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껴안고 잠 설치는 한국인… “매일 숙면” 7% 뿐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3월 13일 03시 00분


내일 ‘세계 수면의 날’
작년 한국인 6시간 58분 수면… OECD 평균치보다 18% 적어
덜 자면 면역 떨어져 질병 노출… 연간 11조 원 경제적 손실 발생
‘수면 건강’ 사회 인식 높이고, 무호흡증 치료 등 건보 적용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14일은 세계수면학회가 수면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관련 질환 예방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정한 ‘세계 수면의 날’이다. 매년 3월 한국 등 70여 개 세계수면학회 회원국에서 기념행사가 열린다. 대한수면연구학회는 최근 한국인의 수면 시간, 수면 부족에 따른 위험성 등 다양한 수면 통계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신원철 대한수면연구학회장(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은 “수면장애는 신체, 정신, 인지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공공의 보건 문제이며 정부의 건강 관리 차원에서 수면을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 한국인 평균 수면 시간 7시간에도 못 미쳐

4일 서울 송파구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 대한수면연구학회 주최로 열린 ‘건강한 수면, 건강한 삶의 시작’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이 수면장애 개선 등과 관련해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 대한수면연구학회 제공

대한수면연구학회가 발표한 ‘2024년 한국인의 수면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18% 부족했다.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6시간 58분으로 성인의 경우 최소 7시간 이상은 잠을 자야 한다. 만성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한국인들이 많다는 것이다.

평균적으로 오후 11시 3분 잠자리에 들며 오전 6시 6분 일어났다. 수면의 질이나 양과 관련해서 만족하는 비율은 전 세계 평균의 75% 수준이었다. 매일 숙면하는 비율이 7%에 불과해 대부분 수면의 질이 낮았다. 생리적으로 취침 시간은 오후 10시에서 11시 사이가 가장 좋다. 숙면을 방해하는 요인(복수 응답)은 ‘심리적 스트레스’(62.5%) 비율이 가장 높았고 신체적 피로(49.8%), 불완전한 신진대사(29.7%), 소음(19.4%) 등이었다.

● 수면 부족, 불안장애-우울증 악화시켜

수면 부족은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 면역력이 저하돼 감기 위험이 3배 증가하고 비만과 당뇨병 위험이 높아진다. 6시간 이하로 잠을 자면 심장동맥질환 위험이 48% 증가하고 뇌중풍(뇌졸중) 위험은 15% 올라간다. 정신 건강에도 좋지 않다. 주의력이 저하되고 기억력을 감소시키며 불안장애와 우울증을 악화시킨다. 수면 중 호흡이 일시적으로 멈추는 폐쇄성 수면무호흡증(OSA) 유병률도 한국 성인 남성의 경우 4.5%, 여성은 3.2%로 나타났다. 수면의 질이 매우 좋지 않다는 의미다.

수면 부족은 사회와 경제에 손실로 이어진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면 부족으로 임직원들의 생산성은 50% 이상 감소하고 의료비 지출과 병가가 늘어 기업에 막대한 부담을 지운다. 실제 미국은 수면 부족으로 연간 4110억 달러(약 597조 원)의 경제적 손실을 입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2.28%에 달하는 규모다. 일본과 영국도 각각 1380억 달러(약 200조 원)와 500억 달러(약 72조 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 한국도 연간 약 11조 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 수면 건강에 대한 인식 높아져야

전문가들은 수면 건강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제도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보건소와 학교에서 수면 건강 교육을 늘리고 기업들도 수면 건강 관리를 위한 프로그램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또 교대근무자와 핵심 노동자의 수면 실태 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수면장애 치료제와 수면무호흡증 치료 기기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확대 등 정책적 지원도 중요하다.

수면 습관을 개선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일정한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기상하며 취침하기 전에는 스마트폰과 TV 시청을 줄이는 게 숙면에 도움이 된다. 또 수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암막 커튼을 사용하거나 파도 소리, 계곡물 소리 등을 틀어 놓아 잠을 잘 잘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필요하다. 카페인과 알코올 섭취를 줄이고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명상이나 요가를 하는 것도 권장된다. 신 회장은 “수면 부족은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중요한 건강 문제”라며 “정부와 기업, 개인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건강하게 숙면할 때 삶의 질이 향상되고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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