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 잇단 화재참사]
정비업체 “바람 센 3월엔 작업 안해
운영사 긴급 요청에 이례적 투입”
“불똥 튈 일 없었다”… 경찰, 원인 수사
24일 경북 영덕군 영덕읍 창포리 풍력발전단지에 있는 발전기가 화재로 날개 3개 가운데 2개가 떨어져 있다. 전날 발생한 화재로 이곳에서 작업하던 3명이 숨졌다. 영덕=뉴스1
23일 경북 영덕군 풍력발전기에서 점검 작업을 벌이다 화재로 숨진 3명은 운영사인 영덕풍력발전㈜으로부터 긴급 요청을 받고 투입됐다는 관련자 증언이 나왔다. 경찰은 설계수명을 넘겨 노후한 발전기를 서둘러 점검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났다고 보고 화재 원인이 설비 자체의 결함인지, 작업 과정의 안전관리 부실인지를 밝히기 위해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숨진 작업자들이 속한 경남 거제시 소재 풍력발전기 정비업체 E사의 전모 대표는 24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운영사인 영덕풍력발전㈜으로부터 긴급히 수리할 부분이 있다고 요청이 왔다”며 “통상 바람이 강해지는 봄과 가을에는 중대한 결함이 아니면 수리하지 않는데 3월로선 드물게 투입됐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운영사 요청에 따라 이례적으로 긴급 점검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전 대표는 또 “작업 당시 불똥이 튈 만한 작업은 하지 않았고, 정확한 규격의 제품을 사용했음을 (고용노동부) 조사관에게 알렸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숨진 3명 중 2명이 계약직이긴 했으나 모두 고도로 훈련된 베테랑들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숨진 전모 씨(45)의 친형이기도 하다.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사고가 난 19호 발전기의 화재 발생 신고는 23일 오후 1시 11분경 접수됐다. 신고 뒤 해당 발전기에서는 블레이드(날개) 1개가 부러져 떨어졌다. 당시 발전기 내부에서 점검 작업 중이던 전 씨와 김모(42), 문모 씨(58) 등 3명은 이 블레이드 내부와 지상 출입구에서 각각 숨진 채 발견됐다. 작업 공간인 발전기 안에는 화재 시 로프를 타고 내려올 수 있는 비상 탈출 시설이 갖춰져 있었으나 작업자들은 이를 이용하지 못했다. 경찰은 안전장치가 고장으로 작동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탈출을 시도할 틈도 없이 불길이 번진 것인지 조사 중이다.
영덕군 등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19호 발전기를 포함한 단지 내 24기는 모두 2005년 준공돼 설계수명인 20년을 넘겼다. 설계수명은 정상 운전이 보장되는 기간을 뜻하지만, 이를 넘겼을 때 설비를 강제 교체하거나 철거해야 한다는 명확한 규정은 아직 없다. 김광열 영덕군수는 “지은 지 20년이 지나 낡은 데다 사고가 발생한 만큼 정부에 전면 철거를 강력히 건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크레인을 동원해 발전기를 철거한 이후 현장 감식을 통해 노후 설비 탓에 불이 났는지 등을 규명할 방침이다. 또 조만간 업체 관계자 등을 불러 조사한 뒤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적용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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