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이번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설치법 논의 과정을 보면서 드는 의문은 왜 이미 성공한 ‘검찰개혁’을 둘러싼 여권 내홍이 폭발 직전까지 치달았냐는 점이다. 78년 만의 검찰청 폐지라는, 대단히 큰 성과에 대한 자축보다는 내부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한 음모론이 제기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돌이켜보면 이번 정부는 훨씬 유리한 지형에서 개혁 작업을 진행했다. 저항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검사장들이 미리 항명성 사표를 던졌고,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 해병)에 검사 120명이 차출되면서 남은 인력들은 사건 처리에 허덕이는 상황이었다. 문재인 정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국면에서 검사들이 전국 검사장 회의, 부장검사 회의, 평검사 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했던 것과 달리 사실상 검찰 조직력이 와해된 무방비 상태였다.
오죽하면 전현직 검사들 사이에서 검찰의 반발이 없다는 점이 민주당의 개혁이 이미 성공한 것을 방증한다는 이야기마저 나올 정도였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검사들의 공개 반발이 한 번도 없었다”며 중수청·공소청법 정부안에 대한 공세를 정당화했지만, 그저 검찰 내부에는 저항 세력이 한 줌도 남지 않았을 뿐이다. 어쩌면 최초의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수괴)로 재판에 넘겨진 상황에서 검찰이 자기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았을 수도 있다.
잠잠했던 검찰 대신 반발이 터져 나온 곳은 오히려 여권 내부였다. 논의 초반 법무부 산하에 중수청을 두려는 정부 구상을 강경파가 뒤집은 게 시작이다. 법무부 산하 공소청, 행정안전부 산하 중수청으로 정리된 이후 정부가 법안 발의를 맡기로 했지만, 강경파의 기세는 쉽사리 꺾이지 않았다. 이 대통령이 직접 주문한 정부안을 두 차례나 거절했다. 특히 6차례의 의원총회 끝에 당론으로 채택된 정부의 수정안도 극소수 강경파의 뜻대로 고쳐졌다. 개혁이 아니라 혁명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17일 완성된 법안의 완결성을 차치하더라도 일련의 사태는 여권이 내포한 문제를 그대로 드러냈다. “내가 검찰의 최대 피해자”라며 개혁의 총대를 멘 대통령을 ‘반개혁주의자’라고 낙인찍은 것으로 모자라 음모론의 대상으로 올린 강성 지지층과, 160여 명의 의원들이 결론 내린 당론도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점이 생중계됐다. 강경파를 겨냥해 여러 차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린 이 대통령은 물론 “내용의 전향적인 변경이나 수정은 당연히 어렵다”고 공언한 당 지도부의 면도 서지 않게 됐다.
민주당이 19일 국회 본회의에서 중수청·공소청법을 처리하기로 하면서 어찌어찌 개혁은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여전히 당사자인 검사들이 침묵한 가운데 개혁 주체인 여권 내 갈등만 남은 모습은 아이러니하다. 십수 년간 숙원 사업이라 외쳤던 검찰개혁이 이제는 그저 권력투쟁의 도구로 전락한 느낌이다.
특히 6·3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 놓은 검사의 보완수사권 관련 논의가 시작되면 한층 더 격렬한 내부 전투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가 그간 한 번도 물러서지 않은 그들에게 양보를 기대하긴 더 힘든 상황이 됐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누군가에게는 중요할 ‘검찰개혁의 주역’이라는 타이틀이 대다수의 국민에겐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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