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퍼붓는 상사, 자격지심 때문…“종이에 분노 쓴뒤 박박 찢어버려라”[손효림의 베스트셀러 레시피]

  • 동아일보


[손효림의 베스트셀러 레시피]


많은 사람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는 베스트셀러. 창작자들은 자신이 만든 콘텐츠가 베스트셀러가 되길 꿈꾸지만, 실제로 실현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이 희귀한 확률을 뚫고 베스트셀러가 된 콘텐츠가 탄생한 과정을 들여다본다. 창작자의 노하우를 비롯해 이 시대 사람들의 욕망, 사회 트렌드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사소한 일에도 집요하게 관여하고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막말을 퍼붓는 상사. 이런 사람은 자격지심이 있고 내면이 불안정한 경우가 많다.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두려워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지적을 이어간다는 것. 막말을 듣고 화가 났다면 종이에 글을 쓴 뒤 박박 찢어버리는 게 좋다.(욕하면서 해도 된다) 스스로를 보호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일방적으로 감정을 쏟아내는 부모 형제 친구…. 자신을 ‘감정 쓰레기통’으로 대해 힘들지만 가까운 사이여서 내색하기가 어렵다. 이런 경우 평소 들어주는 것의 절반만 들어주는 식으로 감당할 수 있을 만큼 거리를 두는 게 좋다.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그래도 죄책감이 든다면 인정하고 내려놓아야 한다. 관계에는 균형이 필요하다.

사람들에게 휘둘리거나 상처받지 않으려면 나를 중심에 둬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신경 쓰다 정작 자신을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너를 미워할 시간에 나를 사랑하기로 했다’(스몰빅라이프)는 이런 이들에게 필요한 조언을 담았다. 2024년 11월 출간된 이 책은 1년 2개월 만에 6만 권 넘게 판매됐다.(국내 출판계의 베스트셀러 기준은 책 판매량 1만 권이다.) 예스24에서 2025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다. 대만에도 수출됐다.

‘너를 미워할 시간에 나를 사랑하기로 했다’를 쓴 윤서진 작가. 윤서진 작가 제공
‘너를 미워할 시간에 나를 사랑하기로 했다’를 쓴 윤서진 작가. 윤서진 작가 제공

책을 쓴 윤서진 작가(42)와 편집자인 윤다희 스몰빅미디어 콘텐츠기획1팀장(30)을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스몰빅라이프는 스몰빅미디어의 자기계발·실용 브랜드다.

윤 작가는 “큰 호응에 얼떨떨하고 신기하다”며 웃었다. 서울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윤 작가는 소통, 관계, 리더십, 자기계발을 주제로 코칭을 해왔다. 코칭경영원 파트너 코치이자 실장으로 국내외 기업의 코칭 프로그램 기획·운영을 총괄했다. 현재는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윤 작가는 ‘그럼에도, 당신과 잘 지내고 싶어요’(2022년)를 출간한 후 관계, 소통 등에 대해 쓴 레터 ‘밤편지’를 매주 메일로 보냈다. 스몰빅미디어의 편집자가 이를 보고 윤 작가에게 집필을 제안했다. 해당 편집자가 회사를 떠나면서 윤 팀장이 본격적인 작업을 맡았다. 논의 끝에 ‘나’를 다루기로 했다.

윤 작가는 “관계에 대해 공부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첫 책에 담았다. 관계에 대해 공감 가는 내용을 다루면서 해결책도 같이 제시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나’를 중심으로 풀어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사람이 제일 힘들다’는 말처럼 사람들이 느끼는 어려움과 고민의 대부분은 사람에게서 비롯된다. 한데 다른 사람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면서도 정작 자신에 대해서는 그만큼 생각하지 않는다. 윤 작가는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것만큼 나에 대해 생각하고 자신을 알아 가면 나를 챙길 수 있다”고 했다.

‘너를 미워할 시간에 나를 사랑하기로 했다’ 책표지.  스몰빅라이프 제공
‘너를 미워할 시간에 나를 사랑하기로 했다’ 책표지. 스몰빅라이프 제공

윤 작가는 2023년 말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당시 개인적으로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결혼하고, 회사에서 직급도 높아지면서 여러 관계가 생겼어요. 머리로 아는 걸 현실에 적용하기 힘든 순간들이 이어졌습니다. 아버지도 편찮으셨고요. 회사에도, 부모님에게도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오버’하다보니 지쳐버렸어요. 번아웃이 온 거죠.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느라 정작 제 자신을 모른 척했더라고요. 어느 날 컴퓨터를 켰는데 모니터 화면이 안 보인 적도 있었어요. 글쓰기도 쉽지 않았는데 윤 팀장님은 묵묵히 기다려주셨습니다.”

윤 팀장은 그리 오래 기다린 건 아니라고 했다.

“작가님이 약속하면 곧바로 이행하는 성격이어서 빨리 속도를 내 집필하지 못한 걸 미안해하세요. 전혀 그러지 않으셔도 되는데요. 참고로 저희 출판사는 책을 빨리, 그리고 많이 내는 건 지양해요. 한 권 한 권에 집중해서 1년에 10권 정도 제대로 만들려고 합니다.”

상대방의 숨소리조차 싫다는 권태기 커플, 친한 동료가 다른 팀원에게 자신의 뒷담화를 한 사실을 알고 배신감을 느낀 회사원 등 책에는 다양한 사례가 나온다. 윤 작가는 변화가 필요하면 상대방을 비난하지 말고 변화를 위한 방법을 먼저 제안하는 게 좋다고 말한다. 배신으로 상처받았다면 빨리 신뢰를 회복하려고 억지로 애쓰지 말고 상처를 회복할 시간을 충분히 가지라고 조언한다.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동은(송혜교·오른쪽)은 학창 시절 자신에게 잔인한 폭력을 휘두른 이들을 처절하게 응징한다. 윤서진 작가는 실제 현실에서는 복수를 하면 그 일을 반추하게 돼 화를 더 돋우고 시간이 지날수록 후회 수치심 불안에 갇히게 만든다고 말한다. 넷플릭스 제공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동은(송혜교·오른쪽)은 학창 시절 자신에게 잔인한 폭력을 휘두른 이들을 처절하게 응징한다. 윤서진 작가는 실제 현실에서는 복수를 하면 그 일을 반추하게 돼 화를 더 돋우고 시간이 지날수록 후회 수치심 불안에 갇히게 만든다고 말한다. 넷플릭스 제공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동은(송혜교)은 학창 시절 자신에게 잔인한 폭력을 휘두른 이들을 처절하게 응징한다. 윤서진 작가는 실제 현실에서는 복수를 해도 그리 짜릿하지 않고 후회 수치심 불안에 갇히게 만든다고 말한다. 넷플릭스 제공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동은(송혜교)은 학창 시절 자신에게 잔인한 폭력을 휘두른 이들을 처절하게 응징한다. 윤서진 작가는 실제 현실에서는 복수를 해도 그리 짜릿하지 않고 후회 수치심 불안에 갇히게 만든다고 말한다. 넷플릭스 제공

윤 작가는 글을 쓰면서 치유되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제가 스스로를 챙기지 못했는데 이런 글을 쓰는 게 맞는지 고민됐어요. 그런데 글을 쓰는 동안 저를 마주하는 연습을 하는 것 같았어요.”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사람들은 자기를 알아가는 걸 어려워한다고 했다.

“자신에 대해 생각을 안하는 데다, 사람은 인정에 대한 욕구가 커서 어릴 때부터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봐요. 약한 부분은 감추려 하고요.”

윤 팀장은 책을 편안하게 읽을 수 있게 만드는데 중점을 뒀다.

“나를 챙기자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는데요, 이를 이기적이지 않고 지혜로운 방향으로 풀어내고 싶었어요. 최대한 쉽게 읽을 수 있게 하려고 애썼습니다. 인간관계에 대한 책은 힘든 상황에서 보는 경우가 많은데요, 책까지 어려우면 읽기를 포기할 수 있으니까요. 문장을 다듬을 때도 작가님이 전적으로 믿고 맡겨주셨어요.”

“팀장님은 책의 첫 번째 독자인데 팀장님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하면 수정하는 게 맞죠. 더 좋은 아이디어를 제시해 주고 글의 깊이를 더하면서도 매끄럽게 다듬어주셨어요. 갈수록 팀장님에 대한 믿음이 커졌어요.”

‘너를 미워할 시간에 나를 사랑하기로 했다’를 본 독자 중에서는 “제목부터 꽂혔다”, “제목이 너무 공감돼 샀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제목은 윤 팀장이 지었다.

“가제는 ‘당신은 당신을 위해 살아도 좋다’였어요. 제목은 작업을 하던 중에 갑자기 떠올랐어요. 제목 회의는 보통 10차까지 하는데요, 1차 회의 때 이 제목을 말하니 모두들 좋다고 했어요. 혹시나 해서 5차 회의까지 하고 제목을 더 뽑았지만 첫 제목보다 좋은 게 없다고 결론 났어요.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웃음)”

독자들은 “코치와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는 느낌이다.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서 앞으로 나아가야겠다는 마음이 들게 한다”, “남의 시선이 먼저였던 나에게 머리말부터 뒷통수를 때리는 것 같이 아팠다”는 리뷰를 올렸다.

윤 팀장은 “엄마에게 책을 선물했는데 ‘내용이 참 좋다. 이모와 삼촌, 지인들에게 선물했다’고 하셔서 놀랐다”고 했다. 책을 선물 받았거나 가족이나 친구에게 선물했다는 독자도 많다.

둘은 다음 책도 논의하고 있다. 윤 작가는 변화와 성장에 대한 내용을 담을 예정이라고 했다.

“생애주기에 따른 변화, 환경의 변화 등이 생길 때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조율하는 게 좋은지 풀어내려고 해요. 관계로 인해 힘들어하는 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어떤 관계가 편한지, 어떤 사람과 맞는지 자신에게 계속 질문해 보세요. 어느 정도 느슨한 관계도 충분히 괜찮습니다.”



■‘너를 미워할 시간에 나를 사랑하기로 했다’(스몰빅라이프·2024년)는….

관계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여러 사례를 제시한 후 자신을 중심에 두고 해법을 찾아가는 길을 담았다. 서울대 심리학과를 나와 소통, 관계, 리더십을 주제로 국내외 기업에서 코칭해 온 윤서진 작가가 썼다.

저자는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한 사람이 더 많은 관심을 쏟는 건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데이트 비용을 항상 자신에게 부담하게 하는 애인, 경조사에 늘 받기만 하고 돌려주지는 않는 친구, 경제적인 부담을 한 명에게 다 넘기는 가족 등이 그렇다. 이런 경우 상대방을 비난하기보다 자신이 어떻게 느끼는지를 얘기하는 게 좋다.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돼 있으므로 모든 사람을 배려하려 애쓰지 말고 중요도에 따라 관계를 구분해 챙길 필요가 있다. 야근을 대신 해줘도 고맙다는 인사도 하지 않는 회사 동료, 매번 식사비 계산을 떠넘기는 친구와는 단호하게 거리를 둬야 한다.

외향인은 사람과의 만남에서 에너지를 얻지만 내향인은 반대로 에너지를 뺏긴다. 내향성은 단점이 아니기에 바꾸려 하지 말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에너지를 충전할 필요가 있다.

자신이 희생해야 할 경우 희생해도 괜찮은 상황인지 검토해야 한다. 희생할 만큼 이 관계가 자신에게 가치 있는지, 자신이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 그 사람도 똑같이 해줄 수 있는지 질문해본다. 만약 ‘아니요’라는 답이 나오면 자신만 과도하게 헌신하는 불균형한 관계일 수 있기에 멈춰야 한다.

만약 희생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희생으로 자신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또 자신을 돌볼 시간과 에너지가 남는지 살펴보며 자기만을 위한 시간을 마련해야 한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보호자들의 경우 하루 중 일정 시간은 반드시 자신을 위해 쓸 필요가 있다.

주인공이 통쾌하게 복수하는 드라마, 영화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복수가 그렇게 짜릿하지만은 않다고 저자는 말한다. 복수를 하면 그 일을 반추하게 돼 화를 더 돋우고 시간이 지날수록 후회 수치심 불안에 갇히게 만든다는 것. 저자는 “잘 살아라. 그게 최고의 복수다”라는 탈무드의 한 구절을 소개한다.

스스로를 챙기고 보듬어야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고 삶이 즐거워질 수 있다는 것을 차근차근 짚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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