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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의 도발]혹시 ‘트바로티’ 김호중… 좋아하세요?

김순덕 대기자 입력 2020-10-24 14:00수정 2020-10-24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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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쓸 작정이었다. “검찰총장은 법리적으로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산 권력 수사하면 좌천, 다 아는 얘기 아니냐.” 22일 윤석열이 법무부 장관 추미애를 공개 저격한 대검찰청 국정감사 장면을 다시 보려고 유튜브를 열었는데, 글쎄 ‘트바로티’ 김호중의 노래 영상이 줄줄이 뜨는 것이었다. 일선 검사들은 윤석열의 작심 발언에 속이 뻥 뚫렸다고 한다. 김호중이 온 힘을 다해 부르는 노래들은 가히 폭포수였다.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 하나만 듣고 윤석열로 갈 생각이었는데 새벽 두 시가 넘어버렸고, 나는 스마트폰을 쥔 채 이불 속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우연인지, 시대가 만든 운명인지 김호중과 윤석열의 공통점이 줄줄이 떠올랐다.

팬들로부터 트롯+파바로티를 합친 ‘트바로티’로 불리는 가수 김호중. 사진 출처: 김호중 팬카페 트바로티


● 노래 잘하는 가수, 나쁜 놈 잘 잡는 검사
첫째, 자신의 직업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트로트에 별 관심이 없는 나는 개천절까지만 해도 김호중이라는 가수를 알지 못했다. 그날 혼자 동네 극장에 갔다가 3면에 영상이 펼쳐지는 스크린X로 김호중의 팬미팅 무비 ‘그대, 고맙소’를 보고는 그만 뿅 가버렸다. 영화관 가득 솟구치는 불꽃 속에 “천상에서 다시 만나면…” 하고 ‘천상재회’가 터져 나오는데 심지어 눈물이 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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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노래 잘하는 사람이 어디 한둘인가. 하지만 김호중은 성악을 공부한 천상의 목소리로 대중가요를, 그것도 이 노래를 부르다 죽어도 좋다는 모습으로 불러서 감동을 준다. 가수라는 직업에 성심을 다하는 태도가 너무나 절절하게 배어난다.

윤석열 역시 검사라는 직업에 충실한 사람이다. ‘나쁜 놈은 잡아들여야 한다’는 검사 본능에 충실한 나머지 살아있는 권력까지 파고들다 수난을 당하는 신세가 됐다. ‘검찰 지상주의자’이고 정무감각 빵점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가수든 검사든 자신의 업(業)에서 최선을 다하고 그리하여 최고가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아닌가?(때로 박근혜 정부 때도 지금처럼 정부 비판을 했느냐는 댓글을 본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다. 그게 기자의 역할이라고 배웠기 때문이다.)

생각을 보여주는 엔터테인먼트 제공


● 조폭과 연관 있고, 송사에도 얽혀 있고
둘째, 김호중과 윤석열은 어떤 식으로든 조폭과 연관이 있다. 김호중은 불우한 10대 시절 조직에 스카우트당한 경력이 있다. 경북 김천예술고에서 그를 ‘사람’으로 만든 음악과장 서수용 선생님은 2008년 처음 만날 때 양복 차림에 금목걸이, 금팔찌, 팔뚝에 문신까지 새긴 덩치가 걸어오더니 고개가 아닌 어깨로 인사를 하더라고 했다.

윤석열이 국민에게 각인된 것도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2013년 국감에서의 발언 때문이었다.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 수사에 윗선의 압력이 있었다고 폭로할 때 “(윗선의) 지시 자체가 위법한데 그것을 어떻게 따르겠느냐”며 했던 명언이다. 사람 아닌 나라와 국민에게 충성이면 좋겠는데 검찰 ‘조직’에 대한 충성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작년 인사 청문회 때 검찰 후배를 보호하는 모습이 역력해 여권에서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한 검찰을 통제하기 위해서라도 검찰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을 정도다.

당시 의원이 아니었던 정청래는 “의리의 총대를 맨 윤석열” “이 남자 상남자”라며 상찬을 아끼지 않았다(그때는 같은 편이었던 거다). 어제 국감에서 윤석열은 주먹을 불끈 쥐거나 탁자를 내려치고, “패죽인다” 같은 발언을 하는 등 더 다이내믹해진 모습이었다. 편은 갈라졌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방송에서 “제가 왜 조폭검찰의 검찰정치를 방치하면 안 된다고 했는지 확실히 아시겠죠” 했을 만큼.

그래서인지 두 사람 다 송사에서 자유롭지 않다. 김호중은 음악 선생님의 눈물과 기도로 폭력조직에서 두드려 맞고 빠져나왔지만 과거 여자친구가 폭행설을 제기해 그의 부친을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윤석열은 부인의 회사 협찬금 의혹과 장모의 요양병원 운영 의혹, 후배 검사의 친형 관련 사건을 빌미로 법무장관으로부터 사건 지휘에서 배제된 상태다.


20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 윤석열 검찰총장을 응원하는 화환들이 줄지어 서 있다. 동아일보 DB


● 같은 사람, 같은 사안도 달리 보인다는 사실
가장 큰 공통점은 두 사람에게 열렬한 지지층이 있다는 사실이다. 김호중에게 온갖 의혹이 쏟아졌는데도 팬심이 어찌나 막강한지 “이는 김호중을 음해하는 불순한 의도 때문”이라며 더 결집하고 응원한다. 이렇게 노래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가수라면 과거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사과하면 받아줘야 한다 싶다. 안 받아준다면, 다시 과거로 돌아가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윤석열 역시 지지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삼권분립이 무너지고, 집권세력은 소련의 노멘클라투라처럼 어떤 잘못에도 처벌받지 않는 특수계급화하는 상황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줄 집단은 ‘윤석열 검찰’밖에 없다는 기대가 하늘을 찌른다(물론 문파와 그 주변에선 그 반대 시각이 하늘을 찌른다). 국감 막바지에 윤석열이 “소임을 마치고 나면 사회와 국민들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생각해보겠다”고 하자 당장 ‘윤석열 대망론’이 나왔을 정도다.

김호중과 윤석열에 쏟아지는 시선을 보면 같은 사람도, 또 같은 사안도 입장에 따라 이렇게 달리 보일 수 있다는 데 놀라게 된다. 그래도 김호중의 경우엔 그의 노래를 들어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내가 그랬다). 윤석열이 민주주의를 무시했고 그러니 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설치해 잡아넣어야 한다는 두뇌구조는, 정말이지 우리가 같은 한국말을 쓰며 살고 있는지 의심하게 만든다.



● 그럼에도 희망을 주는 그들이 고맙소
김호중 팬들은 좋겠다. 비록 호중님은 군 복무 중이지만(멀리 안 갔다. 서초구청 사회복무요원) 기다리면 돌아온다는 희망이 있다. 윤석열은…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백척간두다. “정치가 검찰을 덮었다”며 라임사태를 수사해온 서울남부지검장이 22일 전격 사퇴했지만 과연 검찰의 기개가 살아있는지 희망을 갖기 어렵다.

현실정치에 관심을 끄고 김호중 노래만 들으면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다. 그러나 김호중처럼 집권세력과 연계된 빽이 없는 국민도 두려움 없이 살아가려면, 윤석열이 검찰총장다운 총장으로 살아남아야 한다. 그래야 법치가 살아있을 수 있다.

김순덕 대기자 dob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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