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산선 터널 붕괴는 ‘인재’…하중 과소 설계에 지반파악도 안해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4월 2일 12시 01분


지난해 4월 11일 오후 경기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공사 현장 인근이 붕괴돼 사고 현장이 통제되고 있다. 2025.4.11 뉴스1
지난해 4월 11일 오후 경기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공사 현장 인근이 붕괴돼 사고 현장이 통제되고 있다. 2025.4.11 뉴스1
지난해 4월 근로자 1명이 숨진 경기 광명시 신안산선 터널 붕괴사고는 설계, 시공, 감리 등 건설 과정 전반의 부실로 인한 참사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일반 터널보다 정확도가 필요한 터널을 시공하면서도 기둥에 가해지는 하중을 2.5배 작게 계산하고 제대로 된 지반 현황 파악 없이 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는 2일 이 같은 내용의 ‘광명 신안산선 터널 붕괴사고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사고가 발생한 터널은 ‘2아치터널’로 중앙터널을 뚫어 중앙 기둥을 설치한 후 좌우로 폭을 넓혀 뚫는 구조다. 일반 터널과 달리 누르는 힘이 중앙기둥에 집중돼 하중 예측이 중요하다.

일반터널과 2아치터널 구조도. 국토교통부 제공.
일반터널과 2아치터널 구조도. 국토교통부 제공.

하지만 설계사는 설계 과정에서 중앙기둥에 가해지는 하중을 2.5배 작게 계산한 것으로 나타났어. 실제로는 3m 간격으로 설치되는 기둥을 간격 없이 이어지는 것처럼 잘못 계산한 것. 이후 시공사에서 중앙터널 폭을 확대하는 설계변경을 했지만 이 단계에서도 설계 오류를 확인하지 못하고 중앙기둥 제원, 철근량 등을 동일하게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설계상 기둥 길이를 실제 시공(4.72m)보다 14배나 짧은 0.335m로 입력하는 등 오류도 적발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산 입력 과정에서 착오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설계 단계에서 기둥길이를 축소적용한 건 향후 관계기관에서 적용하고 처벌할 것”이라고 했다.

시공 과정에서도 안전 불감증이 그대로 드러났다. 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는 사고 구간 지반에 중앙기둥에 과다한 추가 하중을 줄 수 있는 단층대가 있다는 것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특히 터널 굴착 중 지반분야 기술인이 1m마다 터널 굴착면 끝부분(막장)을 직접 관찰하지 않고 자격 미달인 근로자가 사진 관찰로 대체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공사가 자체 수립한 안전관리계획에는 실무 5년 이상 고급기술자가 관찰하도록 했다.

실제 시공 과정에서는 좌·우측 터널 깊이 차이가 계획 대비 최대 80%까지 벌어졌다. 설계 도면에는 터널 간 깊이 차이를 20m 이내로 유지하도록 했으나 실제 시공 과정에서는 최대 36m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시공 감리는 발주처인 넥스트레인에 별도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공사는 설계상 터널 시공순서를 변경하면서 구조적 안정성은 별도로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발주처 승낙이 없는 불법 재하도급이 이뤄졌다. 매일 공종별로 실시하는 자체안전점검, 터널에 대한 정기안전점검 등도 미실시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중앙기둥 콘크리트 타설 후 콘크리트가 완전히 굳지 않아 기둥 보호 목적으로 부직포를 감쌌는데 이 작업으로 균열이 관리되지 못했다”며 “각 법령 위반사항에 대해 영업정지, 벌점, 과태료 등 행정처분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초기 사고 원인으로 지목됐던 지하수 누출은 현장에서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터널 공사 전 하부에 또다른 터널이 시공되어 이미 지하수가 많이 저하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재발방지대책으로 터널 공사 지반조사 강화를 제시했다. 설계 시 시추조사를 현 100m에서 50m 이내로 바꿔 지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도록 하는 것. 중앙기둥에 대한 설계 안정성 해석에 굴착 단계를 고려한 3차원 해석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담았다.
신안산선은 안산~광명~여의도 44.9km를 잇는 3조3465억 원 규모 사업이다, 당초 2026년 12월 준공할 계획이었으나 이번 사고로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 국토부가 추산한 공사 재개 시점은 2028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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