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전쟁에 우크라戰은 뒷전
美, 중재협상 발빼고 중동 집중 태세… 젤렌스키 “러를 더 대담하게 만들어”
러, 이란에 정보-무기 지원 美압박… 우크라엔 연일 대규모 공습 강행
지난달 28일 발발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2022년 2월부터 4년 넘게 교전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때 이 전쟁의 중재자를 자처했던 미국은 이란과의 전쟁이 장기화하자 우크라이나에 대한 관심을 노골적으로 줄이고 있다. 특히 전쟁 발발 후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를 포기하라고 우크라이나 측을 거듭 압박하고 있다.
미국의 관심이 온통 이란에 쏠린 사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규모 공세를 강화하며 의도치 않은 수혜를 얻고 있다. 또한 이란에 위성 데이터, 드론 등을 대대적으로 지원하며 미국에 대한 간접적 압박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측에 영토 포기를 종용하면 대신 자신들 또한 이란 지원을 줄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 중동에 발 묶인 美, 우크라에 ‘돈바스 포기’ 압박
AP 뉴시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사진)은 25일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전쟁 발발 후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도네츠크 및 루한스크주) 전체를 러시아에 양보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 전쟁이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영향을 미친 게 확실하다며 “유감스럽게도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압박을 가하는 전략을 선택한 것 같다”고 우려했다.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 프라우다 또한 21, 22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진행된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대표단 회담에서 미국 측이 “우크라이나 군대는 돈바스에서 완전히 철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그래야 미국 측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재 협상에서 발을 빼고 이란 전쟁에 집중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러시아는 현재 러시아계 주민이 많은 돈바스의 약 80∼90%를 점령하고 있다. 러시아 측은 “반드시 돈바스 전체를 러시아 영토로 만들겠다”고 주장한다. 우크라이나는 “어떤 영토도 할양할 수 없다”고 맞서 양측 협상의 가장 큰 장애물로 여겨져 왔다. 우크라이나 측은 돈바스를 내주면 러시아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언제든 다시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우려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4일에도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러시아를 더 대담하게 만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러시아가 이란에 각종 정보를 지원하면서 이란을 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미국의 관심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취지다.
● 러, 물밑에서 이란 지원하며 압박 강화
러시아는 이란 전쟁 발발 후 이란에 각종 정보와 물자를 지원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핵개발 의혹이 제기된 후 오랜 국제 사회의 제재로 방공망이 취약해진 이란을 돕고 있다는 분석이 끊이지 않는다. 러시아는 미국 전투기와 군함을 포함한 미군 자산의 위치에 대한 정보도 이란과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서방 정보 당국이 러시아가 이란에 드론, 의약품, 식량을 보내는 작업을 거의 마친 것으로 파악했다고 보도했다. 드론 인도는 이달 말까지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가 이란에 보낼 드론 기종으로 이란의 ‘샤헤드-136’을 러시아가 개량한 ‘게란-2’ 등이 거론된다. 서방의 한 당국자는 “러시아가 이란의 전투 역량 강화는 물론이고 이란 신정일치 정권의 광범위한 정치적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개입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이란은 전쟁 발발 후 저비용 드론을 통해 수백만 달러, 수천만 달러가 드는 미국의 미사일과 맞서고 있다. FT는 드론 같은 무기 선적은 러시아가 이란에 살상용 무기를 기꺼이 지원하려 한다는 주요 증거라고 지적했다.
이 와중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연일 대규모 공습을 감행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24일 러시아는 미사일 34기와 드론 약 1000대를 동원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등 곳곳을 공습했다. AP통신은 “이란 전쟁으로 전 세계의 관심이 멀어지자, 기세를 탄 러시아가 봄 공세를 확대하고 있다”고 평했다. 미국이 중동에 군사 자원을 할애하면서 우크라이나 지원 동력이 약화된 점도 러시아의 공세 강화 배경으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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