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빌리온 72’ 26일 오후 6시 개막… 29일 오후 6시까지 공연장 오픈
제작진 36시간 대본 두 차례 반복
관객들,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고 대화하고 지치면 누워서 봐도 돼
‘파빌리온 72’를 기획한 작곡가·음악감독 카입. 국립극단 제공
‘러닝타임 72시간’.
26일 오후 6시 공연장이 열리고, 정확히 3일 뒤인 29일 오후 6시까지도 문이 닫히지 않는다. 깜깜한 심야에도, 동 트는 새벽에도 관객은 공연장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다. 사흘 동안 멈추지 않는 극장. 시간이 흐를수록 벌어지는 우발적인 사건과 변수들에 주목한 작품 ‘파빌리온 72’가 서울 용산구 더줌아트센터에서 개막했다.
이 작품은 작곡가 카입(Kayip·본명 이우준)이 기획했고, 김상훈 연출가와 백종관 영화감독, 오로민경 사운드아티스트, 황수현 안무가가 함께 만들었다. 출발점은 ‘극장에 꼭 소리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에서 비롯됐다. 카입은 어느 날 연극 공연의 연습 현장을 보고 “음악이 없어도 완벽한데, 관습적으로 음악을 사용하는 것 같다”고 느꼈다. 그리고 연극과 무대가 당연하게 여겨 온 모든 감각과 관습을 돌아보기로 했다. 그 결과 고정된 서사나 시작과 끝이 불분명한, 무려 72시간에 이르는 극이 만들어졌다.
극장에서 배우들은 1200쪽 분량의 바그너 오페라 대본 연속 읽기를 하거나, 단편적인 몸짓과 안무를 선보인다. 미디어 아트 작품이 펼쳐지거나, 청각뿐 아니라 촉각까지 진동으로 자극하는 소리가 등장하기도 한다. 새벽에도 배우들이 연기를 하고, 찢어질 듯한 라디오 소리가 나오는 등 여러 가지 감각이 무대를 채운다.
72시간은 재난 상황에서 인간의 신체가 버틸 수 있는 생존의 임계점이라고 한다. 카입은 식사 등 꼭 필요한 시간은 제외하고 러닝타임 내내 공연장을 지킨다. 제작진은 36시간 분량의 대본을 준비해 두 차례 반복하지만, 대본을 충실히 따르기보다는 시간이 지나면서 벌어지는 오류와 어긋남에서 새로운 게 나타나길 기대하고 있다.
관객은 전시를 보듯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고, 누워서도 감상할 수 있다. 서로 대화를 나누거나 책을 읽고, 각자 딴 일을 해도 제지하지 않는다. 독특한 콘셉트 덕분에 이미 사전 신청자가 1800명을 넘었다. 현장 신청을 통해서도 관람할 수 있다.
카입은 영국 버밍엄 왕립음악원(RBC)과 왕립음악대(RCM)에서 현대음악을 전공했다. 2009년 영 런던 과학박물관의 아폴로 달 착륙 40주년 기념 공연 편곡 및 영상 편집을 맡았으며, 영화 ‘공공의 적’ 음악 감독으로도 일했다. 이번 작품은 기존 연극의 창작 형식과 내용에서 벗어나는 작품을 개발하기 위한 국립극단 ‘창작트랙 180°’ 프로젝트의 도움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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