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보존 활동 어디까지 왔나
그린피스, 수중 탐사 로봇 활용해 바다 화산 ‘로키의 성’에 푯말 꽂아
“생명체 기원 알아낼 단서 있을 것… 해양 생태계 30%는 보호구역 돼야”
韓, 연안에 ‘잘피’ 심어 바다숲 조성… 탄소 흡수-해양 폐기물 수거 용이
지난달 22일 노르웨이 본토와 스발바르 제도 사이 대서양 2300m 심해를 탐사하던 수중 로봇이 천천히 움직이며 노란색 푯말을 내려 꽂았다. 푯말에는 ‘과학의 목소리를 들어라(LISTEN TO THE SCIENCE)’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심해 탐사를 주도한 산드라 쇠트너 그린피스 수석과학자는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탐사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2030년까지 전 세계 해양의 30%를 보호하자는 목표를 추진하고 심해 채굴을 중단하도록 촉구할 과학적 증거를 수집하는 것이었다”며 “역사상 지구 가장 깊은 곳에서 이뤄진 이번 시위는 세계 지도자들에게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라고 밝혔다.
8일은 유엔이 국제 기념일로 지정한 ‘세계 해양의 날’이다. 세계 곳곳에서 2022년 캐나다에서 채택된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간 합의인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를 이행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2030년까지 훼손된 육지와 해양 생태계를 최소 30% 복원하는 것이 GBF의 합의 사항으로 한국도 이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
● “해양생태계 보호 위해 심해 채굴 중단을”
지난달 22일 노르웨이 본토와 스발바르 제도 사이 대서양 2300m 심해에서 환경단체 그린피스의 무인 탐사 로봇이 ‘과학의 목소리를 들어라’라고 쓰인 푯말을 꽂고 있다. 그린피스 제공
그린피스가 푯말을 꽂은 곳은 ‘로키의 성’으로 불리는 열수분출공(바닷속 화산) 지대다. 해저 지각 깊은 곳에서 300∼320도의 고온 유체가 분출되는 독특한 화산 생태계다. 학계에서는 생명의 먼 조상이 이곳 미생물과 유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로키의 성을 지구 생명의 기원을 이해하는 단서를 품은 생명체의 요람으로 여긴다. 노르웨이 정부가 2024년 심해 채굴을 허용했지만 환경단체와 어민, 과학자 등의 반대로 지난해 계획이 중단됐다.
2008년 로키의 성을 처음 발견한 탐사에 참여했던 파코 카르데나스 웁살라대 진화박물관 박사는 18년 만에 이곳을 다시 찾았다. 카르데나스 박사는 본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로키의 성은 북극에서 최초로 확인된 열수분출공”이라며 “태양빛 없이 화학 반응 에너지만으로 유지되는 곳으로, 지구 생명체도 처음에는 화학합성에 의존하다가 광합성으로 진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환경을 더 깊이 연구하고 다른 종과의 생태적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데, 광물 자원이 풍부한 탓에 심해 채굴의 주요 대상이 되고 있다”고 했다.
그린피스는 세계 지도자들에게 2030년까지 전 세계 해양의 30%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이행하고, 심해 채굴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로키의 성 탐사에 참여한 안네헬레네 탄드베리 베르겐대 박물관 박사는 “이번 탐사에서 조사한 해면 동물과 산호 정원은 어린 물고기의 보육장 역할을 하며 단각류와 다모류 등 저서생물은 성체 대구의 먹이가 된다”며 “북극 지역의 지속 가능한 어업과 주민 생활에 직결되는 심해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해양보호구역 지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해양식물 ‘잘피’ 심었더니 바다 생물 늘어
충남 서산시 가로림만에서 환경단체 등 관계자들이 해양 식물인 ‘잘피’ 숲을 만들기 위해 잘피 종자를 심고 있다. 환경재단 제공국내에서도 해양 생태 보전을 위한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환경재단은 한국수산자원공단과 함께 2023년부터 해양 탄소 흡수원이자 바다숲 핵심종인 ‘잘피’를 이식해 연안 생태계를 복원하는 잘피숲 조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 롯데마트 등 기업들이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의 일환으로 사업에 동참한다. ‘바다의 허파’로 불리는 잘피는 연안 암반에서 해조류가 사라지고 석회 조류 등이 달라붙는 갯녹음 현상을 완화하고 해양 플라스틱 섬유를 해안으로 밀어내는 기능이 뛰어나다. 블루카본(연안 식물 생태계가 저장·격리하는 탄소) 생태계로 꼽히는 이유다.
최근 해수온 상승과 연안 개발로 전 세계 잘피 서식지가 빠르게 줄어들면서 이를 복원하려는 노력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환경재단은 2023년 경남 통영을 시작으로 완도·군산·태안·서산·거제 등 남해안과 서해안 전역으로 잘피 복원 사업을 확산했다. 현재까지 잘피 종자 총 27만 주를 심어 약 8.7ha(헥타르) 규모의 바다숲을 조성했다. 축구장 약 12개 규모다. 바다숲 조성 활동가들은 이 과정에서 약 4.7t(톤)의 해양 폐기물을 함께 수거했다.
환경재단과 수산자원공단이 2023∼2024년 잘피 식재 사업 생물종다양성 연구를 진행한 결과 통영 선촌마을 해양보호구역에서는 1년 만에 잘피 서식 밀도가 ㎡당 52개체에서 111개체로 늘었다. 물속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유영생물 출현 종은 5종에서 12종으로 늘었다. 육안으로 식별 가능한 무척추동물을 뜻하는 대형 저서동물 개체 수도 ㎡당 518개에서 1625개로 늘었다.
정태용 환경재단 사무총장은 “잘피 서식지 복원은 기후위기 시대에 필수적인 자연 탄소 흡수원을 늘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잘피숲 조성을 민관 협력을 통해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서식지 내 해양 폐기물 수거와 처리를 함께 추진해 건강한 바다를 만드는 지속 가능한 환경보전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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