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현장에서 분주하게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공동취재) 2026.01.09 [용인=뉴시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호남 등 비수도권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삼성전자는 광주에 반도체 패키징(후공정) 생산기지 신설을, SK하이닉스는 전남권에 반도체 투자를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말 열릴 대통령과 주요 그룹 총수 간담회에서 반도체 투자 관련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반도체 기업들의 ‘지방행’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반도체 업계에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그동안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경기 평택, 용인과 충북 청주 팹(공장) 등을 중심으로 투자를 늘려 왔고 이들 지역에 생산 및 연구개발(R&D) 시설, 인력 등이 밀집해 있다. 비수도권에 새로운 거점을 조성하면 집적 효과가 약화되고 인재 유치도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반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선 호남 등 비수도권은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하고 용수 확보도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며 비수도권 투자 확대를 요청하고 있다. 지역 균형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논리다.
중요한 것은 투자가 100% 기업의 자율적 판단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여야 정치권은 앞다퉈 전국 곳곳에 반도체 유치 공약을 내세우며 알게 모르게 기업들에 부담을 줬다. 최근에도 비수도권 반도체 공장 유치를 기정사실화하며 기업들을 압박하는 움직임이 있다. 지자체나 정치권이 나서서 특정 지역에 특정 공정을 배치해 달라고 무리하게 요구해선 안 된다. 특히 수백 개의 소재·부품·장비 업체가 밀집해 생태계를 이뤄야 하는 전공정 라인까지 분산해 달라는 요구는 기업 입장에선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기업이 오로지 글로벌 경쟁력 하나만을 잣대로 충분히 숙고해 전략적 선택을 하도록 지켜봐야 한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연구개발(R&D)과 설비 투자에 쏟아부은 금액만 125조 원에 달한다. 불확실한 업황 속에서도 선제적 투자를 단행해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토대를 닦을 수 있었다. 기업의 미래를 가를 만큼 중요한 투자에서 경영 외적인 고려가 개입되는 것은 곤란하다. 투자 결정은 기업에 맡기고 정부와 지자체는 전력, 용수, 도로 등 인프라를 적기에 공급하고 우수 인력의 유치·양성과 파격적인 규제 완화 등의 지원에 주력해야 한다. 어떤 경우든 기업의 경영 판단과 어긋나게 지방 이전을 ‘압박’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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