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특정 언론사에 대한 봉쇄와 단전·단수를 지시했다는 내용이 검찰 공소장을 통해 드러났다. 공소장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 전 장관에게 ‘경향신문 한겨레신문 MBC JTBC 등을 봉쇄하고 소방청을 통해 단전·단수하라’고 적힌 문건을 보여주며 비상계엄 이후 조치 사항을 지시했고, 이 전 장관은 경찰청장과 소방청장에게 각각 확인 및 지시 전화를 했다고 한다. 이 전 장관은 4일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 출석해 관련 질문에 대한 증언을 일절 거부했다.
윤 대통령이 언론사 단전·단수 계획까지 세웠다는 사실은 지난달 소방청장의 국회 증언을 통해 그 일단이 드러났으나 검찰 조사를 통해 윤 대통령으로부터 소방청 일선까지 지시가 내려갔음이 확인됐다. 공소장에는 윤 대통령 지시를 받은 이 전 장관이 경찰청장에게 조치 상황을 확인하고 소방청장에게 ‘언론사 경찰 투입 때 단전·단수 요청이 오면 조치해 주라’고 했고 이 지시는 소방청 차장, 서울소방재난본부장까지 내려간 것으로 적시돼 있다. 앞으로 이 전 장관 등 관련자에 대한 더욱 면밀한 수사를 통해 언론 봉쇄 계획의 전모를 밝혀야 할 것이다.
언론사 봉쇄와 단전·단수는 비록 그 지시가 실행되지는 않았다지만 그 발상만으로도 언론 자유를 짓밟는 초유의 반헌법적 조치가 아닐 수 없다. 과거 독재정권 시절에도 언론을 사전 검열하긴 했지만 물과 전기를 끊어 기능을 아예 마비시키는 일은 없었다. 언론을 두고도 “대통령보다 훨씬 강한 초갑(超甲)”이라고 주장한 윤 대통령이다. 취임 이래 언론을 무시하던 불통의 비뚤어진 언론관에다 밑도 끝도 없는 ‘언론 피해망상’까지 여실히 보여준다.
언론사 봉쇄 시도는 국회에 군대를 투입한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 계엄이 단순 ‘경고성’이 아니라 그대로 실행하려 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검찰 공소장에는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할 군 병력을 놓고 “소수만 출동하면 3000∼5000명” “간부 위주로 투입하면 약 1000명 미만”이라며 구체적 규모를 논의한 내용도 담겼다. 윤 대통령이 투입을 지시했다고 밝힌 500명 안팎보다 훨씬 큰 규모다. 그간 온갖 궤변과 억지를 부리며 내놓은 주장들이 하나둘씩 거짓임이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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