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3년 잡지 ‘신여성’ 좌담회에서 한 여성 참여자가 남긴 이 말은 여성들의 오랜 고민을 보여준다. 100년 가까이 지난 오늘날 대한민국에선 성별과 관계없이 경제활동을 선택하는 게 자연스러워졌지만, 여전히 여성들이 일과 가정의 양립 사이에서 더 큰 부담을 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와 신자은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2023년 여성 최초로 노벨 경제학상을 단독 수상한 클라우디아 골딘의 저서 ‘커리어 그리고 가정’의 분석 틀을 빌려왔다. 1955년생부터 현재 30대에 들어선 1996년생까지 한국 대졸 여성을 네 집단으로 나눠 분석했다.
책은 세대 변화의 궤적을 또렷하게 그려낸다. 1집단(1955∼1964년생)은 결혼과 일을 병행한 여성이 100명 중 2∼6명에 불과했던 ‘소수의 각자도생’ 세대다. 2집단(1965∼1974년생)은 경제활동 참여가 늘었지만 전통적 성 역할 속에서 ‘커리어와 가정의 고단한 공존’을 겪었다. 3집단(1975∼1984년생)에선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가 확대됐지만 돌봄 인프라 부족 속에 ‘경력 단절’이 집단적으로 나타난다.
앞선 세대의 버거움을 생생하게 목격한 4집단(1985∼1996년생)은 다른 선택을 한다. 커리어와 가정을 공존시킬 생각을 버리고, 결혼을 ‘옵션’으로 재배치한다. 저자들은 “평등하게 자라 이전보다 더 높은 학력 수준을 갖춘 4집단 여성들에게 커리어 추구가 고민 1순위”라고 설명했다.
경제학자가 쓴 책이지만 건조하지 않다. 어머니와 할머니 세대의 삶을 떠올리게 하는 생생한 사례를 바탕으로, 통계와 인터뷰를 균형 있게 엮어냈다. 커리어를 고민하는 여성의 연인의 입장, 결혼 연령 상승에 따른 출산의 어려움, 딩크족의 가치관 등 오늘날 출산과 양육을 둘러싼 현실적인 고민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결론의 해법이 다소 기시감이 있는 건 사실이다. 남녀 불문 커리어와 가정을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을 사회가 만들어야 한다는 것. ‘정답’이 여전히 현실에서 구현되지 않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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