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우경임]“안녕, 서울. 우리 돌아왔어”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3월 22일 23시 18분


“안녕, 서울. 우리 돌아왔어(We’re back).” 3년 9개월 만에 다시 뭉친 방탄소년단(BTS)의 복귀 공연은 리더 RM의 간결한 인사로 시작했다. 이어 경복궁, 광화문, 그리고 그 앞 월대까지 ‘왕의 길’이 비치고는 민요 ‘아리랑’ 선율이 삽입된 신곡 ‘보디 투 보디(Body to Body)’가 흘렀다. 태극기의 건곤감리를 응용한 미디어아트도 화려했다. 한국이라는 정체성을 힙하게 소화한 이들을 보며, ‘국뽕’이라고 해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신곡 ‘에일리언스(Aliens)’에는 ‘김구 선생님, 어떠신가요(Tell me how you feel)’라는 소절이 있다. 남의 것을 모방하지 않는 ‘문화의 힘’을 갖기를 꿈꿨던 김구 선생에 대한 헌사로 들렸다. 한국적인 것을 숨긴 채 세계적인 것을 따라 하기에 급급했던 우리였다. 이날 190여 개국에 생중계된 BTS 무대는 우리가 그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계가 한국을 보고, 한국을 입고, 한국을 즐겼다. 한국적인 것이 매력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역사를 품은 광화문 일대는 주말 동안 BTS 팬들의 놀이터였다. 광화문 거리는 보라색으로 물들었고, 전광판을 통해 BTS 영상과 음악이 흘렀다. 어디서나 응원봉을 흔들며 춤을 추는 BTS의 팬클럽 ‘아미(ARMY)’ 회원들을 볼 수 있었다. 신문의 특집 섹션도 여럿 발행됐다. 동아일보도 ‘BTS 컴백 기념 특별판’을 배포했는데 아미들은 호외를 굿즈처럼 소중히 챙겨 갔다.

▷‘문화의 힘’이란 단지 K팝, K드라마의 성공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시민 의식 같은 우리 사회의 소프트파워가 뒷받침돼야 한다. 뉴욕타임스는 “광화문광장은 놀랍도록 질서정연했다”고 보도했다. 시민들은 안전한 축제를 위해 협조했다. 관객들은 공연 입장과 퇴장 시 검색으로 시간이 지연돼도 동요 없이 차분히 움직였다. 아미들은 ‘쓰레기를 치우고 떠나자’는 게시글을 공유했고, 자원봉사단을 구성해 공연이 끝난 뒤 청소를 했다. 그 덕분에 서울시 예상보다 쓰레기가 적었고 행사장은 깨끗했다.

▷BTS는 정규 5집 ‘아리랑’ 발매에 앞서 최초 아리랑 녹음본에 대한 사연을 담은 애니메이션 예고편을 공개했다. 1896년 5월 8일 자 워싱턴포스트에는 미국 수도 워싱턴에 있는 하워드대로 유학 간 한국 청년 7명이 아리랑을 불렀고, 이를 인류학자가 축음기로 녹음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에서 영감을 받아 당시 태평양을 건넜던 한국인 유학생 7명과 광화문광장 공연을 위해 경복궁 앞에 선 BTS 7명이 교차하는 영상을 만들었다고 한다. BTS는 한이 서린 슬픈 아리랑을 신나고 진취적인 노래로 다시 불렀다. 지금의 아리랑은 그래야 맞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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