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단거리 기대주’ 조엘진 “亞게임 메달 넘어 한국 첫 9초대 진입 목표”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1월 5일 15시 52분


나마디 조엘진(예천군청)이 20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제106회 전국체육대회 육상 남자 일반부 200m 결승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후 기뻐하고 있다. 2025.10.20 뉴스1
나마디 조엘진(예천군청)이 20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제106회 전국체육대회 육상 남자 일반부 200m 결승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후 기뻐하고 있다. 2025.10.20 뉴스1
“한 해를 온전히 달릴 수 있게 해주세요.”

1일 0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 청록색 두루마기를 걸치고 등장한 한국 육상 단거리 유망주 나마디 조엘진(20)은 새해맞이 제야의 종을 울리며 이렇게 소망을 빌었다. 조엘진은 새해를 맞아 본보와 가진 서면인터뷰에서 “2026년은 정말 중요한 해가 될 것 같다. 특히 9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시상대에 오르고 싶다. 한국 육상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겠다”고 병오년(丙午年) 각오를 다졌다.

시민 대표 11명 중 한 명으로 선정돼 타종 행사에 참가한 조엘진은 “TV로만 보던 행사에 함께한다는 사실이 신기했다”며 “무엇보다 다문화 배경을 가진 나를 사회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존재로 바라봤다는 점이 의미 있게 다가왔다”고 했다. 조엘진의 아버지는 육상 멀리뛰기 선수 출신인 나이지리아인, 어머니는 한국인이다. 조엘진은 10년 전에는 아역 배우로 당시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 출연한 이력도 있다.

2026년 병오년(丙午年) 새해를 맞은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가수 양희은, 션, 육상선수 나마디 조엘 진 등 시민대표들이 새해 맞이 제야의 종을 울리고 있다. 2026.01.01 사진공동취재
2026년 병오년(丙午年) 새해를 맞은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가수 양희은, 션, 육상선수 나마디 조엘 진 등 시민대표들이 새해 맞이 제야의 종을 울리고 있다. 2026.01.01 사진공동취재
조엘진은 타종 행사 참석 직전까지 대만에서 국가대표팀 전지훈련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조엘진은 “따뜻한 날씨 덕분에 훈련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단순히 기록을 끌어올리는 것보다는 스타트부터 중후반 가속까지 레이스 전체 완성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약점으로 지적되는 레이스 초반의 안정감을 보완하는 것이 국가대표 선발전까지 세운 최우선 목표다.

조엘진은 김국영(35·은퇴)이 보유한 한국 100m 기록(10초07)에 가장 근접한 선수로 평가받는다. 2024년 100m 한국 고등부 기록(10초30)을 갈아치운 그는 지난해 성인 무대에 데뷔하자마자 9월 홍콩에서 열린 20세 이하 동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10초26까지 개인 기록을 단축했다. 이후 부산에서 열린 제106회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에서는 100m, 200m, 400m 계주를 모두 석권하며 3관왕에 올랐다.

다만 아직 메이저 국제대회에서는 개인 종목 메달을 수확한 적은 없다. 조엘진은 “올해 아시안게임에서는 100m와 200m에서도 시상대에 오르고 싶다”고 했다. 한국 기록 경신을 넘어 한국 선수 사상 첫 9초대 진입에 대한 열망도 변함없다. 그는 “예전처럼 막연한 꿈이 아니라, 하나씩 단계를 밟아가면 이룰 수 있는 현실적인 목표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조급해하기보다 나만의 레이스를 차근차근 완성해 가는 것이 꿈에 가까워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조엘진은 계주에도 각별한 애정을 쏟고 있다. 2025년은 한국 400m 계주 일원으로 자신의 이름을 육상계에 각인시킨 해였다. 조엘진은 지난해 5월 구미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서민준(22), 이재성(25), 이준혁(25)과 팀을 이뤄 한국 남자 육상 최초로 400m 계주 금메달을 수확했다. 이어 7월 라인-루르 여름 세계대학경기대회에서는 서민준, 이재성, 김정윤(21)과 함께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조엘진은 “감사한 일이 가득한 기적 같은 한 해였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폭발적인 가속력과 후반 스피드가 강점인 조엘진은 계주 두 번째 주자로 나서 격차를 벌리는 역할을 맡고 있다. 구간별로 강점이 다른 선수들이 만들어낸 시너지 효과에 서로에 대한 신뢰가 더해지면서 한국 남자 계주팀은 더 강한 팀이 됐다. 조엘진은 “감독님께서도 늘 ‘개인 기록보다 팀을 먼저 생각하라’고 조언해 주신다”고 했다.

조엘진도 ‘오늘은 정말 달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가슴에 새겨진 태극마크에 대한 자부심은 그를 다시 트랙으로 이끈다. 조엘진은 “책임감이 더 커졌다. 응원 메시지를 받을 때마다 감사함과 함께 더 좋은 모습을 보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렇게 다시 출발선에 서는 조엘진은 “결국 훈련을 마치고 나면 내 선택이 옳았다는 걸 느낀다”고 했다.

조엘진의 감정이 흔들릴지 모른다는 생각에 그간 경기장을 찾지 않던 어머니는 지난해 전국체전에서 처음으로 외할머니와 함께 아들의 400m 계주 경기를 지켜봤다. 조용히 관중석에 앉아 있다가 경주가 끝난 뒤에야 기쁨을 같이 나눴다. 조엘진은 “아시안게임에서도 가족들에게 더 멋진 레이스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나마디 조엘진#한국 육상#단거리 육상#아시안게임#육상 국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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