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 대학 현장
돌봄 공백에 21개교서 780여명 교육
베트남-우즈베크-몽골 등서 입국
“대가족 문화서 자라 노인 간호 익숙… 전문용어 많아 방과후 다시 공부”
25일 경기 양주시 서정대에서 베트남, 스리랑카 등 7개국에서 온 유학생들이 마네킹을 이용해 노인을 침대에 눕혀 보는 실습을 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시행하는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 대학 시범사업’을 통해 노인돌봄 인력으로 육성될 예정이다. 양주=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휠체어를 밀 때는 그냥 미는 게 아니라 어르신께 ‘밀겠습니다’라고 먼저 말해야 합니다. 왜 그럴까요?”
25일 경기 양주시 서정대의 글로벌요양복지학과 강의실에서는 ‘요양보호와 인권’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교수의 질문에 휠체어에 앉아 노인 역할을 하던 학생들은 “갑자기 밀면 놀랄 수 있다”, “앞으로 넘어질 수 있다”며 활기차게 답했다. 이들은 한국에서 노인들을 돌보는 요양보호사가 되겠다며 몽골, 캄보디아, 네팔 등에서 온 유학생이다.
서정대처럼 ‘외국인 요양보호사’를 육성할 대학으로 올해 전문대와 4년제 대학 21곳이 선정됐다. 초고령사회를 맞아 노인 돌봄 인력 공백이 심해지자 정부는 외국인 요양보호사를 국내 대학에서 직접 양성겠다며 시범사업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이들이 현장에 안착하려면 ‘맞춤형 교육’을 강화하고, 문화적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돌봄 공백에 “외국인 요양보호사 직접 양성”
2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 대학’ 시범사업에 참여한 21개 학교에 이달 현재 780여 명이 입학했다. 이 중 지난달 유학비자를 신청한 568명을 기준으로 베트남 출신(220명)이 가장 많고 미얀마(161명), 우즈베키스탄(61명) 등이 뒤를 잇는다.
서정대 글로벌요양복지과에는 베트남, 스리랑카 등 7개국의 40명이 입학했다. 연령대는 23∼49세로 다양하고 현지에서 약사, 간호사 등의 자격증을 땄거나 일본에서 개호복지사(한국의 요양보호사)로 활동하다 온 학생도 있다. 캄보디아 출신의 산 솔리덴 씨(33)는“한국은 교육뿐만 아니라 복지 수준도 높다”며 “노인복지 분야를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어서 왔다”고 했다.
아시아권 유학생들은 3대가 함께 거주하는 대가족 문화에서 온 경우가 많아 노인에게 익숙하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몽골 출신의 바투야 볼로르 씨(38)는 “어릴 때 할머니, 할아버지와 자랐다”며 “이런 경험을 살려 어르신 마음을 읽는 요양보호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정부는 국내 요양보호사 부족 문제를 외국인 인력으로 충원하겠다는 구상이다. 급속한 고령화로 2028년이면 요양보호사 13만5000명이 부족할 것으로 추산되지만 근무 여건이 열악해 국내 인력만으로 메우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일하는 요양보호사들마저 고령화돼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상황이다.
시범사업에 참여한 한 대학 관계자는 “유학생 대부분이 30, 40대로 젊은 편이고 요양원에서 필요로 하는 남성이 많아 벌써부터 현장에서 문의가 온다”고 했다. 대학에서 2년간 과정을 마친 유학생들은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면 국내 시설에서 일할 수 있다. ● 한국 문화 적응, 맞춤형 교육 등이 과제
하지만 외국인 요양보호사가 돌봄 공백을 실질적으로 메우려면 한국 문화에 적응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24년 기준 국내에서 일하는 외국인 요양보호사는 6600여 명에 그친다.
이민정책연구원은 최근 ‘돌봄서비스 외국인력 도입의 현황과 쟁점’ 보고서에서 “종사자와 이용자, 고용주 모두에게 다문화 수용성 교육을 해야 한다”며 “외국인 요양보호사의 적응을 위해 활동 초기엔 내국인과 2인 1조로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유학생을 위해 전문 용어를 쉽게 풀이해주는 등 맞춤형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다. 베트남에서 온 부프엉타오 씨(23)는 “하노이 국립인문사회과학대에서 한국학과를 전공했지만 욕창, 노화 같은 전문 용어가 많아 수업이 끝나면 다시 공부한다”고 했다.
외국인 요양보호사를 늘리기 전에 요양보호사 처우 개선이 먼저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동민 백석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일본은 요양원 근무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지자체에서 기숙사나 주거비 등을 지원한다”며 “한국도 기존 요양보호사 인력에 대한 보수와 업무 환경을 개선한 뒤 외국 인력 활성화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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