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인류의 온갖 문제를 지도에 그린다면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8일 01시 40분


◇세상을 한눈에 보는 지도책/세마르탱 라보르드·델핀 파팽·프란체스카 파토리 지음·양영란 옮김/156쪽·2만8000원·다산북스


‘세상을 한눈에 보는 지도책’이라기에 뭔가 삶의 지혜와 통찰, 세상을 관통하는 진리 이런 것에 관한 책인 줄 알았다. 하지만 정말 말 그대로 ‘한눈에 세상을 보는 지도책’이다. 그런데도 읽다 보면 그동안 우리가 알던 세상이 얼마나 한쪽으로 편중돼 있고 선입견으로 가득 차 있었는지 알게 된다.

프랑스 지도 제작자들이 펴낸 이 책은 흔히 보는 메르카토르 도법으로 그린 평면 세계지도나 지구본을 돌려야 다른 쪽을 볼 수 있는 지도가 아니다. 지구본을 반으로 나눠, 평면으로 그린 ‘반구 세계지도’다. 쉽게 말해 평면에 그려진 두 원(OO) 안에 육지와 바다, 각종 생태는 물론이고 지구상의 기후·사회학적인 내용까지 담았다.

‘헝클어진 반구 세계지도: 바람의 움직임’, ‘진동하는 반구 세계지도: 지진 에너지’ 등 지구에서 벌어지는 기후·지질 양태뿐만 아니라, ‘세계의 언론자유 현황’, ‘여성혐오의 반구 세계지도’ 등 인문·사회학적인 분야도 시각화해 전 지구에 걸쳐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구글맵을 켜거나, 아니면 분명히 한가운데 있는데 왜 대한민국이 극동에 있다고 하는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지도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각각 북극점과 남극점을 중심에 놓고 그린 등온선 반구 세계지도를 보면, 왜 이 장의 부제가 ‘깨진 온도계’인지, 기후변화로 북극이 얼마나 녹고 있는지 굳이 설명이 필요 없다. 기후변화로 얼음이 모두 녹은 지구의 모습을 담은 지도도 있다. 미국 플로리다반도와 네덜란드, 덴마크는 지도에서 사라지고 오스트레일리아 대륙 한복판에는 흑해나 카스피해 정도 크기의 바다가 들어서 있는 모습이 한눈에 보인다.

구글맵으로 얼마든지 세계지도를 볼 수 있는 시대에 왜 이런 옛날식 지도책을 만들었을까. 저자는 “구글맵은 메르카토르 투영법 한 가지만을 사용해 다양한 세계를 보여주는 방식이 빈곤해지고 있다”라고 말한다. 인류가 다양하고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보고 이해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렇게 독특한 지도책을 펴냈다는 설명이다. 원제 ‘Mappemondes(반구 세계지도)’.

#반구 세계지도#인문사회학#기후변화#새로운 관점#지도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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