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진상규명이 치유의 시작이다[기고/송기춘]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3월 11일 00시 30분


송기춘 10·29 이태원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
송기춘 10·29 이태원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
2022년 10월 29일 밤, 서울 이태원 해밀턴호텔 옆 골목에서 참사가 발생했다. 서울의 대표적인 번화가에서 많은 시민이 희생되고 다쳤다. 코로나19로 인한 장기간의 집합금지 조치가 해제된 직후 맞이한 핼러윈 축제였던 만큼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경찰과 구청은 인파 운집에 따른 위험 관리에 지나치게 소극적이었다. 같은 시간 인근 대통령실 경비에는 적극적이었던 것과도 대비된다. 여러 차례 이어진 긴박한 신고에도 경찰의 대응은 미온적이었고, 현장의 구조와 대응 과정에서도 여러 문제가 드러났다. 참사에 책임이 있는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침묵하거나 책임을 회피했다.

경찰과 검찰의 수사는 참사의 진상을 밝히는 데 본질적인 한계를 지녔다. 형사책임을 묻기 위해 개인의 범죄 성립 여부를 따지는 데 집중하다 보니 참사 발생의 구조적 배경과 제도적 문제를 충분히 다루지 못했다. 여기에 책임 있는 이들의 책임 회피와 사실 왜곡까지 더해지면서 진상 규명은 더욱 어려워졌다. 진실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자 희생자와 피해자를 향한 비방과 혐오가 늘고, 불필요한 논란 속에서 사회적 갈등과 혼란도 커졌다.

왜곡과 책임 회피로 인한 논란을 해소하고 피해에 대한 보상과 치유를 이루며 2차 가해를 막기 위한 출발점은 명확한 진상 규명이다. 재난과 참사가 발생할 때 국가 차원의 독립적 조사기구를 두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역시 이러한 책무를 부여받아 활동하고 있다.

내일(3월 12일)부터 이틀간 특조위는 이태원 참사의 진상 규명을 위한 청문회를 개최한다. 참사의 예방·대비·대응·수습 등 전 과정에서 무엇이 문제였는지, 누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그리고 무엇이 달라졌어야 하는지를 밝히기 위해서다. 참사 당시 대응과 수습 과정에서 지휘 책임을 가졌던 전 정부 대통령실 관계자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 80여 명의 증인과 참고인을 통해 중요한 진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청문회는 국가 시스템의 작동 방식과 구조적 결함을 확인하고, 지휘 체계에 있던 이들의 정치적·사회적 책임을 분명히 하는 자리다. 동시에 참사로 인한 고통과 슬픔을 유가족과 생존자의 목소리로 사회에 전하고 이를 공식 기록으로 남기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이 사건을 개인의 불운한 사고가 아니라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사회적 참사로 분명히 하고자 한다.

청문회의 과정은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될 것이다. 이를 통해 사실관계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공직자가 자신의 결정과 행동에 대해 결국 국민 앞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특조위는 청문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안전사회를 위한 제도적 대안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는 청문회를 앞둔 특조위 구성원 모두가 국민께 드리는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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