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결정한 겁니다”… 주민센터 간 민원인이 듣고 싶지 않은 이 말[박재혁의 데이터로 보는 세상]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6월 10일 23시 09분


英공무원들 “정책 결정은 인간 몫”… AI는 보조 역할일 때 수용성 높아져
AI 과세에 시민 선호 22.6%P 급락… 소스코드 비공개-민간 외주도 싸늘
공공혁신에 AI 전면 즉시 도입보다 국민의 신뢰와 납득이 성패 좌우해

《행정에 AI 도입할 때 고려할 점

이재명 정부가 인공지능(AI) 적용과 관련해 부처 차원에서 가장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분야는 단연 행정 업무의 AI 전환이다. 정부는 160만 명의 국가·지방공무원이 수행하는 행정 전반에 AI를 도입해 업무 방식을 혁신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이달 2일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도 “각 부처가 조사·분석·판단하는 일을 1차적으로 AI가 처리하도록 빨리 활용해야 한다”면서 “지금 당장 도입하라”고 강하게 주문했다.》

박재혁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박재혁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정부 기관의 정책·행정 업무에 AI를 ‘즉시’, 그것도 ‘전 업무에 걸쳐’ 도입하려면 효율성만큼 중요한 점이 있다. 일선 공무원들은 AI의 도입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그리고 행정 서비스를 제공받는 국민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살펴보는 일이다. 공공 행정은 속도나 효율성 못지않게 국민의 신뢰가 중요한 영역이다. 예를 들어 특정 복지정책의 수혜자를 선정하는 업무가 아무리 신속하게 처리된다고 한들, 그 과정이 불투명하거나 결과 산출의 근거를 국민이 납득하기 어렵다면 좋은 행정 서비스라고 보기 어렵다.

첫 번째 연구(연구①)는 영국 공무원 80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바탕으로 정부 관료들이 정책 과정에서 AI의 역할을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보여준다. 연구진은 정책 주기를 △의제 설정 △정책 형성 △정책 의사결정 △집행 △평가 등 5단계로 나누고, 단계별로 AI의 개입 수준에 따른 공무원들의 수용성을 분석했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공무원들 사이에서 기술 수용성이 높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와 달리 공무원들은 AI가 정책 과정 전반에 폭넓게 개입하는 것에 대해 상당한 회의감을 보였다. 특히 인간의 판단과 가치 개입이 필수적인 ‘정책 의사결정’ 단계에서의 AI 활용에 가장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반면 데이터 기반의 객관적 분석이 주가 되는 ‘정책 평가’ 단계에서는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주목할 만한 점은 어떤 정책 단계에서든 공무원들은 인간이 절대적인 통제권을 쥐고 AI는 단순한 조언이나 보조 역할(의사결정 비중 25% 수준)에 머무르기를 강력히 원했다는 것이다. 단, 공무원들에게 AI의 구체적인 활용 가능성과 기능에 대한 명확한 정보가 주어졌을 때는 AI 개입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가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두 번째 연구(연구②)는 핀란드 시민 1072명을 대상으로 세무 행정에 AI를 도입하는 것에 관한 실험을 했다. 연구진은 AI 세금 징수 시스템의 여러 모델을 놓고 선호도 조사와 구체적인 상황을 부여한 가상 시나리오 실험을 했다. 이를 통해 인간(세무 공무원)의 재량권과 AI 자동화를 어떻게 조합할지 등에 관한 설계 방식이 시스템에 대한 시민 평가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했다.

실험 결과 시민들은 AI 시스템이 인간 공무원의 개입 없이 재량권을 갖는 것에 극도로 부정적이었다. 선호도 실험에 따르면 세무 공무원의 검증 없이 AI가 자동으로 결정을 내리는 시스템은 AI가 공무원에게 단순히 권고안을 제시하는 시스템과 비교해 시민들의 선택 확률을 무려 22.6%포인트나 급락시켰다.

작동 원리와 소스코드를 공개하지 않는 투명성의 부재 역시 시스템에 대한 지지율을 13.5%포인트 떨어뜨렸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민간 기업의 개입과 사생활 데이터 활용에 대한 강한 반감이다. 정부가 자체 개발한 시스템에 비해 민간 기업에 외주를 준 AI 시스템은 시민 지지율을 19.9%포인트 깎아내렸다. 소셜미디어나 온라인 플랫폼의 사적 데이터를 세무조사 AI에 활용하는 방안 역시 11.3%포인트의 선택률 하락을 초래했다.

두 연구는 AI 기술을 행정 업무에 도입하려는 정부 부처들이 고민해야 할 핵심적인 시사점을 던진다. 정부는 AI를 모든 업무에 전격 도입하기보다는 기관 차원에서 어느 업무에, 어느 정도의 권한을 AI에 부여할 것인지 먼저 검토해야 한다. 일선 공무원들과 면밀한 직무 분석 및 사전 협의를 거쳐 적절한 업무에 적절한 정도로 도입하는 방향이 적절하다.

아울러 국민들은 AI 행정 서비스의 개발 및 운영을 사기업에 전적으로 맡기는 것이나 무분별하게 사적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에 우려할 수 있다. 대국민 행정 서비스는 특정 사기업의 앱처럼 원하지 않으면 당장 삭제할 수 있는 ‘선택재’가 아니다. 국민들의 우려와 불신을 충분히 고려하며 이를 해소해 갈 때 비로소 정부가 목표로 하는 진정한 공공분야 AI 혁신이 뿌리내릴 수 있다.

연구① Haesevoets, Tessa, et al. “Public servants’ attitudes toward the use of Artificial Intelligence in policymaking: An experimental study.” Government Information Quarterly 43.2 (2026): 102134.

연구② Aula, Ville, Jaakko Hillo, and Tero Erkkilä. “AI in Taxation-Experimental evidence on citizen design preferences and perceptions of legitimacy.” Government Information Quarterly 43.2 (2026): 102147.
#정부 기관#AI 도입#공무원 인식#정책 과정#정책 의사결정#세무 행정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트렌드뉴스

트렌드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