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중시 MZ세대 업고… 워크웨어, 아웃도어 블루오션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20일 03시 00분


“젊은 현장직, 자기 일에 자긍심”
오염돼도 부담없는 작업복 찾아
가성비 높아 일반 소비자도 흡수
패션업체-철강회사도 뛰어들어

1994년 안전화로 시작한 K2세이프티는 안전화 업계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K2세이프티 제공
1994년 안전화로 시작한 K2세이프티는 안전화 업계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K2세이프티 제공
지난달 22일 경기 포천시의 워크웨어(작업복) 매장 ‘워크업’ 본점. 털모자 1900원, 캡모자 7900원, 패딩 4만 원 등 저렴한 가격이 눈에 띄었다. 워크업 운영사인 트레이딩포스트 방교환 대표는 “스타일도 좋으면서 저렴해 오염돼도 부담없는 가격대의 작업복이 필요한 젊은 근로자들이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대명화학의 계열사인 트레이딩포스트가 운영하는 워크업은 작년 2월에 출범 후 11개월 만인 올해 1월 매출 200억 원을 넘겼다. 전국에 75개 매장을 낸 데 이어 다음 달에는 ‘힙스터들의 성지’인 서울 성수동에도 문을 연다. 워크업은 저렴하고 유행타지 않는 제품들로 현장직 근로자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의 수요까지 흡수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워크웨어는 최근 내수 부진으로 위축된 스포츠 패션, 아웃도어 업계의 ‘블루오션’으로 주목받는다. 미국 시장조사 전문업체 스카이퀘스트는 한국 워크웨어 시장 규모를 지난해 기준 약 1조5000억 원으로 추산했다.

이미 미국 일본 등에서는 워크웨어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일본 워크맨은 2023년 4월∼2024년 3월 매출이 1753억 엔(약 1조6200억 원)에 달한다. 워크맨은 여성복, 일상복 등까지 사업을 확장하며 일본 전역에 1000여 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한국 워크웨어 시장의 성장 배경은 MZ세대의 현장직 유입에 따른 개성 있는 작업복에 대한 수요와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 등으로 분석된다. 워크웨어 브랜드 ‘윌비’를 운영하는 형지엘리트 관계자는 “젊은 현장직 근로자들은 거칠고 위험한 환경 속에서 일하는 자신의 업에 자긍심을 가지고, 이런 자신을 당당히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옷을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윌비는 20, 30대가 많이 몰리는 패션 플랫폼 ‘크림(KREAM)’에 브랜드숍을 열었다.

2022년 출범한 아이더세이프티는 K2코리아그룹이 젊은 현장직 근로자들을 겨냥해 만든 워크웨어 브랜드다. 아이더세이프티 제공
2022년 출범한 아이더세이프티는 K2코리아그룹이 젊은 현장직 근로자들을 겨냥해 만든 워크웨어 브랜드다. 아이더세이프티 제공
국내 최초 워크웨어 브랜드는 2020년 출범한 코오롱Fnc의 ‘볼디스트’다. 고기능성 소재와 디자인을 바탕으로 워크웨어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볼디스트는 자동차정비, 건축 현장, 용접 분야 등 워크웨어 수요자 분야를 세분했다. 분야별로 불에 잘 타지 않는 소재(헤라크론), 작업 시 마찰로 인한 손상을 방지하는 소재(코듀라) 등을 사용하는 식이다. 아웃도어 브랜드 K2코리아그룹은 계열사 K2세이프티를 통해 1994년 안전화 사업을 시작했고 2022년엔 디자인 요소를 강화한 워크웨어 브랜드인 ‘아이더세이프티’를 출범했다. 젊은 현장직 근로자를 겨냥한 아이더세이프티는 앞치마와 점프슈트 등을 판다.

지난해 1월부터 5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워크웨어 시장 성장세에 날개를 달아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에 따라 고용주는 작업장 내 모든 근로자에게 적절한 보호 장비를 제공해야 한다.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패션업체들뿐 아니라 철강사도 워크웨어 사업에 뛰어들었다. ‘아커드’는 대한제강이 2022년 11월 내놓은 워크웨어로, 작업복을 각 현장의 작업 환경과 상황에 맞춰 제작한다.

패션업계에서는 일상복과 작업복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고 개성을 중시하는 젊은 현장직 근로자들이 늘고 있어 관련 시장이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워크웨어 관계자는 “불황기에 ‘가성비’ 있는 의류로 작업복이 주목받고 있다”며 “중대재해법 강화로 외부 작업 시 온열과 한랭 질환을 예방하는 특수 작업복 수요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MZ세대#워크웨어#아웃도어#블루오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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