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X 벨트-항공 클러스터… 대구경북 통합 핵심사업은 ‘선집행’

  • 동아일보

통합특별법 국회 문턱 못넘었지만
대구-경북, TF 유지해 사업 속도
도청신도시에 대학-기관 등 유치
국립근대미술관-공연장 조성도

경북 안동시 풍천면 도청 신도시 전경. 대구·경북 통합 특별시가 출범할 경우 실질적 행정 중심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경북도 제공
경북 안동시 풍천면 도청 신도시 전경. 대구·경북 통합 특별시가 출범할 경우 실질적 행정 중심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경북도 제공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는 6일 대구 수성구 알파시티를 찾아 지역거점 인공지능(AI) 대전환(AX) 혁신 기술개발 사업 추진 상황을 점검했다. 정부가 올해 2월 발표한 ‘대한민국 AI 행동계획’의 핵심 과제인 ‘5극 3특’ 기반 AX 혁신벨트 구축 현장의 의견을 듣고 정책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자리였다.

대구시는 올해부터 5년간 총사업비 5510억 원을 투입해 알파시티를 중심으로 지역 주도의 AX 혁신 생태계를 조성한다. AI·로봇·반도체를 융합한 연구개발과 산업 실증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다. 이 사업은 대구·경북 행정 통합 특별법안에 담긴 핵심 과제이기도 하다.

임문영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상근부위원장은 “AX 실증 단계부터 비용과 리스크를 함께 분담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공공 인프라를 지원하고,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을 중심으로 전문 인재 양성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 행정 통합 핵심사업 ‘선집행’ 전략

대구·경북 행정 통합 특별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대구시와 경북도는 법 통과를 기다리지 않고 전담 조직(TF)을 유지한 채 핵심 사업부터 먼저 추진하는 ‘선(先)집행’ 전략에 들어갔다.

정치 변수로 통합 논의가 지연됐지만 지역 성장과 관련한 사업은 계속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특별법이 통과되면 즉시 사업을 확대하고, 통과가 늦어져도 현행 제도 안에서 가능한 사업은 선제적으로 추진해 통합 기반을 쌓는다.

경북도는 특별법 보류 이후에도 통합추진단을 중심으로 조직을 유지하고, 특별법 재추진과 실행 가능한 사업 추진을 병행하는 ‘투트랙’ 체제로 전환했다. 한 축은 특별법 재추진과 논리 보강이고, 다른 한 축은 특별법에 담긴 발전 전략 중 당장 실행 가능한 사업을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추진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기조는 광주·전남 통합특별법의 선행 통과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연간 최대 5조 원, 4년간 최대 20조 원 수준의 재정 인센티브와 특별시급 권한, 공공기관 이전 우대, 산업 활성화 특례를 앞세워 7월 출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대구·경북은 2019년부터 7년간 공론화와 숙의를 거쳤고, 올해 1월에는 마지막 관문이었던 경북도의회 동의를 받았으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넘지 못했다. 지역에서는 “설계도는 대구·경북이 먼저 그렸는데 결실은 다른 지역이 가져간다”는 허탈감이 적지 않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선집행에 나선 배경에는 시간 지연에 따른 격차 확대 우려도 있다. 김호진 경북도 기획조정실장은 “공공기관 이전과 국가 재정사업, 전략 산업 유치 경쟁에서 밀리면 단순한 법안 보류를 넘어 성장 기회를 잃을 수 있다”며 “행정력으로 공백을 메우고 특별법 시행 시 즉시 성과로 이어질 준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 북부권 거점화·신공항·산업 클러스터

경북도는 통합 논의 과정에서 최대 쟁점이었던 북부권 우려를 사업으로 먼저 해소할 계획이다. 가장 앞세운 과제는 도청 신도시의 ‘행정복합거점화’다. 올해 도청 이전 10년을 계기로 신도시를 단순한 행정 타운이 아니라 통합 특별시의 실질적 행정 중심으로 조성한다는 내용이다. 대학 연합 캠퍼스와 산하 기관 이전, 첨단 바이오 연구 인프라 확충 등을 묶어 자족도시로 키워 ‘북부권 소외’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겠다는 구상이다.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과 항공·방산 클러스터 조성도 특별법과 별개로 속도를 낸다. 신공항은 이미 별도 특별법에 따라 국가사업으로 추진 중인 만큼 통합법 보류와 관계없이 항공정비(MRO), 방산, 미래 모빌리티 등 이전과 연계 산업단지를 차질 없이 조성해 장기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포항 영일만항을 중심으로 한 동해안 물류 벨트 강화도 같은 맥락이다. 북극항로 시대를 겨냥해 항만 전략을 보완하고 동해를 대구·경북 산업 확장의 전진기지로 육성할 방침이다.

대구시는 북구 산격동 옛 경북도청 터에 국립뮤지컬콤플렉스 조성과 국립근대미술관 건립을 기존 계획대로 추진한다. 국가 거점 뮤지컬 전용 인프라를 구축하고 한류(K)-뮤지컬 성장 플랫폼을 마련하는 한편 근대미술 발상지로서의 정체성도 확립할 계획이다.

오준혁 대구시 기획조정실장은 “AI·로봇·바이오·미래모빌리티·항공·방산 등 지역 전략 산업별 규제 완화와 실증사업을 개별 제도 안에서 먼저 축적해 향후 특별법이 가동되면 곧바로 ‘원스톱’ 대응이 가능하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 대구·경북 광역철도 건설과 대구 도시철도 4호선 신설,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 경북 농업 대전환 사업도 계속 추진한다. 경제자유구역과 규제자유특구 등 9개 특구의 효과를 묶는 ‘글로벌 미래 특구’ 구상도 다듬고 있다. 산불 피해 복구를 최우선으로 하면서 백두대간 산림 치유 산업과 산림 투자 선도지구, 역사·문화 벨트, ‘5한(韓, 한식·한복·한옥·한지·한글)’ 콘텐츠 기반 관광 산업을 연계해 북부권 경제 재생 전략도 추진한다.

안동을 중심으로 한 유교 문화와 신라·가야 자원, 포스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관광 수요를 연결해 ‘세계 한류 역사 문화 중심지’ 브랜드를 키우겠다는 구상도 특별법과 별개로 예산 범위 내에서 우선 추진한다.

국회 논의 지연으로 대구·경북 행정 통합의 추진 동력은 약화된 상태다. 지방자치단체가 핵심 사업을 선제적으로 추진해 동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윤석 한국정부학회 회장(계명대 행정학과 교수)은 “대구·경북 행정 통합은 광역시 자치구와 광역도 시군 자치권의 사무 권한, 지방세 구조, 정부 교부금 배분 등 쟁점에 대한 충분한 공론과 숙의 과정을 거쳐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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