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입원 의뢰 작년 첫 2만건 넘어
전담 공공병상 전국에 130개뿐… 빈 병상 찾느라 인력-시간 허비
경찰 대응팀도 전국 99명 불과… 10건중 6건 지구대-파출소 ‘부담’
“병상-대응팀 늘리고 수가 개선을”
ⓒ뉴시스
지난해 9월 9일 강원 춘천시 춘성대교에서 수면제를 다량 복용하고 투신하려던 50대 남성이 경찰에 구조됐다. 우울 증세가 심각해 다시 투신을 시도할 우려가 컸기에 즉각 정신병원에 입원해야 하는 상태였다. 하지만 경찰관 2명이 달라붙어 강원과 경기 지역 병원 28곳에 전화를 돌리는 사이 시간만 흘러갔다. 음독 치료와 정신과 진료가 동시에 가능한 병상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 환자는 구조된 지 32시간이 지나서야 인천의 한 병원에 입원할 수 있었다.
● 정신질환 응급입원, 5년 새 3.8배로
이처럼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정신질환자를 긴급히 입원시켜 달라고 경찰이 병원에 의뢰하는 ‘응급입원’ 사례가 지난해 처음으로 2만 건이 넘었지만 환자를 받아줄 병상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경찰청에 따르면 정신질환 응급입원 의뢰는 2020년 5452건에서 지난해 2만839건으로 5년 새 3.8배로 증가했다. 이는 정신질환자 강제 입원 결정을 보호자에게 맡기는 기존 관행이 인권 침해 소지가 크다는 지적에 따라 법규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2016년 5월 강제 입원 요건을 강화한 정신건강복지법이 국회를 통과한 후 응급입원 비중을 꾸준히 늘려왔다.
문제는 응급입원을 장려하는 법이 마련된 지 10년이 되어 가는데도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가 미비하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신질환 응급입원 등을 전담하는 공공 병상은 전국 130개에 불과하다. 통상 응급입원이 3일간 가능한 점을 고려하면, 현재 병상은 입원 수요의 0.2%밖에 충족하지 못하는 셈이다. 특히 자해 환자처럼 내·외과적 치료를 병행해야 하는 ‘고위험군’을 받아줄 병원은 더욱 찾기 힘들다.
● 전국 공공 병상 단 130개, ‘치안 공백’으로
이는 일선 치안 공백으로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응급입원 환자가 생기면 빈 병상을 찾을 뿐 아니라 환자가 돌발 행동을 못 하도록 보호해야 하는데, 지난해 기준 이를 전담하는 ‘정신응급대응팀’은 전국 99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전체 응급입원 중 대응팀이 처리한 비율은 7882건으로 전체의 37.8%에 그쳤다.
나머지 60% 이상의 사건에는 일선 지구대와 파출소 인력이 투입되고 있다. 지난달 6일 경기 성남시에서 조현병 증세를 보이는 환자가 나타났을 때 관할 파출소는 근무자 7명 중 4명이 이 환자를 응급입원 시키는 데 투입됐다. 그사이 인근에서 벌어진 교통사고 처리는 더 멀리 있는 다른 파출소가 맡아야 했다. 지난해 11월 서울 동대문구에서 칼로 복부를 자해한 50대 남성의 경우 빈 병상을 찾는 데 9시간이 걸렸다. 서울경찰청 정신응급대응팀 소속 정건 경사는 “관내에서 환자가 여러 명 발생하면 일선 지구대와 파출소에 지원을 요청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부가 뒤늦게 올해 말까지 정신질환자 집중치료 병상 1600개를 지정하고 전담대응팀을 170명으로 늘리겠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현장 반응은 미온적이다. 난동을 부리는 정신질환자를 수용하려면 격리실과 보안 인력이 필수적인데, 현재의 의료 수가(진료비) 체계는 이러한 비용을 충분히 보전해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경기의 한 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현행 규정상 야간 당직 전공의는 난동을 부리는 정신질환자가 와도 격리나 강박조차 지시할 수 없어 반드시 전문의를 불러야 한다”며 “환자 수용을 독려하려면 수가 가산뿐만 아니라 치료 과정의 부담을 줄이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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