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전기료 탓 포항 철강 위기 심각… K스틸법 후속 조치 시급”

  • 동아일보

이강덕 경북 포항시장 인터뷰
전기료 완화 등 실질적 대응 필요… 철강 체질 개선-신산업 동시 추진
수소-이차전지 등 산업 구조 개편… 북극 항로 위해 영일만 확장 준비

이강덕 경북 포항시장은 1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철강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이른바 ‘K스틸법’의 실질적인 후속 조치를 주문하며 “이차전지와 수소, 바이오 등 3대 핵심 신산업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항시 제공
이강덕 경북 포항시장은 1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철강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이른바 ‘K스틸법’의 실질적인 후속 조치를 주문하며 “이차전지와 수소, 바이오 등 3대 핵심 신산업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항시 제공
“‘K스틸법’ 후속 조치가 시급합니다.”

이강덕 경북 포항시장은 13일 동아일보와 인터뷰하며 “철강 기업이 체감하는 위기의 강도는 중장기 대책만을 논의할 여유가 없을 만큼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K스틸법은 최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은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철강기술 전환을 위한 특별법을 말한다.

이 시장은 “전기료 부담 완화, 탄소중립 투자 지원, 철강 인프라 확충에 대한 국비 반영 등 즉각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책이 법령에 반영될 수 있도록 신속한 조치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철강 도시인 포항·광양·당진시는 지난해 12월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대미 철강 제품 관세 재협상 및 K스틸법의 실질적인 시행령 마련을 위한 여·야·정 공동 대응 호소문을 발표했다. 정부와 국회에 범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한 것이다.

포항·광양·당진은 국내 조강 생산의 93%를 담당하는 핵심 산업 거점이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국의 고율 관세 조치가 겹치며 벼랑 끝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난해 10월 기준 철강 제품 수출은 2024년보다 포항 28.4%, 광양 10.9% 감소했다. 이 시장은 “특히 50%에 달하는 철강 관세가 한미 협상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유지되면서 국가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관세 재협상 및 문제 해결을 위한 실효적 대응 방안을 하루빨리 수립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포항의 철강 위기는 예견된 일이다.

“그렇다. 철강 산업의 체질 개선과 동시에 산업 구조 개편이 필요한 이유다. 이차전지와 수소, 바이오 등 미래 신산업 육성으로 도시를 전환해야 한다. 포항시는 배터리(이차전지) 분야에서 4대 국가전략특구 지정을 통해 최근까지 8조 원 규모의 투자를 이끌었다. 바이오는 세포막단백질연구소, 그린백신실증지원센터 등 세계적 수준의 연구 기반을 구축해 ‘바이오메디컬 도시’ 도약을 꿈꾸고 있다. 수소 도시 조성과 수소연료전지 클러스터(집적단지)는 새해 착공을 앞두면서 대한민국 수소 산업의 허브로 자리 잡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인공지능(AI) 생태계 선점이 화두인데….

“제조업 도시를 넘어 미래를 열 혁신도시 도약의 열쇠인 글로벌 AI데이터센터를 유치했다. 앞으로 아시아태평양AI센터 유치를 준비하는 등 세계적인 AI 거점도시로 자리매김하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반세기 포항시가 숱한 역경을 이겨내고, 제철보국의 성공 신화를 썼듯이 대내외적인 위기와 도전을 이겨내고 이차전지·바이오·수소·AI 등 미래 성장 동력을 선도하며 대한민국 국가 발전을 견인하는 글로벌 혁신 거점도시로 발전할 것으로 믿는다.”

―포항은 민선 기간 경제와 도시, 교육 전반에서 많은 변화를 겪었다.

“핵심 키워드는 ‘정주 여건 개선’과 ‘산업 구조 다변화’라고 생각한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 속에서 ‘이대로라면 우리나라를 지탱해 온 포항조차 사라질지 모른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에서 내린 생존 전략이었다. 포항시는 회색도시에서 녹색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2016년 이후 조성한 축구장 107개 규모의 그린웨이(철길 숲)로 녹지 비율이 높아졌다. 최근 시행한 청년 신혼부부를 위한 ‘천원 주택’은 생애 전 주기 맞춤형 주거복지 정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초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포스텍과 한동대가 글로컬대학으로 선정돼, 인재가 떠나지 않고 지역에 머물며 성장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지속 가능성을 위한 세계지방정부협의회(ICLEI) 총회 2027 유치 등을 통해 마이스(MICE·기업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회) 산업이라는 새로운 성장 동력의 기반도 계속 마련하고 있다.”

―영국 왕립 국제학교를 유치했다.

“포항은 세계와 소통하는 글로벌 교육·산업 혁신도시로 도약할 든든한 발판을 마련해야 했다. (국제학교는) 세계적 수준의 교육은 인재 유출을 막고, 지역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보루라고 본다. 500년 전통의 영국 명문 ‘크라이스트 칼리지 브레콘(CCB)’과 국제학교 설립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면서 CCB의 이공계 중심 우수한 교육 역량이 포항의 첨단 연구기관, 신산업과 연계돼 교육·연구·산업의 선순환 생태계를 완성할 것이다. 국제학교 유치는 단순한 교육시설이 아니라 인재와 기업을 끌어오는 도시 전략의 핵심 축이다. 주거와 의료, 문화, 교통 등 정주 기반의 전반적인 수준을 끌어올리는 촉매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국제학교 운영이 본궤도에 오르면 인구 유입 구조를 가족 동반 정주형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대형 재난 이후 포항은 안전 도시 전환을 강조했다.

“2017년 촉발 지진과 2022년 태풍 힌남노 등 재난으로 큰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시민의 단합된 힘과 회복력 덕분에 오히려 도시를 일으켜 세우고 더욱 단단해지는 계기를 마련했다. 시민 모두와 지진 특별법을 끌어냈고, 국내 처음 추진한 ‘재난 대응형 특별 재생 사업’을 통해 복구를 넘어 재난 극복의 상징 도시로서 기반을 세웠다. 시민 일상의 활력과 편의를 제공하고 공동체를 회복하기 위해 피해 지역에 포은흥해도서관, 아이누리플라자, 트라우마센터 등이 문을 열었다. 아울러 자연 재난 대응 체계를 한 단계 더 강화할 수 있었다. 태풍 등 재난 대비 실전형 현장 훈련을 정례화하고, 민관 합동으로 재난 취약 지역을 사전 예찰하며, 위험 징후 발견 시 선제적으로 주민 대피를 실시하는 등 재난 대응 역량을 꾸준히 높이고 있다.”

―북극 항로 개척 구상 속에서 포항이 맡아야 할 역할은….

“북극 항로는 세계 물류의 패러다임을 바꿀 새로운 글로벌 항로로 주목받고 있다. 수에즈운하 경로 대비 항해 거리와 시간을 최대 40% 줄여 물류비를 크게 줄일 것으로 보인다. 북극권은 희토류, 천연가스, 석유 등 아직 발견되지 않은 막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북극 항로가 국가 간 전략, 산업 구조, 경제 네트워크 재편까지 아우르는 의미를 품은 것이다. 포항 영일만항은 국내 컨테이너항 중 북극 항로와 최단 거리에 있어 지정학적 이점을 갖췄다. 철강과 이차전지 등 배후 산업단지가 가깝고 항로 개척에 필요한 첨단 연구 인프라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서 열린 ‘북극서클 총회’에 참석해 ‘북극 비즈니스포럼 포항’ 유치를 제한하는 등 북극 항로 역할 선점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국가기관인 북극 해운정보센터 유치와 영일만 확장도 추진한다.”

백악관 앞에서 포항시장이 ‘관세 철폐’ 시위… 美 언론도 보도


관세 50% 부과로 지역 경제 직격탄
호소 펼침막 들고 1인 캠페인 벌여
두 달 후 정부서 철강 특별법 처리

이강덕 경북 포항시장이 지난해 9월 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 철강 관세 인하를 호소하는 1인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포항시 제공
이강덕 경북 포항시장이 지난해 9월 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 철강 관세 인하를 호소하는 1인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포항시 제공
이강덕 경북 포항시장은 지난해 9월 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 철강 관세 인하를 요구하는 1인 캠페인을 벌였다. 당시 미국 철강 관세 50% 부과로 인해 철강기업의 부담이 커지면서 인력 감축으로 이어지자 포항시 지역 상권이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이 시장은 백악관 앞에서 “동맹국인 한국에 대한 철강 관세 부과를 멈춰주세요”라고 영어와 한글로 적힌 펼침막을 들고 캠페인을 벌였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9월 2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관세 타격을 입은 철강도시 시장, 트럼프에게 ‘제발 멈춰 달라’고 호소하러 세계를 가로질러 날아갔다”는 제목으로 이 시장 인터뷰 기사를 보도하기도 했다.

WSJ는 “포항은 미국 피츠버그처럼 철강 제조의 대명사인 곳이다. 새로 부과된 50% 관세가 이 지역 산업에 큰 타격을 입혔다”며 “이 시장은 백악관 밖에서 항의한 드문 공직자”라고 소개했다. 이어 “이 시장은 ‘터널 끝에는 반드시 빛이 있어야 하지만, 지금으로선 이 터널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며 “새로운 관세로 포항은 ‘죽음의 문턱’에 다다랐다”고 전했다.

이 시장은 “당시 방미를 결정한 건 이대로 손 놓고 있을 수 없다는 절박한 마음 때문이었다. 눈앞에 닥친 위기를 극복하려면 정치의 언어가 아니라 현장의 언어로 문제를 직시하고, 구호가 아닌 실행으로 맞서야 한다는 소신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 시장과 함께 미국을 찾았던 포항시의 한 간부는 “설령 달걀로 바위를 치는 것에 불과할지라도 현지에 우리 목소리를 전달해야 한다고 해 같이 비행기에 올랐다”며 “현지에서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에 대비해 캠페인 방식과 문구 등은 사전에 미국 변호사에게 자문을 했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이 시장은 “백악관 현장에서 벌인 캠페인 이후 국내에서 K스틸법을 제정하는 성과로 이어졌지만, 우리나라 제조업의 심장인 철강 산업이 재도약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하려면 범정부 차원의 체감형 지원 방안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정부는 미국 관세 정책 등으로 위기에 처한 국내 철강 산업을 지원하는 K스틸법(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철강기술 전환을 위한 특별법)을 처리했다.

지난달 공포돼 6개월 뒤인 6월부터 시행되며 2028년 12월 31일까지가 유효 기간이다. 필요할 경우 최대 3년 범위 내에서 연장할 수 있다.

#포항시#철강 관세#철강 산업#K스틸법#제조업 위기#관세 인하 캠페인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