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부터 1995년까지 미국에서 우편 폭탄을 보내 3명이 숨지고 23명이 중상을 입게 한 연쇄 테러 사건인 ‘유나바머 사건’. 이런 명칭이 붙은 이유는 이 사건의 범인이 대학과 항공사를 노린 폭발범(University and Airline Bomber)이란 뜻이 담긴 별명, 이른바 ‘유나바머’로 불렸기 때문이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유나바머를 잡기 위해 17년 가까이 막대한 인력과 비용을 투입하며 수사에 매달렸다. 거의 흔적을 남기지 않았던 유나바머는 주요 언론사에 ‘산업사회와 그 미래’라는 선언문을 보냈는데, 필체를 알아본 동생이 FBI에 제보하며 1996년 몬태나의 한 오두막에서 체포된다.
그의 실제 이름은 테드 카진스키. 오두막은 도서관을 방불케 할 정도로 문학부터 역사, 심리, 과학 등 온갖 종류의 책이 가득했다. 세상은 그를 ‘하버드 출신의 광인’으로 치부했지만, 책은 그의 사상이 주류 미국인의 사고방식과도 맞닿아 있음을 보여준다. 카진스키의 사상과 폭력이 1950년대 냉전기 미국의 지적 분위기와 맞물린다는 설명이다.
책은 카진스키가 비뚤어지게 된 하나의 단서로, 하버드 심리학 수업에서 실시된 헨리 머리 교수의 고강도 스트레스 심문 실험을 제시한다. 이 실험은 참가자가 신념이나 정체성을 강하게 공격받는 상황을 만들고 그 반응을 관찰했다. 문제는 이 실험 방식이 미 정보기관이 냉전 시대 심리전에 대비해 적군을 압박하려는 목적으로 행했던 연구와 비슷했다는 점이다. 카진스키를 비롯한 학생들은 충분한 설명 없이, ‘조작 가능하고 시험 가능한 대상’으로 심리적 압박을 받아야만 했다.
이를 계기로 배움을 좋아했던 한 청년은 비인간적이고 절망적인 사회를 겪으며 아웃사이더 살인자로 변했다. 고도로 훈련된 그의 수학적 두뇌에는 참과 거짓의 논리만 있고, 회색 영역이 없었다. 흥미로운 건 저자 역시 공립학교를 나와 하버드에 입학했으며, 카진스키와 비슷한 시기 절망을 느껴 몬태나의 야생 속에서 은둔했다는 점이다. 저자는 극단적인 폭력이 특별한 악인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반적인 생각과 환경에서 자라났음을 추적하며, 미국 사회가 어떻게 극단적 폭력을 낳는 사유의 토양이 됐는지를 되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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