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봉법 ‘사용자 지위’ 기준 될 勞政협의… 정부 과속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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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년 3월 25일 23시 27분


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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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요양보호사, 아이돌보미, 장애인활동지원사, 노인생활지원사 등 200만 돌봄 노동자 대표와 노·정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이 이달 10일 시행된 후 정부가 노조와 마주 앉는 건 처음이다. 돌봄 노동자들은 ‘사용자’ 개념을 ‘근로 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로 확대한 노란봉투법 시행을 계기로 정부에 노사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민노총 서비스연맹 산하 공공노조들은 다양한 돌봄 노동자를 관장하는 보건복지부, 교육부, 성평등가족부 등 정부 부처와 직접 노사 교섭을 하겠다고 한다. 정부 정책과 예산이 돌봄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사실상 결정하는 만큼 업무를 위탁받은 기관이 아닌 정부가 ‘진짜 사용자’로서 교섭에 나오라는 것이다. 민노총은 “이재명 대통령이 진짜 사용자로서 공공부문 교섭 자리에 나와야 한다”고까지 주장한다.

반면 정부는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를 돌봄 노동자의 사용자로 보는 데 신중한 입장이다. 법 시행에 앞서 고용노동부는 ‘법령·조례나 국회 예산 심의·의결로 정한 기준을 정부가 집행하는 경우 개별 노사 간 교섭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해석 지침도 내놨다. 이번 노·정 협의체와 관련해서도 정부는 ‘사용자성 인정과 별개의 문제’라며 선을 긋고 있다. 돌봄 노동자의 처우 개선 필요성 때문에 대화 테이블을 마련했을 뿐 노사 교섭은 아니란 거다. 하지만 노동계는 이 협의체를 통해 사실상 정부와 노사 교섭을 벌이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정부와 돌봄 노동자들 간에 시작된 협상이 다른 공공부문으로 확산할 공산이 크다는 점은 우려할 만하다. 지자체의 청소·생활폐기물 처리를 맡은 위탁사업 노동자, 공항·철도 등 공기업 자회사의 노동자, 공공기관에서 외주를 받은 콜센터 직원 등이 이미 정부, 공기업, 지자체에 본격적 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산업 현장에선 이미 “진짜 사장 나오라”는 하청·재하청 노조들의 요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정부까지 노동계 눈치 때문에 공공부문에서 섣불리 ‘사용자’ 지위를 인정할 경우 사회적 혼란과 비용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날 것이다. 정부는 공공부문 사용자의 개념을 엄격히 규정하는 한편으로 무리한 노동계의 교섭 요구에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돌봄 노동자#노란봉투법#노사 교섭#협의체#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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