고도 고개를 빳빳이 쳐드는 실세 장관이다. 자신을 자르는 순간 문 대통령이 민생경제 실패를 인정하는 게 되므로 못 자른다는 걸 빤히 아는 것이다.
김현미는 대통령한테 총애 받아 하늘을 쓰고 도리질하겠지만 경제를 모르는 정치인 출신 장관 때문에 국민은 불행하다. 김현미가 암만 “내년 봄이면 전세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말해도 결코 나아질 수 없는 현실 때문에 더욱 불행하다. 이유는 첫째, 김현미가 싸놓은 × 때문이다.

둘째는 이 정부가 코로나19에 대응한다며 대폭 늘린 통화량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통화량이 1% 증가할 때 주택가격은 1년에 걸쳐 0.9% 상승한다. 문 정권은 이미 네 차례 추경예산을 편성했고 민생금융안정 패키지로 82조 원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김현미가 전세난 배경에 대해 “근본적인 원인은 코로나를 겪으면서 기준금리가 0.5% 떨어진 것”이라고 구시렁댄 것은 ‘그게 왜 내 탓이냐, 통화량이 늘었기 때문이지’라는 속뜻이었던 거다.
셋째, 현 정부 들어 외국인 특히 중국인의 부동산 구입이 무슨 이유에선지 크게 늘었다. 2017년부터 올 5월까지 외국인이 취득한 아파트가 2만3167건인데 이 중 중국인이 1만3573건으로 60%에 가깝다. 이들이 사놓은 집을 우리처럼 전세로 착착 내놓을 리 없다. 또 중국인 아니어도 아파트 증여가 늘었다. 한 푼이 아쉽지 않은 이들은 전세 관련 규제가 까다로우면 그냥 비워둘 공산이 크다.

경제를 모르면 경제 전문가의 고언을 듣기 바란다. 국토부에도 부동산을 아는 유능한 공무원이 수두룩하다. 단지 말을 못 할 뿐이다. 정무감각, 아니 양심이 손톱만큼이라도 남아 있다면 대통령에게 “부동산정책 때문에 민심 이반이 심상치 않다”고 직언해야 한다(총애받는 김현미조차 대면보고한 지 몇 달 된다고 한 게 불길하긴 하다). 그것도 못 한다면, 가만히 있으라. 내년 봄쯤 나아진다는 거짓말 따윈 하지 말란 말이다.
김순덕 대기자 dob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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