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시대, 재생에너지 확대와 동시에 인공지능(AI) 로봇산업의 비약적 발전에 따른 전력 수요 폭증으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망 구축의 필요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 주요국들이 원자력발전소 신규 건설과 수명 연장에 속도를 내고 고효율 복합화력발전 수요가 동반 상승하는 배경이다. 이 거대한 에너지 인프라를 조용히 떠받치는 것이 발전소 핵심 설비, 특히 열교환 설비 분야다.
발전설비는 화려하지 않다. 수백 t의 구조물이 완성돼 발전소에 들어서면 수십 년 동안 소리 없이 제 역할을 한다. 그 묵직한 존재감만큼이나 이 설비를 만드는 기업에도 긴 시간의 무게가 쌓인다. 에너지엔㈜이 30년 가까이 걸어온 길이 바로 그 궤적이다.
1995년 기술 자립을 내세워 출발한 에너지엔은 화력발전소용 열교환 설비 제작에서 기술을 쌓기 시작했다. 전력 수요 급증과 맞물려 발전소 건설 붐이 일던 시기, 발전설비 국산화가 중요한 산업 과제로 부상하던 때였다. 에너지엔은 이 산업의 본질이 ‘기술과 경험의 축적’이라는 사실을 일찌감치 간파하고 현장에서 공정 하나하나를 체득하며 기반을 다졌다. 2000년대 이후에는 해외시장에 본격 진출하면서 원자력발전 플랜트 설비로 무게중심을 이동했다.
현재 주력 제품은 터빈 콘덴서, 급수가열기, 각종 열교환기, 발전소 압력용기 및 특수 설비다. 터빈 콘덴서는 터빈에서 쓰인 증기를 응축해 발전 사이클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급수가열기는 폐열로 공급수를 사전 가열해 열효율을 끌어올린다. 두 설비의 성능이 발전소 경제성과 직결되는 만큼 설계와 제작의 완성도 요구 수준은 극히 높다. 여기에 고난도 용접, 소재별 열처리 공정, 비파괴검사, 수백 t급 구조물의 변형 관리까지 복합적인 공정 기술 전반을 에너지엔은 군산 생산기지를 중심으로 수십 년에 걸쳐 내재화해 왔다.
쌓아온 기술은 수주 이력으로 증명된다. 에너지엔은 GE 버노바, 지멘스, EDF, 한국수력원자력 등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과 협력하며 국내외 발전 프로젝트를 꾸준히 수행해 왔다. 이를 바탕으로 누적 수출액 20억 달러(약 3조 원)를 돌파하며 대한민국 에너지 설비 산업의 경쟁력을 세계시장에 각인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이집트 엘다바 원전과 터키 악쿠유 원전 프로젝트에 핵심 설비를 공급하며 글로벌 원전 공급망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원자력 설비에 적용되는 품질 인증의 층위와 엄격함은 일반 발전설비와 차원이 다르다. 이 기준을 통과했다는 사실 자체가 에너지엔의 기술 수준을 말해준다.
정종구 대표는 경영의 본질을 ‘신뢰를 쌓는 과정’으로 정의한다. 그는 “제조업은 단기 성과의 산업이 아니다”며 “설계부터 품질관리 전 과정에서 신뢰가 전제되지 않으면 이 산업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전했다. 한 번 공급한 설비에 끝까지 책임지는 것, 그것이 30년 생존의 방정식이었다. 이 철학은 조직 안으로도 흐른다. 기술에 대한 자부심, 품질에 대한 책임감, 장기적 성장에 대한 믿음은 정 대표가 직원들과 공유하는 세 가지 핵심 가치다.
“기업의 진짜 자산은 설비나 자본이 아니라 사람과 기술”이라는 그의 말은 지역 인력 채용과 군산 협력업체와의 동반 성장으로도 이어진다. 특히 에너지엔은 단순한 고용 창출에 그치지 않고 지역 대학과의 긴밀한 산학협력을 통해 실무형 인재를 육성하며 전라북도가 에너지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도약하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ESG 측면에서도 에너지엔의 사업은 단순한 환경 대응을 넘어 미래 에너지 생태계에 기여하는 지속가능한 가치를 창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고효율 열교환 설비는 발전 효율을 극대화해 실질적인 탄소 저감을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며 ASME·EN·GOST 등 국제 기준에 따른 설계와 품질관리 체계는 투명하고 책임 있는 경영의 근간이기도 하다.
미래 전략도 분명하다. 에너지엔은 SMR(소형모듈원전) 시장을 선제적으로 공략 중이다. SMR은 건설 비용과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도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차세대 원전으로 글로벌 에너지 업계의 주목이 집중되는 분야다. 에너지엔은 해외 업체와 협력해 SMR 기기 납품 기반을 선제적으로 마련하고 있으며 2027년 코스닥 상장을 중기 목표로 기업 가치 제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100년 기업의 본질은 영속이 아닌 성장에 있습니다. 기술과 신뢰를 기반으로 혁신을 이어가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어가는 기업이 진정한 100년 기업입니다.”
에너지엔이 걸어온 30년은 그 100년을 향한 여정의 첫 챕터다. 열교환 설비를 넘어 다음 세대에 더 깨끗하고 안정적인 미래를 전하겠다는 진심은 오늘도 세계 곳곳의 발전소에서 쉼 없이 에너지를 잇는 에너지엔의 설비에 오롯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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